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을 팔고 사는 큰 장터가 열렸습니다. 공연이 손에 잡히는 '물건'은 아니지만, 공연도 시장에서 거래되는 일종의 '상품'이라고 할 수 있죠. 예술가나 예술단체, 제작자들이 파는 쪽이라면, 공연장이나 페스티벌 관계자들은 사는 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공연 시장'이라고 하면, 특정한 장소가 아니라 개념적인 의미의 '시장', 즉 작품 유통이 이뤄지는 공연계 전반을 가리키는 말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공연 거래를 위해 한정된 기간 안에 관계자들이 모여드는 장터, 즉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의미의 '공연 시장'도 있습니다. 지난주 국립극장과 국립극단 등지에서 열린 서울아트마켓 혹은 PAMS(Performing Arts Market in Seoul)'가 바로 그런 시장입니다. 서울아트마켓을 취재해 8시뉴스에 ..
앞 글에서 '공연 기자 못해먹겠다'는 얘기를 늘어놨지만, 좋은 공연, 좋은 예술가를 만날 때는 공연 기자 하는 게 감사한 것도 사실이다. 하도 공연을 많이 보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져 이제 감동을 주는 공연을 예전만큼 자주 만나지는 못한다. 하지만 얼마 전 이자람의 '억척가'를 보고서 홀딱 반해 '사천가'를 못 본 게 아쉬웠었는데, 드디어 다시 공연한다. 지난 월요일, '사천가' 리허설을 보러 갔는데, 리허설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남인우 연출과 출연자가 교감하며 함께 '사천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곁에서 보는 건 정말이지 재미있는 일이었다. 이자람이 물론 발군이긴 하지만, 이자람 외에 젊은 소리꾼 김소진 이승희을 만난 것도 기분 좋은 일이었다. 이들은 리허설 이후 '사천가' 폴란드 공연을 위해 출국했고..
공연이 너무너무 많다. 능력은 없는데 음악과 모든 공연 장르를 다 맡고 있다 보니 (어떻게 나는 문화부 막내였던 1990년대 말이나, 제법 고참이 된 2011년이나, 처지가 똑같을까 모르겠다. 그 때보다 공연 수는 수십 배로 는 것 같은데 말이다.) 요즘은 하루에 공연 프레스콜이나 기자간담회가 대여섯 건 겹치는 경우도 있다. 물리적으로 다 갈 수도 없고, 이 중에 극히 일부만 커버하게 되지만, 일단 쌓이는 보도자료와 쇄도하는 전화를 받는 것 자체가 힘에 부친다. 이렇게 공연이 많은데 정작 제대로 공연 보기는 힘들다는 게 가장 좌절스럽다. 저녁 6시 이후에 더 바빠지는 방송국의 업무 특성상 공연장에 가기 위해 일찍 사무실을 나서기가 어렵다. 그리고 어쩌다 시간이 나더라도 요즘은 엄두가 안 나 포기해 버릴 ..
1,200년 역사의 고찰, 경남 합천 해인사를 다녀왔다. 아주 오래 전 수학여행 때 주마간산 식으로 잠깐 들러 구경한 이후로 처음이다. 해인사에서는 고려대장경 1000년을 맞아 각종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다. 나는 이 중에 해인사 선원 개방을 취재하기 위해 지난 주말 출장을 다녀온 것이다. 처음엔 예기치 않았던 주말 출장이 썩 달갑지는 않았다. 가족들과 함께 하기로 했던 주말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아이들의 원망을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해인사에 도착하고 보니 좋긴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인사 선원은 지난 24일 토요일 단 하루 일반인에게 문을 열었다. 대부분의 언론이 ‘1,200년만에 개방’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는 해인사 창건이 신라 애장왕 때인 802년, 그러니까 1,200여 ..
