티스토리 블로그 홈에 가보면 블로그를 카테고리별로 분류해 볼 수 있게 돼 있다. 카테고리는 이슈-사진-영화-여행-음식-리뷰-IT-전체, 이렇게 돼 있다. 그걸 보면 내 블로그는 이 카테고리 중 어디에 들어가야 할지 애매하다. 취재 방송기, 생활기는 해당되지 않지만, 어쨌든 이 블로그에 공연 감상기를 쓸 때도 있으니 내 블로그는 '리뷰' 카테고리에 해당된다고 해야 할까. 그런데 실제 리뷰 카테고리의 블로그를 가보면 대부분 일반상품 리뷰가 많지, 공연 감상기는 거의 없다. 그럼 내 블로그는 '전체'에 해당하는 셈인가. 그런데 이 '전체'는 말이 '전체'지, 앞서 열거한 카테고리를 제외한 '나머지'라고 하는 게 더 적당할 것 같다. '문화예술'이라든지, '공연/전시' 같은 카테고리가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다...
6학년 딸이 하루종일 휴대전화만 붙들고 있다. 학교 다닐 때는 눈에 띌 일이 없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는데, 방학 동안 딸의 휴대전화 의존도가 엄청 높아졌다. 밥 먹을 때도 한 손에는 휴대전화를 들고 들여다보고 있다. 보고 있자면 속이 터진다. 사실 이건 남편이 아는 사람이 휴대전화 판매점을 열었으니 하나 사줘야 된다며, 딸에게 스마트폰을 개통해 줄 때부터 우려한 바였다. 딸에게 개통해준 스마트폰은 인기 기종은 아니라서 개통에 돈이 거의 들지는 않았다. 딸은 친구들 중에 상당수가 아이폰을 갖고 있다며 약간의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스마트폰을 받아들고는 뛸듯이 기뻐했다. 딸은 예전에 일반 휴대전화를 쓸 때도 '문자질'하느라 상당히 많은 시간을 보내긴 했다. 그래서 월말이 되려면 열흘 이상 남았는데도 벌써 '알'..
지난주 토요일 '늑대의 유혹'을 봤다. 처음부터 '한류뮤지컬'을 표방했다. K-팝 히트곡들을 사용해 귀에 익은 최신 가요들이 계속 흘러나오고, 박진감 넘치는 춤도 눈을 즐겁게 한다. 평범한 여고생을 두고 '킹카' 두 사람이 벌이는 공방이 주요 소재인 만큼, 체격 좋고 잘 생긴 남자 배우들이 등장한다. 유명 가수들이 포함된 캐스팅이 화려해 눈길을 끌만하다. 10대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귀여니의 인터넷 소설이 원작이다. 강동원, 조한선 등이 출연했던 동명의 영화도 큰 인기였다. (나는 소설이나 영화는 보지 못했다.) 뮤지컬은 망언고 '전설'들과 함께 학교를 다녔던 교생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선배들의 무용담을 들려주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손발이 오글거려지고 유치한 대사가 난무하지만, 보다 보면 재미있다..
2008년 가을부터 2년간 서울디지털포럼 기획부서에서 일할 때, 나는 문화부 근무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다른 업무와 함께 공연 업무를 맡았었다. 2009년 서울디지털포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기간과 겹쳤었다. 국민적인 애도 기간, 코미디와 예능 프로그램 방영이 줄줄이 취소됐다. 우리도 포럼 프로그램에 포함된 공연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참 회의를 많이 했다. 나는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포럼 본 세션을 기획했고, 네트워킹 만찬의 축하 공연 업무는 나와 입사 동기인 PD와 함께 맡고 있었다. 먼저 포럼의 본 세션에 포함됐던 서울시향 실내악 공연과 국립발레단 공연은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네트워킹 만찬의 축하 공연 진행 여부를 놓고는 결정에 진통을 겪었다. 포럼 개막을 불과 며칠 앞뒀을 때의..
