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차례 이어진 커튼콜과 기립박수. 공연이 끝났는데도 내 눈시울은 한동안 젖어있었다. 흥분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자람의 판소리 브레히트 . 이 공연을 볼 수 있었던 게 고맙다. 브레히트의 을 바탕으로 이자람 씨가 직접 대본 쓰고 작창하고 연기까지 했다. 중국의 삼국지 시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생존을 위해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여인의 이야기다. 이 여인은 김순종에서 김안나, 김억척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아이 셋을 데리고 달구지에 온갖 물건 싣고 전쟁터를 좇아다니는 '전쟁상인'으로 살아간다. 권력자들은 좀 더 많은 권력을 얻기 위해 전쟁을 벌이지만, 민초들에게는 생존 자체가 하나의 전쟁이다. 억척네가 전쟁터를 돌면서 그악스럽게 아귀다툼 하듯 사는 이유는 자식들과 함께 살아남기 위한 것. 잡혀간 둘째..
초등학교 1학년 둘째가 토요일 백조의 호수 리허설을 보고 나서 그린 그림. 객석 한 줄에 쭉 사람들을 앉혀놓고는 '엄마, 검정이 나쁜 애야?' 하고 묻고, 내가 '응. 그래' 하고 대답하는 장면을 그렸다. 둘째는 흑조가 나오는 2막이 훨씬 재미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백조들이 빙빙 도는 장면은 지겨웠다고. "백조들이 왜 계속 뛰어다니는지 모르겠어' 하면서. 둘째는 일요일에도 '백조의 호수' 보러 가고 싶다고 했는데, "어제 다 봤는데 같은 걸 또 보고 싶어?" 했더니, 대답이 걸작이다. "어? 똑같은 거야? 난 또 백조랑 왕자랑 결혼하고 나서 얘기가 나오는 줄 알았지." 국립발레단에 '백조의 호수' 2편 만들어 달라고 해야겠다. '
토요일 발레 '백조의 호수' 리허설을 봤다. 제 1회 대한민국 발레축제 개막작인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는 원래 일요일 하루 공연인데 본 공연을 볼 형편이 안돼서, 양해를 구하고 아이들까지 데리고 가서 공연 직전 리허설을 본 것이다. '백조의 호수'는 참 여러 번 본 작품이지만, 봐도 봐도 지루하지 않다. 이번 공연에는 김지영 씨가 백조 오데트와 흑조 오딜을, 정영재 씨가 지크프리트 왕자 역을 맡았다. 김지영 씨는 이탈리아 공연을 다녀오더니 더 살이 빠졌다. 가까이서 보면 너무 말라서 안쓰러울 정도인데, 무대에서 뿜어내는 포스는 대단했다. 그녀의 백조는 가슴을 아리게 했고, 그녀의 흑조는 옆에서 보던 딸이 헉 소리를 낼 정도로 요염했다. 정영재 씨는 좋은 무용수인데, 표정이나 감정 연기가 평면적이라는 ..
어제 국립오페라단의 '사랑의 묘약'을 딸과 함께 봤다. 딸은 이례적으로 이 오페라에 '자발적인 흥미'를 보이며 공연 관람에 흔쾌히 동행해 줬다. 물론 '사랑의 묘약'이란 오페라를 하니까 같이 보러 가지 않겠느냐고 먼저 말을 꺼낸 건 나였지만. "너 '남몰래 흐르는 눈물' 알지?. 할아버지가 술만 드시면 부르는 노래. '우나 푸르티바 라 그리마~' 있잖아? (우리 아버지는 이 노래를, 술기운이 살짝 올라 기분 좋을 때 즐겨 부르신다. 완전 뽕짝 스타일로.)" "응, 나 그 노래 알아." "그 노래 나오는 오페라가 '사랑의 묘약'이거든, 그거 보러 갈래?" "사랑의 묘약? 누가 나오는데? (딸은 요즘 조수미에 꽂혔다. 아마 조수미 같은, 자기가 이름 들어본 사람이 나오는 게 아닌가 해서 물어본 것일 터이다)..