한 달 동안 블로그를 방치해 놓고 있었다. 에든버러 페스티벌과 서울시향 유럽 투어를 취재하기 위한 출장을 다녀왔고, 독일 루르 페스티벌을 비롯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 방문자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다시 유럽을 다녀왔기 때문이다. 독일 방문에서 보고 느낀 게 많아 시간이 걸리더라도 조금씩 풀어내 보려 한다. 내가 참가한 방문자 프로그램은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정부의 지원을 받아 이 지역 문화 홍보와 대외협력 등의 일을 하는 기관인 'NRW 컬쳐 인터내셔널'이 주관하는 것이었다. 독일 서부의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 주는 독일의 주 가운데 가장 인구가 많고, 뒤셀도르프, 쾰른 같은 대도시가 여럿 위치했으며, 교과서에도 나온 '루르 공업지대'를 끼고 있는 지역이다. NRW는 한 때 석탄채굴. 제..
지난주, 다니엘 바렌보임 내한 기자회견 끝나고 나서 한국측 공연 주최사인 크레디아 정재옥 대표님이 나를 마에스트로에게 소개하고 사진도 찍어줬다. 2006년 TV뉴스로 처음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를 한국인들에게 알렸던 기자라고... 바렌보임은 기억도 못하겠지만, 나는 뿌듯했다. 영국 연수 때 친하게 지냈던 독일 친구가 베를린에서 바렌보임과 같은 극장에서 일했다고 했다.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 그럼 바렌보임 알겠네?' 했더니, 이 친구 왈, '당연히 나는 바렌보임을 알지. 바렌보임이 나를 알지는 모르겠지만.' 이 친구는 '예술가는 시대를 앞서가는 선구자요, 평범한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뛰어난 인간형'이라는 '낭만주의적 예술가상'에 대한 에세이를 쓰면서 바렌보임의 케이스를 분석한다고 했었는데..
다니엘 바렌보임이 이끄는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회를 열고 있다. 이미 사흘간 일정이 끝났고 일요일 2.9번을 연주하면 사이클을 완성하게 된다. 그리고 광복절인 월요일, 임진각 평화누리 콘서트에서 교향곡 9번 '합창'을 다시한번 연주한다. 한국인 성악가 조수미 이아경 박지민 함석헌 씨와 국내 연합 합창단이 함께 한다. 나는 이들이 교향곡 6번(전원), 7번을 연주했던 금요일 공연을 봤다. 바렌보임의 지휘에 집중하며 연주하는 단원들의 표정에는 열정과 진지함이 가득했고, 연주 도중에도 단원들은 서로 눈웃음과 다정한 시선을 교환했다. 이들이 함께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연주 자체를 정말 즐기고 있다는 것을, 객석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자잘..
직전에 쓴 글에서 ‘10대를 위한 연극’ 이야기를 했으니, 이번에는 ‘10대를 위한 음악회’ 얘기를 하려 한다. 바로 최근 괄목상대할 만한 연주를 들려주고 있는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마련한 ‘청소년 커플을 위한 음악회’ 얘기다. 11일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에서 열린다. 청소년 음악회는 사실 방학 때면 주요 공연장에서 종종 열리는 공연이다. 공연 관람을 방학과제로 해야 하는 학생들이 많아서, 청소년 음악회는 방학 중 인기 공연 중 하나다. 청소년 음악회는 대개 해설을 곁들인 입문자용 음악회로 진행된다. 하지만 경기 필하모닉의 청소년 음악회는 ‘청소년 커플’을 위한 음악회라고 했으니 타이틀부터 심상치 않다. 프로그램은 영원한 사랑의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을 주제로 작곡된 곡들이다. 구노, 차이코프..
