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시향이 말러 교향곡 8번, '천인 교향곡(Symphony of a Thousand)'으로 말러 시리즈의 대장정을 마친다. '천인 교향곡'이지만, 여러 사정상 실제로 천 명이 하는 경우는 드물고, 4백명~5백명 정도가 출연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번 공연에는 성인 합창단 250명, 어린이 합창단 80명, 오케스트라 150명 정도가 출연해 500명 가까운 인원이 무대에 서게 된다. 더 출연하고 싶어도 예술의전당 무대가 좁아서 힘들 거란다. 서울시향은 연습 장소 구하는 데도 애를 먹었다고 하니, 웬만해서는 공연하기 쉽지 않은 레퍼토리임에 분명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략 10년에 한 번씩 공연됐던 기록이 있다. 원래는 공연을 하루 앞두고 열리는 리허설을 취재해 보려 했다. 그런데 오늘의 충격적인 뉴스-김..
우리는 한국어를 하는 외국인에게 호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한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방송계에 진출해 유명인이 된 주한 외국인들도 꽤 있다. 그러니 유명한 외국 음악가들이 한국 노래를 한국어로 부른다면, 호감도는 급상승할 것이다. 실제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음악가들 중에 앙코르로 한국 노래를 부르는 경우를 요즘 종종 볼 수 있다. 한국인 관객에 대한 깜짝 선물 같은 앙코르다. 나는 지난 토요일 8시 뉴스에 외국 음악가들의 한국 노래 앙코르에 대해 기사를 썼고, 좀 더 자세한 내용을 나누고 싶어 이 글을 쓰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공연한 영국의 남성 아카펠라 그룹 킹스싱어즈(‘아카펠라’는 통상 무반주로 노래하는 것을 말하는데, 원래는 ‘교회풍으로’라는 뜻이다. 중세 교회에서 무반주 합창으로 성가를 불렀던 ..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실내관현악단의 공연을 다녀왔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강주미가 협연하는 무대였다. 떠오르는 유망주 강주미의 연주를 본 적이 없어 이번에는 꼭 보리라 별렀던 공연이었다. 하지만 어제 저녁 문화부에 기사가 많아 도저히 일찍 공연 보러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목동에서 늦어도 6시 반에는 나가야 공연장인 예술의전당에 여유있게 도착해 8시 공연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일을 마치고 나니 7시 반. 피곤하기도 하고, 늦기도 했고, 그냥 가지 말까 하는 생각이 뭉클뭉클 솟아올랐다. 예술의전당에서 공연 끝나면 집까지 그 멀고 먼 길, 아무리 빨리 도착해도 밤 11시가 넘을 텐데..... 저녁밥도 못 먹었는데.....에이. 가지 말아야겠다! 하지만 공연 프로그램을 보니 강주미는 후..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가 곧 다시 무대에 오른다. 2001년 초연 이후 10년 동안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는 연극이다. 나는 2001년 초연과 2002년 공연, 이렇게 두 차례 공연을 봤으니, 꽤 오래 전 일이다. 이후 수많은 유명 배우들이 이 무대를 거쳐갔다. 이번 공연에는 김여진 씨를 비롯한 배우 4명이 출연한다. 오랜만에 이 작품을 꼭 다시 볼 생각이다. 2002년 서주희 씨의 1인극으로 공연됐던 무대를 보고 썼던 글을 다시 올려본다. 오래 전 글이라는 걸 감안하고 읽어주시길. '버자이너 모놀로그(VaginaMonologue)' 들어보셨나요? 아마 이미 보신 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 얼마 전부터 앙코르 공연에 들어간 화제의 연극 제목입니다. 지난주 금요일, 이 연극을 보고 왔습니다. 그리고,지..
오페라 애호가가 아닌 한, 일반인들의 오페라에 대한 인식은 대개 비슷할 것이다. 호화로운 공연장, 잘 차려 입은 관객들,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 노래, 입이 떡 벌어지는 고가의 티켓, 이런 단어들이 아마 오페라와 관련해 떠오르는 이미지일 것이다. 그러니 오페라가 ‘그들만의 장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오페라는 사실 굉장히 비경제적인 장르다. 오페라는 ‘종합 예술’이라는 말은, 그만큼 이것저것 신경 쓸 일도, 돈 들어갈 일도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만큼 티켓도 비싸진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오페라를 볼 엄두를 못 내게 된다. 그렇다면 티켓 값만 문제인가. 대개 국공립 오페라단의 공연은 정부 예산으로 지원받는 만큼, 티켓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진다. 하지만..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 첫날(11/15). 말러 교향곡 9번을 음반이 아닌 실연으로는 처음 들었다. 빠르고 화려한 소리로 듣는 사람들을 격동시키는 것은 비교적 쉽지만, 느리고 고요한 소리로 마음을 움직이는 게 더욱 어렵고 소중하다는 걸 다시한번 깨달은 날. 마지막 음이 사그러든 후에도 한참 동안이나 지속됐던 '침묵'이 어제 공연의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던 것 같다. 한자리에 모인 그 많은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몰입'했던 순간. 지휘자 사이먼 래틀이 기자회견에서 언급했던 '침묵의 깊이(Depth of Silence)'를 온 몸으로 느꼈던 순간. 영적인 충만감이 차올랐던 공연이었다. 그러나 음악 외적으로는 약간의 씁쓸함도 느꼈던 날이었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이전 두 차례 공연은 SB..
