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온 지 한 열흘 된 내 두번째 책, 민음사 간 . 저자 '김수현'이라고 쓰여 있는 걸 보고, 공연계 지인들이 '이 김수현이 과연 우리가 아는 그 김수현인가' 토론을 벌였다는 얘기를 어제 들었다. 문화부에서 공연 취재하고 있는 나의 현재 업무와는 전혀 상관 없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이 책의 저자 소개를 보면 내가 SBS 문화부 기자라는 것을 드러내지 않고, 대신 나의 전직인 미래부 기자, 서울디지털포럼 프로그램 디렉터를 부각시키는 경우가 꽤 있다. TED를 다룬 내 책은 경제-경영, 자기계발, 처세 도서로 구분되고 있다. 문화부 기자랑 좀 안 어울리긴 한다. 내가 이 책을 쓰기 시작한 것은 미래부 시절이었는데, 원고를 쓰는 동안 부서가 바뀌었다는 사정이 있다. 2010년에 낸 첫 번..
한때 하루가 멀다 하고 블로그 업데이트를 할 때가 있었는데, 요즘은 예전 같진 않다. 반면 페이스북은 거의 매일 포스팅을 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훨씬 간편하다는 느낌이 들어서이기도 하고, 반응이 즉각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마도 페이스북은 모바일 앱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큰 이유일 것이다. SBS 뉴스웹사이트의 기자 블로그를 10년 가까이 써오다가 티스토리로 이사한 것은 회사 블로그를 관리해주던 업체가 도산해 제대로 관리도 안됐고, 블로그를 쓰던 사람들이 하나둘 다른 곳으로 떠나 외로웠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블로그 툴이 옛날 방식이라 사진 한 장 올리기도 너무 불편했다. 관련 부서에 문제 제기를 했지만, 몇 년 동안 개선한다는 얘기만 있었고, 제대로 진척되는 건 없었다. 회사에서 더이상 블로..
대기가 건조한 요즘, 화재 소식이 많습니다. 불조심이야 어디서나 해야 하는 것이지만, 특히 공연장은 한정된 공간 안에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인다는 장소의 속성상 한번 화재가 나면 그 피해가 굉장히 커질 수 있는 곳이라 더욱 화재에 민감합니다. 공연장에서는 무대 조명이나 연출상 불을 사용하다가 화재가 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17세기 18세기 유럽의 오페라극장들은 무대와 객석 조명으로 촛불을 사용했고, 목조 건물이었기 때문에 대부분 화재로 소실됐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유럽의 주요 오페라극장들은 19세기나 20세기 들어서 다시 지어진 건물인 경우가 많습니다. 역사상 최악의 공연장 화재는 1903년 12월 30일 미국 시카고 Iroquois극장에서 발생했습니다. 뮤지컬 공연 도중 무대 커튼에 불이..
지난주 금요일(1월 25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서울시향의 그레이트 시리즈-바그너 공연이 갑작스럽게 취소됐습니다. 이유는 지휘자 정명훈 씨의 갑작스러운 허리 통증. 공연 직전인 저녁 6시쯤에 취소된 것이라 상황이 굉장히 급박했지요. 정명훈 씨가 어떻게든 공연을 하는 방향으로 해보겠다며 막판까지 취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가 도저히 서 있을 수조차 없는 상황이라 눈물을 머금고 취소한 것입니다. 그야말로 ‘멘붕’ 사태였습니다. ‘불금(불타는 금요일)’에 공연 관람 스케줄을 잡아 놨다가 갑자기 취소되니 관객들은 얼마나 허탈했을까요? 공연이 취소된 것을 모르고 예술의전당까지 갔다가 현장에서 알게 된 일부 관객들은 항의도 많이 했다는데, 그 심정이 이해가 갑니다. 공연 취소 결정을 내려야 했던 정..