2008년 가을부터 2년간 서울디지털포럼 기획부서에서 일할 때, 나는 문화부 근무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다른 업무와 함께 공연 업무를 맡았었다. 2009년 서울디지털포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기간과 겹쳤었다. 국민적인 애도 기간, 코미디와 예능 프로그램 방영이 줄줄이 취소됐다. 우리도 포럼 프로그램에 포함된 공연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참 회의를 많이 했다. 나는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포럼 본 세션을 기획했고, 네트워킹 만찬의 축하 공연 업무는 나와 입사 동기인 PD와 함께 맡고 있었다. 먼저 포럼의 본 세션에 포함됐던 서울시향 실내악 공연과 국립발레단 공연은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네트워킹 만찬의 축하 공연 진행 여부를 놓고는 결정에 진통을 겪었다. 포럼 개막을 불과 며칠 앞뒀을 때의..
8뉴스에 리포트를 하지 않은 지 20일이 넘었다. 물론 중간에 데스크 휴가 등등의 이유로 내근을 하거나, 집안 일 때문에 휴가를 썼던 며칠이 끼어있긴 하지만, 상당히 오랫동안 8뉴스에 내가 만든 리포트를 내지 못한 셈이다. 나는 1주일에 한 번 아침뉴스에 그 주의 공연들을 묶어 소개하는 리포트를 내고 있고, 리포트 외에 스트레이트(방송뉴스에서 기자가 직접 리포팅하지 않고, 앵커가 읽는 일반기사) 기사를 쓰기도 하고, 취재한 내용을 취합해 인터넷에 칼럼도 쓰고 있다. 정기적으로 야근도 한다. 그러나, 방송기자의 업무는 대개 메인뉴스인 8뉴스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8뉴스에 오랫동안 기사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달가울 리 없다. 거의 매일 취재는 한다. 기자간담회 가고, 공연 취재하고, 인터뷰 하고, 기..
문화부에선 8시 뉴스 톱기사를 쓰는 게 하늘에 별 따기이다. 내가 문화부에 근무하고 있을 때만 꼽아 보면 문화부에서 톱 기사를 쓴 경우가 일본대중문화 개방 때, 그리고 쇼팽 콩쿠르에서 임동민-임동혁 형제가 공동 3위를 차지했을 때 정도였다. 쇼팽 콩쿠르 때 기사를 쓰면서 언제 다시 톱 기사를 쓸 수 있을까 했는데, 올해 차이콥스키 콩쿠르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다시 문화부가 톱을 장식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차이콥스키 콩쿠르에 손열음 조성진이 출전했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나는 이들이 뭔가 일을 낼 것 같다는 감이 왔다. 손열음은 이미 화려한 수상과 연주 경력을 자랑한다. 올해 17살의 조성진은 무섭게 떠오른,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유망주다. 실제로 이들은 나란히 최종 결선까지 진출했다. 손열..
하프,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지. 천사의 악기? 아름다운 여인이 연주하는 천상의 악기? 우리 머릿속 하프의 이미지는 이 정도다. 실제로 우리가 음악회에서 만나는 하프 연주자들은 대개 여성이다. 자비에르 드 매스트르는 이런 이미지를 깨버리는 남성 하피스트다. 사실 처음 그의 홍보용 사진만 봤을 때, 나는 비주얼을 내세워 승부하려는 아티스트가 아닌가 생각했다. 팔 근육을 드러낸 채 하프를 잡고 있는 위 사진 말이다. (재밌는 건 공연기획사가 여러 장의 연주자 사진을 매체에 제공했지만, 모든 매체들이 약속이나 한 듯 긴 팔이 아니라 짧은 팔 셔츠를 입고 있는 이 사진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커리어를 들여다보고, 음반을 들어보니,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그는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지만, ..
*다니엘 바렌보임과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서동시집 오케스트라)가 오는 8월 10일부터 한국에서 나흘 동안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회를 연다. 지난 2006년, 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보고 푹 빠져 8시 뉴스에 보도했다. 그 때 보도하면서 한국에서는 언제 이들의 공연을 볼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5년만에 보게 되는 셈이다. 내가 당시 감동적으로 봤던 다큐멘터리는 뒤늦게 올해 한국에서 개봉된다는 소식도 들린다. 당시 썼던 글을 옛 블로그에서 옮겨와 본다. 최근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관련 기사들을 읽으면서, 몇 달 전 접했던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 라말라 콘서트 실황을 떠올렸었다. '웨스트- 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는 유대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과 팔레스타인 출신의 석학 에드워..