*딸이 '노다메 칸타빌레'에 몇달째 푹 빠져있다. 이전에는 한 케이블방송의 '오페라스타'라는 프로그램을 즐겨봤는데, 이 두 프로그램 덕분에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아래는 '클럽발코니 픽스' 매거진 이번 호에 기고한 글이다. 지난 일요일, 아주 오랜만에 말러의 교향곡 1번을 집에서 틀었다. 아이들 키우고 일 하느라 바빠서 최근 집에서 느긋하게 음반을 들어본 기억이 별로 없었다. 마음 먹고 음량도 좀 키워놓고 듣는 참인데, 딸이 아는 척을 한다. “엄마, 이거 말러 아니야?” 이게 웬일인가. 얘가 말러를 알다니. 나는 반색을 했다. “어, 네가 말러를 어떻게 알아? 이 곡 들어봤어?” “응. ‘노다메’에 나오잖아. 치아키 센빠이가 지휘한 거 아니야?” 몇 달 전 쉬는 날에 딸하고 같이 일본..
8뉴스에 리포트를 하지 않은 지 20일이 넘었다. 물론 중간에 데스크 휴가 등등의 이유로 내근을 하거나, 집안 일 때문에 휴가를 썼던 며칠이 끼어있긴 하지만, 상당히 오랫동안 8뉴스에 내가 만든 리포트를 내지 못한 셈이다. 나는 1주일에 한 번 아침뉴스에 그 주의 공연들을 묶어 소개하는 리포트를 내고 있고, 리포트 외에 스트레이트(방송뉴스에서 기자가 직접 리포팅하지 않고, 앵커가 읽는 일반기사) 기사를 쓰기도 하고, 취재한 내용을 취합해 인터넷에 칼럼도 쓰고 있다. 정기적으로 야근도 한다. 그러나, 방송기자의 업무는 대개 메인뉴스인 8뉴스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8뉴스에 오랫동안 기사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달가울 리 없다. 거의 매일 취재는 한다. 기자간담회 가고, 공연 취재하고, 인터뷰 하고, 기..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공연이나 영화에서 기자가 등장하면 유심히 보게 된다. 최근 뮤지컬 '잭 더 리퍼'를 보고 '먼로 기자'에 대한 글을 쓴 김에, 예전에 뮤지컬 '시카고'를 보고 '매리 선샤인 기자'에 대해 썼던 글도 옛 블로그에서 옮겨왔다. 이 글은 졸저 '나도 가끔은 커튼콜을 꿈꾼다(2010)'에도 실었다. ‘'시카고’는 국내에서 꾸준히 무대에 올려지는 뮤지컬이다. 해외 공연 팀이 온 적도 있고, 한국 배우들이 출연한 ‘시카'시고’도 여러 차례 공연됐다. '시카고'는 브로드웨이의 전설적인 안무가 겸 겸 연출가 '밥 파시(Bob Fosse)'의 스타일이 그대로 살아있는 뮤지컬이다. 기자이며 희곡작가였던 모린 달라스 왓킨스가 1926년에 쓴 희곡 'A Brave Little Woman'이 원작이다. 밥..
뮤지컬 ‘잭 더 리퍼’를봤다. ‘잭 더 리퍼(Jack the Ripper)’는 19세기말 런던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이르는 말이다. 이연쇄살인범은 런던 이스트엔드의 화이트채플 가에서 5명 이상의 매춘부들을 잔인하게 난도질하고 신체의 일부를도려내는 방식으로 살해했다. 미해결로 남은 이 사건은 지금도 ‘리퍼학’을 낳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다. 이스트엔드에서는연쇄살인사건의 흔적을 쫓는 체험 관광코스가 운영되고 있다. 뮤지컬 ‘잭 더 리퍼’는이 사건을 소재로 만들어진 수많은 작품 중 하나다. 이 뮤지컬에서는 장기이식 연구용 시체를 구하기 위해영국으로 건너온 의사 다니엘이 시체 브로커인 매춘부 글로리아와 사랑에 빠지고, 그녀를 위해 살인마 잭과거래를 하게 된다. 이 뮤지컬은 연쇄..