그랜드 피아노 한 대에 남자 다섯 명. 그룹 ‘원 디렉션(One Direction)’의 인기곡 ‘What makes you beautiful’이 다섯 명의 다채로운 연주와 경쾌한 편곡으로 다시 태어났다. 바로 미국 유타 주에서 탄생한 5인조 크로스오버 그룹 ‘피아노 가이즈(The Piano Guys)’의 연주다. 피아노 가이즈는 ‘유튜브 센세이션’이다. 이들은 클래식과 팝을 성공적으로 결합한 곡들을 재치있는 뮤직 비디오에 실어 유명세를 얻었다. 이들의 뮤직 비디오 동영상들이 실린 유튜브 채널의 조회수는 1월 10일 현재 2억 천 백만 명을 넘어섰고, 정기구독자도 백 이십만 명을 돌파했다. ‘피아노 가이즈’ 팀원 중에 클래식 음악을 전공한 연주자는 피아니스트 존 슈미트, 첼리스트 스티븐 샵 넬슨 이렇게 두..
*1편에서 이어집니다.프로쉬가 간수로 있는 감옥에 산다는 쥐들을 잠깐 살펴보자. 번드르르한 공약 내걸었다가 선거만 끝나면 싹 잊어버리는 정치가는 ‘까먹쥐’ 서민의 돈을 빼돌리는 은행가는 ‘빼돌리쥐’, 수해 복구 현장에 돕겠다고 갔다가 사진만 찍고 오는 철면피들은 ‘찍쥐’, 이런 식이다. “같은 편끼리 서로 싸우쥐, 패쥐, 헐뜯쥐, 어우 지겹쥐, 쥐들이 하도 많으니까 요즘 쥐 나오는 노래도 있잖아요. 쥐쥐쥐쥐 베이비 베이비 베이비 ~” ‘박쥐’는 독일어로 공연되지만, 김병만 씨의 대사엔 한국어와 독일어가 섞여 있다. 다른 등장인물과 주고받는 짧은 대화는 독일어로 돼 있다. 김병만 씨는 독일어 대사를 연습하는 일도 쉽지 않다 했다. 국립오페라단에서는 독일어 대사 부분을 녹음해서 보내줬고, 그는 틈만 나면 이..
*그동안 썼던 글을 뒤늦게 블로그에 업데이트한다. 2012년 11월 29일에 쓴 취재파일이다.국립오페라단의 창립 50주년 기념 공연 ‘박쥐’에는 특별한 출연자가 등장한다. 바로 코미디언 김병만 씨다. 코미디언이 어떻게 오페라에 출연하느냐고? 김병만 씨가 맡은 역은 노래가 없다. 연극적 요소가 강하고 이 작품에 해학을 더하는 감초 같은 역할이다. 이런 역이 포함된 ‘박쥐’는 다른 일반적인 오페라들과는 좀 차이가 있다. ‘박쥐’는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남국의 장미’ 봄의 소리 왈츠’ 등으로 유명한 ‘왈츠의 황제’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작곡한 오페레타다. ‘오페레타’는 ‘작은 오페라’라는 뜻으로, 일종의 ‘가벼운 오페라’다. 희극적인 내용이 대부분이고 다양한 춤이 포함된다. 오페라와 뮤지컬의 중간쯤에 ..
정말 오랜만이다. 한동안 안팎으로 일이 많아서 글을 쓸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 와중에도 페이스북에는 몇 마디씩 남겨놓곤 했는데, 아무래도 페이스북에 찔끔찔끔 쓰다 보니 긴 글은 정작 못 쓰게 된 것 같기도 하다. 나는 8시뉴스에 리포트를 하고 나면 리포트 링크와 함께 취재한 간단한 사연을 적어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려왔는데, 이제부터는 이 블로그에도 올려볼 생각이다. 페이스북 유저와 블로그 유저는 겹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은 것 같아서, 블로그에도 꾸준히 뭔가 쌓이는 기록을 남겨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이 블로그는 페이스북에 적합치 않은, 길이가 긴 글을 썼을 때 올리는 용도로 써왔는데, 이제부터는 추가로 내가 써서 뉴스에 나간 기사와 동영상 링크도 올려놓겠다는 얘기다. 그..
