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사람들이 발레, 하면 떠올리는 그림이 있다. 순백색 의상을 입은 여성 무용수들이 신비스러운 자태로 줄지어 서서 마치 공기처럼 가볍고 우아한 몸짓으로 춤추는 모습, 바로 ‘발레 블랑(백색 발레)’이다. 발레 블랑은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에 태어났다. ‘백조의 호수’ ‘지젤’ 그리고 ‘라 바야데르’등이 발레 블랑의 특징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발레 블랑은 신비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어스름한 달빛이 비치는 밤, 숲 속이나 호숫가 같은 곳을 배경으로 한다. 푸르스름한 조명 아래 백색 발레 의상은 더욱 빛나고, 무용수들의 몸짓은 우아하고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뿜어낸다. 이들은 우리와 같은 세속의 인간이 아니다. ‘백조의 호수’에선 마법에 걸린 백조들이, ‘지젤’에선 남자에게 배신당하고 죽은 처녀들이 윌리라는..

문화부에서 근무하면서 매년 '노벨문학상 시즌'을 맞이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노벨문학상은 스웨덴 한림원이 선정해 매년 10월 둘째 주 목요일에 발표하는 게 관례인데, 스웨덴 현지에서 오전에 발표하면 한국 시각은 저녁 8시쯤이 됩니다. 8시 뉴스가 진행되는 도중 수상자가 발표되기 때문에 발표를 보고 기사를 쓰기 시작한다면 시간이 굉장히 빠듯합니다. 만약 한국인 수상자가 나온다면 큰 뉴스이니, 가능하다면 미리 여러 건의 기사를 준비해 두는 게 좋습니다.2024년 노벨문학상의 영예는 우리나라 소설가 한강에게 돌아갔다. 사진 : 노벨상 홈페이지 캡처고은 수상에 대비한 '헛고생'을 반복했다2000년대 초중반부터 외신 보도 등에서 고은 시인이 후보로 거론되었고, 2005년부터 본격적인 '노벨문학상 시즌'이 시작됐습..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0625992SBS스페셜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 3부까지 봤다. 3부는 마침 어린이날에 방영되어 더욱 의미 깊었다. 김민기 대표가 왜 지하철 1호선을 접은 뒤 '학전 어린이 무대'에 그렇게 심혈을 기울였는지, 계속 적자만 내면서도 티켓 값은 왜 올리지 않았는지, 그에게 어린이 공연은 어떤 의미였는지,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었다..학전 어린이 무대를 봤던 수많은 어린이 관객 중에 우리 집의 두 어린이도 포함되어 있다. '우리는 친구다'를 처음 봤을 때, 저렇게 현실적이고 공감 가는 어린이 공연은 처음이라고 느꼈던 게 지금도 기억 난다. '우리는 친구다' 얘기를 썼던 글을 다시 가져와 봤다. 다큐멘터리 장면 중에..
TV뉴스 리포트만 할 때는 시청률 같은 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물론 편집부에서는 분당 시청률 따져가며 어느 리포트에서 시청률 그래프가 치솟고, 어느 리포트에서 빠졌는지, 이런 것까지 분석했지만, 리포트를 만든 기자 개인이 그것까지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요즘은 조회수에 신경이 자꾸 쓰인다. 오디오든 영상이든 텍스트이든 뭔가 만들어서 내놓고 나면 자꾸 조회수를 확인하게 된다. 썸네일의 중요성에 눈뜨게 됐고, 제목 붙이는 데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너무 지나치게 '어그로' 끄는 제목은 곤란하지만, 그래도 구미가 당기도록 지어야 한다. 수없이 많은 '상품'들이 나 좀 봐 달라고 경쟁하는 시장,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제목이 밋밋하면 묻혀버리고 만다. 오죽하면 디지털 팀으로 옮기고 나서 썸네일..