‘베토벤 바이러스’ 드라마가 뜨면서 ‘~마에’라는 명칭이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해졌다. 김명민 씨가 맡았던 까칠한 지휘자는 극중 성이 강씨라서 ‘강 마에’로 불렸다. ‘마에’는 ‘마에스트로’를 줄여서 부르는 말. ‘마에스트로(maestro)는 ‘거장’이라는 뜻으로 오케스트라 지휘자나 작곡가에 대한 경칭으로 많이 쓰인다. 그런데 ‘마에스트로’는 남성형이다. 그럼 여성 지휘자는 뭐라고 부르나? 바로 ‘마에스트라(maestra)’다. 사실 서양에서도 클래식 음악계는 굉장히 보수적이고 여성들에게 벽이 높았다. 빈 필하모닉은 오랫동안 여성 단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단원들도 그런데 지휘자는 말할 것도 없다. 지휘자는 오케스트라 100여 명의 단원들을 통솔해 자신의 원하는 음악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
얼마 전 '나도 '예술 후원' 해 볼까?'라는 제목의 포스트(http://curtaincall.tistory.com/entry/%EB%82%98%EB%8F%84-%EC%98%88%EC%88%A0-%ED%9B%84%EC%9B%90-%ED%95%B4-%EB%B3%BC%EA%B9%8C)에서 문화예술위원회의 크라우드 펀딩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크라우드 펀딩 2차 프로젝트가 오늘부터 시작됐다. 2차 크라우드 펀딩 대상자는 서울발레시어터와 행복나무 오케스트라. 서울발레시어터는 의 홈리스 판매원들과 함께 발레 '호두까기 인형'을 오는 12월 공연할 예정이고, 행복나무 오케스트라는 불우청소년 장학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다음달 예술의전당에서 음악회를 연다. 이번 펀딩 목표액은 1,000만원이다. 기부액은 자유. http..
***얼마 전 푸른 눈의 국악원로 해의만 선생을 인터뷰하고, 역시 귀화 외국인으로 한국 예술계에 큰 발자취를 남긴 로이 토비아스, 한국명 이용재 선생을 떠올렸다. 그는 한국 발레의 큰 스승이었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쯤 했던 마지막 인터뷰는 공들여 했던 만큼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인터뷰다. 클럽발코니 매거진과 졸저 '나도 가끔은 커튼콜을 꿈꾼다'에 실었던 글을 다시 올려본다. 기자로 일하면서 참 많은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가 취재의 알파요 오메가라지만, 사실은 구색 맞추기 인터뷰, 의례적인 인터뷰를 위해 잠깐 스치듯 만난 사람들도 많다. 이런 경우는 인터뷰 대상이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라 해도 별다른 감흥이 없다. 그러나 공들여 인터뷰했던 사람들에 대해서는 세월이 지나도 기억이 생생하고, 개인적으로..
해의만 선생은 한국전 참전용사다. 1953년 그는 강원도 지역의 야전병원에서 위생병으로 근무했다 한다. 그 때 국악을 처음 만났다. ‘빨치산의 교란 작전’ 때문에. “병원 앞에 큰 산이 있었는데 새벽 2, 3시에 빨치산들이 북하고 태평소하고 징, 꽹과리를 아주 큰 소리로 연주했어요. 왜 그렇게 했냐면 그렇게 하면 우리는 잠을 못 잤으니까. 그런데 저는 특히 태평소 소리가 너무 재미있고 상쾌한 느낌이 드는 거예요. 다른 군인들은 그 소리 굉장히 듣기 싫어서 잠을 못 잤는데 말이죠.” 선생은 1954년 미국으로 돌아가서도 그 소리를 잊지 못했다. 당시 그는 뉴욕 컬럼비아 대학원에서 음악을 공부하고 있었는데, 마침 한국 유학생을 한 명 알게 되어, 한국에는 다양한 전통 악기가 있고, 다양한 장르의 국악이 있다..
