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딸이 몇 달 전부터 노래와 무용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어서다. 공연을 많이 보러 다닌 편이긴 하지만, 자기가 직접 배우가 되겠다고 나설 줄은 상상도 못했다. 어릴 때부터 노래하는 걸 좋아하기는 했지만, 무대에서 연기를 하겠다고? 혹시라도 학과공부가 힘들어 일종의 도피처로 생각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워, 보기보다 험난한 길이라고 몇 번이나 강조했지만, 딸은 다 알겠다고, 그래도 해보겠다고 했다. 레슨을 받기 시작한지 한 달쯤 지났을 즈음부터, 딸은 온 몸이 너무 아프다고 호소했다. 본격적인 무용 수업에 들어가니 몸이 못 견뎌내는 모양이었다. 좀 지나면 익숙해져서 나아질 거야, 하고 달랬지만 딸은 날마다 고통스럽다며 우는 소리를 했다. ‘왜 공부가 제일 쉽다고 하는지 알겠다’며..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가 사퇴했다. 이른바 '서울시향 사태'는 여러 논란을 낳았고, 할 말도 많았지만, 아래 글에서는 예술단체장 인사에 초점을 맞춰 썼다. 방송기자클럽회보 12월호에 기고한 글이다. --------------------------------------------------------------------------------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이 있다. 조직에서 사람 쓰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겠다. 조직의 인사는 정말 중요한 만큼 어렵기도 하다. 나는 최근 불거졌던 ‘서울시향 사태’를 보며 인사의 어려움을 새삼 실감했다. 서울시향 박현정 대표는 서울대-하버드대 출신에 삼성그룹 임원이라는 화려한 ‘스펙’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런 박 대표가 직원들에게 상습적으로 막말을 했을 뿐 ..
요즘 페이스북에서는 '내 인생의 책 10권'을 소개하는 '릴레이'가 벌어지고 있다. (적어도 내 주변에서는 그렇다.) 다른 사람들이 써놓은 걸 재미있게 읽기만 하다가 나도 '지목'을 당했다. 정리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삶의 시기마다 나에게 큰 영향을 줬던 책들이 뭐였나 생각하다 보니, 내 '독서인생'을, 아니, 그냥 '인생'을 중간 결산하는 기분이다. 쉽진 않았지만 의미있는 숙제를 내준 페이스북 친구에게 감사를. 1. 딱따구리 그레이트북스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아버지가 월부로 동서문화사 발간 '딱따구리 그레이트북스'를 집에 들여놨다. 100권짜리 전집이었는데, 표지 빼고는 그림도 별로 없고 활자도 작아서 처음엔 에이 뭐야 했었다. 그런데 제일 먼저 읽었던 그리스 신화가 너무 재미있어서, ..
중 3 큰 딸은 아이돌그룹 ‘엑소(EXO)’에 푹 빠져 산다. 엑소 노래를 듣고 부르고, 춤도 따라 추는 건 기본이다. 엑소 관련 기사와 프로그램은 빠짐없이 챙겨본다. 사춘기 딸과 대화가 쉽지 않지만 엑소 얘기를 하면 그나마 대화가 된다. 처음엔 “엑소? 술 이름(XO라는 이름이 붙은 술이 있다) 아니야?’ 했던 나도 이젠 10명이 넘는 엑소 멤버들을 제법 구별한다. 자꾸 들으니 노래도 친숙해졌다. 지난해 말 엑소가 인터뷰를 위해 SBS 보도국을 방문했을 때(위 사진. 크리스 탈퇴 전이었다), 딸이 가장 좋아하는 멤버인 디오에게 사인을 받았다. 사인 음반을 받아든 딸은 ‘엄마, 사랑해!’를 외쳤다. 10년 만에 처음 듣는 말이었다. 딸은 엑소를 직접 보는 게 평생의 소원이라 했다. PC 방에까지 가서 콘..
