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1984년 이화여고 유관순 기념관에서 처음 봤던, 내 인생 두 번째 뮤지컬(첫 번째는 윤복희가 나온 '피터팬'이었다). 당시 출연배우로 유다에 추송웅, 빌라도 총독에 유인촌은 기억 나는데, 예수는 누구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찾아보니 예수 곽은태, 막달라 마리아 박혜미 양금석 등이 출연했던 것으로 나와 있다. 추송웅 유다가 너무나 인상적이었고, 예수 이야기를 이렇게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던 작품이다. 배신자 유다에 주목하고, 고뇌하는 예수의 인간적 모습을 그려내다니. 이후 한국에서 열린 정식 라이선스 공연을 본 것은 2007년이었다. 학창시절 내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이 작품을 다시 만난 것은 좋았지만, 솔직히 만듦새 면에서는 아쉬움이 컸던 기억이..
**예술의전당 월간지 편집자로부터 청탁을 받고 쓴 아르헤리치-마이스키 듀오 공연 프리뷰. 아버지가 위독하신 중에 이 원고를 쓰느라 며칠 밤 잠을 설쳐야 했다. '이럴 때 하필이면' 하다가도, '그나마 이거라도 있어서 뭔가 매달릴 수 있게 해 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원고다. 그런데 허망하게도 이 공연이 취소되어 버렸다. 아르헤리치 여사의 건강 문제 때문이란다. 결국 이 공연은 미샤 마이스키의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공연으로 대체되었다. 예술의전당 월간지 5월호는 공연이 취소되기 전에 이미 인쇄에 들어가 이 원고가 실리기는 했다. 열리지 않을 공연을 위한 프리뷰 원고라. 이런 일도 있구나. 허망하고 아쉬워서 블로그에 옮겨왔다** 예술의전당에서 5월에 열리는 공연의 소개 원고를 써달라는 얘기에 그러겠다고..
*이 글은 서울시향이 1월 25일에 취소됐던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관현악 하이라이트 공연을 5월 7일에 열기로 결정하기 전에 쓰였습니다. 메세나협회에서 발간하는 잡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지난 1월 25일,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예술의전당에서 열 예정이었던 콘서트가 정명훈 예술감독의갑작스러운 허리 통증으로 취소되었다. 공연을 고대해 왔던 관객들이 실망한 것은 당연지사. 더구나 이 공연에서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관현악 하이라이트가 국내 초연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더욱 아쉬움이 컸다. 바그너는 세계 음악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선 아직도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작곡가다. 성악이 중심인 이탈리아 오페라와는 달리, 바그너의 오페라는 화려하고 웅대한 관현악이 중심이 된다. 오케스트라 편..
댐 건설로 고향집이 수몰돼 더 이상 찾아갈 수 없는 사람의 심정이 이럴까. 2013년 3월 6일. 대학로 학전 그린 소극장에서 열린 이별 파티에서 나는 마음이 그렇게 허전할 수가 없었다. 학전 그린 소극장의 폐관을 앞두고 열린 파티였다. 극장이 세 들어 있던 빌딩이 팔리면서 건물 용도가 바뀌어 문을 닫게 된 것이다. 학전 그린 소극장은 1996년에 문을 연 이래 17년 동안 5천 회가 넘는 공연을 열어온 소극장으로 김민기 씨가 이끄는 극단 ‘학전’의 보금자리였다. 뮤지컬 ‘지하철 1호선’과 뮤지컬 ‘의형제’가 이 공연장의 주요 레퍼토리였으며, 뮤지컬 ‘모스키토’와 장진 연출의 연극 ‘허탕’이 초연됐다. 안치환 콘서트, 들국화 콘서트가 열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뮤지컬 ‘빨래’가 공연되고 있었다. 지금까지 ..
