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어제 MBC 뉴스데스크를 모니터하다가 눈을 의심했다. K팝 인기 비결을 분석해 준다더니, '완벽한 신체를 가졌다는' 소녀시대 9명의 춤동작이 한 사람이 하는 것처럼 일사불란하다며 다리 각도까지 CG로 표시해 가며 설명해 준다. 해외 안무가와 작곡가를 영입했다는 얘기(수없이 나왔던)를 하면서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외국인 이름과 얼굴까지 친절하게 보여준다. 2분 반이나 되는 '집중취재' 기사였다.  

내가 다니는 회사와 경쟁사지만 MBC 뉴스를 좋아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MBC 뉴스에서 실소를 자아내는 기사를 자주 보게 된다. MBC 뉴스데스크가 '생활밀착형 연예정보뉴스'가 됐다고 하는 네티즌들의 비판을 보며, 경쟁사 뉴스가 망가져서 고소하다고 생각했다기보단, 정말 안타깝고 슬펐다. 

'연예뉴스 권하는 사회'라는 글을 쓴 적도 있지만, 요즘처럼 연예뉴스가 지상파 메인 뉴스에 자주 등장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것도 경쟁이 붙었다. 시청률 경쟁이 극심해지다 보니 눈길 끄는 뉴스에 대한 수요가 커진다. 아무도 공식적으로 인정하진 않지만, '연예 뉴스=눈길 끄는 뉴스=시청률 높이는 뉴스=좋은 뉴스'라는 등식이 어느새 자리잡은 게 아닐까. 

내가 다니는 회사도 자유롭지 않다. 타사에서 대중문화 관련 기사가 나가면 '우리는 왜 이런 기사 못(혹은 안) 쓰냐'는 질책을 듣는 경우가 많아졌다. 나는 대중문화 담당 기자는 아니지만, 담당 기자는 가시방석이다. 대중문화 관련 기사,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정말 아니다. 

뉴스가 망가지는 소리가 들린다. 종편이 개국하고, 방송사들간에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 어떻게 될까.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