뮤지컬 '빨래'의 보도자료를 최근 새로 받았다. '빨래'는 지금 학전 그린소극장에서 장기공연되고 있는 중이다. 나는 누가 볼만한 공연 추천해 달라고 하면 자주 '빨래'를 추천해 왔다. 지난 2009년, 홍광호가 솔롱고로 출연했던 '빨래'를 보고 썼던 글을 다시 올려본다(언제 끝날지 모르는 블로그 이사 작업의 일환^^ 아, 이 글은 졸저 '나도 가끔은 커튼콜을 꿈꾼다'(2010)에도 실렸다). 벌써 2년 전이니, 지금 '빨래'의 모습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정말, 다시 보러 가야겠다. 둘둘 말린 스타킹 아홉 켤레 구겨진 바지 주름간 치마 담배 냄새 밴 티셔츠 떡볶이 국물 튄 하얀 블라우스 발꼬랑내 나는 운동화 밑창 머리냄새 묻은 베개 홑청 손때 묻은 손수건 난 빨래를 해요 오늘은 쉬는 날 가을 햇살은 눈부시..
고양 아람누리에서 열린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정기 연주회를 보고 들어왔다. 독일 국립 하노버 오페라 극장의 수석 상임지휘자로 활동하다 귀국해 광주 시향에서 2년간 재임하며 '돌풍'을 불러일으켰던 지휘자 구자범 씨를 지난 3월 상임지휘자로 맞아들인 후 첫 정기 연주회였다. 구자범 씨가 재임할 때 광주 시향의 연주가 얼마나 좋아졌는지 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직접 들은 적이 없어서 궁금했었다. 경기 필하모닉은 얼마나 바뀔 수 있을까. 지난 월요일, 이 공연 리허설을 취재했다. 비록 긴 시간 지켜본 건 아니지만 리허설에서부터 달라진 모습이 느껴졌다. (위에 동영상 첨부한 뉴스는 이 리허설을 취재해 제작한 것이다. 비록 아주 짧긴 하지만 인터뷰 나오는 부분까진 말러 1번 4악장, 인터뷰 후엔 바그너다). ..
어린이날이 있는 5월. 어린이 공연도 쏟아진다. 오랫동안 공연 담당하면서 어린이 연극을 많이 취재했다. 딸을 키우는 부모라서 더욱 관심이 가기도 한다. 그런데 어린이 공연장의 관객들은 대부분 유치원생들이고, 초등학생들은 별로 많지 않다. 지난 3월 옛 블로그에 썼던 글을 옮겨왔다. 시엘로스 웹진에도 기고했다. --------------------------------- 올해 6학년이 된 큰 딸이 학교에서 특별활동 안내문을 가져왔다. 특별활동 개설 과목이 저학년 때보다 많이 줄어들었다. 큰 딸이 다니는 학교는 특별활동 개설 과목이 다양한 편이고, 덕분에 딸은 1, 2학년 때 리듬체조반, 무용반, 성악반, 미술반에서 활동했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 이런 반은 다 저학년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할 뿐이다. 고학년 ..
백성희 장민호 선생의 연극 '3월의 눈' 앙코르 공연에 백성희 선생이 출연하지 못한다고 한다. 올해 86살인 백성희 선생은 지난달말 뇌졸중으로 쓰러져서 이번 공연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단다. 빈 자리는 더블캐스트인 박혜진 씨가 맡았다. '3월의 눈'은 지난 3월 국립극단 원로단원인 이 두 사람의 이름을 딴 '백성희장민호 극장' 개막작으로 공연됐다. 백성희 장민호 선생이 직접 출연해, 그대로 삶 자체인 연기를 보여줬었다. 이 작품을 쓴 배삼식 작가는 두 원로배우에게 '영감'을 받아 썼다고 했다. '두 분 선생님이 없었더라면 이 작품을 쓰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그의 말이었다. 이 작품은 '언제 또 이런 연기를 다시 볼 수 있겠느냐'는, 관객과 평단의 일치된 찬사를 받으며 매진을 기록했다. 앙코르 공연이 결정..
