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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너무너무 많다. 능력은 없는데 음악과 모든 공연 장르를 다 맡고 있다 보니 (어떻게 나는 문화부 막내였던 1990년대 말이나, 제법 고참이 된 2011년이나, 처지가 똑같을까 모르겠다. 그 때보다 공연 수는 수십 배로 는 것 같은데 말이다.) 요즘은 하루에 공연 프레스콜이나 기자간담회가 대여섯 건 겹치는 경우도 있다. 물리적으로 다 갈 수도 없고, 이 중에 극히 일부만 커버하게 되지만, 일단 쌓이는 보도자료와 쇄도하는 전화를 받는 것 자체가 힘에 부친다. 

이렇게 공연이 많은데 정작 제대로 공연 보기는 힘들다는 게 가장 좌절스럽다. 저녁 6시 이후에 더 바빠지는 방송국의 업무 특성상 공연장에 가기 위해 일찍 사무실을 나서기가 어렵다. 그리고 어쩌다 시간이 나더라도 요즘은 엄두가 안 나 포기해 버릴 때가 많다. 공연장 가는 날은 항상 헐레벌떡, 급하게 가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공연 보고 밤늦게 귀가하게 되는데, 이젠 확실히 나이가 들었는지 기력이 딸린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점점 엄마를 더 필요로 하니, 그것도 마음에 걸린다. '공연 신'을 믿는다고 할 정도로 공연을 좋아하는 나지만, 이젠 많이 지친 것 같다.   

공연계 취재 풍토도 많이 바뀌었다. 프레스콜에 갔다가 관계자를 인터뷰 하는 중이었는데, 어느 매체 기자인지 알 수 없는 사람이, 나한테 양해를 구하지도 않고 불쑥 끼어들어 휴대폰으로 내가 인터뷰하는 내용을 녹음하고 있다. 뭐라고 할까 하다가, 카메라가 계속 돌아가는 중이라 인터뷰를 끊을 수 없어 놔뒀는데, 지금 생각해도 참 어이가 없다. 공연 홍보 담당자들 사이에서, 기사는 쓰는지 안 쓰는지 모르겠고 어느 매체인지도 잘 모르겠고 그저 초대권만 가져가는 '사이비 기자'로 '블랙 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이 꽤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요즘 취재 현장에 종종 등장한다. 

몸은 피곤하고, 마음은 불편하고, 이렇게 공연 기자 계속 할 수 있을까. 고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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