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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토요일, 둘째 학교에 가서 '직업의 세계' 발표를 해 주기로 했다. 둘째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는 수업 있는 토요일 아침, 15분에서 20분 가량 학부모들이 와서 각각의 직업에 대해 얘기해 주는 시간이 있다. 이번 주가 내 차례다. 나는 '방송기자의 세계'를 제목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둘째가 학교 들어가서 첫 학부모 총회라고 해서 갔더니, 이런저런 학부모 모임을 조직하는 것도 중요한 안건 중에 하나였다. 선생님이 어머니회, 도서실 도우미, 안전 도우미, 등등의 학부모 조직에 소속돼 한 학기에 몇 차례씩 도와주실 어머님들 자원해 달라고 하시는데, 그 날도 회사에서 일하다 부랴부랴 달려가 참석한 나로서는 엄두도 못 낼 일. 차라리 안 왔으면 모르고 넘어가기라도 했지. 엄마들이 하나둘씩 손을 들고 이런저런 일을 돕겠다고 하는데, 나는 끝까지 아무 말 못 하고 혹시나 선생님과 눈이 마주칠까 봐 죄인처럼 고개 푹 숙이고 앉아 있어야 했다. 그 자리가 어찌나 바늘방석이던지.

그러던 차에, 직업에 대해 얘기해 줄 학부모는 자원해 달라는 가정통신문이 왔길래, 대뜸 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이거야 한 번 하면 끝나는 것이고, 토요일에 하니까 업무와 겹칠 일도 없고, 나도 할 수 있는 일이니 말이다. 아마 아이도 좋아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발표 자료를 만들어야 하니 쉬운 일은 아니다. 초등학교 아이들한테 어려운 얘기를 하기도 그렇고, 자칫하면 지루하고 따분한 발표가 되기 쉬운데, 이걸 어떻게 하나.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연령에 따라 이해수준도 많이 차이 날 텐데.

발표자료를 만들다가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어제는 부회식이 있던 날이라 늦게 귀가하다가 발표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생각해 냈다. 집에 돌아와서는 바로 자야 할 상황이었는데, 걱정이 되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발표 자료를 마저 만들어야 했다. 되도록 문자보다는 사진, 그림을 많이 넣으려 했는데, 알맞은 사진자료를 찾는 게 쉽지 않아 꽤 시간이 걸렸다. 컴퓨터를 붙들고 있다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겠다. 몇 시간인가 옷을 갈아입지도 않은 채 거실 소파에서 컴퓨터 놓고 웅크리고 자다가 새벽에 깨어났다.

덕분에 오늘은 내내 피곤했다. 이제 파워포인트 자료는 거의 다 만들었는데, 동영상을 구동하는 게 잘 안돼 끙끙거리는 중이다. 8시 뉴스 기사 쓰는 것보다, 블로그 글 쓰는 것보다 더 어렵고 신경 쓰인다. 기자 노릇보다 엄마 노릇, 학부모 노릇이 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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