창작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가 곧 10주년을 맞아 새단장을 하고 공연에 들어간다 한다. 오래 전에 보고 '애정'했던 공연이라 반갑다. 2007년 2월, 이 공연을 보고 옛 블로그에 글을 썼었다. '인당수 사랑가'를 쓴 박새봄 작가를 만나보고 싶다고 썼었는데, 트위터를 시작하면서 만났다^^ 박새봄 작가는 새로 공연을 올리면서 참고하기 위해 남들이 옛 공연을 보고 쓴 글을 읽어본다는데, 내 글도 가끔 찾아 읽어본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이 글을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게 되었고, 그김에 이 곳으로 옮겨왔다. 이 글을 다시 읽으니 새로운 '인당수 사랑가'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진다. 궁금하다. *여기서부터는 2007년에 옛 블로그에 썼던 글이다. 요즘 주변에서 '볼 만한 공연을 추천해 달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한여름밤의 향연' 공연을 보고 왔다. 요즘 경기 필하모닉의 공연 기획 참 신선하고 좋다. 몇 달 전 예술의전당에서 열렸던 '합창과 함께 하는 바그너 갈라 콘서트'도 자주 연주되지 않는 바그너 오페라의 명장면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는데, 이번 공연은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팔리아치'를 오페라 콘체르탄테(오페라의 연극적 요소를 덜어내고 콘서트 형식으로 연주하는 오페라)로 연주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번 공연의 휴식 시간에는 한 시간 동안 와인과 음식이 제공되는 파티가 공연장 앞 야외 광장에서 진행됐는데, 마치 유럽의 어느 페스티벌에 와 있는 듯 여유롭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레온 카발로의 '팔리아치'는 작곡가도 서로 다르고, 처음부터 그..
이 연극, 보도자료 받아보자마자 '돈은 어떻게 벌까' 궁금했다. 어린이 전문극단 '사다리'가 제작한 영유아를 위한 연극 '달' 얘기다. 36개월 이하 아기들을 대상으로 한 연극이다. 1회당 관람 인원은 엄마(혹은 아빠)와 아기 15쌍으로 제한한다. 입장료는 1쌍에 만 5천원. 과천시민회관에서 초연을 마쳤고, 구로아트밸리 극장으로 옮겨와 5일까지 공연한다. (그러고 보니 내일이면 끝난다.) 구로아트밸리 극장에서 하는 공연을 취재하러 갔다. '갓난아기'로 불러야 할 5개월 된 아기부터, 이제 제법 걸어다니며 간단한 말은 할 줄 아는 아기들까지, 다양한 '월령대'의 아기들이 왔다. 아기들이 연극을 제대로 볼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잘 본다. 대사는 최소화하고, 감각을 자극하는 이미지와 움직임, 소리로 극을 빚어..
케네스 맥밀란이 안무한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을 유니버설 발레단의 공연으로 봤다. 원수지간인 두 집안의 남녀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국은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다는 이야기. 영화로, 연극으로, 뮤지컬로, 발레로, 참 여러 번 봤는데도 지겹게 느껴지지 않는 건 원작이 그만큼 매력적인 얘기라는 뜻이다. 물론 그만큼 원작을 잘 구현해 내는 작품이어야 한다는 건 당연지사. 이번에 발레를 보면서도 뻔히 아는 결말에 또다시 울컥 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 발레를 볼 때 주인공이 아니면서도 계속 나의 관심을 끈 인물이 있었으니, 그는 줄리엣에게 구혼하는 패리스였다. 그는 줄리엣의 부모인 캐퓰릿 부부가 줄리엣과 짝지어준 귀족이다. 그러나 줄리엣은 로미오를 만나기 전부터도 별로 패리스에게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
뮤지컬 '위키드'가 무대에 올려진 지 얼마 안 됐을 때, 내용이 궁금해서 원작소설을 먼저 구해 읽었다. 원작은 전혀 가족용이 아니다. '오즈의 마법사' 이전 이야기라고 하기에, '오즈의 마법사'와 비슷한 분위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초장부터 내 예상을 빗나갔다. 앨파바가 어떻게 '서쪽의 사악한 마녀'가 되는지 그 과정을 집요하고 설득력있게 그려낸다. 어둡고 신랄하고, 정치적 메시지가 담겼다. 2008년, 영국 연수 시절에 드디어 런던에서 뮤지컬을 볼 수 있었다. 뮤지컬은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과 기본적 모티브는 같지만, 상당히 달라졌다. 뮤지컬은 앨파바와 글린다 두 사람을 축으로 삼각관계 로맨스를 가미했다. 앨파바의 사랑은 원작과는 달리 해피 엔딩으로 맺어진다.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겁쟁이 사자,..
