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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에서

다시 만난 지저스!

soohyun 2013. 5. 24. 15:17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1984 이화여고 유관순 기념관에서 처음 봤던, 인생 번째 뮤지컬( 번째는 윤복희가 나온 '피터팬'이었다). 당시 출연배우로 유다에 추송웅, 빌라도 총독에 유인촌은 기억 나는데, 예수는 누구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찾아보니 예수 곽은태, 막달라 마리아 박혜미 양금석 등이 출연했던 것으로 나와 있다. 추송웅 유다가 너무나 인상적이었고, 예수 이야기를 이렇게도 만들 있다는 것에 '충격' 받았던 작품이다. 배신자 유다에 주목하고, 고뇌하는 예수의 인간적 모습을 그려내다니. 

이후 한국에서 열린 정식 라이선스 공연을 것은 2007년이었다. 학창시절 내게 충격으로 다가왔던 작품을 다시 만난 것은 좋았지만, 솔직히 만듦새 면에서는 아쉬움이 컸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6 만에 작품이 다시 한국 무대에 올랐다. 수가 없었다. 샤롯데 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작품을 보고 왔다. 1971년에 이런 작품을 만들어 냈다니, 각본을 라이스와 작곡한 앤드류 로이드 웨버 콤비의 젊은 시절 패기와 천재성을 새삼 느낄 있었다.

이번 공연은 예전에 봤던 라이선스 공연에 비해 훨씬 만족스러웠다. 무대나 조명, 연출이 예전에 봤던 공연보다 세련됐다. 극단 학전 공연에서 종종 만났던 뮤지션 정재일 씨는 대형 뮤지컬의 음악감독으로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 출연 배우들도 고른 수준을 보여줬다. 내가 박은태 예수, 한지상 유다, 정선아 막달라 마리아는 모두 연기나 노래가 훌륭한 배우들이라 안정감이 느껴졌다.

아쉬운 점은, 라이선스 뮤지컬을 보면서 종종 느끼는 점인데, 연주의 음량이 다소 크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가슴을 쿵쿵 치는 음악의 감흥은 좋았지만, 음악에 묻혀 가사가 들리지 않을 때가 종종 있었다. 느린 부분은 나았는데, 빠르게 진행되는 부분, 특히 여럿이 함께 노래하는 부분에서는 가사가 분명하게 들리지 않는다.

나는 이미 아는 내용이라 따라가는데 어려움은 없었지만, 같이 딸은 가사가 너무 들려서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노래로만 이뤄진 쓰루 뮤지컬이라 가사가 들리면 낭패다. 가사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중간중간 영어가 섞여 나오는 대목이 있다. 운율이나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빌라도가 매질 횟수를 세는 장면 등은 굳이 영어를 쓰지 않아도 됐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에 공연을 보면서 실감한 것은, 확실히 한국판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는 기독교적 색채가 짙다는 것이다. 해외 공연을 실연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노먼 주이슨 감독이 만든 뮤지컬 영화나 2012 영국 아레나 공연 실황과 비교하자면 그런 느낌이 든다. 뮤지컬이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공연될 일부 기독교 신자들의 항의시위도 열렸다는데, 한국에서는 오히려 교회에서 단체 관람 작품이 아닐까 싶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한국판 초창기에는 예수를 승천하는 모습으로 그려내는 기독교적인 색채가 짙었다. 공연 제작진과 출연진이 모두 독실한 기독교도들이었다는 사연이 있다 한다. 이번 공연은 이전에 비하면 원작에 가까워졌다지만, 그래도 해외 버전에 비하면 종교적 색채가 상대적으로 짙어 보인다. 등장 인물들은 이미 신이 정해놓은 운명을 따라가는 존재로 보이고, 예수의 최후는  승천 직접적으로 묘사하진 않았지만 굉장히 경건하고 엄숙하게 연출돼 예수의 신성 강조하는 느낌이다. 예수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면서도, 열성 기독교도들이 불편해 가능성이 있는 장면들은예를 들면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가 함께 등장하는 장면이라든지--다소 부드럽게 연출한 듯하다. 종교적인 느낌이 강해 앞줄에 앉았던 관객은 공연 도중 아멘 여러 중얼거렸다.  

라이선스 뮤지컬이라고 해서 반드시 원작의 연출을 그대로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라마다 사회적 역사적 맥락이 다르기 때문에 이에 따라 연출에 재량권을 부여 받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오페라의 유령처럼 동선 하나까지도 그대로 따라가는 방식으로 라이선스 프로덕션이 제작되는 공연이 있는가 하면, 작품은 기본적인 뼈대는 유지하되 의상과 무대, 안무, 연출 등에 있어서 한국적 변형을 여지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예수 운동의 사회적 맥락이 뚜렷하게 드러났으면 좋았을 같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한국 버전의 연출을 더 좋아할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번 공연은 배우들의 인사가 끝난 유다가 다시 등장해 록스타처럼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며 신나게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앙코르 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내가 한지상 유다가 워낙 잘해서 굉장히 흥겨운 앙코르였는데, 마지막 장면이 마치 성극처럼 경건하고 성스러웠기 때문에 앙코르가 다소 갑작스럽다는 느낌도 있었다. 덕분에 작품이 성극이 아니라 ' 뮤지컬'이었다는 다시 한번 상기하게 하는 효과는 확실했다

오랜만에 추억의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보고 나니, 역시 걸작은 생명력이 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예전의 명성을 화석처럼 간직하고만 있는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 해석되면서 새로운 감흥을 선사하는 작품으로 태어나니 말이다. 이번에 박은태 예수를 봤으니, 다시 마이클 예수도 만나러 가야겠다.

(*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노먼 주이슨 감독의 뮤지컬 영화, 그리고 2012 영국 아레나 투어 실황도 흥미로울 것이다. 시중에 DVD 나와있다. 최근에 아레나 공연 실황은 지금 한국에서도 공연 중인 뮤지컬 레미제라블 새롭게 연출한 로렌스 코너가 아주 현대적으로 연출한 것이다. 영상을 효과적으로 사용했고, 예수가 레미제라블 혁명 지도자 앙졸라처럼 보이는 장면도 있다. 예수의 사상이 얼마나 체제 전복적이고 혁명적이었는지 드러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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