창작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가 곧 10주년을 맞아 새단장을 하고 공연에 들어간다 한다. 오래 전에 보고 '애정'했던 공연이라 반갑다. 2007년 2월, 이 공연을 보고 옛 블로그에 글을 썼었다. '인당수 사랑가'를 쓴 박새봄 작가를 만나보고 싶다고 썼었는데, 트위터를 시작하면서 만났다^^ 박새봄 작가는 새로 공연을 올리면서 참고하기 위해 남들이 옛 공연을 보고 쓴 글을 읽어본다는데, 내 글도 가끔 찾아 읽어본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이 글을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게 되었고, 그김에 이 곳으로 옮겨왔다. 이 글을 다시 읽으니 새로운 '인당수 사랑가'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진다. 궁금하다. *여기서부터는 2007년에 옛 블로그에 썼던 글이다. 요즘 주변에서 '볼 만한 공연을 추천해 달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검정색 피아노들이 아름다운 새 옷을 입었다. 경기도 문화의전당의 피스&피아노 페스티벌 중 한 행사로 열린 ‘팝업 피아노’ 얘기다. 뉴욕 맨하탄에서 설치 미술가들이 거리에 피아노를 두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누구나 자유롭게 칠 수 있도록 했던 ‘pop-up pianos’ 이벤트에서 힌트를 얻어 기획했다. 경기도 문화의전당은 먼저 어린이 청소년 시설에 피아노를 보내기 위해 개인이나 단체로부터 기부를 받았다. 그래서 피아노 다섯 대가 마련됐다. 이 피아노에 화가들이 재능 기부로 그림을 그렸다. 검정색 피아노의 표면이 화가의 캔버스가 된 셈이다. 참여한 화가들은 김덕기, 김일동, 아트놈, 윤승희, 추혜인. 각자의 개성을 살린 ‘세상에 다시 없는 특별한 피아노’들이 이렇게 탄생했다. 개성 만점의 미술 작품으로 탄생한..
“20년 전만 해도 한국인이 국제 음악 콩쿠르 결선에 오르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1995년 이후 4백 명 넘는 한국인이 결선에 진출했고, 이 중 70명은 우승했다. 도대체 한국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벨기에 공영방송 RTBF의 프로듀서 티에리 로로가 피에르 바레와 함께 만든 다큐멘터리 ‘한국 클래식의 수수께끼(Korean Music Mystery)’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여정이다. 오보에를 전공한 음악가 출신의 프로듀서인 티에리 로로는 20여 년 동안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실황 중계와 관련 프로그램 제작을 맡아왔다. 그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를 매년 지켜보면서 한국인 음악가들이 최근 몇 년 사이 마치 ‘산사태가 난 것처럼’ 몰려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다른 국제 ..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한여름밤의 향연' 공연을 보고 왔다. 요즘 경기 필하모닉의 공연 기획 참 신선하고 좋다. 몇 달 전 예술의전당에서 열렸던 '합창과 함께 하는 바그너 갈라 콘서트'도 자주 연주되지 않는 바그너 오페라의 명장면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는데, 이번 공연은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팔리아치'를 오페라 콘체르탄테(오페라의 연극적 요소를 덜어내고 콘서트 형식으로 연주하는 오페라)로 연주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번 공연의 휴식 시간에는 한 시간 동안 와인과 음식이 제공되는 파티가 공연장 앞 야외 광장에서 진행됐는데, 마치 유럽의 어느 페스티벌에 와 있는 듯 여유롭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레온 카발로의 '팔리아치'는 작곡가도 서로 다르고, 처음부터 그..
지난해 한예종 등 한국 음악교육 현장을 취재해 한국 클래식 음악가들의 성공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벨기에의 티에리 로로 감독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본인 역시 음악을 전공했고, 벨기에 공영방송의 음악 담당 프로듀서인 티에리 로로 감독은 소프라노 임선혜, 홍혜란 등 한국 음악가들과 친분이 있었고, 한국에 큰 호감을 갖고 있었다. 지난해 인터뷰할 때 이 다큐멘터리가 완성되면 제천 국제음악영화제에 초청됐으면 좋겠다고 하더니, 과연 그렇게 되었다. 로로 감독은 최근 한국에 다시 가게 됐다며 흥분된 어조로 이메일을 보내왔다. 다시 만나면 반가울 것 같다. 인터뷰 한 번 했을 뿐인데 어찌 하다 보니 친구가 된 듯한 기분이다. 그가 보내준 영화 트레일러 링크다. '한국 클래식의 수수께끼'를 그는 어떻게 풀어냈을지..