영국에 살 때, 코미디가 영국인들에게 굉장히 인기 있는 장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살던 곳 근처의 워릭아트센터는 1년 내내 볼만한 공연이 열리는 복합문화공간이었는데, 코미디는 여엇한 공연 장르로, 클래식 음악회, 연극, 무용 등 이른바 '정통' 공연 장르와 나란히 프로그램 책자에 소개돼 있었다. 유명 코미디언이 와서 공연하는 날이면 공연장은 만석이었다. 유명한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도 참가작 중 가장 많은 장르가 코미디라고 한다. 공연장에서 코미디를 본 적은 없지만, 텔레비전에서 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은 가끔 봤다. 코미디는 언어와 문화, 사회상을 제대로 알아야만 즐길 수 있는 장르다. 그래서 속사포처럼 쏴대는 코미디언의 대사를 다 이해하진 못했지만, 아, 얘네들은 코미디를 이렇게 하는구나,..
초등학교 1학년 둘째가 학교에서 닮고 싶은 사람 사진에 닮고 싶어하는 이유를 써서 가져오라는 숙제를 받아왔다. 둘째는 '엄마를 닮고 싶다'며 내 사진을 달라고 했다. 아니, 웬일이지? 아빠 사랑이 유별난 아이가. 엄마보단 아빠를 더 따르는 아이가. '너 아빠 닮고 싶은 건 아니야?' 했더니, 씩 웃으면서 한다는 말이 압권이다. "사실 처음엔 아빠 닮고 싶다고 하려 했는데, 아빠는 맨날 소파에 누워서 텔레비전만 보잖아. 그래서 안될 것 같아서 엄마 닮는다고 했어." 우하하. 웃음이 터졌다. 남편에게 얘기했더니, 픽 웃는다. '누워서 텔레비전 보는 게 얼마나 좋은데' 하면서. 그런데 결국 둘째는 내 사진을 갖고 가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자신의 '장래희망'과 관련해서 닮고 싶은 사람을 정하라는 것으로 돼 있..
*전에 올린 (1)편에서 이어집니다. 얘기를 하다 보니 리처드 용재 오닐의 개인사도 화제에 오른 셈이다. 사람들이 내러티브를 좋아한다는 그의 말은 타당하다. 리처드 용재 오닐은 맨 처음 그의 가족사를 소개했던 프로그램 이후에도 몇몇 다큐멘터리에 출연했다. 나는 갑자기 앙상블 ‘디토’라는 이름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궁금해졌다. 이미 만들어진 지 5년째 된 이름인데 새삼 물어보는 게 우스운가. 하지만 그의 대답은 진지했다. “이름을 놓고 참 많은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디토(ditto)’는 참 재미있는 단어예요. 사실 처음에는 속어에 가까운 말이 아닌가 싶어 좀 망설이기도 했어요. “I like potato(나는 감자를 좋아해)” “Ditto(나도)!” 이런 식으로는 쓰이는데, 브람스나 모차르트와 ‘디토..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을 만났다. 그의 연주를 본 건 처음이 아니지만,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나는 리처드 용재 오닐을 세종 솔로이스츠 단원으로 처음 만났다. 그리고 그의 남다른 가족사를 몇 년 전 한 방송사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알게 되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그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그의 어머니 콜린 오닐(한국명 이복순)은 전쟁고아로 네 살 때 미국으로 입양됐다. 어머니는 어릴 때 열병을 앓아 정신지체가 되었고, 미혼모로 그를 낳았다. 리처드 용재 오닐은 미국인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손에 자랐다. 어릴 때 외할머니가 사준 바이올린 덕분에 음악의 세계에 눈을 뜬 리처드 용재 오닐은 비올라 전공으로 줄리아드 음악원에 입학한다. 이 곳에서 그는 세종 솔로이스츠를 만든 강효..
