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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예술대상은 TV나 영화만큼 관심이 집중되지는 않지만, 연극 부문도 시상한다. 올해 백상예술대상 연극 여자연기상 부문에선 의미 있는 기록이 하나 나왔다. 비록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배우 박지영 씨가 농인 배우 사상 처음으로 연기상 후보에 오른 것이다.
윤여정 배우가 시상한 아카데미상 남우조연상 수상자는 농인 배우 트로이 코쳐였다. 그는 아카데미상 사상 두번째 농인 배우 수상자였다. 그가 출연한 '코다'는 청각장애인 가족의 이야기였고, 농인 극단 출신의 농인 배우들이 출연했다.
농인은 청각장애인 중에 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상대어는 음성언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청인'이다. 요즘은 장애를 중심에 놓은 장애인-비장애인 구분보다, 사용 언어를 중심에 놓고 농인-청인 구분을 많이 쓴다.
한국에도 농인극단과 농인 배우들이 있다. 사실 한국 현실은 아직 열악하다. 농인 캐릭터를 청인 배우에게 연기하게 하고(모르던 외국어를 익혀서 마치 모국어처럼 연기하게 하는 것과 같다), 농인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공연을 하면서도 농인 관객을 고려한 자막이나 수어통역은 지원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국공립단체 중심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공연이 늘고 있고, 장애인 예술가들의 활동이 많이 활발해졌다.
이것은 어쩌면 실패담, 원래 제목은 인투디언노운(미지의 세계로, 엘사아님)_사진 출처 국립극단


국립극단은 올해 장애를 테마로 한 공연을 시리즈로 선보여왔다. 이 중 하나인 '이것은 어쩌면 실패담, 원래제목은 인투디언노운 (미지의 세계로, 엘사 아님)'은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농인과 청인이 공연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려낸 '다큐멘터리' 연극이다. 이 공연에 출연한 농인예술단체 핸드스피크 소속 배우 박지영 씨가 농인 최초 연기상 후보에 오르고, 이 공연 연출가 김미란 씨가 백상예술대상 젊은연극상을 받은 것은 그래서 의미있는 변화를 보여주는 움직임이다.

금요일 밤에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이 끝나니, 다음날인 토요일에 박지영 씨가 수상을 하든 안 하든 기사를 내려고 준비해왔다. 하지만 토요일인 어제 뉴스 시간이 짧아서 빠졌고, 오늘은 나가려나 했는데 또 빠졌다. 이 기사보다 엄청나게 중요한 뉴스들이 엄청나게 많은 날인가 보다. 이러다가 언제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문화 기사부터 관성적으로 제일 먼저 빠지는 게 하루 이틀 된 일도 아닌데, 아직도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마음을 다친다. 얼마 전에도 한국방송기자상 수상 소감을 '백톱의 설움을 딛고'라고 썼었는데, 이 '설움'을 딛고 일어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 힘이 쫙쫙 빠진다. 정치부에서, 사회부에서 일할 때는 겪지 않았던 일들이다. 앞으로도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https://www.youtube.com/watch?v=di859L4HM6Y

연극 '코멘터리'_출처 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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