최근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부문에서 한국인 소프라노 황수미 씨가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011년에는 홍혜란 씨가 우승했으니 한국인 소프라노가 두 차례 연속으로 우승한 것이다.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피아노와 바이올린, 성악 경연이 번갈아 열리고, 작곡 부문도 1~2년에 한번씩 시상하는데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인 참가자들이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내고 있다. 나는 올해 콩쿠르 소식을 듣자마자 티에리의 얼굴을 떠올렸다. 티에리 로로는 벨기에 공영방송 RTBF의 프로듀서이자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실황 중계와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해왔다. 나는 티에리를 2011년에 처음 만났다. 그가 ‘한국 클래식의 수수께끼’라는 다큐멘터리 촬영..
보도국을 떠나 취재 아닌 다른 일을 하게 되니 아무래도 글을 쓸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시간이 없다기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없기도 하고, 예전 내 글의 주 소재였던 공연 관람을 거의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랫동안 글을 써온 '클럽발코니 매거진'을 제외하고는 원고 청탁을 받아도 웬만하면 정중히 거절했다. 그런데 지난해 말 인사가 나고 며칠 후, 내가 처음 문화부 근무할 때 부장이셨던 선배가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 원고를 청탁하셨다. 지금은 퇴직하셔서 언론유관단체에서 일하고 계신 분이다. "어? 근데 저 이제 문화부에 있지 않거든요.... 그래서 글 쓰기가 좀..." "그런 게 어딨냐? 꼭 문화부에 있어야 글을 쓰냐?" "아, 그래도... 제가 잘 모르는 새로운 업무 하게 돼서 아무래도 힘들 것..
방금 해의만 선생이 별세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미국인 알란 헤이먼에서 한국인 해의만으로, 국악을 사랑한 선생은 존경 받는 국악 원로였다. 해의만 선생 얘기를 국악계 지인으로부터 듣고 꼭 취재해 보고 싶었고, 우여곡절 끝에 2011년 6월 선생을 인터뷰해 SBS 8뉴스에 보도할 수 있었다. 나는 팔순 잔치 다음날 선생의 자택에 찾아가 인터뷰를 했고, 경복궁에서 열린 세종조 회례연 재현 공연에 선생을 모시고 다녀왔다. 거동이 힘든 선생을 부축해 경복궁 가는 길, 마치 내가 손녀딸이고 선생이 할아버지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날의 따가운 햇볕, 구부러진 선생의 등, 부축하는 내 팔에 느껴지던 무게가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8시뉴스 리포트를 내고도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 글을 썼었다. 그 글 마지막은 이랬다..
지난해 썼던 기사 중에 기억에 많이 남는 게 '페이지 터너'에 관한 것이었다. '페이지 터너'는 연주자 옆에서 악보를 넘겨주는 사람('페이지 터너'는 책장이 술술 넘어갈 정도로 재미있는 책, 혹은 그런 작가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을 말한다. 페이지 터너는 무대 전면에 나서는 사람은 아니지만, 공연에 아주 큰 역할을 한다. 악보를 잘 볼 줄 알아야 하고, 집중력이 중요하고, 연주자와 호흡을 잘 맞춰야 하고, 자칫 실수하면 공연이 중단되기도 하는, 정말 중요한 역할이다. 오랫동안 방송 뉴스 제작 현장에 있다가 다른 업무를 맡게 되니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페이지 터너'하고 비슷한 게 아닌가 싶다. 방송국은 그러니까 수많은 페이지 터너와 공연스탭들, 연주자들이 함께 공연을 만들어가는 곳이랄까. ..
