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22년 6월 22일. SBS뉴스 취재파일로 쓴 글. 임윤찬의 말 중에는 정말 '인구에 회자된' 발언이 많았다.
-------------------------------------
클래식 음악 콩쿠르의 결과가 이렇게 화제가 된 적이 있었을까요. 18살 임윤찬이 우승한 반 클라이번 콩쿠르 얘기입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한 임윤찬의 결선 영상은 하루 만에 유튜브 조회수 100만 뷰를 넘어섰고, 그의 출연이 예정된 국내 연주회는 모두 순식간에 표가 동났습니다. 콩쿠르는 끝났지만 관련 기사들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스승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손민수 교수에게도 인터뷰 요청이 쇄도한다고 하고요. 클래식 음악계가 대중의 관심에 목말랐던 게 사실이니 이런 상황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론 '산에 들어가서 피아노만 하고 살고 싶다'고 할 정도로 음악만 생각하고, 스스로 '아직 배울 게 많은 학생'이라는 임윤찬이 너무 뜨거운 관심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 결과 발표 전에 현지 기자들이 참석했던 임윤찬의 기자간담회 영상을 뒤늦게 다 봤습니다. 당일엔 바쁘게 기사 쓰느라 이 영상을 다 보지는 못했었거든요. 임윤찬이 어떤 연주자인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커리어에 대한 야망은 0.1%도 없고, 자신은 아직도 공부할 게 많고, 음악 앞에선 모두가 학생이라는 그의 이야기, 정리해봤습니다.
"마린 알솝과 협연, 꿈꾸는 것 같다"
Q. 지금 여기까지 오시게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두 가지 질문인데요. 우선 지휘자 마린 알솝하고의 경험은 어땠는지, 그리고 그렇게 짧은 시간에 오케스트라하고 어떻게 그렇게 단합된 퍼포먼스를 하실 수 있었는지 질문을 드립니다.
A. 일단 마린 알솝 제가 처음 본 계기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지휘하시는 것을 제가 굉장히 어렸을 때 처음 봤고, 그래서 저는 이 자리에서 연주하게 된 것이 굉장히 꿈꾸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 위대한 협주곡 세 개를 하면서 제가 먼저 오케스트라 단원분들에게 마음을 여니까 오케스트라 단원분들이 저에 맞춰줘서, 더 음악에 빠져서 연주를 할 수 있었어요.
Q. 해외에서 공부할 계획은?
A. 저는 지금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지만 언젠가 나가야 되지 않을까 고민을 하고 있는데 아직 저에게는 한국에 정말 위대하신 선생님(한국예술종합학교 손민수 교수)이 있기 때문에 이 콩쿠르 이후에 선생님과 얘기를 해봐야 될 것 같아요.
Q. 처음에 어떻게 음악을 하게 됐고 누가 영향을 미쳤는지, 음악적 아이덴티티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누구의 영향 받았는지?
A. 제가 피아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저희 아파트 상가에 피아노 학원이 있었는데, 제 친구들은 모두 예를 들어서 태권도 학원을 다니는데 저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서 저도 뭔가 해보고 싶어서 일단 피아노 학원에 가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이 음악이 굉장히 좋아졌고,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음악적 아이덴티티 질문에 대해서는 일단 제 선생님이 저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쳤고, 그리고 옛날 예술가들도 보면 항상 그 주위에 위대한 예술가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 예술가가 빛을 볼 수 있었다고 생각을 해서, 제 친구들도 저에게 굉장한 영향을 줬어요.
"커리어에 대한 야망은 0.1%도 없다"
Q. 커리어 야망이 있는지, 여기서 메달을 딴 게 자신의 야망을 성취하는데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A. 저는 약간 다르게 음악만을 위해서 살아왔기 때문에 제 꿈은 사실은 모든 것을 다 버리고서 그냥 저기 산에 들어가서 피아노만 하고 사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제가 수입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하고는 있는데, 저는 커리어에 대한 야망은 0.1%도 없는 사람이고, 이 콩쿠르를 나온 이유는 단지 제가 내년에 한국에서 성인이 되는데, 성인이 되기 전에 제 음악이 얼마나 성숙해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서 나온 거지 어떤 돈을 벌거나 커리어의 도약을 위해서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저는 콩쿠르의 등수와 상관없이 앞으로 또 공부해야 할 것이 많기 때문에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Q. 준결선에서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전곡 왜 선택했는지, 그리고 그걸 연주하기 위해 특별한 연습을 하셨는지?
A. 사실 이 곡은 작년에 리사이틀의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어떤 프로그램을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아무도 흔하게 도전하지 않는 리스트의 곡을 하고 싶어서 고르게 되었는데, 제가 그 이후에 이 콩쿠르 참가 접수를 하게 되어서 세미 파이널 리사이틀이 60분인데 그것도 60분이어서 그냥 이 곡을 치면 괜찮겠다 싶어서 이 곡을 하게 됐습니다.