2019년 6월에 시작했던 골라듣는뉴스룸 커튼콜이 200회를 돌파했다. 4년 반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출연자 연인원 257명과 함께 했다. 출연자와 청취자/시청자가 없었다면 이루지 못했을 숫자이니 감사할 일이다. 200회 특집 같은 걸 하고 싶었으나, 인원도 예산도 없는 가난한 '가내 수공업' 프로그램이라, 200회 특집도 그냥 우리끼리 조촐하게 끝냈다. BTS와 케이팝 관련 이슈 있을 때마다 나와서(BTS는 섭외가 안 되니 대신?ㅎㅎ) 최다 출연 기록을 세운 음악평론가 김영대 씨와 함께 그간의 커튼콜을 돌아보고 새해 K팝 전망도 해봤다. 몇 달 전부터 과거의 커튼콜 출연진과 다룬 주제를 엑셀 파일로 정리해 왔었다. 200회를 앞두고 보니 그렇게 정리해 놓길 잘했다 싶었다. 쭉 훑어보니 팬데믹-BTS- ..
여름 휴가 끝무렵에 두 번째 코로나에 걸렸다. 첫 번째 감염 때보다 힘들었다. 증상이 더 심했다기보다는, 심리적으로 더 힘들었다고 해야겠다. 8월 1일 4차백신 접종까지 마친 상태였는데, 두 번째 코로나라니. 남들보다 면역력이 떨어지나, 아님 운이 나쁜가, 혼자 집에서 그러고 있자니 우울해졌다. 게다가 업무 스트레스까지 겹쳤다. 9월 3일 토요일에 정기적으로 돌아오는 방송이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 2주 전부터 아이템을 결정하고 취재해 제작하는 코너인데, 격리 기간이 끝나면 딱 1주일 남는 거였다. 제작이 힘드니 방송을 빼달라고 얘기해봤지만 통하지 않았다. 격리 기간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취재를 해야 아이템을 결정할 텐데,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가 최근 케이팝댄스를 학문적으로 분석한 이론서가 미국에..

2022년 8월 2일 SBS취재파일로 쓴 글. 박세은 씨 덕분에 파리오페라발레단, 에투알이라는 말이 회자됐는데, 이 발레단과 발레단원 등급 시스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려주는 글을 쓰고 싶었다. 파리오페라발레단 350여년 역사상 첫 한국인 수석무용수가 어떤 의미인지도. 파리오페라발레단 사상 첫 아시아인 수석무용수 박세은 씨가 한국에서 공연했습니다. 관련 기사에서 '에투알'이라는 단어를 접하신 분들 많으실 겁니다. '에투알'은 '별'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단어이면서,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수석무용수 등급 명칭이기도 합니다. 많은 매체들이 박세은 씨를 '파리의 별'로 지칭했던 게 이 때문입니다. 파리오페라발레단은 파리국립오페라극장 소속의 발레단입니다. 1669년부터 지금까지, 35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발레..

2022. 7. 6. SBS취재파일. 임윤찬의 반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이후 쓴 여러 기사 중 마지막으로 쓴 글이다. (현재로서는 마지막이다. 앞으로 또 쓰게 될지도 모르지만) ---------------------------------------------------------------- 못다 한 임윤찬과 반 클라이번 콩쿠르 이야기, 두 번째 글입니다. 첫 번째 글에서는 반 클라이번은 누구인지, 왜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러시아 연주자의 출전을 허용했는지, 우승자 임윤찬을 배출한 2022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번 글은 '세계 3대 콩쿠르'에 대한 얘기로 시작합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세계 3대 피아노 콩쿠르'일까요? 또 임윤찬이 반 클라이번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

*SBS 취재파일로 쓴 글(2022. 6. 27)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임윤찬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한국에서만 공부한 18살 피아니스트가 유명 콩쿠르에서 화제를 뿌리며 역대 최연소 기록을 세우며 우승했으니 큰 '뉴스'라는 건 당연하지만, 그 파장이 이렇게나 길고 강력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임윤찬을 2017년부터 가르쳐온 피아니스트 손민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SBS 팟캐스트 골라듣는 뉴스룸 에서 모시고 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과연 그 스승에 그 제자였습니다. 왜 임윤찬이 그를 '위대한 선생님'이라고 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우승하고도 심란하다는 제자를 바라보는 스승의 마음을 팟캐스트 1부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508/clip..

*SBS 취재파일로 쓴 글(2022. 6. 25)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 임윤찬은 스승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손민수 교수가 자신에게는 '신'과 같고 '종교'와 같다고 합니다. 그만큼 스승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존경한다는 거죠. 손민수 교수는 2017년부터 임윤찬을 가르쳐 왔는데요, 저와 이병희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SBS 골라듣는뉴스룸의 공연문화 전문 팟캐스트 커튼콜에서 손민수 교수를 초대해 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손민수 교수는 '건반 위의 철학자'로 유명한 거장 러셀 셔먼의 제자이며, 학구적 연주자로 이름나 있는데요, 임윤찬이 음악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는 원래도 그렇지만 스승의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과연 그 스승에 그 제자였어요. 인상적인 이야기로 가득한데, 1부의 몇 대목을 요약해 전해드립니다...

