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 조용필 평양 콘서트 취재기를 오랜만에 꺼내봤다. 남북관계에 다시 훈풍이 부는 요즘, 그 때 생각이 많이 난다. 에 실렸던 글이다. ‘우리와 다른’ 사람이 살고 있었네 2005년 8월 18일. 인천공항을 출발한 지 1시간도 안 돼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조용필 평양콘서트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푸른하늘 아래, 공항 청사에는‘평양’이라는 글자가 선명하다. 김일성 주석의 커다란 초상화도 보였다. 북녘 땅은 생전 처음 밟는 것이었다. 흥분할 법도 하건만 나는 담담했다. 5년 전, 나는 담담하지 못했다. 그럴 수가 없었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렸고, 이산가족이 상봉했고, 남북 문화교류의 봇물이 터졌다. 평양 학생 소년예술단과 평양 교예단이 처음으로 서울을 찾아왔다. 남측 KBS 교향악단과 북..
방송기자들은 주로 '리포트'와 '단신'으로 기사를 구분한다. '리포트'는 기자가 직접 내레이션을 하며 보도하는 긴 기사를, 단신은 앵커가 읽는 비교적 짧은 기사를 말한다. 나는 요즘은 편집부에 있지만, 취재부서에 있을 때 수없이 많은 기사를 썼다. 내가 썼던 리포트는 세월이 흘러도 대부분 내용을 기억하지만, 단신은 사실 워낙 많아서 시일이 조금 흐르면 뭘 썼는지 일일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며칠 전 신문에 실린 초등학교 선생님의 칼럼을 보면서 오래 전에 썼던 단신 기사 하나를 다시 떠올렸다. 2001년, 한 여중생이 당시 여성부 남녀차별개선위원회에 ‘학교에서 남학생의 출석 번호를 1번부터, 여학생의 출석번호를 21번부터 하는 것은 남녀 차별’이라며 시정해달라고 신청했다. 당시 남녀차별개선위원회는 `..
요즘 중국어 배우는 사람들 많지만, 저희 회사 보도국에도 중국어에 관심 있는 기자들이 많은데요, 저는 중국 연수 경험이 있고, 저희 부서 기자 한 명은 대학 전공이 중문학이고, 또 한 명은 몇 년 전 중국 장기출장 때 중국어를 접한 경험이 있고, 또 한 명은 중국에 가 본 적도 중국어 공부를 해 본 적도 없지만 아는 중국어 단어 몇 개를 즐겨 사용합니다. 이 몇 사람이 모이면 장난 삼아 중국어로 대화를 하곤 합니다. 중국 장기출장 경험이 있는 기자는 자신의 중국어가 ‘술집 중국어’라고 농담을 하는데요, ‘중국의 술집에서, 술을 마시면서, 몸으로 익힌 중국어’라는 거죠. 실제로 이 기자는 중국어를 체계적으로 배워본 경험은 없지만, 꽤 정확한 중국어 문장을 구사해서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할 때가 있습니다. ..
용산역 대합실에서 작가 네 명이 흩어져 자리를 잡고, 오가는 사람들에 대한 허구적 이야기를 즉석에서 써서 네 개의 스크린에 띄운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이 이야기의 등장인물이 되기도 하고, 이야기를 읽는 독자 혹은 관객이 될 수도 있다. 아르헨티나 연출가 마리아노 펜소티의 ‘가끔은 널 볼 수 있는 것 같아’라는 작품이다. 다원예술축제 ‘페스티벌 봄’의 2012년도 참가작이었다. 현실이 이야기가 되고 역 공간이 무대가 된다는 발상이 재미있었고, 일상에서 예술을 만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취재했다. 취재 과정에서 나와 카메라 기자도 이야기 속 등장인물이 되었다.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그런데 막상 기사를 쓰려 하니 난감했다. 주말 공연 소개 코너에 넣을 기사였는데 나에게 할당된 시간은 단 25초였기 때문이다..