지난 6일 '푸른 눈의 국악원로' 해의만 선생을 취재해 SBS 8시뉴스에 보도했다. 나로선 꽤 오랫동안 공들여 취재하고 쓴 기사라 애착이 가는 리포트였다. 리포트는 해의만 선생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데 그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겠지만, 일단 글을 시작해 보기로 한다. 해의만 선생 얘기를 처음 들은 것은 지난해 말이었던 것 같다. 문화부에 돌아왔다고 국립국악원에 근무하는 지인한테 안부 전화하던 와중에, 본래 미국인인데 한국에 오래 산 국악계 원로가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과거에 국악 취재도 몇 년 한 적이 있는데, 처음 듣는 얘기였다. 이 지인은 ‘해의만 선생님 아드님도 국악원에 근무하시는 걸요’라고 귀띔해줬다. 전화를 끊고 나서 해의만 선생에 대한 ..
**오늘 공연계 지인과 점심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문화뉴스가 많이 변했다는 얘기까지 이르게 됐다. 이 지인은 한 신문사가 운영하는 뉴스 전광판에 흘러나오는 '문화뉴스' 자막을 보고 기가 막혔다고 한다. 문화뉴스는 단 두 개였는데 하나가 "임재범, 영혼을 달래려 영국여행"이었고, 또 하나가 빅뱅 대성의 교통사고 관련 뉴스였단다. 문화부로 복귀해 다시 공연 취재를 맡게 되면서 이제 나 같은 '구식 문화부 기자'는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지는구나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방송 뉴스도 많이 변했다. '대중의 관심이 높은 기사'를 원한다. 요즘 방송 뉴스의 문화 기사는 솔직히 연예 프로그램의 꼭지와 크게 차이가 없는 경우도 많다. 8시 뉴스에 기사를 못 내면 글이라도 열심히 써야겠다 다짐했는데, 기..
*요즘 예술 후원과 관련된 글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지난해 썼던 이 글도 이김에 다시 올려본다. 역시 영국 연수 시절에 알게 된, RSC의 CRM과 기업의 다양한 문화 후원 방식에 관한 글이다. 씨엘로스 웹진에도 기고했다. 영국이 자랑하는 로얄 셰익스피어 컴퍼니(Royal Shakespeare Company. 이하 RSC). 셰익스피어의 고향인 스트랏포드-어폰-에이번(Stratford-upon-Avon)에 본거지를 두고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주로 공연하는 극단의 이름이다. 몇 년 전 영국에서 연수할 때 살던 곳이 스트랏포드-어폰-에이번과 가까웠다. RSC는 스트랏포드-어폰-에이번의 전용 공연장에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거의 매일 공연하고 있는데, 인기 공연은 티켓이 몇 달 전에 이미 매진되는 게 보통이었다..
'크라우드 펀딩'과 극단 '뛰다'의 개인후원회원 모집을 취재하고 어제 글을 한 편 썼다. 사실 나는 지난해 영국에서 봤던 개인의 예술후원 사례에 대한 글을 썼던 적이 있다. 재탕이지만, 블로그 이사 작업은 계속 진행 중이니, 이 기회에 다시 올려본다. 영국에서 문화정책과 예술경영을 공부할 때, 영국인들의 생활 속에 스며든 기부 문화를 여러 차례 실감할 기회가 있었다. 영국에서는 공연장과 공연 단체 역시 주요 기부 대상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반드시 부자들만 이런 ‘기부’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영국의 공연장들은 일반인들의 기부를 촉진하는 각종 방법을 동원하는데, 극장 좌석에 기부자의 이름을 새기는 건 아주 고전적인 예에 속한다. 요즘 국내 공연장에서도 가끔 볼 수 있는 사례다. 나는 버밍엄 히..
