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바이러스’ 드라마가 뜨면서 ‘~마에’라는 명칭이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해졌다. 김명민 씨가 맡았던 까칠한 지휘자는 극중 성이 강씨라서 ‘강 마에’로 불렸다. ‘마에’는 ‘마에스트로’를 줄여서 부르는 말. ‘마에스트로(maestro)는 ‘거장’이라는 뜻으로 오케스트라 지휘자나 작곡가에 대한 경칭으로 많이 쓰인다. 그런데 ‘마에스트로’는 남성형이다. 그럼 여성 지휘자는 뭐라고 부르나? 바로 ‘마에스트라(maestra)’다. 사실 서양에서도 클래식 음악계는 굉장히 보수적이고 여성들에게 벽이 높았다. 빈 필하모닉은 오랫동안 여성 단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단원들도 그런데 지휘자는 말할 것도 없다. 지휘자는 오케스트라 100여 명의 단원들을 통솔해 자신의 원하는 음악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
여러 차례 이어진 커튼콜과 기립박수. 공연이 끝났는데도 내 눈시울은 한동안 젖어있었다. 흥분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자람의 판소리 브레히트 . 이 공연을 볼 수 있었던 게 고맙다. 브레히트의 을 바탕으로 이자람 씨가 직접 대본 쓰고 작창하고 연기까지 했다. 중국의 삼국지 시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생존을 위해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여인의 이야기다. 이 여인은 김순종에서 김안나, 김억척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아이 셋을 데리고 달구지에 온갖 물건 싣고 전쟁터를 좇아다니는 '전쟁상인'으로 살아간다. 권력자들은 좀 더 많은 권력을 얻기 위해 전쟁을 벌이지만, 민초들에게는 생존 자체가 하나의 전쟁이다. 억척네가 전쟁터를 돌면서 그악스럽게 아귀다툼 하듯 사는 이유는 자식들과 함께 살아남기 위한 것. 잡혀간 둘째..
어제 MBC 뉴스데스크를 모니터하다가 눈을 의심했다. K팝 인기 비결을 분석해 준다더니, '완벽한 신체를 가졌다는' 소녀시대 9명의 춤동작이 한 사람이 하는 것처럼 일사불란하다며 다리 각도까지 CG로 표시해 가며 설명해 준다. 해외 안무가와 작곡가를 영입했다는 얘기(수없이 나왔던)를 하면서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외국인 이름과 얼굴까지 친절하게 보여준다. 2분 반이나 되는 '집중취재' 기사였다. 내가 다니는 회사와 경쟁사지만 MBC 뉴스를 좋아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MBC 뉴스에서 실소를 자아내는 기사를 자주 보게 된다. MBC 뉴스데스크가 '생활밀착형 연예정보뉴스'가 됐다고 하는 네티즌들의 비판을 보며, 경쟁사 뉴스가 망가져서 고소하다고 생각했다기보단, 정말 안타깝고 슬펐다. '연예뉴스 권하는 사회'..
얼마 전 '나도 '예술 후원' 해 볼까?'라는 제목의 포스트(http://curtaincall.tistory.com/entry/%EB%82%98%EB%8F%84-%EC%98%88%EC%88%A0-%ED%9B%84%EC%9B%90-%ED%95%B4-%EB%B3%BC%EA%B9%8C)에서 문화예술위원회의 크라우드 펀딩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크라우드 펀딩 2차 프로젝트가 오늘부터 시작됐다. 2차 크라우드 펀딩 대상자는 서울발레시어터와 행복나무 오케스트라. 서울발레시어터는 의 홈리스 판매원들과 함께 발레 '호두까기 인형'을 오는 12월 공연할 예정이고, 행복나무 오케스트라는 불우청소년 장학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다음달 예술의전당에서 음악회를 연다. 이번 펀딩 목표액은 1,000만원이다. 기부액은 자유. http..