야근하면서 이 책을 읽었다. SBS 김영욱 PD가 쓴 책 '피아노홀릭'이다. 같은 회사에 다니지만 사실 나는 그를 이번에 처음 알았다. 내가 트위터에 피아노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는 얘기를 쓴 걸 보고, 한 후배가 당시 책을 막 낸 김영욱 PD에게 내가 이 책에 관심 있어 할 것이라는 얘기를 전해줬다고 한다. 책을 받자마자 훑어보긴 했지만, 진득하게 앉아서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면, 맨 처음 피아노를 배울 때 다녔던 학원에서는 별다른 이야기 없이 무작정 연습을 하게 했었다. 체르니가 뭐고, 하농은 뭔지, 소나티네는 뭔지, 이 곡을 치는 게 왜 필요한지, 이 곡을 작곡한 사람은 누구인지, 이런 걸 모르고 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나중에 피아노를 전공한 이모한테 다시 배우면서..
며칠 전 아주 무심하게, 내가 지난해 발간한 책 '나도 가끔은 커튼콜을 꿈꾼다'를 펼쳐들었는데, 마침 펼쳐진 페이지에서 오자가 눈에 띄었다.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이브라힘 페레르'를 '이브라힘 페르'로 잘못 표기한 것이었다. 그렇게 여러 차례 교정을 봤건만 그래도 오자가 있다니. 당장 편집자에게 알렸지만, 이미 인쇄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책이 나온 지 1년 이상 지났는데 아직도 새삼스럽게 주변 사람들한테 '책을 냈으면 알려줘야지' 하는 얘기를 가끔 듣는다. 책을 냈다고 해서 주변에 모두 공짜로 증정하기는 쉽지 않고, 그렇다고 동네방네 알리며 적극적으로 '판촉'하기도 쑥스러워, 그냥 조용히 지냈기 때문이다. 지난 해 한 학기 동안 서울의 모 대학에서 예술경영을 강의하면서도, 학생들한테 내 책을 ..
옛 블로그 글 중에서 지난해 가을 서울시향 월간지 SPO에 기고했던 'My Beloved Classic-의상을 입어라!'를 옮겨왔다. 'My Beloved Classic'은 매달 바뀌는 글쓴이의 사진이 꽤 크게 들어가는 꼭지였기 때문에, 나는 이 원고를 쓴 덕분에 번듯한 프로필 사진들을 갖게 되었다. 아래 사진을 비롯해, 포토그래퍼 손치홍 씨가 촬영한 사진들은 모두 목동 SBS 사옥 근처에서 찍은 것이다. 내가 언제부터 클래식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정확히 기억 나지는 않는다. 다만 어린 시절 아버지가 즐겨 들었던 매우 낡은 LP 음반 한 장이 나의 음악 취향에 심대한 영향을 준 것만은 분명하다. ‘Ten Tenors & Ten Arias’ 음반이었다. 카루소, 비욜링, 디 스테파노, 탈리아비니 등 ..
문화부에선 8시 뉴스 톱기사를 쓰는 게 하늘에 별 따기이다. 내가 문화부에 근무하고 있을 때만 꼽아 보면 문화부에서 톱 기사를 쓴 경우가 일본대중문화 개방 때, 그리고 쇼팽 콩쿠르에서 임동민-임동혁 형제가 공동 3위를 차지했을 때 정도였다. 쇼팽 콩쿠르 때 기사를 쓰면서 언제 다시 톱 기사를 쓸 수 있을까 했는데, 올해 차이콥스키 콩쿠르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다시 문화부가 톱을 장식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차이콥스키 콩쿠르에 손열음 조성진이 출전했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나는 이들이 뭔가 일을 낼 것 같다는 감이 왔다. 손열음은 이미 화려한 수상과 연주 경력을 자랑한다. 올해 17살의 조성진은 무섭게 떠오른,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유망주다. 실제로 이들은 나란히 최종 결선까지 진출했다. 손열..
