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폐쇄된 옛 블로그 글 복원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5년, 국립오페라단의 리허설 공개 때 '단체 관람'을 왔는지, '단체 소동'을 벌이러 왔는지 구별이 안 되는 학생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고, 그 때 썼던 글입니다. 졸저 '나도 가끔은 커튼콜을 꿈꾼다'에도 실었습니다. 학창 시절 단체 관람의 추억은 많은 분들이 갖고 계실 겁니다. 저도 중학교 때 단체관람으로 여러 편의 영화를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단체 관람은 대개 시험을 끝내고 가는 경우가 많아서, 즐겁고 신나는 이벤트였습니다. 그렇게 단체관람으로 봤던 영화가 ‘사관과 신사’ ‘테스’ ‘아마데우스’ 였습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영화들이지요. 그래서 국립 오페라단 홍보 담당자로부터 오페라 ‘마탄의 사수’ 최종 리허설을 단체..
*1편에서 이어집니다. 더 중요한 건 공연 자체의 매력도입니다. 아무리 영상 제작 기술이 뛰어나다 해도 공연 자체가 매력이 없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그런데 과연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공연을 영상으로라도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을까요? 메트는 메트라서, 베를린 필은 베를린 필이라서, 현장에 못 가보니까 영상으로라도 보고 싶어하는 거 아닌가요? 오페라 평론가 박종호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메트라든지, 베를린 필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사람들이 영상으로 찾아보는 큰 이유는, 물리적으로 너무 멀어서 못 가보기 때문이지요. 한국처럼 교통이 발달되고 전국이 1일 생활권인 곳에서, 영상을 만들어서 상영한다고 해도 과연 몇 명이나 올까요? 영상 컨텐츠 만드는 게 세계적인 트렌드라고는 하지만, 성공하는 경우는 메..
“백령도의 초등학생도 예술의전당 공연을 봅니다.” 예술의전당이 컨텐츠 영상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내건 캐치프레이즈입니다. ‘SAC on Screen(SAC는예술의전당의 영문 명칭, Seoul Arts Center의 약자입니다)’이라고도 불리는 이 사업의 골자는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공연들을 고품질 영상 컨텐츠로 만들어 시중 극장이나 지방 문예회관에서 상영하겠다는 것이죠. 지난 5월 예술의전당 고학찬 사장이 취임 이후 첫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중점 추진 사업입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고학찬 사장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공연들이 고화질 영상으로 제작돼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영화관에서 개봉되고 있다는 예를 들었습니다. 예술의전당 공연도 그렇게 영상으로 만들어 땅끝마을 초등학생까지 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면서..
취재하면서 만난 전문가들 얘기에 따르면, 해외 주요극장들은 무대세트와 의상, 소품 보관소를 중요 기반시설로 갖추고 있습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은 콘테이너 하나에 한 작품씩, 수백 편의 무대세트를 보관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자주 공연하는 작품은 뉴욕에서 가까운 뉴저지 보관소에 배치하고, 자주 공연하지 않는 작품은 좀 떨어진 지방에 보관해, 언제든 필요할 때면 꺼내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답니다. 일본 신 국립극장은 무대미술 센터를 지바현에 갖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도쿄 신주쿠에 있는 신 국립극장의 발레, 오페라 등의 무대 장치와 의상을 보수 보관하고 있는데요, 전자동 격납 시스템을 갖춘 보관고, 무대세트를 보수하는 미술 공작관, 무대미술 자료를 보존 전시하는 자료관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또..
공연을 홍보할 때 ‘화려하고 웅장한 무대’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지요. 실제로 무대는 공연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전체 제작비 중에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입니다. 오페라의 경우 보통 무대에 드는 비용이 전체 제작비의 10-20퍼센트 정도 차지합니다. 억대가 되는 경우가 많지요. 이렇게 큰 돈을 들인 무대세트는, 그 공연이 끝나면 어떻게 될까요? 저는 지난주 국립오페라단이 임대 사용하고 있는 경기도 용인의 한 창고에 다녀왔습니다. 이 날 국립오페라단은 이 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작품 4편의 무대세트를 폐기했습니다. 오페라 ‘파우스트’와 ‘시몬 보카네그라’, ‘어린이와 마법’, 그리고 오페라 갈라콘서트의 무대세트였죠. 폐기물업체가 동원돼 덩치 큰 무대세트들을 부수고, 대형 트럭에 실어 소각장..