아버지와 시사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힘든 일이었다. 영국 연수 중이던 2008년 봄에 영국 우리 집에 놀러온 아버지는 '말도 마라, 빨갱이들이 선동해서 촛불집횐지 뭔지 아주 골치아프다'며 한국 상황을 전하셨다. 아버지는 '문화이론' 세미나 준비를 위해 내가 읽고 있던 책에 Marx라는 이름이 등장하는 걸 보고 화들짝 놀라며 '한국 가면 이런 책 봤다고 얘기하지 말아라' 하셨다. '이거 그냥 공부 때문에 보는 건데요' 해도 아버지는 '네가 하는 공부가 어떻게 빨갱이랑 관련이 되는 거냐'며 걱정하셨다. 연수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간 그 해 겨울, 종편을 탄생시킨 한나라당의 방송언론관련법 처리에 반대하는 언론노조 총파업에 우리회사 노조도 참여했다. 조선일보만 보셨던 아버지는 '기자들이 무슨 파업이냐'며 혀..
1996년 1월, 김광석이 세상을 떠난 날, 나는 편집부 뉴스 진행PD로 야근 중이었다. 수습 중이던 후배 김경희 기자가 병원 응급실과 장례식장을 챙기다가 '김광석 자살'이라는 소식을 가져왔다. 내겐 밤새 일어난 일 가운데 가장 충격적이고 큰 뉴스였다. 1보는 SBS 뉴스에만 나간 특종이었다. 뉴스를 편집 진행하고 나서, 나는 마치 한 시대가 끝난 듯한 슬픔에 잠겼다. 잊을 수 없는 밤이었다. 생전의 김광석을 콘서트에서 세 번 만났다. 한 번은 동물원 콘서트였고, 두 번은 단독 콘서트였다. 나는 김광석을 굉장히 좋아했고 같이 콘서트에도 갔던 친구와 결혼했다. 예전엔 남편이 김광석을 더 좋아했는데 어느새 내가 더 좋아하게 된 것 같다. 김광석의 호소력 짙은 노래도, 담담한 이야기도 좋았다. 김광석 없는 나..
(어제 숙직하며 쓴 글) 오늘은 숙직 시작하자마자 소설가 최인호 씨 별세 소식이 들어와 평소보다 조금 바빴다. 최인호 씨는 문화부 초년병 시절 출판 담당하던 선배가 바빠서 대신 인터뷰하느라 한 번 만났었다.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이라는 책을 냈을 때였다. 2002년이었으니까 10년도 더 된 일이다. 워낙 유명한 작가라 어딘가 어려운 사람일 거라고 예상하고 갔는데, 전혀 딴판으로 친화력이 강하고 재미있는 사람이어서 인터뷰하며 많이 웃었다. 그리 긴 시간 만난 것도 아니었는데 끝날 때쯤에는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 같은 친밀감을 느꼈다. 나한테 '수현 누님'이라고 했던 기억도 난다. 내가 나이는 어리지만 '누님' 같은 인상이 있다면서. 이 '추억담'을 이야기해줬더니 후배들이 '그거 나이 들어보인다는..
아서 밀러의 '시련'. 대학 연극동문회 극단 공연으로 만났다. 아마추어 배우들도 끼어 있고 다소 엉성한 구석이 있었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봤다. 내가 아는 사람들이 나오니 지루할 리가 없었다. '시련' 작품 자체의 힘도 다시한번 실감했다. 2006년 영국 출장길,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 공연으로 처음 만나 이 작품에 반해 버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오랜만에 학창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대학 때 얼떨결에 딱 한 번 무대 섰다가 도망 나왔으니 연극반에 그리 애정을 쏟았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다시 만나니 다 반가웠다. 지도교수님도 오랜만에 뵈었다. 이번 연극 기획을 맡았던 과 친구가 '나중에 기자 그만 하게 되면 너도 출연 한 번 해라' 했다. 회사원은 시간 내서 연습 하기 힘들다면서. 큰 아이도 공연을 봤..
드라마나 영화에서 기자나 뉴스 장면이 등장하면 유심히 보게 된다. 종영한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는 실제 주말 SBS 8뉴스 앵커인 편상욱 기자가 출연하는 뉴스 장면이 종종 나왔다. 편 기자는 대본을 받으면 이를 '데스킹'해서 진짜 뉴스처럼 고쳐 읽었다고 했는데, 그래서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극중 뉴스는 현실감이 있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에 이어 후속 드라마 '주군의 태양'을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자이언트 그룹 회장 별세'를 전하는 극중 뉴스를 보니 약간 어설픈 티가 난다. 진짜 뉴스에서라면 이런 기사에서 '평소 검소했던 고인의 뜻을 받들어 조촐한 가족장으로 치러진다고 합니다' 라는 식의 문장을 썼을 가능성이 희박하다. '별세하였습니다'로 읽는 것도 어색하다. '~라고 합니다..