마리스 얀손스와 인터뷰하고 쓴 글 2편. 지난해 쓴 글이지만 아직도 그를 만난 기억이 생생하다. 마리스 얀손스는 인터뷰 내내 예술의 '가치'를 강조했다. 그가 왜 '물질만능의 시대'에 음악의 영적인 가치를 믿고 전파하는 지휘자로 일컬어지는지 알 수 있었다. 그의 얘기를 좀 더 들어보자. "아쉬운 건 모든 사람들이 문화를 그저 '엔터테인먼트'로만 바라보는 겁니다. 좋으면 그냥 소비하고, 안 좋으면 아예 생각조차 안 한다? 비극입니다. 물론 어떤 사람이 문화를 전혀 접하지 못한다고 해서 죽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건 잘못됐어요. 그 사람은 문화의 가치를 전혀 알지도 못하고, 문화가 내면세계에 얼마나 중요한지 판단조차 못하게 되니까요." 마리스 얀손스는 전형적인 '문화의 민주화(Democratization..
네덜란드 정부가 문화예술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한 데 대해 예술가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소식을 최근 접하고, 나는 지난해 네덜란드가 자랑하는 로열 콘세르트허바우와 함께 내한했던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를 떠올렸다. 그는 인터뷰에서, 문화예술은, 보이진 않지만, 마음 속에 큰 건물을 짓게 되는 것과 같다며,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던 바 있다. 그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생각난 김에 마리스 얀손스와 인터뷰하고 옛 블로그에 썼던 글, 이리로 옮겨왔다. 두 편으로 나눠썼다.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격이 다른'연주가 뭔지를 보여준 공연이었다. 미안한 얘기지만 바로 전날 마린스키 발레단 '백조의 호수'공연을 보다가 국내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한숨을 여러 차례 내..
이자람의 '억척가' 공연 실황 하이라이트를 유튜브에서 찾았다. LG아트센터에서 올린 영상인 듯하다. 재기 발랄한 대목이 주로 편집돼 있다. 클립에는 안 나오지만 가녀린 몸으로 어미의 절규를 토해내던 그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사람답게 사는 게 무엇인지를 자문하던 모습도. '우스꽝스럽고 슬픈' 이야기 끝에, 결국은 희망을 이야기하던 그녀. 이 클립을 보다 보니, 억척가를 다시 보고 싶다. 억척가 제작에 참여한 의정부예술의전당이거나, LG아트센터이거나, 앙코르 공연 해주면 참 좋겠다. 이자람 씨의 판소리 브레히트 이전 작품인 '사천가'는 프랑스 아비뇽 공연을 앞두고 있단다. 이것도 봤으면 좋겠는데 희망사항이라지. 2008년 아비뇽에 여행 갔을 때, 빈 야외무대를 보면서 군침만 삼켰던 기억이 난다.
앙상블 디토의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을 인터뷰하고, 글을 좀 써보려 했으나 하루종일 마음이 착잡해 글을 쓸 수 없었다. 결국 오늘 못 나가긴 했으나, 앙상블 디토를 다룬 8시 뉴스 기사도 평소보다 쓰는 데 한참 걸렸다. 글이 잘 안 써지는 날이었다. 돌이켜 보니 이런 때가 전에도 있었던 것 같다. 2009년 3월에 썼던 글, 옛 블로그에서 찾아 다시 올려본다. 글을 보니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 멈춰선 지도 벌써 2년이 훨씬 넘게 지나버렸군. 2008년 12월 31일에 멈춰섰던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언제 다시 달리려나. 비록 오래됐지만 아직도 유효한 작품인데. 김민기 씨는 언제 새로운 '지하철 1호선'을 내놓을 것인가. 그 땐 좀 더 큰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요즘 '블로그질'이 뜸해졌다...
하프,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지. 천사의 악기? 아름다운 여인이 연주하는 천상의 악기? 우리 머릿속 하프의 이미지는 이 정도다. 실제로 우리가 음악회에서 만나는 하프 연주자들은 대개 여성이다. 자비에르 드 매스트르는 이런 이미지를 깨버리는 남성 하피스트다. 사실 처음 그의 홍보용 사진만 봤을 때, 나는 비주얼을 내세워 승부하려는 아티스트가 아닌가 생각했다. 팔 근육을 드러낸 채 하프를 잡고 있는 위 사진 말이다. (재밌는 건 공연기획사가 여러 장의 연주자 사진을 매체에 제공했지만, 모든 매체들이 약속이나 한 듯 긴 팔이 아니라 짧은 팔 셔츠를 입고 있는 이 사진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커리어를 들여다보고, 음반을 들어보니,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그는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지만, ..
