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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1일. 새해 첫 날 근무다. 2021년은 코로나 확진으로 거하게 '액땜'하며 마무리했다. 블로그에 재택 치료 기간 날마다 일기를 썼지만, 다음은 SBS 취재파일로 쓴 '코로나 확진과 재택치료' 종합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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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검사 양성 통보 문자메세지 

1214일 오전에 받은 문자 메시지에 쿵! 가슴이 내려앉았습니다. 코로나 확진이라니요. 주변에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고 검사는 여러 차례 받았지만, 부스터샷도 일찌감치 맞았고, 마스크도 열심히 잘 쓰고 다녔고, 제가 확진자가 될 거라고는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12150시 기준 국내 발생 신규 확진자 7,828명 중에 저도 있었던 거죠. 

SBS
보도국 기자 1호 확진자? 확진 통보를 받고서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이런 거였어요. 나 때문에 또 확진자가 나오면 어떡하지? 며칠간 만났던 회사 동료와 취재원, 가족과 지인들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렸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SBS 보도국 내에서 저보다 먼저 확진 판정을 받은 기자가 있었더라고요. ‘1호 확진자의 타이틀은 제 것이 아니었습니다. )

 
근무하는 부서에는 보건의료 담당 기자들도 있어서 동료들이 날마다 코로나 관련 기사를 쓰는 걸 보아왔습니다. 정말 일손이 없을 때는 공연 담당 기자인 저까지 코로나 기사를 쓴 적도 있습니다. 이왕 제가 확진자가 된 마당에, 제 경험을 기록해 볼까 합니다. 기자는 기록하는 사람이니까요.

 1.
증상 발현, 검사에서 확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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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토요일.
콧물과 코막힘 증상. 원래 비염을 달고 살았기 때문에 날씨가 추워져서 그런가 하고 가볍게 넘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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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일요일.
콧물과 코막힘 계속, 재채기와 두통도 시작. 열은 없음. 휴일 근무일이라 오전에 회사 출근. 하루 종일 컨디션 저하. 저녁에 귀가해 체온을 측정하니 37.5도로 약간 높아짐. 혹시 모르니 PCR 테스트를 받아야겠다 생각. 밤새 감기 증상 더 심해지고 불안까지 겹쳐 잠을 이루지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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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월요일.
콧물 코막힘 재채기 두통 외에 인후통 시작. 처음 갔던 선별진료소는 결과 나오는 데 48시간 걸린다 해서, 결과가 당일에 나온다는 다른 곳을 찾아가서 두 시간 반 기다려 검사 받음. 귀가해 기다리다가 저녁 6시쯤 재검사 중이니 대기하라는 문자 받음. 밤이 되자 체온이 37.3도로 다시 조금 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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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화요일
불안해서 새벽에 여러 번 깸. 증상은 전날과 비슷. 아침에 코로나 양성 통보 문자. 검사지 보건소에서 먼저 전화해 동선 확인하고 주소지 관할 보건소로 이관하겠다고 함. 주소지 관할 보건소 연락은 밤늦게 받음. 증상은 계속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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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수요일.
재택치료 통지서 받음. 구청에서 보내준 건강관리키트 도착. 생활치료센터 어플과 자가격리보호 앱 설치.

2,
코로나 증상, 발열로 시작하진 않았다.  

 
콧물이 나기 시작한 11일이 첫 증상 발현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엔 코감기 증세였고 열은 없었는데, 12일 밤부터 체온이 약간 올랐습니다. 감기약을 복용하니 13일부터는 체온이 정상 범위로 돌아왔습니다. 맥박과 산소포화도는 매일 안정 범위를 유지했습니다.
 
저는 코로나 증상이 딱 코감기 같아서 구별하기 어려웠습니다. 오미크론인지 델타인지 확인해 주지는 않았는데, 증상으로 봐서는 델타인 것 같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오미크론 감염의 경우 14일간 격리하는데 저는 10일이었으니 오미크론은 아닙니다. 심하게 아프지는 않았고, 감기 몸살 며칠 앓는 정도로 지나갔습니다.
 
코로나 특유의 증상이라는 미각 후각 손실은 첫 증상 발현부터 1주일 후인 18일부터 나타났습니다. 미각 후각 손실은 이틀 정도 지속되다 회복되기 시작했는데, 후각은 지금까지도 완전히 돌아오진 않았습니다. 저희 집 고양이 화장실 청소할 때 아직 별 냄새가 느껴지지 않거든요.

3.
격리와 재택치료

저는 고위험군이 아니고, 가족들이 가 있을 곳이 있어서, 혼자 재택치료를 하게 되었습니다. 확진 다음날인 15일에 재택치료 메뉴가 포함된 생활치료센터 앱을 깔고 재택치료 전담 병원을 통보 받았습니다. 앱에 처음 로그인할 때 에러가 발생해서 바로 사용하진 못했습니다. 고쳐달라고 보건소에 수십 번을 전화해도 연결이 잘 안 되더라고요.
 