이 연극, 보도자료 받아보자마자 '돈은 어떻게 벌까' 궁금했다. 어린이 전문극단 '사다리'가 제작한 영유아를 위한 연극 '달' 얘기다. 36개월 이하 아기들을 대상으로 한 연극이다. 1회당 관람 인원은 엄마(혹은 아빠)와 아기 15쌍으로 제한한다. 입장료는 1쌍에 만 5천원. 과천시민회관에서 초연을 마쳤고, 구로아트밸리 극장으로 옮겨와 5일까지 공연한다. (그러고 보니 내일이면 끝난다.) 구로아트밸리 극장에서 하는 공연을 취재하러 갔다. '갓난아기'로 불러야 할 5개월 된 아기부터, 이제 제법 걸어다니며 간단한 말은 할 줄 아는 아기들까지, 다양한 '월령대'의 아기들이 왔다. 아기들이 연극을 제대로 볼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잘 본다. 대사는 최소화하고, 감각을 자극하는 이미지와 움직임, 소리로 극을 빚어..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의 ‘지젤’ 내한공연이 얼마 전에 끝났습니다.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공연이었어요. P석 40만원에서부터 입방아에 오르더니, ‘세계 3대 발레단’ 마케팅에, 막판에는 ‘볼매 지젤(볼수록 매력적인 지젤)’ 같은 이벤트까지, 무리수가 많았어요. 오류와 오역이 많았던 프로그램 책자도 내한공연 기획사가 얼마나 발레에 대한 이해가 없는지를 잘 보여줬습니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근간에 그렇게 빈 자리가 많은 건 처음 봤습니다. 결국 흥행 참패로 끝났지요. 공연 내용 자체는 좋았기에 더욱 아쉽습니다. 합리적인 가격과 마케팅이 받쳐줬다면 이 정도의 공연이 그렇게까지 실패할 수가 없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가 역시 스타의 산실이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첫날 줄리 켄트와 ..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내한공연 '지젤'이 오늘(18일) 개막합니다. 40만원짜리 P석을 책정해 비판받은 바 있고 마케팅 방식도 그다지 세련되지 않아 여러가지로 말이 많았던 공연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공연 자체만 보면 관심이 갑니다. 최근 수석무용수로 승급한 서희가 주역을 맡는 것도 화제지만, 그 유명한 줄리 켄트가 개막 공연을 맡은 것도 궁금합니다. 줄리 켄트를 이메일로 인터뷰하고 예술의전당 월간지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이하 ABT) 내한공연 캐스팅에서 ‘줄리 켄트’라는 이름을 발견하고 눈이 번쩍 뜨였다. 나에게 줄리 켄트는 허버트 로스 감독의 1986년작 영화 'Dancers'에서의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무용수이다(이 영화는 한국에서는 '지젤'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됐다). 줄..
케네스 맥밀란이 안무한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을 유니버설 발레단의 공연으로 봤다. 원수지간인 두 집안의 남녀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국은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다는 이야기. 영화로, 연극으로, 뮤지컬로, 발레로, 참 여러 번 봤는데도 지겹게 느껴지지 않는 건 원작이 그만큼 매력적인 얘기라는 뜻이다. 물론 그만큼 원작을 잘 구현해 내는 작품이어야 한다는 건 당연지사. 이번에 발레를 보면서도 뻔히 아는 결말에 또다시 울컥 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 발레를 볼 때 주인공이 아니면서도 계속 나의 관심을 끈 인물이 있었으니, 그는 줄리엣에게 구혼하는 패리스였다. 그는 줄리엣의 부모인 캐퓰릿 부부가 줄리엣과 짝지어준 귀족이다. 그러나 줄리엣은 로미오를 만나기 전부터도 별로 패리스에게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
트위터에 보니 조금 전 이자람의 '사천가'를 보고 나온 듯한 사람들의 감탄이 이어진다. 예전에도 이자람 공연 있을 때마다 그랬지만, '공연 보고 은혜 받은 이들의 간증'을 보는 듯하다. 이자람의 '사천가'는 국립극장의 '여우락' 페스티벌 중 한 프로그램이다. 지난주 여우락 페스티벌의 개막 공연을 취재하고 이 페스티벌을 소개하는 기사를 썼다.(8시 뉴스 링크: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1260230) 개막 공연은 미연&박재천 듀오의 재즈와 안숙선. 이광수. 김청만 세 명인의 전통 국악이 어울리는 자리였다. 국악과 서양 음악의 만남이 항상 잘 어울리는 것만은 아닌데, 이 날 공연은 괜찮았다. 아무런 악보도 없이 즉흥 연주가 ..