이슬람 사원으로 변모한 가톨릭 성당. 5월 초에 개막한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단연 화제가 되었던 아이슬란드 관의 전시 주제였다. 아이슬란드 관 전시를 맡은 작가 크리스토프 뷔헬은 베니스 카나레지오 지역의 성당 건물(Santa Maria della Misericordia; ‘성모 마리아의 자비’라는 뜻)을 모스크로 변모시켰다. 베니스는 역사적으로 이슬람 세계와 많은 교역을 하면서 문화적 영향도 받았다. 베니스, 하면 떠오르는 그 유명한 산 마르코 대성당 역시 뾰족한 첨탑과 반원형 아치가 이슬람 건축 양식을 상기시킨다. 베니스는 몇 세기 동안 지속적으로 이슬람 문화와 건축의 영향을 받은 도시이며, 현재 베니스 인구 가운데 이슬람 신자들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베니스 시내에는 모스크가 없다. (유럽의..
‘올해의 작가상’은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공동주최하는 수상 제도다. 매년 한국 현대미술을 선도할 역량 있는 작가들 4명(혹은 팀)을 후보로 선발해 전시를 열고 이 전시를 바탕으로 최종 1명(혹은 팀)을 ‘올해의 작가’로 선정한다. 그런데 내가 ‘올해의 작가상’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고 하면 이렇게 물어오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올해는 누가 후보야? 요즘 소설 나온 거 보니까 잘 모르는 젊은 작가들이 많더라고.”“(머뭇거리며) 아, 그게, 그 작가가 아니라, 미술 쪽 얘긴데…….”“그럼 화가라고 하지, 왜 헷갈리게 작가라고 해?”예전에는 ‘미술’이라 하면 대개 회화를 가리켰다. 하지만 요즘 현대미술을 보면 회화 작업을 주로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회화를 주로 한 사람이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
얼마 전 종영한 SBS의 인기 드라마 ‘피노키오’에는 방송 기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방송국 보도국을 무대로 한 이 드라마는 기자들의 일상을 실제 현실에 가깝게 묘사해 호평을 받았다. 작가는 SBS 보도국 편집회의를 여러 차례 참관하고, 현직기자에게 지속적인 자문을 받으면서 꼼꼼하게 취재해 집필했다 한다.이 드라마 중반에는 박신혜가 연기한 주인공과 뜻을 같이 하며 상부의 부당한 지시에 맞서던 기자들이 갑자기 좌천 인사를 당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좌천 인사’란 시경 캡, 즉 사회부 경찰팀장이 문화부로 근무 부서를 옮기는 것이었다. 인사 발령 공고를 보고 시경 캡은 울분과 실망을 삼킨다. 나는 늦게 귀가해 저녁밥을 먹으면서 드라마를 보다가, 이 장면에서부터 딴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왜 하필이면 문화..
SBS든 다른 언론사든 문화계 기사들이 예전만큼 활기 있게 나오지 않고 있는 듯하다. 문화에 대한 관심도 시들한 것 같다. 후배들과 얘기하다가 5년 전에 썼던 이 글이 떠올랐다. 다른 부서에 있다가 오랜만에 문화부로 돌아가 썼던 글이었다. 일단 알리는 게 먼저다! -------------------------------------문화 기사, 필수가 아닌 선택 영국 연수와 서울디지털포럼 기획으로 3년간 문화부를 떠나 있다가 얼마 전 복귀했다. 기자로 일한 17년 조금 넘는 기간 중 세 번째 문화부 근무이니 ‘문화부 3차 시기’라고 할까. 돌아와 보니 그동안 이 동네 사정이 크게 나아진 것 같지는 않다. 이제 서울은 여느 국제도시 못지 않게 큰 공연이 많이 열리는 도시지만, 그만큼 공연 관객층이 넓어지고 저..
“와, 그거 ‘꽃보직’ 아니에요? 부러워요!”문화부에서 공연 담당 기자로 일할 때 주변 사람들에게 참 많이 들었던 말이다. “공연 보는 게 일이잖아요. 놀면서 돈 버는 거니 얼마나 좋아요?” 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처음엔 그냥 남들은 그렇게 생각하나 보다 하고 넘겼다. 이전부터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았던 터에 공연 취재를 맡게 됐으니 다른 일보다 적성에 맞아서 좋았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꽃보직’이니, ‘놀면서 돈 번다’는 얘길 하도 많이 들으니 언제부터인가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문화부 기자는 ‘쉽고 편한 일’이라는,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놀고 먹는 일’이라는 인식이 은연중에 깔려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문화부에서 일할 때 귀가가 늦는 날이 많아 가족들의 원성을 샀다. 공연을 밤에 취재하..