사진 출처: 멍크 디베이트 홈페이지(http://www.munkdebates.com/about) 지난 일요일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우연히 EBS에서 방영하는 토론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토론 프로그램 이름이 ‘멍크 디베이트(Munk Debate)였다. 주제는 ‘21세기는 중국이 주도할 것인가?’ 안 그래도 중국을 무대로 한 조정래 소설 ‘정글만리’를 막 읽은 후라 관심이 갔다. 토론자들의 면면도 쟁쟁해서 계속 보게 되었다. ‘21세기는 중국이 주도할 것’이라는 명제에 찬성하는 (pro) 쪽은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와 데이비드 리 칭화대 교수, 그리고 이에 반대하는(con) 쪽은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 파리드 자카리아 타임 편집장이었다. 사회자가 있고, 두 사람씩 한 편이 되어 ‘토론..
2005년부터 7년 이상 사용한 옛 블로그가 완전히 '폐쇄'된 게 지난 2월. 그동안 올렸던 게시물을 다운로드받기는 했으나, 열어보니 허탈하다. 550여 건의 포스팅이 모두 이렇게 무미건조한 HTML파일로만 살아남았다. 비디오나 사진 올려놓았던 건 모두 날아갔다. 파일 이름만 봐서는 이 글이 언제 쓴 글인지만 알 수 있을 뿐, 무슨 내용으로 썼는지는 도저히 짐작할 도리가 없다. 옛 블로그는 이제 이렇게 잔해만 남았다. 이렇게라도 남은 게 다행이라고 위안을 삼아야 할까.
'은밀하게 위대하게' 원작만화책을 사서 봤다. 두 권짜리. 영화는 전반적으로 평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원작은 괜찮다는 얘기를 들었고, 중 2 큰 딸이 하도 사달라고 해서 그랬다. 그런데 실제로 보니까 기대에는 못 미친다. 간첩이 동네 바보 짓하는 에피소드들이 웃기긴 했지만 현실성이 떨어졌고, 뒤에 갑자기 비장해지는 게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딸도 내 의견에 동의했다. 딸은 심지어 재미 없다며 두번째 권을 읽다가 말았다. 그러나 딸은 결국 오늘 '은밀하게 위대하게' 영화를 친구와 함께 봤단다. 상기된 얼굴로 들어온 딸과 나눈 대화. "영화는 어땠어? 원작보다 못하다던데?" "아, 엄마, 그거 아무 상관없어. 김수현 본 것만으로 만족이야." "엥, 그런 게 어딨어? 갈수록 얘기 안된다던데" "얘기 안 ..
내가 6년간 썼던 SBS 기자 블로그가 완전히 '폐쇄'됐다는 걸 어제 알았다. SBS 기자 블로그를 관리하는 회사가 도산하면서 한동안 블로그가 방치돼있었기 때문에 지난 2011년 봄 고민 끝에 지금의 티스토리에 새로 블로그를 개설했다. 그러나 예전의 블로그에 쌓였던 글과 사진들을 이 곳에 옮겨올 수는 없었다. 생각 날 때마다 하나씩 옮겨오리라 마음 먹고 있었지만, '이사 작업'은 매우 더디게 진행됐고, 아직 10퍼센트도 옮겨오지 못했다. 너무 지난 블로그에 쌓인 데이터의 양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 오랜만에 옛 블로그에 들어가 보려 했더니 아예 접속이 불가능하다는 메세지가 떴다. SBS 뉴스 웹사이트 관리 부서에 물어보니 기자 블로그가 보름 전쯤에 아예 폐쇄됐단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러면..