새벽 4시까지 마음껏 연습한 게 하이라이트
Q. 여기 오신 다음에 어떤 특별한 경험을 하셨는지 하이라이트 몇 가지만 말씀해주시면? 예를 들어 새로운 음식을 맛봤다거나 새로운 피아니스트 친구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던가…
A. 아마도 하이라이트가 없었던 이유는 제가 하루에 거의 12시간씩 연습을 했기 때문에 어디 돌아다니거나 음식을 맛볼 기회는 없었던 게 사실이긴 하지만, 굉장히 제 호스트 패밀리한테 고마웠던 점은 제가 새벽 4시까지 연습을 했는데, 주무셔야 하는데 항상 괜찮다고 하시고, 제가 연습하면 제 연습하는 음악에 반응해 주시고 했는데요, 사실은 그게 제가 여기 있을 때 경험했던 가장 큰 하이라이트에요. 왜냐하면 한국에선 제가 아파트에 살아서 새벽 4시까지 연습하면 큰일 나기 때문에 그게 가장 큰 하이라이트였던 것 같아요. (*그의 호스트 패밀리는 수상자 발표 순간 옆자리에 앉아있었습니다. 자기 일처럼 감격하던 이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Q. 하루에 몇 시간이나 연습을 하시는지?
A. 하루 몇 시간이라기보단, 그냥 하루 종일 연습을 하고.
Q. 초등학교 땐 몇 시간 정도?
A. 초등학교 때는 한 5시간 정도 했던 것 같고, 중학교(예원학교) 들어가서는 제가 통학 시간이 굉장히 길었기 때문에 집에 저녁 한 7시 정도에 집에 왔었어요. 그래서 한 새벽 2시까지 연습했으니까 6시간 7시간 정도 했고.
"나는 굉장히 부족…음악 앞에서는 모두가 학생"
Q. 내가 어느 정도 하는지 확인을 해보고 싶어서 여기 왔다고 했는데, 어젯밤 연주를 마치고 나서 이제 본인이 어느 정도 위치라고 생각하는지?
A. 사실은 클라이번 콩쿠르 모든 무대에서, 연습했던 거의 한 30% 정도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왜냐하면 제가 연습 때는 더 잘 쳤었기 때문에, 그래서 굉장히 아쉬운 마음이 한쪽에 있어요. 저는 굉장히 부족하다고 생각하고요. 저는 아직도 음악 앞에서는 모두가 학생이기 때문에 제가 어느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더 배우고 싶은 마음이 오히려 더 큰 걸 콩쿠르를 통해서 느끼게 됐습니다.
'방송 취재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취재파일]임윤찬은 특별한 음악가...차분히 지켜봐주세요 (0) | 2022.07.27 |
---|---|
[취재파일]임윤찬에게 피아노 치는 건 '도 닦기'와 같다 (0) | 2022.07.27 |
[취재파일]덴마크 왕립 오페라 동양인 첫 종신단원 고경일 (0) | 2022.07.19 |
[취재파일]우승하고 심란하다는 임윤찬 "만족하는 순간 위험" (0) | 2022.07.19 |
[취재파일]아카데미상과 백상예술대상의 '사랑합니다' 수어 (0) | 2022.07.19 |
- Total
- Today
- Yesterday
- facebook.page-SBS 김수현 기자의 커튼콜
- 김수현 옛 블로그
- 단 한번 아름답게 변화하는 꿈
- 여강여호의 책이 있는 풍경
- machination
- 산딸기 오믈렛 :: 네이버 블로그
- 포르테피아노토피아
- 내 기억 속의 공화국
- 바람의 영토
- 기억의 비늘 by 새알밭
- 파아란 영혼
- 산하 블로그
- 꽃내음님 블로그
- 바테스의 파편들
- 문학수 선배 블로그
- 남상석의 호연지기(浩然之氣)
- ringcycle(강일중선배)님의블로그
- 존재하지 않는 책들의 서문과 후기들(람혼)
- 작곡토끼의 전위적 일상
- 김홍기의 패션의 제국
- THE House Concert
- VentureSquare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날마다 적는 블로그(심영구 기자 블로그)
- 싫어 또는 실어(노순택)
- indizio
- Comments for 최유준의 웹미디어
- 하늘아래뫼
- 이정환닷컴!
- 글 목록 :: KKwak's Blog
- 더키앙(정덕현)
- 구자범
- 문화정책 리뷰
- 보보경심
- 코로나재택치료
- 방탄소년단
- 임윤찬
- 반클라이번콩쿠르
- 리처드 용재 오닐
- 종한량
- 구자범
- 해의만
- 푸른 눈의 국악원로
- 랑랑
- 국립발레단
- 김수현기자
- 이자람
- 랑야방
- 억척가
- 코로나증상
- 문화부 기자
- 서울시향
- 국립오페라단
- SBS취재파일
- 환락송
- 중드
- 국립극단
- 사천가
- 조수미
- 정명훈
- 중국드라마
- 온라인공연
- BTS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