오늘부터 이틀간 유리 테미르카노프가 이끄는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내한공연을 한다. 2006년, 그의 공연을 보고 와서 신들린 듯 써내려갔던 '연서'를 다시 올려본다. 오늘밤, 나는 그를 세번째 만났다. 처음 만남에서 나는 그에게 반했고, 두번째, 세번째, 만남이 이어져도 그를 만날 때의 설레는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은발의 그는, 멋지고 세련된 신사다. 그가 내가 앉아있는 쪽으로 얼굴을 돌릴 때, 나는 그 온화한 미소를 잠깐이라도 더 보고 싶어 그 순간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지속되기를 바랐다. 조금 전에 그를 만난 그 장소를 떠나왔지만, 그를 만난 감동으로 내 가슴은 아직도 뛰고 있다. 그는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유리 테미르카노프다. 나는 그를 2001년 ..
최근 한국 음악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건 유럽인들에게는 정말 '신기한' 일인가 보다. 벨기에 최대 공영방송 RTBF에서 한국 음악가들이 왜 이렇게 잘 나가는지를 알아보는 다큐멘터리까지 찍고 있으니. 한국에 온 벨기에 공영방송의 다큐멘터리 제작팀을 만났다. 이 다큐멘터리의 감독은 티에리 로로. 오보에를 전공한 음악가 출신의 프로듀서로 20여 년 동안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의 실황 중계와 관련 음악 프로그램 제작을 맡아왔고, 음악 영화도 여러 편 제작한 베테랑이다. 그는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를 매년 지켜보면서 한국인 음악가들이 최근 몇 년 사이 마치 '산사태'처럼 몰려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올해 성악 부문 우승은 동양인 최초로 홍혜란 씨가 차지했고, 지난해에는 ..
지난 주, 고음악의 권위자인 지휘자 르네 야콥스가 처음으로 한국에서 공연했다. 바흐B단조 미사를 소프라노 임선혜 씨를 비롯한 솔리스트들과 콘체르토 쾰른, 베를린 실내 방송 합창단과 함께 연주했다. 이 공연은 한양대 음악연구소가 주최한 국제 바흐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열렸다. 이 페스티벌에는 고음악 전문 연주자가 대거 참여했다. 이번주에는 이탈리아의 바로크 음악 앙상블 '에우로파 갈란테'가 공연한다. (4일 LG아트센터, 6일 성남아트센터, 이밖에 지방 공연도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파비오 비온디가 이끄는 이 단체는 옛 악기를 사용해 혁신적인 연주를 들려준다. 아주 오래 전, 한 음반매장에서 이들이 연주한 비발디의 '사계'를 처음 들었을 때를 잊지 못한다. 분명히 친숙한 비발디의 '사계' 멜로디인데, 어찌나..
2007년 6월 17일 SBS 8뉴스-'고음악 열풍/그 시대 그 소리'지난 블로그 포스팅에서 쓴 대로, 2007년에 썼던 글을 옮겨왔다. -------------------------지난 17일(2007년 6월 17일) 8시 뉴스에 나간 '고음악 열풍/그 시대 그 소리'는 오래 전부터 쓰고 싶었던 기사였다. 하지만 기사를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내가 왜 이 기사를 쓴다고 했던고' 할 정도로, 많은 얘기들을 어떻게 1분 30초 짧은 방송 리포트로 정리할 것인지를 놓고 골머리를 앓았다.아르농쿠르, 헤레베헤, 피노크, 조르디 사발 등 해외 고음악계 '거장'들이 속속 한국을 찾고 이런 공연들에 관객들이 몰리는 것을 보면서, 그동안 접하기 힘들었던 바로크 오페라 '디도와 에네아스' '리날도' 등이 성공적으로 국..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창작의 영감을 제공해 왔다. 영화, 연극, 뮤지컬, 발레 등등 수많은 장르로 다시 만들어졌다. 내가 본 다양한 장르의 ‘로미오와 줄리엣’만 해도 수십 종이 될 것 같다. 내가 본 ‘로미오와 줄리엣’ 가운데 최고로 꼽는 작품은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가 안무한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마이요는 1960년 프랑스 태생으로 모나코 왕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몬테카를로 발레단 예술감독으로 활동 중인,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안무가다. 그의 작품 ‘라 벨르’나 ‘신데렐라’도 한국에서 소개된 바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1996년 발표된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2000년 국립발레단의 공연으로 초연됐다. 당시 로미오와 줄리엣은 김용걸-김지영, 로렌스 신부와 캐..