피아노 학원 등록 두 달이 지났다. 이번달엔 연습만 세 번 가고 레슨은 한 번도 받지 못했다. 석달째 등록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했는데, 주변에 등록하지 말라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그래도 등록해 놓으면 돈이 아까워서라도 한 번이라도 더 치게 된다며. 결국 계속 가보기로 했다. 피아노는 너무나 정직하다. 아무리 예전에 많이 쳤던 곡이라도, 조금만 손을 놓고 있으면 금세 표가 난다. 3년 전 영국연수 시절 쳤던 곡을 어제 다시 쳐보려다가 완전 좌절했다. 다시 치려니 또 처음 치는 곡 같다. 억울해 억울해. 그래도, 왕도는 없다. 계속해서 치는 수밖에.ㅜ.ㅜ
***얼마 전 푸른 눈의 국악원로 해의만 선생을 인터뷰하고, 역시 귀화 외국인으로 한국 예술계에 큰 발자취를 남긴 로이 토비아스, 한국명 이용재 선생을 떠올렸다. 그는 한국 발레의 큰 스승이었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쯤 했던 마지막 인터뷰는 공들여 했던 만큼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인터뷰다. 클럽발코니 매거진과 졸저 '나도 가끔은 커튼콜을 꿈꾼다'에 실었던 글을 다시 올려본다. 기자로 일하면서 참 많은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가 취재의 알파요 오메가라지만, 사실은 구색 맞추기 인터뷰, 의례적인 인터뷰를 위해 잠깐 스치듯 만난 사람들도 많다. 이런 경우는 인터뷰 대상이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라 해도 별다른 감흥이 없다. 그러나 공들여 인터뷰했던 사람들에 대해서는 세월이 지나도 기억이 생생하고, 개인적으로..
초등학교 1학년 둘째가 토요일 백조의 호수 리허설을 보고 나서 그린 그림. 객석 한 줄에 쭉 사람들을 앉혀놓고는 '엄마, 검정이 나쁜 애야?' 하고 묻고, 내가 '응. 그래' 하고 대답하는 장면을 그렸다. 둘째는 흑조가 나오는 2막이 훨씬 재미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백조들이 빙빙 도는 장면은 지겨웠다고. "백조들이 왜 계속 뛰어다니는지 모르겠어' 하면서. 둘째는 일요일에도 '백조의 호수' 보러 가고 싶다고 했는데, "어제 다 봤는데 같은 걸 또 보고 싶어?" 했더니, 대답이 걸작이다. "어? 똑같은 거야? 난 또 백조랑 왕자랑 결혼하고 나서 얘기가 나오는 줄 알았지." 국립발레단에 '백조의 호수' 2편 만들어 달라고 해야겠다. '
토요일 발레 '백조의 호수' 리허설을 봤다. 제 1회 대한민국 발레축제 개막작인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는 원래 일요일 하루 공연인데 본 공연을 볼 형편이 안돼서, 양해를 구하고 아이들까지 데리고 가서 공연 직전 리허설을 본 것이다. '백조의 호수'는 참 여러 번 본 작품이지만, 봐도 봐도 지루하지 않다. 이번 공연에는 김지영 씨가 백조 오데트와 흑조 오딜을, 정영재 씨가 지크프리트 왕자 역을 맡았다. 김지영 씨는 이탈리아 공연을 다녀오더니 더 살이 빠졌다. 가까이서 보면 너무 말라서 안쓰러울 정도인데, 무대에서 뿜어내는 포스는 대단했다. 그녀의 백조는 가슴을 아리게 했고, 그녀의 흑조는 옆에서 보던 딸이 헉 소리를 낼 정도로 요염했다. 정영재 씨는 좋은 무용수인데, 표정이나 감정 연기가 평면적이라는 ..