지난 2000년, 북한에서 평양학생소년예술단과 평양교예단이 서울을 방문해 공연했을 때, 문화부 취재 기자로 아침 라디오뉴스에 출연했었다. 당시 라디오뉴스 진행자였던 ㅂ씨는 평양에서 온 대규모 공연단의 공연 이야기를 듣다가 갑자기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문화부 기자네요? 그럼 공짜 표 많이 오겠어요?”“그렇지 않습니다.” “에이, 옛날엔 많이 오던데…..”“예전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평양학생소년예술단과 평양교예단 공연은 취재인원 제한이 엄격해서, 미리 초대권을 받기는커녕, 기자들도 미리 등록을 해놓지 않은 경우라면 취재할 수 없었다. 하지만 ㅂ씨는 못 믿겠다는 듯 빙긋이 웃으며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조금 과장하자면 ‘네 책상서랍 안에 공짜 표 많이 있는 거 알고 있어’ 하..
성수대교 붕괴사고 20주년을 맞아, 성수대교 사고 10주년 당시 블로그에 썼던 글을 다시 올려봅니다. 기자 초년병 시절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취재하면서 고 이승영 씨와 그 어머니의 사연을 취재했고, 사고 후 10년이 지났을 때, 그 후일담을 접하고 눈물을 펑펑 쏟았습니다. 마침 저는 둘째를 임신하고 있던 중이었죠. 그로부터 10년이 또 흘렀습니다. 승영 씨의 소원은 그동안 또 엉떤 열매를 맺었을까요. 보도국 후배기자에게 후일담을 한 번 취재해 보라고 얘기해 줬는데, 저도 궁금합니다. ---------------------------------------성수대교-10년 전 그 이름 떠올리며 눈물 쏟다 며칠 전, 저는 한 조간신문의 1면에 난 기사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그 기사는 10년 전 성수대교 ..
지난 삼일절 밤, 휴대전화에 찍힌 메시지에 나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해의만 씨가 돌아가셨습니다’. 해의만 선생은 3년 전 인터뷰를 위해 만난 국악학자였다. 기자로 일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이 중 대부분은 취재가 끝나면 다시 만날 일이 없고 곧 기억에서 희미해진다. 하지만 단순한 취재원이 아니라 특별한 인연으로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해의만 선생도 그런 사람이었다. 해의만 선생의 본명은 알란 헤이먼, 미국 태생이다. 한국 전쟁에 위생병으로 참전해 강원도 지역 야전병원에서 근무하다가 자신의 운명을 바꿔놓은 국악을 처음 만났다. 빨치산이 밤새 교란 작전으로 불어댄 태평소와 꽹과리 소리에, 남들은 시끄러워 잠을 이루지 못했지만, 그는 좋아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전쟁이 끝나고 미국으로 돌아가 대..
해의만 선생의 별세 소식을 접하고, 2011년에 선생을 취재하고 썼던 글을 다시 올려본다. 취재의 여운이 길어서 글도 길었던 것 같다. 지난 6일(2011년 6월 6일) '푸른 눈의 국악원로' 해의만 선생을 취재해 SBS 8시뉴스에 보도했다. 나로선 꽤 오랫동안 공들여 취재하고 쓴 기사라 애착이 가는 리포트였다. 리포트는 해의만 선생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데 그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겠지만, 일단 글을 시작해 보기로 한다.해의만 선생 얘기를 처음 들은 것은 지난해 말이었던 것 같다. 문화부에 돌아왔다고 국립국악원에 근무하는 지인한테 안부 전화하던 와중에, 본래 미국인인데 한국에 오래 산 국악계 원로가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과거에 국악 취재도 몇 년..