휴일은 달콤하다. 요즘 한창 바쁜 프로젝트 중이라 휴일 없이 일하던 남편도 어제는 모처럼 쉬었다. 아이들도 학교 안 가는 토요일. 어제는 세 끼를 다 집에서 해 먹었다. 날마다 세 끼 해 먹어야 한다면 지겨울 수 있겠지만, 나야 평일에는 아침 빼고는 대부분 밖에서 먹으니까 이렇게 가끔 휴일에 세 끼 다 집에서 해 먹는 게 색다른 재미다. 본격적으로 밥 해 먹기 시작한 게 2007년 여름 영국 연수 가면서부터였으니, 아직 지겨울 때는 안 된 게지. 늦잠 자고 일어나 전날 먹던 밥과 미역국으로 아침 차려 먹고, 점심 때는 남편이 나서서 무 갈고 파 썰어 장터에서 사온 면과 장국소스로 메밀국수 해 먹고, 저녁 때는 내가 소고기 무국 새로 끓여 마감. 저녁 먹으면서 '맛있어?' 하고 물었더니(사실 물어본다기보다..
며칠 전 작곡가 원일 씨를 만나서 얘기를 하다 보니 올해초 봤던 국립극단의 연극 '오이디푸스'가 생각났다. 원일 씨는 이 연극의 음악을 맡았는데, 매 공연에 출연해 직접 연주했다. 원일 씨의 연주에는 슬픔과 비장함이 가득해 나를 숙연하게 했는데, 알고 보니 사연이 있었다. 옛 블로그에서 옮겨온 글이다. 국립극단의 연극 ‘오이디푸스’를 봤다. 수요일 오후 2시 공연. 처음 2시 공연을 하기로 할 때, 극단측에서는 걱정도 했다고 한다. 보통 2시 공연은 주부 관객을 주 타겟으로 하는데, ‘오이디푸스’가 주부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오이디푸스’의 첫 2시 공연은 매진이었다. 저녁 공연도 연일 성황이란다. 연출가 한태숙 씨의 스타일을 좋아한다. 그는 비극에 어울리는 ..
이자람의 을 본 지 꽤 되었건만 아직도 감흥이 다 식지 않았다. 며칠 전 한 기자간담회에 갔다가 만난 작곡가 원일 씨는 가 지금까지 해온 판소리 현대화 작업 가운데 가장 위대한 성취라며, 이를 곧 글로 정리해 볼 생각이라고 했다. 그리고 오늘 글을 써서 공개했다. 원일 씨의 양해를 얻어 내 블로그에 퍼왔다. 2011년 6월 19일 일요일.LG아트센터. '억척가' 공연의 마지막 순간, 가슴에 밀려드는 벅찬 기분을 나는 좀처럼 가늠하기 힘들었다. 사람들의 계속되는 기립박수의 함성 속에서 오늘 공연내내 듣고 보았던... 모든 순간들이 또 다시 빠르게 떠올랐다. 마지막 인사를 한 후 쏜살같이 무대뒤로 사라지는 이자람을 쫒아가며... 그녀의 두 손을 잡던지 아니면 안아주기라도 해야 감사한 마음과 축하의 마음을 전..
*다니엘 바렌보임과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서동시집 오케스트라)가 오는 8월 10일부터 한국에서 나흘 동안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회를 연다. 지난 2006년, 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보고 푹 빠져 8시 뉴스에 보도했다. 그 때 보도하면서 한국에서는 언제 이들의 공연을 볼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5년만에 보게 되는 셈이다. 내가 당시 감동적으로 봤던 다큐멘터리는 뒤늦게 올해 한국에서 개봉된다는 소식도 들린다. 당시 썼던 글을 옛 블로그에서 옮겨와 본다. 최근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관련 기사들을 읽으면서, 몇 달 전 접했던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 라말라 콘서트 실황을 떠올렸었다. '웨스트- 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는 유대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과 팔레스타인 출신의 석학 에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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