*'넘순이'를 아시나요?_-페이지터너' 이야기. 나도 페이지터너를 할 뻔한 경험이 있다. 이미 SBS 뉴스 사이트에 취재파일로도 썼지만, 이번호 클럽 발코니 매거진에는 내 경험담까지 곁들여 다시 썼다. ‘페이지터너’라고 들어보셨는지? 음악회에서 악보 넘겨주는 사람을 말한다. 음악회는 암보로 연주하는 경우도 있지만(대부분의 독주곡이나 협주곡은 암보로 연주한다), 실내악이나 반주는 악보를 보면서 연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악기 중에서도 특히 피아노 악보는 음표가 많고 복잡해서 연주자가 악보를 직접 넘기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피아니스트 옆에 페이지터너가 앉게 된다. (‘페이지터너’에는 다른 뜻도 있다.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재미있는 책’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페이지터너 대신 ‘넘순이’, ‘넘돌이..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과 젊은 연주자들이 여는 '디토 페스티벌', 올해도 개막했다. 오늘 디토 페스티벌 관련해 리처드 용재 오닐을 인터뷰하면서 또다른 '용재' 이야기를 했다. '용재'라는 이름을 가진 예술가가 또 한 명 있었다고. 2006년에 별세한 한국 발레 큰 스승 이용재(로이 토비아스). 용재를 만나, 용재를 추억했다. 이용재 선생 별세 이후 썼던 글, 다시 올려본다. 기자로 일하면서 참 많은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가 취재의 알파요 오메가라지만, 사실은 구색 맞추기 인터뷰, 의례적인 인터뷰를 위해 잠깐 스치듯 만난 사람들도 많다. 이런 경우는 인터뷰 대상이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었다 해도 별다른 감흥이 없다. 그러나 공들여 인터뷰했던 사람들에 대해서는 세월이 지나도 기억이 생생하고, 개인적으로..
'페이지터너'라고 들어보셨나요? ‘페이지(page)’를 넘겨주는 사람(turner)’입니다. 음악회에서 연주자 대신 악보 넘겨주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죠. '넘순이' '넘돌이'라는 별명으로도 많이 불리는데, 한국에선 여성 페이지터너 즉 ‘넘순이’가 훨씬 많은 편입니다. (아, ‘페이지터너’에는 다른 뜻도 있습니다.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재미있는 책’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합니다.) 모든 음악회에 다 페이지터너가 나오는 건 아닙니다. 보통 독주곡이나 협주곡은 암보로 연주하기 때문에 페이지터너가 없죠. 그러나 여럿이 연주하는 실내악이나 피아노 반주의 경우 악보를 보면서 연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악기 중에서도 특히 피아노 악보는 음표가 많고 복잡해서 연주자가 직접 넘기기가 쉽지 않죠. 그래서 피아니스트 옆에..
지난해 예술의전당 제야음악회 보도자료를 보다가 ‘신지아’라는 이름을 발견했다. 신지아? 신지아가 누구지? 알고 보니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가 이름을 바꾼 거였다. 신현수는 한국의 차세대 음악가 대표격으로 꼽혀온 바이올리니스트다. 롱 티보 콩쿠르 우승,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3위 입상 등 세계 유수 콩쿠르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유럽과 아시아 무대에서 활발하게 연주 활동을 해왔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함께 한국 대표 격으로 연주하기도 했다. ‘신지아 프로젝트 No.1’로 ‘격정 바흐’라는 타이틀의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그녀를 만났다.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신지아’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어요. 연주자로서 2013년을 새 이름으로 새롭게 출발한 셈이죠. 하지만 이름을 바꿨..