해의만 선생은 한국전 참전용사다. 1953년 그는 강원도 지역의 야전병원에서 위생병으로 근무했다 한다. 그 때 국악을 처음 만났다. ‘빨치산의 교란 작전’ 때문에. “병원 앞에 큰 산이 있었는데 새벽 2, 3시에 빨치산들이 북하고 태평소하고 징, 꽹과리를 아주 큰 소리로 연주했어요. 왜 그렇게 했냐면 그렇게 하면 우리는 잠을 못 잤으니까. 그런데 저는 특히 태평소 소리가 너무 재미있고 상쾌한 느낌이 드는 거예요. 다른 군인들은 그 소리 굉장히 듣기 싫어서 잠을 못 잤는데 말이죠.” 선생은 1954년 미국으로 돌아가서도 그 소리를 잊지 못했다. 당시 그는 뉴욕 컬럼비아 대학원에서 음악을 공부하고 있었는데, 마침 한국 유학생을 한 명 알게 되어, 한국에는 다양한 전통 악기가 있고, 다양한 장르의 국악이 있다..
지난 6일 '푸른 눈의 국악원로' 해의만 선생을 취재해 SBS 8시뉴스에 보도했다. 나로선 꽤 오랫동안 공들여 취재하고 쓴 기사라 애착이 가는 리포트였다. 리포트는 해의만 선생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데 그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겠지만, 일단 글을 시작해 보기로 한다. 해의만 선생 얘기를 처음 들은 것은 지난해 말이었던 것 같다. 문화부에 돌아왔다고 국립국악원에 근무하는 지인한테 안부 전화하던 와중에, 본래 미국인인데 한국에 오래 산 국악계 원로가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과거에 국악 취재도 몇 년 한 적이 있는데, 처음 듣는 얘기였다. 이 지인은 ‘해의만 선생님 아드님도 국악원에 근무하시는 걸요’라고 귀띔해줬다. 전화를 끊고 나서 해의만 선생에 대한 ..
둘째가 초등학생이 된 지도 몇 달이 흘렀다. 아기 같기만 하던 아이가 요즘은 제법 의젓해졌다. 얼마 전에는 학교에서 칭찬 스티커를 한꺼번에 다섯 장을 받았다는데, 친구들이 나가서 노는 동안 흐트러진 책상을, 시키지도 않았는데 했다고 한다. 집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데, 참 신기하다. "이젠 컸으니까 책상 정리도 네가 하고, 방 청소도 해야지!"-"내가 무슨 신데렐라야? 그런 걸 다 하게" 이러던 아이다. (내가 '신데렐라라서 하라는 게 아니라, 이제 네 일을 네가 스스로 하라는 얘기야' 했더니, 첫째는 "야! 신데렐라는 예쁘다고." 하고 거들었다^^) 얼마 전 개인사정으로 하루 휴가를 내서 집에 있으면서, 하교하는 둘째를 데리러 학교 앞에 갔다. 마침 눈부시게 청명한 날이었다. 봄바람이 살랑대는데,..
*블로그 이사작업 계속. '서투른 엄마 딸 키우기' 얘기다. 1년 반 전 얘긴데, 정작 이 얘기를 했던 딸은 지금 기억하고 있을까.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는 건 일상이지만, 때로는 경이롭게 느껴진다. ------------------------------------ 집에서 저녁 먹고 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도중,. 2010년이 경인년, 호랑이 해라는 데서 시작해서 띠 얘기가 나왔다. 내가 ‘우리 식구 중에는 호랑이 띠가 하나도 없네?’ 했더니, 둘째가 듣고 있다가 ‘나는 무슨 띠야?’ 하고 끼어들었다. “너는 원숭이 띠야.” “뭐? 원숭이? (둘째 표정이 구겨졌다.) 그럼 언니는?” “언니는 토끼 띠.” “왜 언니는 토끼 띠야? 나도 토끼가 좋은데. 그럼 엄마는?” “엄마는 개 띠지.” “으앙, 왜 나..
**오늘 공연계 지인과 점심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문화뉴스가 많이 변했다는 얘기까지 이르게 됐다. 이 지인은 한 신문사가 운영하는 뉴스 전광판에 흘러나오는 '문화뉴스' 자막을 보고 기가 막혔다고 한다. 문화뉴스는 단 두 개였는데 하나가 "임재범, 영혼을 달래려 영국여행"이었고, 또 하나가 빅뱅 대성의 교통사고 관련 뉴스였단다. 문화부로 복귀해 다시 공연 취재를 맡게 되면서 이제 나 같은 '구식 문화부 기자'는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지는구나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방송 뉴스도 많이 변했다. '대중의 관심이 높은 기사'를 원한다. 요즘 방송 뉴스의 문화 기사는 솔직히 연예 프로그램의 꼭지와 크게 차이가 없는 경우도 많다. 8시 뉴스에 기사를 못 내면 글이라도 열심히 써야겠다 다짐했는데, 기..