이자람의 억척가 앙코르 공연. 어제 감기몸살이 심해 쓰러질 지경이었지만, 억척가를 보면 뭔가 '치유'를 받을 것 같아서 무리해서 갔다. 몸이 치유되진 않았지만, 마음에는 보약이 됐다. 그런데 공연과는 별개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한 풍경 하나. 이미 두 달 전 매진된 이 공연은 1회 수용관객이 500명 정도에 그친다. 선착순 입장하는 자유석이었는데, 중앙의 가장 좋은 자리 40석 정도가 '협찬지정석'으로 표시돼 있었다. 좋은 자리 앉으려고 일찍 와서 줄 서서 입장한 관객들이 불만을 토로했다. 몇 명은 공연장 직원에게 강력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억척가는 인기가 높아 일찌감치 매진됐고, 객석이 많은 공연도 아닌데, 뭐하러 협찬을 받았을까 의아했는데, 이 손님들은 'VIP 단체고객'이었다고 한다. 공연이 끝나고 ..
연극 '대학살의 신' 원제가 뭔지 궁금해 찾다가 발견한 소식. '대학살의 신'은 God of Carnage'인데, 지금 'Carnage'라는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에 조디 포스터, 케이트 윈슬렛, 크리스토퍼 왈츠, 존 C. 레일리가 주연. 주연배우들이 쟁쟁한 게, 재미난 영화가 나올 것 같다. 지금 포스트 프로덕션 단계라고 하니, 올해 안에 볼 수 있을 것. 조디 포스터는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와 비슷한 풍이지만 더 웃긴다고 이야기했다는데. 야스미나 레자의 탄탄한 대본이 스크린 위에서는 어떻게 변용될지 궁금하다. 관련기사(영문) 링크: http://www.empireonline.com/news/story.asp?NID=30483
연극 '대학살의 신'. 웃긴다. 재밌다. 장면 전환이나 시간대 변화 없이 90분을 쭉 배우 네 명이 주고받는 설전과 몸싸움으로 가는데, 전혀 지루할 틈이 없다. 서주희 씨 연기는 볼 때마다 감탄하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한태숙 선생이 웬일로 코미디를 연출하다니 했는데, 보고 나니 왜 했는지 알겠다. 그냥 밝게 웃고 마는 코미디가 아니다. 한참 웃다 보면 위선적이고 앞뒤 안 맞는 저들의 모습이 바로 내 모습 아닐까 하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든다. 연극을 같이 본 아이들은 틈만 나면 '우리는 세계 시민이예요' 하는 등장인물의 훈계하는 듯한, 분개한 듯한 말투를 흉내 내고 있다. 큰 아이는 이야기를 이해하고 즐긴 것 같은데, 많이 어린 둘째에게는 아직 무리인 것 같다. 하지만 둘째도 구토하는 장면 같은 우스꽝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실내관현악단의 공연을 다녀왔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강주미가 협연하는 무대였다. 떠오르는 유망주 강주미의 연주를 본 적이 없어 이번에는 꼭 보리라 별렀던 공연이었다. 하지만 어제 저녁 문화부에 기사가 많아 도저히 일찍 공연 보러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목동에서 늦어도 6시 반에는 나가야 공연장인 예술의전당에 여유있게 도착해 8시 공연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일을 마치고 나니 7시 반. 피곤하기도 하고, 늦기도 했고, 그냥 가지 말까 하는 생각이 뭉클뭉클 솟아올랐다. 예술의전당에서 공연 끝나면 집까지 그 멀고 먼 길, 아무리 빨리 도착해도 밤 11시가 넘을 텐데..... 저녁밥도 못 먹었는데.....에이. 가지 말아야겠다! 하지만 공연 프로그램을 보니 강주미는 후..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가 곧 다시 무대에 오른다. 2001년 초연 이후 10년 동안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는 연극이다. 