아버지는 '썰렁농담'의 대가이셨다. '아름답다'를 영어로 하면? 뷰티풀! 그럼 '티 없이 아름답다'를 영어로 하면? 뷰풀! '티'가 없으니까.할아버지가 좋아하는 돈은? 할머니! 왜냐고? 할+머니(Money)니까. '갈 사람은 가고 있을 사람은 있으라'는 말을 영어로 하면? Go man go, is man is! 간암 말기로 투병하시던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며칠 전 심한 출혈로 응급 지혈 시술을 받았다. 안 그래도 힘든데 지혈 시술 때문에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채 코에 튜브를 꽂고 꼼짝 않고 누워계셔야 했다. 환자 본인도 고통스럽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우리들도 고통스러울 정도였다. 아버지는 밤이 깊어지자 식구들 모두 병실에 남아있을 필요 없다며 힘들게 입을 여셨다. “Go man go, is man is..
감기가 잦은 편이었는데 지난해 가을과 겨울을 감기 없이 지냈다. 지난해 가을 독감 백신을 생전 처음 접종한 덕분이었나? 그랬는데 지금 한 달 가까이 감기를 달고 지낸다. 아버지가 입원하고 한창 힘들어하실 때 무렵에 시작한 감기가 떠나질 않는다. 동네 병원에 몇 번인가 가서 약을 지어왔는데, 조금 나아질 만 하면 또다시 새로운 증상이 시작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심신이 피로하니 감기가 떨어지지 않는 게다. 감기가 오래 가니까 동네 병원 의사는 단순한 감기가 아닐 수도 있다며 큰 병원에 가 보라고 했다. 안 그래도 예약해 놓은 내과 진료가 있어 어제 큰 병원에 갈 일이 있었다. 아버지의 간암 발병을 알게 된 이후 가족들도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으라는 권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날밤 병원에서 진료실이..
플로토의 오페라 '마르타' 에 나오는 아리아 '꿈과 같이'. 오페라 자체는 오늘날 거의 공연되지 않지만 이 아리아는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선율로 사랑받아 종종 따로 불린다. 아버지의 애창곡이기도 했다. 아버지는 음악 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집안에 음악 하는 사람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오페라 아리아를 굉장히 좋아하셨다. 그래서 기분 좋을 때면 오페라 아리아를 한 곡조씩 뽑곤 하셨다. 내가 피아노를 웬만큼 칠 수 있게 된 후부터는 아버지가 부르는 오페라 아리아에 반주를 자주 해드렸다. 그리고 하도 자주 들어서 이 노래 가사를 외우게 되었다. 언제였던가, 내 어린 시절의 어느 날, 아버지가 가족 동반 동창 아유회에 나를 데려가신 적이 있다. 그 때 '장기자랑' 코너가 있었는데, 나는 아버지와 같이 이 노래를..
일이 생겨 부산에 다녀왔다. 휴가나 출장이 아니라, 그저 개인적인 일 때문이었다. 전날밤 휴가를 신청하고, 다음날 아침 6시 10분에 출발하는 KTX를 예약했다. 비행기를 타려 했더니 시내에서 너무 떨어져 있어 새벽에 출발하더라도 KTX가 낫겠다 싶었다. 그런데 아차, 전화기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 5시에 알람을 맞춰놨는데 눈을 떠보니 6시. 알고 보니 휴대전화가 새벽 2시 7분에 멈춰져 있었다. 랙이 걸린 것이다. 부랴부랴 표를 취소하고 약간의 수수료를 물었다. 사실 6시 10분 예약했던 것은 7시 이후부터 아침 표가 없었기 때문이었는데 다시 보니 잔여좌석이 나왔다. 결국 7시에 KTX를 타고 부산으로 향했다. 특실은 좀 비싸지만 좌석간 간격이 넓어 편안했다. 내내 자면서 갔다. 부산역에 도착하니 날이..
