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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가 초등학생이 된 지도 몇 달이 흘렀다. 아기 같기만 하던 아이가 요즘은 제법 의젓해졌다. 얼마 전에는 학교에서 칭찬 스티커를 한꺼번에 다섯 장을 받았다는데, 친구들이 나가서 노는 동안 흐트러진 책상을, 시키지도 않았는데 했다고 한다. 집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데, 참 신기하다. 

"이젠 컸으니까 책상 정리도 네가 하고, 방 청소도 해야지!"-"내가 무슨 신데렐라야? 그런 걸 다 하게" 

 이러던 아이다. (내가 '신데렐라라서 하라는 게 아니라, 이제 네 일을 네가 스스로 하라는 얘기야' 했더니, 첫째는 "야! 신데렐라는 예쁘다고." 하고 거들었다^^)

 얼마 전 개인사정으로 하루 휴가를 내서 집에 있으면서, 하교하는 둘째를 데리러 학교 앞에 갔다. 마침 눈부시게 청명한 날이었다. 봄바람이 살랑대는데, 병아리 같은 아이들은 환하게 웃으며 저마다 '엄마아!'를 외치며 뛰어나오고 있었다. 까르르 하는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퍼지는 교정. 둘째는 2층 창문으로 나를 먼저 보고 '엄마아!' 하고 외치더니, 곧 조르르 현관으로 뛰어나왔다. 커다란 가방을 덜그럭거리며, 실내화는 급하게 벗어던지고 운동화를 구겨 신은 채. '엄마! 엄마!하고 나한테 매달려 깡총깡총 뛰는 아이를 품에 안고, 문득 눈물이 나도록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매일 할 수 있는 경험이라면 이런 느낌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며칠 전, 아이를 잠자리에 눕혀 놓고 '엄마는 너 보는 재미로 산다'고 했더니, 갸웃하며 물어왔다. '뭘 사는데?' 무슨 소린가 싶어 잠깐 나도 갸우뚱했는데, 알고 보니 '산다'를 Live가 아니라, 'Buy'로 알아들은 것이다. 또 한 번 웃었다. 

둘째는 막내 티를 낸다고 아직도 툭 하면 울고, 엄마한테 와서 이르고, 아기 짓을 자주 한다. 목소리에는 아직도  유아스러운 애교가 묻어난다. 그러다 보니 둘째랑 얘기할 때 내 목소리나 어조가 달라지나 보다. 큰 애가 '윽. 엄마가 왜 애교를 떨어? 흥. 엄마는 나하고 얘기할 때하고 얘하고 얘기할 때 목소리부터 다르다고.' 하고 빈정대기도 했다. 

첫째도 예쁘지만 이제는 훌쩍 커서 애교하고는 거리가 멀고, 틱틱거리며 대드는 일도 많으니, 약간 엉뚱하고 막내 티를 내는 둘째를 보며 웃을 때가 많다. 아이 때문에 힘들 때도 있지만, 아이 덕분에 행복하기도 하다. 직장 생활로 바쁜 와중이라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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