재택치료 앱에는 증상과 함께 맥박, 산소포화도, 체온을 하루 2회 기록해야 합니다. 자가격리자 보호 앱도 별도로 깔았는데, 역시 체온과 발열 호흡기 증상 여부를 기록해야 합니다. 이미 재택치료 앱으로 하고 있는데, 중복이라는 느낌도 들었어요.

구청에서 보내준 건강관리키트 구성품 


 
건강관리키트에는 체온계와 산소포화도 측정기, 소독제, 종합감기약과 진통제가 들어있습니다. 산소포화도 측정기에 문제가 있어서 치료 시기를 놓친 사례가 보도되기도 했지만, 제가 받은 건 괜찮았어요. 아 참, 다른 사람들 인증샷으로 많이 봤던, 자가격리자를 위한 구호 식품 상자도 받았습니다.
 
재택치료 기간 동안 병원 담당자가 증상 확인 전화를 정기적으로 걸어오는데, 증상이 악화되거나 약이 더 필요한 경우 의사의 비대면 진료를 신청합니다. 저는 약 처방을 위해, 그리고 미각 후각 손실 증상이 처음 나타났을 때, 두 차례 비대면 진료를 했는데요, 신청하고 나면 조금 있다가 의사가 전화를 걸어오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처음엔 건강관리키트에 들어있는 종합감기약(처방 없이도 살 수 있는 약)으로 버티다가, 첫 비대면 진료로 약을 처방 받았습니다. 비대면 진료 당일 밤 늦게 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지은 약이 집에 배달됐습니다. 코감기와 목감기 증상 호전을 위한 약이었습니다.
 
약도 약이지만, 푹 쉬면서 면역력을 키워서 바이러스를 이겨내는 게 치료였어요. 삼시세끼 잘 챙겨 먹으려고 애썼습니다. 밀키트가 요즘 잘 나와서 편리하더라고요. 미각 후각이 없어졌을 땐 김치는 사각사각, 두부는 물컹물컹, 식감만 느껴져서 너무 이상했지만, 그래도 꾸역꾸역 먹었습니다. 매일 밥 해먹고 환기하고 청소도 열심히 했습니다. 고양이 덕분에 그리 외롭지는 않았습니다.
 

자가격리자 구호물품 


4.
동선과 감염경로 체크, 코로나 병상

 
저는 어디서 감염됐는지 모릅니다. 밥 먹을 때 빼고는 마스크를 벗지 않았으니, 식당에서 누구인지 모를 무증상 감염자에게 옮지 않았을까 짐작할 뿐입니다. 동선 체크한 보건소 담당자도 저한테 어디서 옮은 것 같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사실 제가 어디서 옮았는지보다는 제가 누구한테 옮기지 않았을까, 이게 더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코로나 검사를 받을 때부터, 제가 아픈 것보다 그게 걱정이었습니다. 공연 담당 기자인 저는 공교롭게도 그 주에 평소보다 공연계 취재원을 많이 만났고, 공연도 보러 갔거든요. 
 
증상이 나타나기 이틀 전부터(감염 위험이 있는 기간) 접촉한 취재원, 회사 동료와 가족에게 혹시 모르니 검사를 받아보라고 알렸습니다. 공연장에도 연락했는데, 혼자 보러 가서 마스크를 한번도 벗은 적이 없고 제 주변 좌석이 비었던 것으로 확인돼서 2차 감염 우려는 없는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와 접촉한 사람 중 감염되거나 격리된 사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저 때문에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려야 했으니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밀접 접촉자 중에 맨 마지막으로 어머니가 2차 검사까지 음성이 나왔다고 했을 때 비로소 마음을 놓았습니다. (요즘은 밀접 접촉자라고 다 격리하는 건 아닙니다. 밀접 접촉자라도 증상이 없고 백신 접종 완료자라면 1차 검사에서 음성이 나올 경우 수동감시대상이 되어 기본적인 일상 생활은 가능하고, 접촉 6~7일차 2차 검사에서도 음성이 나오면 수동감시대상해제입니다.)
 
코로나 발생 초기처럼 동선을 샅샅이 훑고 무조건 폐쇄하고, 이런 식으로 진행되지는 않습니다. 백신 접종 비율이 높고, 날마다 수천 명씩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는 그럴 여력도, 필요도 없어 보이고요. 기본적으로는 진술을 바탕으로 밀접 접촉자를 분류하고 이에 대한 조치를 하는 것 같습니다. (QR 체크와 신용카드 사용 내역까지 확인해 조치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예전 확진자들은 주로 사용하는 신용카드와 얼굴 사진을 찍어 보냈다고 하는데, 저는 그런 절차가 없었습니다.)
 