*2022년 6월 22일. SBS뉴스 취재파일로 쓴 글. 임윤찬의 말 중에는 정말 '인구에 회자된' 발언이 많았다. ------------------------------------- 클래식 음악 콩쿠르의 결과가 이렇게 화제가 된 적이 있었을까요. 18살 임윤찬이 우승한 반 클라이번 콩쿠르 얘기입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한 임윤찬의 결선 영상은 하루 만에 유튜브 조회수 100만 뷰를 넘어섰고, 그의 출연이 예정된 국내 연주회는 모두 순식간에 표가 동났습니다. 콩쿠르는 끝났지만 관련 기사들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스승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손민수 교수에게도 인터뷰 요청이 쇄도한다고 하고요. 클래식 음악계가 대중의 관심에 목말랐던 게 사실이니 이런 상황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론 '산에 들..

*2022년 1월 30일 SBS뉴스 취재파일로 쓴 글. 골라듣는뉴스룸 '커튼콜' 게스트로 고경일 씨를 초청해 나눈 이야기가 정말 흥미진진했기에 취재파일로도 썼다. ------------------------------------------------ 덴마크 왕립 오페라 하우스는 정상급 예술가들이 서는 유럽 주요 오페라극장 가운데 하납니다. 덴마크 왕실 바로 맞은편 인공섬 위에 세워진 이 극장은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공연장'으로 불립니다. 선박왕 맥킨리 모엘러가 2005년, 25억 크로네(한화 약 5천억원)을 들여 지은 이 극장은 덴마크 왕실 바로 맞은 편 인공섬 위에 세워졌습니다. 객석 천장을 만 개가 넘는 24K 순금 조각으로 마감했다고 하죠. https://youtu.be/J0f_Wo5FnIU(덴마..

*2022년 6월 21일 SBS뉴스 취재파일로 쓴 글 지난 19일(한국 시각) 미국 포트워스 베이스퍼포먼스홀에서 폐막한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습니다. 바로 18살의 한국인 피아니스트 임윤찬입니다. 임윤찬은 이번 콩쿠르 최연소 참가자였는데, 역대 최연소 우승자라는 기록도 세웠습니다. 그는 각 라운드 연주 때마다 담대하고 탁월한 연주로 관심을 집중시키면서 유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됐습니다. 특히 최종 결선에서 연주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은 압도적인 명연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죠.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전 세계 피아니스트들이 꿈꾸는 주요 콩쿠르 가운데 하납니다. 냉전 시기 제1회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한 미국인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을 기념해 1962년부터 열려왔죠. 4..

*5월 17일 SBS뉴스 취재파일로 쓴 글. 올해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을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봤습니다. 대중의 관심은 주로 TV나 영화 부문에 쏠렸지만, 저는 연극 부문 시상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TV나 영화만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하지만, 백상예술대상은 연극 부문도 시상합니다. 제가 관심을 가졌던 부문은 연극 중에서도 여자연기상 부문이었습니다. 올해 백상예술대상 연극 여자 연기상 부문에선 의미 있는 기록이 하나 나왔습니다. 배우 박지영 씨가 농인 배우 사상 처음으로 연기상 후보에 오른 것이죠. 박지영 씨는 레드카펫 행사에서, 그리고 수상자 발표 직전 카메라에 잡힐 때마다 '사랑합니다(I Love You)'를 손동작으로 표현했습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봤던 ..
얼마 전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 시상을 맡았던 윤여정 배우의 '수어 시상'이 화제가 되었죠. 윤여정 배우가 수상자인 트로이 코처를 수어로 호명했다, 트로이 코처가 수어로 수상 소감을 말하는 동안 트로피를 들어줬다…… '역시 클래스가 다르다'며 윤여정 배우의 '품격'과 '배려'를 칭송하는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윤여정 배우는 수어로 '호명'하지 않았다 윤여정 배우는 분명 품격 있는 시상을 했고, 보도할 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아쉬움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이 상을 받은 농인 배우 트로이 코처보다 윤여정 배우의 '배려'에만 지나치게 초점을 맞춘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겁니다. 모든 기사가 다 그랬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전반적으로 그런 분위기였던 건 사실입니..

백상예술대상은 TV나 영화만큼 관심이 집중되지는 않지만, 연극 부문도 시상한다. 올해 백상예술대상 연극 여자연기상 부문에선 의미 있는 기록이 하나 나왔다. 비록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배우 박지영 씨가 농인 배우 사상 처음으로 연기상 후보에 오른 것이다. 윤여정 배우가 시상한 아카데미상 남우조연상 수상자는 농인 배우 트로이 코쳐였다. 그는 아카데미상 사상 두번째 농인 배우 수상자였다. 그가 출연한 '코다'는 청각장애인 가족의 이야기였고, 농인 극단 출신의 농인 배우들이 출연했다. 농인은 청각장애인 중에 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상대어는 음성언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청인'이다. 요즘은 장애를 중심에 놓은 장애인-비장애인 구분보다, 사용 언어를 중심에 놓고 농인-청인 구분을 많이 쓴다...