2007년 연수 기회를 얻어 영국에서 공부하던 때의 일이다. 당시 나는 어릴 때 그만뒀던 피아노 레슨을 다시 받기 시작했는데, 집에 피아노가 없어서 내가 다니던 워릭대학교의 뮤직센터 연습실을 자주 드나들곤 했다. 어느 날 오후 연습하러 뮤직센터에 갔더니 그 날 따라 모든 연습실이 다 꽉 차 있고 나보다 먼저 와서 기다리는 학생들도 있었다. 별수없이 나도 계단에 걸터앉아 기다리다가 먼저 와서 기다리던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마침 모두 피아노를 배우는 아시아권 학생이었다. 나 말고 한 명은 중국, 한 명은 홍콩에서 왔다고 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중국 피아니스트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요즘 중국 피아니스트들 잘하잖아. 랑랑도 있고 윤디도 있고.”“랑랑?” (두 사람이 동시에 동의할 수..
크리스마스와 송년 분위기 물씬한 12월은 공연계 성수기다. 특히 매년 이맘때면 으레 무대에 오르는 송년 레퍼토리들은 변함없이 인기를 누리며 연말 공연 특수를 이끈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손꼽히는 송년 레퍼토리는 뭐니뭐니 해도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다. 한국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12월에는 날마다 전세계 어디선가 이 ‘합창’이 공연되고 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합창’은 베토벤이 청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에서 작곡한, 그의 마지막 교향곡이다. 연중 언제 연주해도 좋은 곡이지만, 특히 송년 레퍼토리로 사랑 받는 것은 아마도 이 교향곡이 ‘합창’이라는 이름을 갖게 해 준 4악장 덕분일 것이다. 4악장에 나오는 합창은 프리드리히 쉴러의 ‘환희의 송가’에 곡을 붙인 것이다. ‘오 친구여!’로 시작..
2010년 여름, 서울디지털포럼 기획부서에 있다가 문화부로 다시 옮겨 미술 취재를 처음 담당하게 되었을 때 썼던 글이다. 공연 취재만 하다가 새로운 분야를 경험하게 되어 기뻐했는데, 부서 인력 사정상 미술 취재는 딱 넉 달 하고 후배에게 넘겨야 했다. 그래서 아쉬움이 조금 남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보도국을 떠나 브랜드전략팀에서 미술과 관련된 일을 하게 되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매년 운영해온 '올해의 작가상'을 SBS문화재단이 후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올해의 작가상 내년도 운영을 논의하기 위한 워크숍에 다녀와서, 내가 처음 미술 취재를 맡게 되었던 때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기억을 더듬어 봤다. 언제까지가 될지는 몰라도 일단 문화부 기자로서의 직을 내려놓은 상태이지만, 문화와 관련있는 일을 계..
지난주 금요일, 청룡영화상 시상식 보신 분들 많으시죠? 이 날 시상식 축하공연에는 중국의 피아니스트 랑랑이 가수 인순이와 함께 출연했습니다. 랑랑은 먼저 쇼팽 에튀드 ‘혁명’을 연주하고, 이어 인순이가 노래하는 ‘거위의 꿈’에 피아노 반주를 했습니다. 시상식이 생중계되는 동안, ‘어쩌다 랑랑이 한국의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인순이 노래에 반주를 해주게 됐나’ 하는 얘기, ‘청룡영화상 시상식에 웬 ‘혁명’?’ 하는 얘기들을 SNS에서 많이 보게 됐습니다. 사실 랑랑이 이런 행사에 출연해 연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한국 가수로만 따져봐도지난 2011년 MAMA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 시상식에서 아이돌 그룹 ‘비스트’와 함께 연주한 적이 있죠. 랑랑은 이런저런 대형 이벤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
앞의 글 '안 에키타이=안익태, 이름찾기 왜?' 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나는 또 궁금한 게 있었다. 안익태는 정말 ‘세계적인 음악가’였는가? 안익태가 그 시절 베를린 필을 지휘했던 것이 그의 음악적 능력을 입증하는 것인가? 이경분 교수는 안익태가 베를린 필을 지휘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독일과 동맹 관계였던 일본의 음악가로 활동했던, 즉 친일 행위를 했던 덕분이었지만, 음악적 능력으로 평가를 받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안익태가 지휘했던 베를린 필 음악회는 정치적 프로파간다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했다. 물론 안익태가 유럽의 유명 지휘자들과 대등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아시아 음악가들 중에 두드러지는 존재였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는 것이다. 이교수는 당시 베를린 필 단장이었던 베스트만이, 안익태의 스..