확진자 급증에 따른 업무 과중으로, 밀접 접촉자를 분류하고 지침을 통보하고, 이런 절차들이 신속하게 진행되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보건소에 수십 번을 전화해도 연결이 잘 안 되었고요. 답답하기도 했지만 밤늦게 보건소 담당자한테 전화 오는 걸 보니 이 분들도 고충이 많겠구나 싶었어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인 지인 얘기를 들으니 직무 상관없이 코로나 관련 업무에 동원돼서 다들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병상 치료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병상 부족을 실감할 기회도 있었습니다. 미각과 후각 손실 증상이 처음 나타났을 때 덜컥 겁이 나서 비대면 진료를 해주는 의사 선생님한테 코로나 치료제인 렉키로나를 맞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물었는데요, 저는 경증이라 맞을 필요도 없거니와, 치료제가 필요한 중증 환자라도 지금은 병상이 없어서 며칠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렉키로나는 발병 초기에 처방해야 효과가 있다고 하던데, 제가 만약 중증이었다면 어땠을까요. 너무 답답하고 암담한 상황이잖아요. 

 5.
격리 해제

코로나 확진자는 증상이 있었을 경우는 증상 발현일로부터 10, 증상이 없었을 경우는 확진일로부터 10일을 격리해야 합니다. (오미크론 감염의 경우 14일이었는데, 다음주부터는 10일로 통일됩니다) 물론 10일이 지났어도 증상이 심각하면 더 격리해야 하지만, 저는 열이 없고 증상도 많이 나아져서 재택치료를 끝냈습니다. 11일을 증상 발현일로 봐서, 21일 낮 12시에 공식 격리 해제 통보를 받았습니다.

격리해제 통보 문자메시지 


 
코로나 검사로 음성을 확인해야 하는 거 아닌가 궁금했는데, 바이러스 찌꺼기가 남아서 당분간 계속 양성으로 나오니 검사 받을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격리를 해제하는 건 전염력이 없어진 것으로 보기 때문이랍니다. 격리 해제 후에도 증상이 좀 남았고 스스로도 더 조심하고 싶어서 며칠 더 휴가를 내고 집에 머물렀습니다. 저는 격리 기간에 유급 휴가를 받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생활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다고 합니다.
 
격리 기간에 제가 배출한 쓰레기는 모두 소독해서 격리 해제되고 72시간이 지난 후에 버릴 수 있습니다. 이 쓰레기를 버리면서 비로소 진짜 해방됐다는 느낌이 오더라고요.

 6.
그래도 백신!

 
부스터샷도 맞았는데 코로나에 걸렸다고 하니, 백신이 소용 없는 것 아니냐 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부스터샷을 맞았기에 이 정도로 지나갔다고 생각합니다. 기침이나 호흡 곤란 같은 호흡기 증상은 없었고요. 독감 백신 맞는다고 다 독감에 안 걸리는 건 아니잖아요? 독감에 걸리더라도 가볍게 앓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거죠.
 
부스터샷을 맞았기에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 불안감도 덜했습니다. 백신 접종자는 남에게 전염시키는 정도도 미접종자보다 현저히 떨어진다고 합니다. 또 저와 밀접 접촉한 사람들도 다 백신 접종 완료자였어요. 그래서 2차 감염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코로나에 걸렸다고 하니 주변에서 많이 했던 말이 복불복이었습니다. 이제 누구나, 어디서나 감염될 수 있는 상황이니 운이 나빴다고 할 수밖에요. 저는 아직도 사람 만나는 게 조금 두렵습니다.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겠습니다. 그래도 돌파 감염자에게는 강력한 항체가 생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니 조금 위안이 됩니다.

 
만독불침 금강불괴의 몸이 된 걸 축하한다!”

어떤 독도 침범할 수 없고, 금강석처럼 그 무엇으로도 파괴할 수 없는 몸. ‘금강불괴는 원래 원적 후에도 몸이 썩지 않을 정도로 수행이 최고 경지에 이른 것을 뜻하는 불교 용어이지만, 무협소설에서는 무술 수련으로 몸이 금강석처럼 단단해진 초절정고수를 뜻합니다. 업무 복귀 후 회사에서 마주친 선배가 저한테 해준 덕담에 웃음이 나왔습니다.

7.
코로나와 함께 하는 일상


2021
년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지난해 이맘때에는 코로나 종식을 새해 소망으로 많이 언급한 것 같은데, 1년이 지난 지금, ‘코로나 종식을 얘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전염력 높지만 증상은 가볍다는 오미크론 변이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코로나와 함께 하는 일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 같습니다.
 
저는 돌파 감염자로 코로나를 감기처럼 앓고 지나갔지만, 그렇다고 가볍게 볼 수는 없습니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아무리 가벼운 증상이라도 격리 등 사회적 비용이 큽니다. 또 코로나 중증 환자도, 사망자도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섣부른 희망도 금물이지만, 비관할 필요도 없습니다. 코로나 초기에 비하면 우리 인류는 이 바이러스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고, 맞설 수 있는 무기도 많이 갖고 있으니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환자들, 의료진과 방역 업무 종사자 분들께 따뜻한 응원 보내드립니다.    

 2022
년에는 다시 문화예술 소식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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