나는 2001년 초연과 2002년 공연, 이렇게 두 차례 공연을 봤으니, 꽤 오래 전 일이다. 이후 수많은 유명 배우들이 이 무대를 거쳐갔다. 이번 공연에는 김여진 씨를 비롯한 배우 4명이 출연한다. 오랜만에 이 작품을 꼭 다시 볼 생각이다. 2002년 서주희 씨의 1인극으로 공연됐던 무대를 보고 썼던 글을 다시 올려본다. 오래 전 글이라는 걸 감안하고 읽어주시길. '버자이너 모놀로그(VaginaMonologue)' 들어보셨나요? 아마 이미 보신 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 얼마 전부터 앙코르 공연에 들어간 화제의 연극 제목입니다. 지난주 금요일, 이 연극을 보고 왔습니다. 그리고,지..
오페라 애호가가 아닌 한, 일반인들의 오페라에 대한 인식은 대개 비슷할 것이다. 호화로운 공연장, 잘 차려 입은 관객들,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 노래, 입이 떡 벌어지는 고가의 티켓, 이런 단어들이 아마 오페라와 관련해 떠오르는 이미지일 것이다. 그러니 오페라가 ‘그들만의 장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오페라는 사실 굉장히 비경제적인 장르다. 오페라는 ‘종합 예술’이라는 말은, 그만큼 이것저것 신경 쓸 일도, 돈 들어갈 일도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만큼 티켓도 비싸진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오페라를 볼 엄두를 못 내게 된다. 그렇다면 티켓 값만 문제인가. 대개 국공립 오페라단의 공연은 정부 예산으로 지원받는 만큼, 티켓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진다. 하지만..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 첫날(11/15). 말러 교향곡 9번을 음반이 아닌 실연으로는 처음 들었다. 빠르고 화려한 소리로 듣는 사람들을 격동시키는 것은 비교적 쉽지만, 느리고 고요한 소리로 마음을 움직이는 게 더욱 어렵고 소중하다는 걸 다시한번 깨달은 날. 마지막 음이 사그러든 후에도 한참 동안이나 지속됐던 '침묵'이 어제 공연의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던 것 같다. 한자리에 모인 그 많은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몰입'했던 순간. 지휘자 사이먼 래틀이 기자회견에서 언급했던 '침묵의 깊이(Depth of Silence)'를 온 몸으로 느꼈던 순간. 영적인 충만감이 차올랐던 공연이었다. 그러나 음악 외적으로는 약간의 씁쓸함도 느꼈던 날이었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이전 두 차례 공연은 SB..
오늘부터 이틀간 유리 테미르카노프가 이끄는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내한공연을 한다. 2006년, 그의 공연을 보고 와서 신들린 듯 써내려갔던 '연서'를 다시 올려본다. 오늘밤, 나는 그를 세번째 만났다. 처음 만남에서 나는 그에게 반했고, 두번째, 세번째, 만남이 이어져도 그를 만날 때의 설레는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은발의 그는, 멋지고 세련된 신사다. 그가 내가 앉아있는 쪽으로 얼굴을 돌릴 때, 나는 그 온화한 미소를 잠깐이라도 더 보고 싶어 그 순간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지속되기를 바랐다. 조금 전에 그를 만난 그 장소를 떠나왔지만, 그를 만난 감동으로 내 가슴은 아직도 뛰고 있다. 그는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유리 테미르카노프다. 나는 그를 2001년 ..