*요즘 예술 후원과 관련된 글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지난해 썼던 이 글도 이김에 다시 올려본다. 역시 영국 연수 시절에 알게 된, RSC의 CRM과 기업의 다양한 문화 후원 방식에 관한 글이다. 씨엘로스 웹진에도 기고했다. 영국이 자랑하는 로얄 셰익스피어 컴퍼니(Royal Shakespeare Company. 이하 RSC). 셰익스피어의 고향인 스트랏포드-어폰-에이번(Stratford-upon-Avon)에 본거지를 두고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주로 공연하는 극단의 이름이다. 몇 년 전 영국에서 연수할 때 살던 곳이 스트랏포드-어폰-에이번과 가까웠다. RSC는 스트랏포드-어폰-에이번의 전용 공연장에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거의 매일 공연하고 있는데, 인기 공연은 티켓이 몇 달 전에 이미 매진되는 게 보통이었다..
'크라우드 펀딩'과 극단 '뛰다'의 개인후원회원 모집을 취재하고 어제 글을 한 편 썼다. 사실 나는 지난해 영국에서 봤던 개인의 예술후원 사례에 대한 글을 썼던 적이 있다. 재탕이지만, 블로그 이사 작업은 계속 진행 중이니, 이 기회에 다시 올려본다. 영국에서 문화정책과 예술경영을 공부할 때, 영국인들의 생활 속에 스며든 기부 문화를 여러 차례 실감할 기회가 있었다. 영국에서는 공연장과 공연 단체 역시 주요 기부 대상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반드시 부자들만 이런 ‘기부’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영국의 공연장들은 일반인들의 기부를 촉진하는 각종 방법을 동원하는데, 극장 좌석에 기부자의 이름을 새기는 건 아주 고전적인 예에 속한다. 요즘 국내 공연장에서도 가끔 볼 수 있는 사례다. 나는 버밍엄 히..
'예술 후원'이라면, 돈 많은 기업인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현실이 그렇기도 하다. 수많은 공연들이 기업의 후원을, 또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무대에 올라간다. 대기업의 경우는 협찬금액도 억 단위일 때가 많다. 하지만 이런 후원은 대규모 극장에서 올려지는, 이름 있는 공연들에 한정된다.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 같은 주요 공연장들은 대개 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거액의 돈을 내는 저명인사들이 포진하고 있는 이런 후원회 역시 일반인들에게는 멀게만 느껴진다. 최근 나는 '뛰다'라는 이름의 극단이 보내온 연차보고서를 우편으로 받았다. 이 연차보고서는 극단 '뛰다'의 지난해 활동과 재정상황 보고,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 등을 자세하게 담고 있었다. 나한테 왜 이 보고서를 보냈을까 생각하다가, ..