뮤지컬 '위키드'가 무대에 올려진 지 얼마 안 됐을 때, 내용이 궁금해서 원작소설을 먼저 구해 읽었다. 원작은 전혀 가족용이 아니다. '오즈의 마법사' 이전 이야기라고 하기에, '오즈의 마법사'와 비슷한 분위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초장부터 내 예상을 빗나갔다. 앨파바가 어떻게 '서쪽의 사악한 마녀'가 되는지 그 과정을 집요하고 설득력있게 그려낸다. 어둡고 신랄하고, 정치적 메시지가 담겼다. 2008년, 영국 연수 시절에 드디어 런던에서 뮤지컬을 볼 수 있었다. 뮤지컬은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과 기본적 모티브는 같지만, 상당히 달라졌다. 뮤지컬은 앨파바와 글린다 두 사람을 축으로 삼각관계 로맨스를 가미했다. 앨파바의 사랑은 원작과는 달리 해피 엔딩으로 맺어진다.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겁쟁이 사자,..
7월에 열리는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의 내한공연 '지젤'이 요즘 ‘세계 3대 발레단’이라는 문구로 홍보되고 있습니다. 세계 3대 발레단은 과연 어디일까요? '지젤' 홍보팀은 아마도 영국의 로열 발레단, 프랑스의 파리 오페라 발레단과 함께 미국의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이 세 단체를 꼽는 모양인데, 발레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가 좋은 발레단이라는 건 맞지만, 홍보하느라 무리하게 ‘세계 3대 발레단’이라는 말을 갖다 붙였다는 겁니다. 저는 또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의 '지젤'이 '오리지널 지젤'로 소개되고 있는 것도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원래 ‘오리지널’은 초연 당시 프로덕션이나 출연진을 가리킬 때 쓰이는 말입니다.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프로덕션, 오리지널 캐스트, 이런 식으로요. ..
작곡가 진은숙과 인터뷰하고 글 한 편 썼다. 진은숙의 호암상 수상을 계기로 글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고 쓴 글이다. 평소에는 무슨 상 받은 걸로 글 쓰는 건 재미없다고 생각해 왔지만, 이 원고는 쓰게 된 이유가 있었다. 글 속에 이유를 밝혔다. 클럽 발코니 매거진 최신호에 실렸다. 서울시향 상임작곡가인 진은숙은 지난 겨울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다. 정명훈 예술감독 고액 연봉 논란과 함께 서울시향에 대한 비난이 불거지면서부터였다. 건설적인 비판은 실종된 채, 일부에서는 정명훈을 ‘세계적’이지도 않으면서 고국에서 돈만 챙겨가는 정치꾼 지휘자로, 서울시향을 ‘1퍼센트’만을 위한 단체로 몰아갔다. “정말 위기였어요. 인생을 살면서 여러 차례 위기를 겪었지만, 그렇게 큰 위기는 드물었어요.” 진은숙은 오랫동안 정성..
지난해 말 ‘R석 위에 P석’이라는 제목으로, 일부 오페라 공연에서 P석이라는 새로운 좌석등급이 등장했다는 내용을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P석은 프레지던트석을 뜻하는 말입니다. 보통 R석이 가장 높은 등급인 것으로 여겨지지만, 최근 몇 년 사이 VIP석, VVIP석이 등장하더니, 드디어 P석까지, ‘옥상옥’ 등급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렇게 옥상옥 등급이 나오는 것은 공연계 협찬 문화, 초대권 관행과 관련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었습니다. R석은 로열 석이 아니라 레귤러 석이라는 말이 관객들 사이에 돌고 있다는 것도 당시 취재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몇 달 전에도 취재파일로 설명해 드렸던 내용이긴 한데요, 국내에서 대형 공연들은 기업의 후원 없이는 열리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후..