지난 11월 8일 SBS 8뉴스에 애국가의 작곡가 안익태 관련 기사를 썼다. 안익태가 2차 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대 유럽에서 ‘에키타이 안(EKITAI AHN. 안익태의 일본 이름 ‘안 에키타이’를 서양식으로 성을 뒤에 표기한 것)’이라는 이름의 일본인 음악가로 활동했고, 유럽의 기록물엔 한국인 안익태가 아니라 일본인 에키타이 안만 남아있지만, 최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한국 음악평론가의 지적에 따라 ‘에키타이 안’으로 표기돼 있던 기록을 ‘익태 안(EAK TAI AHN. 한국이름 안익태의 서양식 표기)’으로 수정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또 기사 중에 안익태가 자신이 쓴 환상곡 ‘에텐라쿠’를 지휘하는 1941년도 헝가리 동영상을 공개했다. 고심해서 쓴 기사였다. 취재 과정과 소회를 정리해 보려 ..
발레 불모지 인도로 간 국립발레단, 두 번째 글입니다. 지난번 글에서는 ‘발레 불모지 인도에서 만난 빌리 엘리어트들’이라는 제목으로 국립발레단이 뉴델리 현지에서 연 발레 발레교실 얘기 전해드렸죠. 발레교실 다음날, 그러니까 10월 26일에는 국립발레단의 첫 인도 공연이 열렸습니다. 공연 장소인 뉴델리 시리 포트 오디토리엄은 뉴델리 아시안게임 때 지어진 극장입니다. 시설이 좀 낡았고, 발레 공연이 열렸던 적이 거의 없어서 국립발레단이 조명과 무대 셋업 하는 데 고생 좀 했다 하는데요, 뉴델리에서는 가장 크고 좋은 공연장이라고 합니다. 사실 인도에서 발레 공연을 보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취재단 안내를 맡은 인도인 가이드 다네쉬의 말에 따르면 ‘인도는 영화 산업이 너무 발달해서 다른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발..
‘빌리 엘리어트’라는 영화 보신 분들 많으시죠? 영국의 탄광촌 소년 빌리가 발레를 배우면서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인데요, 발레리노가 된 성인 빌리가 무대에서 도약하며 정지하는 마지막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단순히 ‘어려운 환경 속에 발레리노가 되는 소년의 성공담’이 아니라, 광산 노동자 파업이라는 영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과 얽히는 빌리의 가족, 친구들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영화였습니다. 뮤지컬로도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었지요. 영화 ‘빌리 엘리어트’ 이야기를 꺼낸 건 제가 인도에서 ‘빌리 엘리어트’를 만났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웬 인도냐고요? 지난주 국립발레단의 한-인도 수교 40주년 기념 공연을 취재하기 위해 인도 뉴델리를 다녀왔거든요. 국립발레단은 뉴델리 현지에서 공..
방송사 보도국에서 문화부는 이른바 ‘메이저’가 아니다. 소속 기자 수가 적고, 기자가 적으니 생산해 내는 기사 수도 적다. 사건도 많고 속보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부서가 있는가 하면, 사람들의 관심이 큰 ‘먹고 사는’ 문제를 다루는 부서도 있지만, 문화부는 다르다. 내가 다니는 SBS는 메인 뉴스인 8시뉴스에 문화부 리포트가 하루 한 건 정도 나간다. 우스개로 ‘백 톱(Back Top)’이라고 불리는 가장 마지막 순서로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 정부 부처 중에서도 문화부는 ‘마이너’인 것 같다. 문화부 예산이 정부예산의 1퍼센트를 겨우 넘었다는 게 뉴스가 됐던 걸 보면. 몇 년 전, 정치부에서 일하다가 문화부로 옮긴 지 몇 달 지났을 때, 아버지가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물어왔다. “얘야, 매일 8시뉴..