'예술 후원'이라면, 돈 많은 기업인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현실이 그렇기도 하다. 수많은 공연들이 기업의 후원을, 또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무대에 올라간다. 대기업의 경우는 협찬금액도 억 단위일 때가 많다. 하지만 이런 후원은 대규모 극장에서 올려지는, 이름 있는 공연들에 한정된다.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 같은 주요 공연장들은 대개 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거액의 돈을 내는 저명인사들이 포진하고 있는 이런 후원회 역시 일반인들에게는 멀게만 느껴진다. 최근 나는 '뛰다'라는 이름의 극단이 보내온 연차보고서를 우편으로 받았다. 이 연차보고서는 극단 '뛰다'의 지난해 활동과 재정상황 보고,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 등을 자세하게 담고 있었다. 나한테 왜 이 보고서를 보냈을까 생각하다가, ..
2011 서울디지털포럼이 오늘 개막됐다. 2009년과 2010년 서울디지털포럼을 기획하는 부서에서 일했던 나로서는, 비록 지금은 문화부에서 일하고 있지만,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늘 잠깐 '취재'를 위해 포럼을 다녀왔다. 바로 에릭 휘태커. 내가 블로그와 트위터에서 이미 소개했던 '버추얼 콰이어(가상 합창단)'의 지휘자이자 작곡가를 인터뷰하기 위해서였다. 에릭 휘태커의 올해 TED 토크를 보자마자 이 사람을 서울디지털포럼에 불러야겠다고 생각했다. 서울디지털포럼은 매년 예술가들을 초청해 세션을 꾸려온 데다, 전세계 곳곳에 흩어진 2,000여 명을 웹으로 연결해 '가상 합창단'의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낸 에릭 휘태커는 올해 포럼의 주제인 'Connected'와 안성마춤으로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
* SBS가 주최하는 서울디지털포럼 올해 행사가 다음주로 다가왔다. 나는 2009년과 2010년 서울디지털포럼 기획 부서에서 일했다. 내가 맡았던 여러 업무 중에서 나는 특히 공연 세션 기획에 많은 공을 들였다. 공연을 취재하던 기자에서, 공연을 직접 기획하는 입장이 돼보니, 그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게 보였다. 이제 보니 내가 기획했던 국립발레단 세션은 다시 보기 어려운 공연이 돼 버렸다. 당시 출연했던 네 명의 무용수 가운데 세 명-김현웅, 장운규, 박세은-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지금은 국립발레단 소속이 아니니까. 이 글의 맨 마지막 문장에도 썼지만, 나는 또 어떤 예술가들의 세션을 꾸밀까 궁리를 하고 있던 중에, 문화부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2011 서울디지털포럼이 다가오니 '공연기획자'로 살았던 ..
요즘 공연이 참 많아요. 관객 입장에선 보고 싶은 공연이 같은 날 겹쳐서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많지요. 어제 저는 미샤 마이스키의 패밀리 콘서트를 보고 싶었습니다만, 아이들 때문에 같은 날 열린 바비 심포니 음악회를 보러 갔어요. 어린이들에게는 재미있는 음악회였지만, 저는 미샤 마이스키의 연주는 어땠을까 내내 궁금하고 아쉬웠어요. 취재 기자 입장에서도 요즘은 공연 일정이 너무 많이 겹쳐요. 4, 5월 들어서 하루에 공연 관련 취재 일정이 세 건 이상인 날이 꽤 많습니다. 내일만 해도 국립오페라단 '사랑의 묘약' 프레스콜, 뮤지컬 '헤드윅' 프레스콜, 국립극단 '아놀드 웨스커의 키친' 프레스콜이 있네요. 아, 첼리스트 다니엘 리 리사이틀, 엔니오 모리꼬네 공연도 있네요.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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