딴 딴 따단~ 딴 딴 따단~ 결혼식에서 신부 입장 때 울려 퍼지는 이 곡. 다들 아시죠? ‘결혼행진곡’입니다. 지난 금요일 SBS 8뉴스에서 ‘바그너 탄생 200주년’ 관련 리포트는 바로 이 곡으로 시작했습니다. 바그너, 하면 어렵게 느껴지지만, 사실은 ‘클래식 음악 역사상 가장 유명한 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결혼행진곡의 작곡가라는 점을 먼저 이야기하고 싶었으니까요. ‘결혼행진곡’으로 알려져 있는 이 곡은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 중에 나오는 ‘혼례의 합창’(Bridal Chorus. 영어권 국가에서는 Here comes the bride, 혹은 단순히 Wedding March로 불리기도 합니다. Wedding March는 사실 이 곡뿐만 아니라 결혼식에서 연주되는 행진곡풍의 곡을 통틀어 부르는 ..
숙직하다 새벽에 조간신문을 보다 보니, 한 신문의 영화 담당 기자가 조용필과 강우석을 비교하는 칼럼을 썼다. 조용필은 미래를 살고 있고, 강우석은 여전히 과거에 살고 있다는 얘기. 강우석을 다룬 분량은 적지만 사실 이 칼럼은 강우석 얘기를 하기 위해 조용필 얘기를 끌어들인 모양새다. 이 칼럼을 쓴 기자는 조용필이 부인과 사별한 지 얼마 안돼 조용필의 집에 갔고, 그 집에서 조용필이 아이돌의 음악을 듣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썼다. 그리고 이 아이돌은 '빅뱅'이었단다. 나도 이 대목을 읽으면서 충격을 받았다. '빅뱅'은 2006년에 데뷔했고, 조용필이 부인과 사별한 것은 2003년 초였기 때문이다. 기자는 칼럼에서 '2000년대 중반 어느 가을밤'이었다고 썼는데, 조용필이 사별한 지 얼마 안돼 조심스..
사탕 나눠주는 공연장.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얘기다. 지난 1월 10일부터 예술의전당은 콘서트홀 공연 관객 중 원하는 사람에게 사탕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공연장에는 보통 음식 반입이 금지돼 있지만, 이 사탕만큼은 예외다. 기침 예방용 사탕이기 때문이다. 기침은 휴대전화 벨 소리와 함께 공연을 방해하는 소음으로 꼽힌다. 전화를 끄면 해결되는 벨 소리와는 달리 기침은 생리적인 현상이라 좀 차이가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큰 기침 소리는 연주자에게, 또 주변 관객에게 방해가 되는 게 사실이다. 유명 지휘자인 쿠르트 마주어는 뉴욕 필하모닉 재직 시절, 객석의 기침 소리 때문에 연주를 중단하거나, 아예 무대에서 퇴장한 적도 있다. 희극적인 상황으로 그려졌지만, 벅스 버니 애니메이션 중에는 자꾸 기침하는 관객 때문에 ..
피아니스트 손열음을 지난 4일 만나 인터뷰했다. 기사를 쓰기 위한 것이었지만, 수다 떠는 기분으로, 편하게 대화를 나눴다. 손열음은 그녀의 어린 시절부터 여러 차례 봐온 연주자다. 예술가의 성장을 보면서 그만큼 세월이 흘렀다는 걸 실감한다. 손열음의 ‘첫 리사이틀’이라고 적힌 보도자료를 받아봤을 때, 정말 처음인가, 갸우뚱했었다. 손열음이 예술의전당에서 얼마나 여러 번 연주했는데, 처음이 맞나? “진짜 여러 분들이 정말 처음이냐고 많이 물어보세요. 리사이틀로는 처음이에요. 지금까지는 다 협연이었죠. 조인트 리사이틀에서 10분 정도 독주곡을 연주한 적이 있긴 한데, 이렇게 리사이틀은 처음이에요.” 사실 손열음은 예술의전당이 아닌 다른 공연장에서는 독주회를 한 적이 있다. 왜 ‘예술의전당 리사이틀’에 큰 의..