2004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부에서 근무할 때, 여론 조사에 내가 주장해서 '비슷한 조건의 남성 후보, 여성 후보가 출마한다면 누구를 뽑겠느냐'는 문항을 넣어본 적이 있다. '비슷한 조건이라면'이라는 전제가 현실성이 좀 떨어지긴 하지만, '여성 후보를 뽑겠다'는 대답이 훨씬 많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정치부 데스크 선배는 이에 대해 '놀라운 결과'라고 했다. 하지만 비슷한 문항을 넣었던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 이는 여성 정치인들이 이미 '기득권'인 남성보다 구습에서 좀 더 자유롭고 청렴할 것이라는 인식, 그리고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감수성이 높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가 아니었을까. 그런데 정치현실을 보면 잘 나가는 여성 정치인들은 이런 장점을 갖춘 신선한..
*이번주에 보고 싶은 공연들: 판소리 사천가 2011(백암아트홀, 30일까지), 연극 '벌'(명동예술극장, 30일까지), 국립발레단 '로미오와 줄리엣'(예술의전당, 27-30일), 아크로바틱 파우스트(LG아트센터, 27-30일), 머레이 페라이어 피아노 리사이틀(예술의전당, 29일), 르네 야콥스 바흐 B단조 미사(예술의전당, 30일). 타악퍼포먼스 타.Get(국립극장, 27-28일), 화선 김홍도(국립극장, 25-29일). 공연 기간이 긴 연극과 뮤지컬은 제외하고도 이렇게 많다. 이 중 몇 편이나 볼 수 있을까. 평일에는 퇴근이 늦어 공연 보기 어렵고, 예전엔 주말에 공연 두 편씩도 몰아서 봤건만 아이들이 자라면서부터는 눈치 보느라 보기 힘들고. 공연 담당 기자가 아니라면 차라리 마음 편하겠다는 생각을..
2004년, 2005년 무렵부터 ''김수현의 커튼콜'이라는 제목으로 모닝와이드에 매주 출연해 공연 소식을 전했었다. 당시 출연 코너 개편으로 타이틀도 바꾼 것이었는데, '커튼콜'이라는 타이틀은 SBS 보도국 후배인 김영아 기자가 제안한 것이었다. 출연 코너에 '커튼콜'이란 이름을 붙일 당시엔 좀 생소한 단어라는 의견도 있었기에, 첫 출연 날 '커튼콜'이 뭔지 간단한 설명을 곁들였었다. 지금은 회사를 그만둔 당시 홍지만 앵커는 '아, 그럼 앙코르와 비슷한 거군요.' 하더니 '김수현 기자는 노래방에서 앙코르 자주 받습니까?' 하고 엉뚱한 질문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2007년 내가 연수를 간 이후 담당 기자가 바뀌어도 'OOO의 커튼콜'이란 제목은 유지했고, 출연 코너가 없어진 지금도 매주 수요일 아침뉴스..
최근 독일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리아(North-Rhine Westphalia. NRW) 주의 방문 프로그램에 초청받아 이 지역 문화탐방의 기회가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NRW 주정부의 지원을 받아 이 지역 문화를 알리고 국제 교류 사업 등을 하는 NRW Kultur(www.nrw-kultur.de)에서 주관하는 것이었다. 독일 서부의 NRW 지역은 인구 1,800만 명으로 독일의 주 가운데 가장 인구가 많고, 쾰른과 뒤셀도르프 등 대도시가 여럿 있으며, 교과서에도 나오는 ‘루르 공업지대’를 끼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채탄작업을 시작한 ‘루르 공업지대’는 독일의 산업혁명과 ‘라인의 기적’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20세기가 저물어가면서 더 이상 경제성이 없어진 탄광은 하나 둘씩 문을 닫고 굴뚝산업은 급격히 쇠퇴..