2011 서울디지털포럼이 오늘 개막됐다. 2009년과 2010년 서울디지털포럼을 기획하는 부서에서 일했던 나로서는, 비록 지금은 문화부에서 일하고 있지만,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늘 잠깐 '취재'를 위해 포럼을 다녀왔다. 바로 에릭 휘태커. 내가 블로그와 트위터에서 이미 소개했던 '버추얼 콰이어(가상 합창단)'의 지휘자이자 작곡가를 인터뷰하기 위해서였다. 에릭 휘태커의 올해 TED 토크를 보자마자 이 사람을 서울디지털포럼에 불러야겠다고 생각했다. 서울디지털포럼은 매년 예술가들을 초청해 세션을 꾸려온 데다, 전세계 곳곳에 흩어진 2,000여 명을 웹으로 연결해 '가상 합창단'의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낸 에릭 휘태커는 올해 포럼의 주제인 'Connected'와 안성마춤으로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
2009년 5월 23일, 서울디지털포럼 개막 이틀을 앞두고 한참 눈코뜰새 없이 바빴던 일요일 아침, 믿을 수 없는 소식을 들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하지만 그 당시엔 말 그대로 '충격적'이었을 뿐이었다. 당장 눈 앞에 다가온 서울디지털포럼까지 영향을 받았으니까. 상중에 웃고 떠드는 축하 공연은 안 될 일이었다. 만찬 축하공연은 축소-프로그램 변경-일부 취소-완전 취소의 과정을 거쳤고, 개막식 식순도 추모사를 추가하는 등 일부 변경해야 했다. 포럼 기간은 너무 바빠서 그의 죽음에 대해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디지털포럼을 끝낸 바로 다음날이 고인의 장례식이었다. 포럼 기간 동안 거의 밤을 새다시피 해서 무척 피곤했지만 포럼 마무리 작업을 위해 출근하는 길, 택시를 탔다. 택시 기사가 장례식 중계를 ..
어제 국립오페라단의 '사랑의 묘약'을 딸과 함께 봤다. 딸은 이례적으로 이 오페라에 '자발적인 흥미'를 보이며 공연 관람에 흔쾌히 동행해 줬다. 물론 '사랑의 묘약'이란 오페라를 하니까 같이 보러 가지 않겠느냐고 먼저 말을 꺼낸 건 나였지만. "너 '남몰래 흐르는 눈물' 알지?. 할아버지가 술만 드시면 부르는 노래. '우나 푸르티바 라 그리마~' 있잖아? (우리 아버지는 이 노래를, 술기운이 살짝 올라 기분 좋을 때 즐겨 부르신다. 완전 뽕짝 스타일로.)" "응, 나 그 노래 알아." "그 노래 나오는 오페라가 '사랑의 묘약'이거든, 그거 보러 갈래?" "사랑의 묘약? 누가 나오는데? (딸은 요즘 조수미에 꽂혔다. 아마 조수미 같은, 자기가 이름 들어본 사람이 나오는 게 아닌가 해서 물어본 것일 터이다)..
* SBS가 주최하는 서울디지털포럼 올해 행사가 다음주로 다가왔다. 나는 2009년과 2010년 서울디지털포럼 기획 부서에서 일했다. 내가 맡았던 여러 업무 중에서 나는 특히 공연 세션 기획에 많은 공을 들였다. 공연을 취재하던 기자에서, 공연을 직접 기획하는 입장이 돼보니, 그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게 보였다. 이제 보니 내가 기획했던 국립발레단 세션은 다시 보기 어려운 공연이 돼 버렸다. 당시 출연했던 네 명의 무용수 가운데 세 명-김현웅, 장운규, 박세은-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지금은 국립발레단 소속이 아니니까. 이 글의 맨 마지막 문장에도 썼지만, 나는 또 어떤 예술가들의 세션을 꾸밀까 궁리를 하고 있던 중에, 문화부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2011 서울디지털포럼이 다가오니 '공연기획자'로 살았던 ..
이번주 토요일, 둘째 학교에 가서 '직업의 세계' 발표를 해 주기로 했다. 둘째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는 수업 있는 토요일 아침, 15분에서 20분 가량 학부모들이 와서 각각의 직업에 대해 얘기해 주는 시간이 있다. 이번 주가 내 차례다. 나는 '방송기자의 세계'를 제목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둘째가 학교 들어가서 첫 학부모 총회라고 해서 갔더니, 이런저런 학부모 모임을 조직하는 것도 중요한 안건 중에 하나였다. 선생님이 어머니회, 도서실 도우미, 안전 도우미, 등등의 학부모 조직에 소속돼 한 학기에 몇 차례씩 도와주실 어머님들 자원해 달라고 하시는데, 그 날도 회사에서 일하다 부랴부랴 달려가 참석한 나로서는 엄두도 못 낼 일. 차라리 안 왔으면 모르고 넘어가기라도 했지. 엄마들이 하나둘씩 손을 들고 이런저..