국립발레단이 발레 '코펠리아'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다. 지난해 공연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전막 해설발레다. 지난해 극장 용에서 공연될 때 이 공연을 딸들 데리고 봤고, 올해 토월극장에서 다시 봤다. 이번엔 김준희 씨가 해설을 맡았다. 토월극장이 발레에 그리 적합한 공연장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두번째로 보는 공연도 재미있었다. 지난해 공연 보고 썼던 글을 다시 올려본다. 예전 블로그에 썼던 글을 어떻게 이리 다 옮겨오나 걱정했는데, 이런 식으로 계기가 있을 때마다 하나씩 옮겨오기로, 마음 편하게 먹기로 했다. 아이들과 함께 공연 보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괜찮은 공연 관람 파트너였던 은우는10대에 들어선 이후 반항기가 생기는지 엄마가 좋아하는 공연이라면 질색..
연극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가 공연 10주년을 맞았다.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는 사실 오래 전부터 꽤 유명세를 탄 공연이다. 나는 지난 2002년 초, 이 공연을 취재 보도한 적이 있다. 2001년 당초 2주 예정으로 유시어터에서 개막했던 이 연극은 어린이극으로 만들어졌지만, 어른 관객들에게 더욱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내면서 연장에 연장 공연을 거듭했다. 내가 취재했을 때에는 세 번째 연장 공연이 이뤄지던 때였다. 가수 이기찬의 뮤직비디오에 이 연극이 사용됐고, 책 발간도 앞두고 있었다. 말 못하는 막내 난쟁이 반달이가 백설공주를 남몰래 사랑하고, 백설공주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목숨을 걸고 구해주지만, 끝내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지 못한다는 이야기. 그리고 백설공주는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야 반달..
국립발레단의 '왕자 호동' 프레스 리허설을 보고 왔다. 김용걸 씨가 호동 왕자로, 김리회 씨가 낙랑 공주로 출연했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으로 파리 오페라발레단에 동양인 최초 남자무용수로 입단해 솔리스트까지 승급하며 활약하던 그 김용걸이다. 이제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는 그가 오랜만에 친정인 국립발레단 무대에 선 것이다. 비록 프레스 리허설이긴 했지만, 무대에 선 그의 모습을 보는 순간 나도 감개무량했다. (사실 김용걸 씨가 이 공연에 출연하게 된 데에는 사연이 있다. 국립발레단의 수석무용수 김현웅 씨가 술자리에서 후배 이동훈 씨를 때려 이씨가 부상을 당했다. 두 사람은 당초 '왕자 호동'에 주역으로 출연할 예정이었지만, 김씨는 사건 이후 사표를 냈고, 이씨는 부상으로 출연이 불..
이제 몸이 나이를 안다. 요즘 들어 몸 여기저기 탈이 난다. 이가 갑자기 시려서 치과에 갔더니 무슨 영문인지 멀쩡하던 이에 금이 갔단다. 건강검진 결과표에 곁들여지는 의사의 코멘트가 매년 길어지더니, 올해는 급기야 재검진을 하러 오란다. 다행스럽게도 특별한 병이 있는 건 아니라는데 마음이 좀 씁쓸해진다. 예전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영양제니 비타민이니, 몇 통을 사왔다. 몇 년 묵은 중고차처럼 내 몸도 이제부터는 끊임없이 ‘보수’해 가면서 써야 하는 때에 이르렀나 보다. ‘카카오톡’의 내 프로필에 한동안 ‘유지보수의 기간’, 그리고 ‘건강이 최고’라고 써놓았다. ‘젊어 보인다’는 말을 최고의 찬사로 여기는 것 역시 내가 나이 들어간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럼 나이 드는 게 싫기만 한 일인가. 그건 아닌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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