공연을 팔고 사는 큰 장터가 열렸습니다. 공연이 손에 잡히는 '물건'은 아니지만, 공연도 시장에서 거래되는 일종의 '상품'이라고 할 수 있죠. 예술가나 예술단체, 제작자들이 파는 쪽이라면, 공연장이나 페스티벌 관계자들은 사는 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공연 시장'이라고 하면, 특정한 장소가 아니라 개념적인 의미의 '시장', 즉 작품 유통이 이뤄지는 공연계 전반을 가리키는 말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공연 거래를 위해 한정된 기간 안에 관계자들이 모여드는 장터, 즉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의미의 '공연 시장'도 있습니다. 지난주 국립극장과 국립극단 등지에서 열린 서울아트마켓 혹은 PAMS(Performing Arts Market in Seoul)'가 바로 그런 시장입니다. 서울아트마켓을 취재해 8시뉴스에 ..
경기도 화성의 공룡알 화석 유적지를 다녀왔다. 사실 며칠 전 한 지인이 얘기해 주기 전까지는 이런 곳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당장 휴일에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 공룡알 화석 유적지에 간다 했더니 특히 공룡을 좋아하는 둘째아이가 신나 했다. 2000년 3월 천연기념물 414호로 지정된 공룡알 화석 산출지는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에 있다. 1999년 시화호 물막이 공사를 하던 중 남쪽 간척지에서 발견됐다. 바닷물이 막히기 전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 섬이었던 곳이다. 이 지역은 1억년 전으로 추정되는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퇴적층이다. 공룡알 화석은 바닷물이 빠져나가면서 육상에 노출된 섬의 표면에 주로 노출돼 있다. 지금까지 둥지 30여 개에서 200여 개의 공룡알 화석이 발견됐다. 목과 꼬리가 ..
앞 글에서 '공연 기자 못해먹겠다'는 얘기를 늘어놨지만, 좋은 공연, 좋은 예술가를 만날 때는 공연 기자 하는 게 감사한 것도 사실이다. 하도 공연을 많이 보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져 이제 감동을 주는 공연을 예전만큼 자주 만나지는 못한다. 하지만 얼마 전 이자람의 '억척가'를 보고서 홀딱 반해 '사천가'를 못 본 게 아쉬웠었는데, 드디어 다시 공연한다. 지난 월요일, '사천가' 리허설을 보러 갔는데, 리허설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남인우 연출과 출연자가 교감하며 함께 '사천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곁에서 보는 건 정말이지 재미있는 일이었다. 이자람이 물론 발군이긴 하지만, 이자람 외에 젊은 소리꾼 김소진 이승희을 만난 것도 기분 좋은 일이었다. 이들은 리허설 이후 '사천가' 폴란드 공연을 위해 출국했고..
공연이 너무너무 많다. 능력은 없는데 음악과 모든 공연 장르를 다 맡고 있다 보니 (어떻게 나는 문화부 막내였던 1990년대 말이나, 제법 고참이 된 2011년이나, 처지가 똑같을까 모르겠다. 그 때보다 공연 수는 수십 배로 는 것 같은데 말이다.) 요즘은 하루에 공연 프레스콜이나 기자간담회가 대여섯 건 겹치는 경우도 있다. 물리적으로 다 갈 수도 없고, 이 중에 극히 일부만 커버하게 되지만, 일단 쌓이는 보도자료와 쇄도하는 전화를 받는 것 자체가 힘에 부친다. 이렇게 공연이 많은데 정작 제대로 공연 보기는 힘들다는 게 가장 좌절스럽다. 저녁 6시 이후에 더 바빠지는 방송국의 업무 특성상 공연장에 가기 위해 일찍 사무실을 나서기가 어렵다. 그리고 어쩌다 시간이 나더라도 요즘은 엄두가 안 나 포기해 버릴 ..
얼마 전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이 학교 숙제를 해야 한다며 화가 사진을 찾아달라 했다. 갑자기 화가 사진은 무엇에 쓰려고? 알고 보니 딸의 숙제는 자신의 장래 희망을 쓰고, 이 장래희망과 관련해 닮고 싶은 사람, 그러니까 ‘역할 모델’의 사진을 찾아오라는 것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딸의 장래 희망은 화가다. ‘화가 누구?’ 했더니 딸은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며 엄마가 가르쳐 달라고 했다. “글쎄, 누가 좋을까? 김홍도?” “김홍도가 누구야?” “으응. 굉장히 유명한 우리 나라 화간데…….” 딸의 얘기를 듣자마자 내 입에서 제일 먼저 튀어나온 이름이 단원 김홍도(1745~1806년경)였다. 그런데 문제는 조선시대 화가인 김홍도의 사진이 있을 리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래도 외국..