ISPA 서울총회 참석 위해 내한하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엘레나 박 부감독을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엘레나 박은 피터 겔브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감독 아래 8명의 부감독 가운데 한 명으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실황을 전세계 영화관으로 중계하는 '메트: 라이브 인 HD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다. 역시 월간지 에 실린 글이다. 엘레나 박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히트상품’으로 꼽히는 ‘메트: 라이브 인 HD’ 시리즈와 메트 라디오 실황 방송을 제작하고 있다. 메트 오페라에는 피터 겔브 단장 아래 8명의 어시스턴트 매니저들이 부문별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데, 엘레나 박은 이 중 한 명이다. 한국계인 엘레나 박은 ISPA 서울 총회에서 기술이 공연예술의 향유와 전파 방식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이야기할 예정이다..
국제공연예술협회(ISPA) 서울총회가 Cultural Shift, '문화변동'을 테마로 이번주에 개막한다. 전세계의 저명한 공연예술계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는 컨퍼런스다. 다양한 주제의 세션이 열리는데, 15일 '기술과 예술' 세션에서는 기술의 발전이 공연예술의 향유와 보급 방식을 어떤 식으로 변화시켰는지를 논의한다. 아래 글은 월간 의 ISPA 특집 기사로 기고했던 것이다. 이 세션에 참여하는 메트: 라이브 인 HD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엘레나 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부감독 인터뷰도 진행했는데, 다음 포스트에 올리려 한다. 요즘은 영화관에서도 팝콘을 먹으며 오페라를 즐길 수 있다. 그것도 오페라 가수와 팬들에게 ‘꿈의 무대’로 손꼽히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이하 ‘메트’로 표기)의 공연을 말이다. 바로..
서울시향 북미투어 취재기를 SPO 6월호에 기고했다. 예전에 썼던 후기와 겹치는 부분이 많기는 하지만, 이를테면 '완결편'이라 여기 올려둔다. 지난 4월 서울시향 북미 투어를 동행 취재했다. 취재를 마치고 쓴 기사는 4월 21일 SBS 8시 뉴스에 ‘한국 오케스트라에 반했다’는 제목으로 나갔다. 이 기사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물어왔다. “정말 서울시향이 그렇게 잘해?” LA 특파원 선배도 서울시향 공연 취재하러 왔다 하니 같은 질문을 했다. 생각해 보니 이렇게 질문한 사람들은 한국 예술가가 해외로 ‘진출’한 것만으로도 기사가 되던 시절을 떠올렸던 것 같다. 그러니 이 질문은 사실 이런 뜻이다. “서울시향이 정말 외국에서도 통해? 한국에서만 유명한 거 아니야?” 서울시향은 캐나다 밴쿠버(4월 15일)에서 ..
- Total
- Today
- Yesterday
- facebook.page-SBS 김수현 기자의 커튼콜
- 김수현 옛 블로그
- 단 한번 아름답게 변화하는 꿈
- 여강여호의 책이 있는 풍경
- machination
- 산딸기 오믈렛 :: 네이버 블로그
- 포르테피아노토피아
- 내 기억 속의 공화국
- 바람의 영토
- 기억의 비늘 by 새알밭
- 파아란 영혼
- 산하 블로그
- 꽃내음님 블로그
- 바테스의 파편들
- 문학수 선배 블로그
- 남상석의 호연지기(浩然之氣)
- ringcycle(강일중선배)님의블로그
- 존재하지 않는 책들의 서문과 후기들(람혼)
- 작곡토끼의 전위적 일상
- 김홍기의 패션의 제국
- THE House Concert
- VentureSquare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날마다 적는 블로그(심영구 기자 블로그)
- 싫어 또는 실어(노순택)
- indizio
- Comments for 최유준의 웹미디어
- 하늘아래뫼
- 이정환닷컴!
- 글 목록 :: KKwak's Blog
- 더키앙(정덕현)
- 구자범
- 문화정책 리뷰
- 김수현기자
- 문화부 기자
- 임윤찬
- 사천가
- 국립극단
- 보보경심
- 리처드 용재 오닐
- 중드
- 국립오페라단
- SBS취재파일
- 중국드라마
- 국립발레단
- 푸른 눈의 국악원로
- 방탄소년단
- 환락송
- 조수미
- 구자범
- BTS
- 종한량
- 온라인공연
- 이자람
- 억척가
- 반클라이번콩쿠르
- 코로나재택치료
- 해의만
- 랑야방
- 정명훈
- 코로나증상
- 서울시향
- 랑랑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