얼마 전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이 학교 숙제를 해야 한다며 화가 사진을 찾아달라 했다. 갑자기 화가 사진은 무엇에 쓰려고? 알고 보니 딸의 숙제는 자신의 장래 희망을 쓰고, 이 장래희망과 관련해 닮고 싶은 사람, 그러니까 ‘역할 모델’의 사진을 찾아오라는 것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딸의 장래 희망은 화가다. ‘화가 누구?’ 했더니 딸은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며 엄마가 가르쳐 달라고 했다. “글쎄, 누가 좋을까? 김홍도?” “김홍도가 누구야?” “으응. 굉장히 유명한 우리 나라 화간데…….” 딸의 얘기를 듣자마자 내 입에서 제일 먼저 튀어나온 이름이 단원 김홍도(1745~1806년경)였다. 그런데 문제는 조선시대 화가인 김홍도의 사진이 있을 리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래도 외국..
취재기자로서나, 딸 키우는 엄마로서나, 어린이 공연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어린이 공연을 보러 다니다 보니, 미취학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들은 넘쳐나는데,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볼 만한 공연이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리 나라의 어린이 공연들은 대부분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을 위한 공연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큰 원인은 초등학교 때부터 많은 어린이들이 이미 ‘예비 입시경쟁’의 대열에 서게 되는 우리나라의 교육 환경에 있을 것이다. 학교 수업이 끝나도 이 과목 저 과목 학원 다니느라 공연 볼 시간이 없는 것이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보러 오는 아이들이 없다 보니 그 연령대 아이들을 위..
지난주 토요일 '늑대의 유혹'을 봤다. 처음부터 '한류뮤지컬'을 표방했다. K-팝 히트곡들을 사용해 귀에 익은 최신 가요들이 계속 흘러나오고, 박진감 넘치는 춤도 눈을 즐겁게 한다. 평범한 여고생을 두고 '킹카' 두 사람이 벌이는 공방이 주요 소재인 만큼, 체격 좋고 잘 생긴 남자 배우들이 등장한다. 유명 가수들이 포함된 캐스팅이 화려해 눈길을 끌만하다. 10대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귀여니의 인터넷 소설이 원작이다. 강동원, 조한선 등이 출연했던 동명의 영화도 큰 인기였다. (나는 소설이나 영화는 보지 못했다.) 뮤지컬은 망언고 '전설'들과 함께 학교를 다녔던 교생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선배들의 무용담을 들려주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손발이 오글거려지고 유치한 대사가 난무하지만, 보다 보면 재미있다..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공연이나 영화에서 기자가 등장하면 유심히 보게 된다. 최근 뮤지컬 '잭 더 리퍼'를 보고 '먼로 기자'에 대한 글을 쓴 김에, 예전에 뮤지컬 '시카고'를 보고 '매리 선샤인 기자'에 대해 썼던 글도 옛 블로그에서 옮겨왔다. 이 글은 졸저 '나도 가끔은 커튼콜을 꿈꾼다(2010)'에도 실었다. ‘'시카고’는 국내에서 꾸준히 무대에 올려지는 뮤지컬이다. 해외 공연 팀이 온 적도 있고, 한국 배우들이 출연한 ‘시카'시고’도 여러 차례 공연됐다. '시카고'는 브로드웨이의 전설적인 안무가 겸 겸 연출가 '밥 파시(Bob Fosse)'의 스타일이 그대로 살아있는 뮤지컬이다. 기자이며 희곡작가였던 모린 달라스 왓킨스가 1926년에 쓴 희곡 'A Brave Little Woman'이 원작이다. 밥..