1,200년 역사의 고찰, 경남 합천 해인사를 다녀왔다. 아주 오래 전 수학여행 때 주마간산 식으로 잠깐 들러 구경한 이후로 처음이다. 해인사에서는 고려대장경 1000년을 맞아 각종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다. 나는 이 중에 해인사 선원 개방을 취재하기 위해 지난 주말 출장을 다녀온 것이다. 처음엔 예기치 않았던 주말 출장이 썩 달갑지는 않았다. 가족들과 함께 하기로 했던 주말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아이들의 원망을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해인사에 도착하고 보니 좋긴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인사 선원은 지난 24일 토요일 단 하루 일반인에게 문을 열었다. 대부분의 언론이 ‘1,200년만에 개방’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는 해인사 창건이 신라 애장왕 때인 802년, 그러니까 1,200여 ..
한 달 동안 블로그를 방치해 놓고 있었다. 에든버러 페스티벌과 서울시향 유럽 투어를 취재하기 위한 출장을 다녀왔고, 독일 루르 페스티벌을 비롯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 방문자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다시 유럽을 다녀왔기 때문이다. 독일 방문에서 보고 느낀 게 많아 시간이 걸리더라도 조금씩 풀어내 보려 한다. 내가 참가한 방문자 프로그램은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정부의 지원을 받아 이 지역 문화 홍보와 대외협력 등의 일을 하는 기관인 'NRW 컬쳐 인터내셔널'이 주관하는 것이었다. 독일 서부의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 주는 독일의 주 가운데 가장 인구가 많고, 뒤셀도르프, 쾰른 같은 대도시가 여럿 위치했으며, 교과서에도 나온 '루르 공업지대'를 끼고 있는 지역이다. NRW는 한 때 석탄채굴. 제..
딸이 포켓몬에 푹 빠졌다. 날마다 포켓몬 카드, 포켓몬 피규어를 사달라고 조른다. 포켓몬은 정말 종류도 많다. 몇 번 카드를 사줬는데도 아직도 없는 게 많다며 또 사달라고 졸라댄다. 며칠 전 내가 휴일 근무 중일 때, 딸은 아빠에게 하루 종일 포켓몬 카드 사 달라고 조르다가, 당분간은 집에 있는 거 갖고 놀라고 했더니 이렇게 '협박'을 했단다. "나 그럼 카드 사 줄 때까지 밥 안 먹을 거야!" "그래, 먹지 마!" 하는 아빠의 단호한 대응에 딸은 제 방에 들어가 한동안 나오지 않더니, 밥 때가 좀 지나니 배가 고픈지 머쓱해진 얼굴로 나왔단다, 밥 달라며. 딸의 어설픈 '협박'은 먹혀들지 않았다.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을 같이 본 딸이 공연 본 지 한참 지난 어제 갑자기 생각이 났는지, 이렇게 물어왔..
지난주, 다니엘 바렌보임 내한 기자회견 끝나고 나서 한국측 공연 주최사인 크레디아 정재옥 대표님이 나를 마에스트로에게 소개하고 사진도 찍어줬다. 2006년 TV뉴스로 처음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를 한국인들에게 알렸던 기자라고... 바렌보임은 기억도 못하겠지만, 나는 뿌듯했다. 영국 연수 때 친하게 지냈던 독일 친구가 베를린에서 바렌보임과 같은 극장에서 일했다고 했다.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 그럼 바렌보임 알겠네?' 했더니, 이 친구 왈, '당연히 나는 바렌보임을 알지. 바렌보임이 나를 알지는 모르겠지만.' 이 친구는 '예술가는 시대를 앞서가는 선구자요, 평범한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뛰어난 인간형'이라는 '낭만주의적 예술가상'에 대한 에세이를 쓰면서 바렌보임의 케이스를 분석한다고 했었는데..
다니엘 바렌보임이 이끄는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회를 열고 있다. 이미 사흘간 일정이 끝났고 일요일 2.9번을 연주하면 사이클을 완성하게 된다. 그리고 광복절인 월요일, 임진각 평화누리 콘서트에서 교향곡 9번 '합창'을 다시한번 연주한다. 한국인 성악가 조수미 이아경 박지민 함석헌 씨와 국내 연합 합창단이 함께 한다. 나는 이들이 교향곡 6번(전원), 7번을 연주했던 금요일 공연을 봤다. 바렌보임의 지휘에 집중하며 연주하는 단원들의 표정에는 열정과 진지함이 가득했고, 연주 도중에도 단원들은 서로 눈웃음과 다정한 시선을 교환했다. 이들이 함께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연주 자체를 정말 즐기고 있다는 것을, 객석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자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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