지금은 경기 필하모닉 상임지휘자로 있는 구자범 씨가 광주시향에 있을 때, 한번도 광주시향 공연을 보지는 못했다. 언젠가 한 번 광주에 내려가서 공연을 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예술의전당에 공연 보러 가는 것도 '원정' 가는 것처럼 생각되는 마당에, 광주는 너무 멀었다. 하지만 지난해 광주민주화항쟁 30주년을 맞아 광주시향이 연주한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놓친 것은 정말 아쉽다. 5.18 아침, 한국어 가사로 시민 합창단이 노래 부르는 '부활'의 피날레를 다시 본다. 광주MBC 제작 다큐 영상이다. -말러 교향곡 2번 5악장 합창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 역) 일어나! 자, 일어나! 내 벗, 내 님, 새 아침에 영원한 생명, 영원한 생명, 그 밝은 빛, 그 빛 널 비추리. 우리 살리려, 너 ..
요즘 공연이 참 많아요. 관객 입장에선 보고 싶은 공연이 같은 날 겹쳐서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많지요. 어제 저는 미샤 마이스키의 패밀리 콘서트를 보고 싶었습니다만, 아이들 때문에 같은 날 열린 바비 심포니 음악회를 보러 갔어요. 어린이들에게는 재미있는 음악회였지만, 저는 미샤 마이스키의 연주는 어땠을까 내내 궁금하고 아쉬웠어요. 취재 기자 입장에서도 요즘은 공연 일정이 너무 많이 겹쳐요. 4, 5월 들어서 하루에 공연 관련 취재 일정이 세 건 이상인 날이 꽤 많습니다. 내일만 해도 국립오페라단 '사랑의 묘약' 프레스콜, 뮤지컬 '헤드윅' 프레스콜, 국립극단 '아놀드 웨스커의 키친' 프레스콜이 있네요. 아, 첼리스트 다니엘 리 리사이틀, 엔니오 모리꼬네 공연도 있네요.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블로그 이사작업. 하지만 전에 쓴 글을 '재활용'하는 재미도 있다. 지난해 '문화의 경제적 가치' 논의에 대한 생각을 써서 씨엘로스 웹진에 기고했던 글을 다시 올린다. '문화가 밥 먹여주나?'에서 '문화가 밥 먹여준다'로 시류가 바뀌는 것 같지만, '돈 되는 문화산업', '문화의 경제적 가치'만 강조하는 것은 우려스럽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주라기공원’이 한 해 동안 거둔 수익이 한국의 자동차 150만 대 수출액과 맞먹는다는 얘기,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1994년 이런 내용의 보고서가 국내에서 나왔고,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이를 공식석상에서 언급했다. 국내에서 ‘문화산업’의 중요성을 본격적으로 논하기 시작한 결정적 계기였다. 그 이후였던 것 같다. 흥행이 잘 되는..
여기 티스토리에 새 블로그를 개설한 지 열흘 조금 넘었다. 얼마 안 됐지만, 그동안 새로 쓴 글도 있고, 예전 블로그에 있던 글을 옮겨오기도 해서, 새 집이지만 썰렁한 느낌은 많이 가셨다. 일단은 예전 블로그보다 훨씬 기능이 많아서 좋다. SBS 기자 블로그는 사진이나 동영상 올리는 게 쉽지 않았고, 블로그 꾸미기도 단조롭기 그지없었다. 여기서는 아직 기능을 다 이해하지 못해 시험 단계이긴 하지만, 예전보다는 훨씬 다채롭고 쉽게 블로그를 꾸밀 수 있다. (아, 궁금한 거 한 가지.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이 블로그 글 링크를 걸었을 때, 컴퓨터에서는 글이 잘 보이는데, 왜 스마트폰에서는 볼 수가 없을까? 제거되거나 잘못된 주소라고만 나온다.) 가장 기특한 건 사람들이 어떤 사안에 관심을 갖고, 어떤 경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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