뮤지컬 ‘잭 더 리퍼’를봤다. ‘잭 더 리퍼(Jack the Ripper)’는 19세기말 런던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이르는 말이다. 이연쇄살인범은 런던 이스트엔드의 화이트채플 가에서 5명 이상의 매춘부들을 잔인하게 난도질하고 신체의 일부를도려내는 방식으로 살해했다. 미해결로 남은 이 사건은 지금도 ‘리퍼학’을 낳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다. 이스트엔드에서는연쇄살인사건의 흔적을 쫓는 체험 관광코스가 운영되고 있다. 뮤지컬 ‘잭 더 리퍼’는이 사건을 소재로 만들어진 수많은 작품 중 하나다. 이 뮤지컬에서는 장기이식 연구용 시체를 구하기 위해영국으로 건너온 의사 다니엘이 시체 브로커인 매춘부 글로리아와 사랑에 빠지고, 그녀를 위해 살인마 잭과거래를 하게 된다. 이 뮤지컬은 연쇄..
이자람의 '억척가' 공연 실황 하이라이트를 유튜브에서 찾았다. LG아트센터에서 올린 영상인 듯하다. 재기 발랄한 대목이 주로 편집돼 있다. 클립에는 안 나오지만 가녀린 몸으로 어미의 절규를 토해내던 그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사람답게 사는 게 무엇인지를 자문하던 모습도. '우스꽝스럽고 슬픈' 이야기 끝에, 결국은 희망을 이야기하던 그녀. 이 클립을 보다 보니, 억척가를 다시 보고 싶다. 억척가 제작에 참여한 의정부예술의전당이거나, LG아트센터이거나, 앙코르 공연 해주면 참 좋겠다. 이자람 씨의 판소리 브레히트 이전 작품인 '사천가'는 프랑스 아비뇽 공연을 앞두고 있단다. 이것도 봤으면 좋겠는데 희망사항이라지. 2008년 아비뇽에 여행 갔을 때, 빈 야외무대를 보면서 군침만 삼켰던 기억이 난다.
며칠 전 작곡가 원일 씨를 만나서 얘기를 하다 보니 올해초 봤던 국립극단의 연극 '오이디푸스'가 생각났다. 원일 씨는 이 연극의 음악을 맡았는데, 매 공연에 출연해 직접 연주했다. 원일 씨의 연주에는 슬픔과 비장함이 가득해 나를 숙연하게 했는데, 알고 보니 사연이 있었다. 옛 블로그에서 옮겨온 글이다. 국립극단의 연극 ‘오이디푸스’를 봤다. 수요일 오후 2시 공연. 처음 2시 공연을 하기로 할 때, 극단측에서는 걱정도 했다고 한다. 보통 2시 공연은 주부 관객을 주 타겟으로 하는데, ‘오이디푸스’가 주부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오이디푸스’의 첫 2시 공연은 매진이었다. 저녁 공연도 연일 성황이란다. 연출가 한태숙 씨의 스타일을 좋아한다. 그는 비극에 어울리는 ..
이자람의 을 본 지 꽤 되었건만 아직도 감흥이 다 식지 않았다. 며칠 전 한 기자간담회에 갔다가 만난 작곡가 원일 씨는 가 지금까지 해온 판소리 현대화 작업 가운데 가장 위대한 성취라며, 이를 곧 글로 정리해 볼 생각이라고 했다. 그리고 오늘 글을 써서 공개했다. 원일 씨의 양해를 얻어 내 블로그에 퍼왔다. 2011년 6월 19일 일요일.LG아트센터. '억척가' 공연의 마지막 순간, 가슴에 밀려드는 벅찬 기분을 나는 좀처럼 가늠하기 힘들었다. 사람들의 계속되는 기립박수의 함성 속에서 오늘 공연내내 듣고 보았던... 모든 순간들이 또 다시 빠르게 떠올랐다. 마지막 인사를 한 후 쏜살같이 무대뒤로 사라지는 이자람을 쫒아가며... 그녀의 두 손을 잡던지 아니면 안아주기라도 해야 감사한 마음과 축하의 마음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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