*한국방송기자대상 문화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되고 나서 쓴 후기. 방송기자연합회 홈페이지에 실렸다. 시상식에서 마이크를 잡고 얘기한 수상 소감 역시 이와 비슷했다. 문화 '백톱'은 시상 순서에서도 마찬가지.ㅎ ‘백톱Back Top’은 문화부 기자들이 쓰는 자조적 ‘은어’입니다. 문화 기사는 대개 뉴스 큐시트의 마지막을 차지하는 데서 나온 말이죠. 그나마 예전엔 큐시트에서 ‘백톱’이라도 종종 차지했는데, 요즘은 문화 기사를 찾아볼 수 없는 날이 훨씬 많습니다. 대부분의 방송사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문화보도 전담조직을 없애고 담당기자 몇 명만 두는 추세입니다. 문화뉴스의 존재감이 희미해져 가는 상황 속에, SBS 8뉴스가 주말 심층코너 ‘더 스페셜리스트’를 시작하면서 ‘예술이 당기다’라는 타이틀로 문화 분야도 ..

문화는 방송 뉴스에서 마이너 중에 마이너이다. 문화 뉴스의 비중은 날로 줄어들고, 문화 뉴스 담당 인력도 극소수다. 별로 눈에 띄지 않고, 특종이나 기자상과는 거리가 먼 분야라서 '인사 고과'가 중요한 요즘, 문화 분야를 지망하는 사람도 별로 없다. 나는 기자 생활의 절반 좀 넘게 문화부에서 일했고, 적성도 맞아서 지금까지 문화부(사실 '문화부'라는 문화 전담 부서는 없어진 지 오래고, 다른 큰 부서에 통합돼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중이지만) 에서 일하고 있다. 문화부 기자들은 상하고는 큰 관계가 없다. 나는 사내 보도상은 몇 번 받았지만, 기자협회나 방송기자연합회처럼 타사 기사들까지 합쳐 시상하는 기자상은 받지 못했다. (생각해 보니 미래한국리포트로 방송기자클럽이 주는 기획보도상을 받은 적은 있지만, 그건..

*격월간 '방송기자' 2022년 1-2월호에 기고한 글이다. 편집위원 맡고 있는 후배 덕에 (혹은 탓에?) 쓰게 됐는데, '특별기고'라는 거창한 타이틀로 실려서 조금 당황했다. 특별한 글은 아니지만, 그래도 덕분에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서 좋았다. BTS가 빌보드 차트를 휩쓸고,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을 뒤흔들고, ‘D.P.’ ‘오징어게임’ ‘지옥’ 등 한국 드라마가 넷플릭스를 주름잡는다. 권위있는 옥스포드 영어사전은 올해 업데이트에서 ‘한류(Hallyu)’를 필두로 대박, 애교, 먹방, 한복, 만화 등등, 한국어 단어를 대거 추가했다. 한국을 나타내는 접두사 ‘K-’도 포함되었다. 옥스포드 사전이 이 소식을 전하며 올린 글 제목이 말 그대로 대박이다. “Daebak! The OED gets a K..

*'한국인은 노래하지 않는다'는 핀커스 주커만의 '망언'으로 들썩하던 때가 지난해 여름이었다. 내가 이 취재파일을 쓴 이후, SBS 뉴욕 특파원 김종원 기자가 당시 마스터클래스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를 직접 만나고 음악가들의 제보로 알려진 핀커스 주커만의 또다른 망언까지 취재해 보도했다. 사실 아래 글에서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얘기는 맨 마지막 문단에 있다. 핀커스 주커만의 망언에 분개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나는, 우리는 과연 인종주의적 편견, '문화적으로 둔감한' 언행에서 얼마나 자유로운가? 6월 25일 뉴욕의 줄리아드 음악학교에서는 바이올린의 거장 핀커스 주커만이 지도하는 온라인 마스터클래스가 열렸습니다. 핀커스 주커만은 이스라엘 출신의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지휘자이죠. 한국의 클래식 ..