왜 고은 시인이 매년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일까요? 앞선 글 ‘도박사이트가 노벨문학상을 예측한다고?’에서 썼듯이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 과정은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돼 별 정보를 얻을 수는 없습니다만, 역대 수상자를 통해서 ‘수상 조건’을 유추해 볼 수는 있습니다. 이 조건이라는 게 어디 명시된 건 절대 아니고 사후에 짐작해 본 것일 뿐이지만, 참고는 할 만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그 작가의 작품이 많은 나라에서 번역 출판돼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국제적인 인지도를 얻게 되니까요. 그 중에서도 중요한 조건은 수상 시점 전에 그 작가의 작품이 스웨덴어로 번역 출판돼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노벨문학상이 전 세계문학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지만, 작가가 스웨덴에 소개되지 않았을 경우..
노벨문학상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예전보다는 노벨문학상의 위력이나 권위가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노벨문학상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입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몇 년 전부터 ‘언제 첫 한국인 수상자가 나오나’를 고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가장 수상이 유력한 한국 작가로는 고은 시인이 꼽히고 있지요. 노벨문학상은 스웨덴 한림원이 수상자를 선정해 관례적으로 매년 10월 둘째 주 목요일에 수상자를 발표합니다. 올해는 10월 10일이네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열리는 시기와 겹칩니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세계 최대 규모의 도서전으로 전세계 출판업계 관계자와 작가들이 많이 모이는 자리입니다. 유럽 한복판에서 대규모 도서전이 열려서 책과 문학에 대한 관심이 고조돼 있을 때 노벨문학상 수상자도 함께 발표되는..
공연 리허설은 공연 전에 열리는 ‘예행 연습’입니다. 공연 취재를 맡고 있다 보니 공연 리허설을 지켜볼 기회가 종종 생깁니다. 리허설은 본 공연처럼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서 좀 어수선하지만, 공연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줘서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합니다. 리허설 중에서도 의상, 소품, 무대 장치를 모두 갖추고 하는 최종 리허설은 본 공연과 비슷하게 이뤄집니다. 공연 리허설은 공연 관계자들만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되는 게 보통이지만, 경우에 따라 일반 관객들에게 공개되기도 합니다. 해외에선 리허설 관람을 위한 표를 파는 경우도 있죠. 리허설 자체도 ‘공연 상품’으로 만든 겁니다. 국내에서는 리허설 유료 공개는 거의 본 기억이 없습니다만, 무료 공개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립..
- Total
- Today
- Yesterday
- facebook.page-SBS 김수현 기자의 커튼콜
- 김수현 옛 블로그
- 단 한번 아름답게 변화하는 꿈
- 여강여호의 책이 있는 풍경
- machination
- 산딸기 오믈렛 :: 네이버 블로그
- 포르테피아노토피아
- 내 기억 속의 공화국
- 바람의 영토
- 기억의 비늘 by 새알밭
- 파아란 영혼
- 산하 블로그
- 꽃내음님 블로그
- 바테스의 파편들
- 문학수 선배 블로그
- 남상석의 호연지기(浩然之氣)
- ringcycle(강일중선배)님의블로그
- 존재하지 않는 책들의 서문과 후기들(람혼)
- 작곡토끼의 전위적 일상
- 김홍기의 패션의 제국
- THE House Concert
- VentureSquare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날마다 적는 블로그(심영구 기자 블로그)
- 싫어 또는 실어(노순택)
- indizio
- Comments for 최유준의 웹미디어
- 하늘아래뫼
- 이정환닷컴!
- 글 목록 :: KKwak's Blog
- 더키앙(정덕현)
- 구자범
- 환락송
- 국립발레단
- 정명훈
- 코로나증상
- 국립극단
- BTS
- 랑랑
- 국립오페라단
- 중국드라마
- SBS취재파일
- 김수현기자
- 리처드 용재 오닐
- 온라인공연
- 해의만
- 조수미
- 방탄소년단
- 종한량
- 푸른 눈의 국악원로
- 보보경심
- 사천가
- 코로나재택치료
- 임윤찬
- 반클라이번콩쿠르
- 억척가
- 구자범
- 서울시향
- 랑야방
- 이자람
- 중드
- 문화부 기자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6 |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