대기가 건조한 요즘, 화재 소식이 많습니다. 불조심이야 어디서나 해야 하는 것이지만, 특히 공연장은 한정된 공간 안에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인다는 장소의 속성상 한번 화재가 나면 그 피해가 굉장히 커질 수 있는 곳이라 더욱 화재에 민감합니다. 공연장에서는 무대 조명이나 연출상 불을 사용하다가 화재가 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17세기 18세기 유럽의 오페라극장들은 무대와 객석 조명으로 촛불을 사용했고, 목조 건물이었기 때문에 대부분 화재로 소실됐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유럽의 주요 오페라극장들은 19세기나 20세기 들어서 다시 지어진 건물인 경우가 많습니다. 역사상 최악의 공연장 화재는 1903년 12월 30일 미국 시카고 Iroquois극장에서 발생했습니다. 뮤지컬 공연 도중 무대 커튼에 불이..
지난주 금요일(1월 25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서울시향의 그레이트 시리즈-바그너 공연이 갑작스럽게 취소됐습니다. 이유는 지휘자 정명훈 씨의 갑작스러운 허리 통증. 공연 직전인 저녁 6시쯤에 취소된 것이라 상황이 굉장히 급박했지요. 정명훈 씨가 어떻게든 공연을 하는 방향으로 해보겠다며 막판까지 취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가 도저히 서 있을 수조차 없는 상황이라 눈물을 머금고 취소한 것입니다. 그야말로 ‘멘붕’ 사태였습니다. ‘불금(불타는 금요일)’에 공연 관람 스케줄을 잡아 놨다가 갑자기 취소되니 관객들은 얼마나 허탈했을까요? 공연이 취소된 것을 모르고 예술의전당까지 갔다가 현장에서 알게 된 일부 관객들은 항의도 많이 했다는데, 그 심정이 이해가 갑니다. 공연 취소 결정을 내려야 했던 정..
그랜드 피아노 한 대에 남자 다섯 명. 그룹 ‘원 디렉션(One Direction)’의 인기곡 ‘What makes you beautiful’이 다섯 명의 다채로운 연주와 경쾌한 편곡으로 다시 태어났다. 바로 미국 유타 주에서 탄생한 5인조 크로스오버 그룹 ‘피아노 가이즈(The Piano Guys)’의 연주다. 피아노 가이즈는 ‘유튜브 센세이션’이다. 이들은 클래식과 팝을 성공적으로 결합한 곡들을 재치있는 뮤직 비디오에 실어 유명세를 얻었다. 이들의 뮤직 비디오 동영상들이 실린 유튜브 채널의 조회수는 1월 10일 현재 2억 천 백만 명을 넘어섰고, 정기구독자도 백 이십만 명을 돌파했다. ‘피아노 가이즈’ 팀원 중에 클래식 음악을 전공한 연주자는 피아니스트 존 슈미트, 첼리스트 스티븐 샵 넬슨 이렇게 두..
*1편에서 이어집니다.프로쉬가 간수로 있는 감옥에 산다는 쥐들을 잠깐 살펴보자. 번드르르한 공약 내걸었다가 선거만 끝나면 싹 잊어버리는 정치가는 ‘까먹쥐’ 서민의 돈을 빼돌리는 은행가는 ‘빼돌리쥐’, 수해 복구 현장에 돕겠다고 갔다가 사진만 찍고 오는 철면피들은 ‘찍쥐’, 이런 식이다. “같은 편끼리 서로 싸우쥐, 패쥐, 헐뜯쥐, 어우 지겹쥐, 쥐들이 하도 많으니까 요즘 쥐 나오는 노래도 있잖아요. 쥐쥐쥐쥐 베이비 베이비 베이비 ~” ‘박쥐’는 독일어로 공연되지만, 김병만 씨의 대사엔 한국어와 독일어가 섞여 있다. 다른 등장인물과 주고받는 짧은 대화는 독일어로 돼 있다. 김병만 씨는 독일어 대사를 연습하는 일도 쉽지 않다 했다. 국립오페라단에서는 독일어 대사 부분을 녹음해서 보내줬고, 그는 틈만 나면 이..