*지난해 국립오페라단 '나부코' 공연을 보기 전에 썼던 SBS취재파일이다. 이 글에서는 공연이 기대된다고 썼는데, 정작 공연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연출가가 한국인의 한을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했는데, 그게 무대 전면에 커다랗게 '한'이라는 글자를 써놓는 거였다니.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 나올 때 수많은 '소녀상'을 무대에 등장하는 걸 보고는 정말 놀랐다. 작품을 모방했다는 얘기를 들을까봐 그랬는지 앉아있는 소녀가 아니라 서있는 소녀였지만 그 '소녀상'을 염두에 뒀다는 건 분명해 보였다. 왜 갑자기 여기서 소녀상이 튀어나오는 거지? 광복절 즈음에 열린 공연이라 굳이 그런 연출을 했을까. 외국인 연출가가 뭔가 한국적인 것을 쓰고 싶어한 것 같은데, 공감이 되기는커녕 약간 어이가 없었다. 그래도 오페라 '나..

*요즘 문화계에서는 화이트리스트가 문제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문화기관장, 예술단체장 인사를 보면 정말 한숨이 나온다. SBS 취재파일로 썼던 글이다. 강남에서 마곡으로 이전을 앞두고 있는 LG아트센터는 공연 애호가들이 사랑하는 공연장입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초연 공연장으로 한국 뮤지컬 산업화에 기여했고, 공연 시장을 선도하는 해외 화제작들을 한국에 소개했고, 이자람의 억척가, 연극 코러스 오이디푸스 등 자체 제작 공연들은 해외에서도 호평 받았습니다. 마곡 이전으로 새로운 전환기를 맞는 LG아트센터의 새 대표로 LG아트센터 평사원으로 입사해 지금까지 일해온 이현정 씨가 발탁됐습니다. 이현정 씨는 1996년 평사원으로 입사해 LG아트센터 개관을 준비했고, 개관 이후 공연기획팀장, 공연사..

2021년에 본 공연들을 결산하고 싶어졌다. 지금까지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일이다. 한 동안 공책에 공연 티켓을 붙여 모았었는데, 몇 년을 모았던 그 티켓 스크랩북을 잃어버렸다. 프로그램 북도 모았었지만 요즘은 별로 미련이 없다. 쌓아놓고 한 번도 다시 들여다 보지 않을 거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블로그에 기록으로 남겨 정리하면 될 것 같다. 공연 전 장르를 다 맡고 있지만, 장르별 주요 공연을 다 보는 건 불가능하다. 예전에는 욕심을 부려 여기저기 쫓아다녔고, 공연 수도 그리 많지 않았지만, 이제는 공연 건수가 너무 많아졌거니와 체력도 따라주지 않는다.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공연 보는 게 일이 되면 피곤하고 힘들어진다. 보고 싶은 공연이라도 인연이 닿지 않으면 애를 써도 못 보고, 별 ..

2022년 1월 1일. 새해 첫 날 근무다. 2021년은 코로나 확진으로 거하게 '액땜'하며 마무리했다. 블로그에 재택 치료 기간 날마다 일기를 썼지만, 다음은 SBS 취재파일로 쓴 '코로나 확진과 재택치료' 종합편이다. ------------------------------------------- 12월 14일 오전에 받은 문자 메시지에 쿵! 가슴이 내려앉았습니다. 코로나 확진이라니요. 주변에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고 검사는 여러 차례 받았지만, 부스터샷도 일찌감치 맞았고, 마스크도 열심히 잘 쓰고 다녔고, 제가 확진자가 될 거라고는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12월 15일 0시 기준 국내 발생 신규 확진자 7,828명 중에 저도 있었던 거죠. SBS 보도국 기자 1호 확진자? 확진 통보를 받고서..

12월 21일. 아침에 체온과 산소포화도 측정하니 정상 범위다. 24시간 동안 해열 진통제를 안 먹었지만 열이 나지는 않았다. 목이 칼칼하고 아직 부어있는 느낌이지만 아플 정도는 아니다. 곧이어 재택치료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오늘 낮 12시에 격리가 해제된다고 한다. 지난주 월요일 코로나 검사 받았고 화요일 아침 양성 통보, 그리고 격리와 재택치료. 그간의 일들이 순식간에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보건소에서 오늘 낮 12시부로 격리가 해제된다는 문자를 보내줬다. 12시 이후에 생활치료센터 앱, 그리고 자가격리보호 앱도 삭제하란다. 삭제 버튼을 누르는데 그게 뭐라고 통쾌했다! 오후 늦게 격리 해제 확인서도 도착했다. 이제부터 일상 생활이 가능하다. 검사를 받을 필요도 없다. 검사를 지금 받아봤자 계속 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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