*그동안 썼던 글을 뒤늦게 블로그에 업데이트한다. 2012년 11월 29일에 쓴 취재파일이다.국립오페라단의 창립 50주년 기념 공연 ‘박쥐’에는 특별한 출연자가 등장한다. 바로 코미디언 김병만 씨다. 코미디언이 어떻게 오페라에 출연하느냐고? 김병만 씨가 맡은 역은 노래가 없다. 연극적 요소가 강하고 이 작품에 해학을 더하는 감초 같은 역할이다. 이런 역이 포함된 ‘박쥐’는 다른 일반적인 오페라들과는 좀 차이가 있다. ‘박쥐’는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남국의 장미’ 봄의 소리 왈츠’ 등으로 유명한 ‘왈츠의 황제’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작곡한 오페레타다. ‘오페레타’는 ‘작은 오페라’라는 뜻으로, 일종의 ‘가벼운 오페라’다. 희극적인 내용이 대부분이고 다양한 춤이 포함된다. 오페라와 뮤지컬의 중간쯤에 ..
정말 오랜만이다. 한동안 안팎으로 일이 많아서 글을 쓸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 와중에도 페이스북에는 몇 마디씩 남겨놓곤 했는데, 아무래도 페이스북에 찔끔찔끔 쓰다 보니 긴 글은 정작 못 쓰게 된 것 같기도 하다. 나는 8시뉴스에 리포트를 하고 나면 리포트 링크와 함께 취재한 간단한 사연을 적어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려왔는데, 이제부터는 이 블로그에도 올려볼 생각이다. 페이스북 유저와 블로그 유저는 겹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은 것 같아서, 블로그에도 꾸준히 뭔가 쌓이는 기록을 남겨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이 블로그는 페이스북에 적합치 않은, 길이가 긴 글을 썼을 때 올리는 용도로 써왔는데, 이제부터는 추가로 내가 써서 뉴스에 나간 기사와 동영상 링크도 올려놓겠다는 얘기다. 그..
검정색 피아노들이 아름다운 새 옷을 입었다. 경기도 문화의전당의 피스&피아노 페스티벌 중 한 행사로 열린 ‘팝업 피아노’ 얘기다. 뉴욕 맨하탄에서 설치 미술가들이 거리에 피아노를 두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누구나 자유롭게 칠 수 있도록 했던 ‘pop-up pianos’ 이벤트에서 힌트를 얻어 기획했다. 경기도 문화의전당은 먼저 어린이 청소년 시설에 피아노를 보내기 위해 개인이나 단체로부터 기부를 받았다. 그래서 피아노 다섯 대가 마련됐다. 이 피아노에 화가들이 재능 기부로 그림을 그렸다. 검정색 피아노의 표면이 화가의 캔버스가 된 셈이다. 참여한 화가들은 김덕기, 김일동, 아트놈, 윤승희, 추혜인. 각자의 개성을 살린 ‘세상에 다시 없는 특별한 피아노’들이 이렇게 탄생했다. 개성 만점의 미술 작품으로 탄생한..
“20년 전만 해도 한국인이 국제 음악 콩쿠르 결선에 오르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1995년 이후 4백 명 넘는 한국인이 결선에 진출했고, 이 중 70명은 우승했다. 도대체 한국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벨기에 공영방송 RTBF의 프로듀서 티에리 로로가 피에르 바레와 함께 만든 다큐멘터리 ‘한국 클래식의 수수께끼(Korean Music Mystery)’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여정이다. 오보에를 전공한 음악가 출신의 프로듀서인 티에리 로로는 20여 년 동안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실황 중계와 관련 프로그램 제작을 맡아왔다. 그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를 매년 지켜보면서 한국인 음악가들이 최근 몇 년 사이 마치 ‘산사태가 난 것처럼’ 몰려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다른 국제 ..
지난해 한예종 등 한국 음악교육 현장을 취재해 한국 클래식 음악가들의 성공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벨기에의 티에리 로로 감독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본인 역시 음악을 전공했고, 벨기에 공영방송의 음악 담당 프로듀서인 티에리 로로 감독은 소프라노 임선혜, 홍혜란 등 한국 음악가들과 친분이 있었고, 한국에 큰 호감을 갖고 있었다. 지난해 인터뷰할 때 이 다큐멘터리가 완성되면 제천 국제음악영화제에 초청됐으면 좋겠다고 하더니, 과연 그렇게 되었다. 로로 감독은 최근 한국에 다시 가게 됐다며 흥분된 어조로 이메일을 보내왔다. 다시 만나면 반가울 것 같다. 인터뷰 한 번 했을 뿐인데 어찌 하다 보니 친구가 된 듯한 기분이다. 그가 보내준 영화 트레일러 링크다. '한국 클래식의 수수께끼'를 그는 어떻게 풀어냈을지..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의 ‘지젤’ 내한공연이 얼마 전에 끝났습니다.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공연이었어요. P석 40만원에서부터 입방아에 오르더니, ‘세계 3대 발레단’ 마케팅에, 막판에는 ‘볼매 지젤(볼수록 매력적인 지젤)’ 같은 이벤트까지, 무리수가 많았어요. 오류와 오역이 많았던 프로그램 책자도 내한공연 기획사가 얼마나 발레에 대한 이해가 없는지를 잘 보여줬습니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근간에 그렇게 빈 자리가 많은 건 처음 봤습니다. 결국 흥행 참패로 끝났지요. 공연 내용 자체는 좋았기에 더욱 아쉽습니다. 합리적인 가격과 마케팅이 받쳐줬다면 이 정도의 공연이 그렇게까지 실패할 수가 없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가 역시 스타의 산실이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첫날 줄리 켄트와 ..
트위터에 보니 조금 전 이자람의 '사천가'를 보고 나온 듯한 사람들의 감탄이 이어진다. 예전에도 이자람 공연 있을 때마다 그랬지만, '공연 보고 은혜 받은 이들의 간증'을 보는 듯하다. 이자람의 '사천가'는 국립극장의 '여우락' 페스티벌 중 한 프로그램이다. 지난주 여우락 페스티벌의 개막 공연을 취재하고 이 페스티벌을 소개하는 기사를 썼다.(8시 뉴스 링크: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1260230) 개막 공연은 미연&박재천 듀오의 재즈와 안숙선. 이광수. 김청만 세 명인의 전통 국악이 어울리는 자리였다. 국악과 서양 음악의 만남이 항상 잘 어울리는 것만은 아닌데, 이 날 공연은 괜찮았다. 아무런 악보도 없이 즉흥 연주가 ..
7월에 열리는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의 내한공연 '지젤'이 요즘 ‘세계 3대 발레단’이라는 문구로 홍보되고 있습니다. 세계 3대 발레단은 과연 어디일까요? '지젤' 홍보팀은 아마도 영국의 로열 발레단, 프랑스의 파리 오페라 발레단과 함께 미국의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이 세 단체를 꼽는 모양인데, 발레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가 좋은 발레단이라는 건 맞지만, 홍보하느라 무리하게 ‘세계 3대 발레단’이라는 말을 갖다 붙였다는 겁니다. 저는 또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의 '지젤'이 '오리지널 지젤'로 소개되고 있는 것도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원래 ‘오리지널’은 초연 당시 프로덕션이나 출연진을 가리킬 때 쓰이는 말입니다.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프로덕션, 오리지널 캐스트, 이런 식으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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