한때 하루가 멀다 하고 블로그 업데이트를 할 때가 있었는데, 요즘은 예전 같진 않다. 반면 페이스북은 거의 매일 포스팅을 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훨씬 간편하다는 느낌이 들어서이기도 하고, 반응이 즉각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마도 페이스북은 모바일 앱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큰 이유일 것이다. SBS 뉴스웹사이트의 기자 블로그를 10년 가까이 써오다가 티스토리로 이사한 것은 회사 블로그를 관리해주던 업체가 도산해 제대로 관리도 안됐고, 블로그를 쓰던 사람들이 하나둘 다른 곳으로 떠나 외로웠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블로그 툴이 옛날 방식이라 사진 한 장 올리기도 너무 불편했다. 관련 부서에 문제 제기를 했지만, 몇 년 동안 개선한다는 얘기만 있었고, 제대로 진척되는 건 없었다. 회사에서 더이상 블로..
오늘 취재 간 곳이 야마하 전시장 있는 곳이라 자연스레 줄줄이 늘어선 그랜드 피아노들에 눈길이 갔다. 그러다 뚜껑이 열려있는 뵈젠도르퍼 피아노를, 엉거주춤한 포즈로 앉아(쳐도 되나 안 되나 눈치 보느라), 잠깐 쳐봤는데, 아니나다를까 직원이 달려오더니 그랜드 피아노는 치시면 안돼요, 하고 제지한다. 그러고 보니, 시연하실 분은 직원에게 문의하세요, 라고 쓰인 안내문이 다른 그랜드 피아노 앞에 붙어 있다. 그랜드 피아노는 뜨내기가 아니라 살 사람만 치라는 얘기다. 직원이 인심 쓰듯 업라이트는 얼마든지 치셔도 돼요, 한다. 업라이트는 우리 집에도 있다구요! 하는 답이 나오는 걸 참고, 네, 하고 얌전히 자리를 떠서 한동안 살까말까 고민했던 U1 사일런트 모델을 잠깐 쳐보다 왔다. 아. 그랜드 피아노. 영원한..
2007년에 진행됐던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의 거리 악사 실험이 요즘 다시 화제가 되고 있는 듯하다. 이 실험은 워싱턴 포스트가 '기획'해서 진행했던 것이었는데, 2007년 당시 워싱턴 포스트 기사를 읽고 나서 썼던 글, 옛 블로그에서 옮겨와 올려본다. 이 실험 자체는 재미있고 신선한 아이디어였는데, 기사를 읽으면서는 손발이 오글거렸던 게 생각난다. 독자를 가르치려 든다는 느낌을 받아서 그랬을까. 음악의 본질이나 가치를 이야기하려는 듯한데, 정작 기사에서는 조슈아 벨의 악기가 얼마라는 둥 그의 연주를 들으려면 얼마를 내야 한다는 둥 이런 걸 내세우는 게 뭔가 어색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
나는 자기계발서를 좋아하지 않고, 잘 읽지도 않는다. 그런데 기존의 자기계발서에서 끊임없이 논파하는 성공과 행복의 공식들을 비판하는 저자의 신간 '행복 중독자'는 꽤 재미있게 읽고 있다. 저자인 올리버 버크먼은 서구 문명의 몰락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많은 징조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초콜릿 애호가의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라는 책이 나왔다는 사실이라 한다. 초콜릿 바와 함께 선물상자에 담긴 책이라고.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내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시리즈'의 하나라고. 이 시리즈에는 와인 병따개와 함께 판매되는 '와인 애호가의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차 맛이 나는 초콜릿 선물세트가 들어있는 '차 애호가의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등도 포함된다. 저자는 이런 추..
- Total
- Today
- Yesterday
- facebook.page-SBS 김수현 기자의 커튼콜
- 김수현 옛 블로그
- 단 한번 아름답게 변화하는 꿈
- 여강여호의 책이 있는 풍경
- machination
- 산딸기 오믈렛 :: 네이버 블로그
- 포르테피아노토피아
- 내 기억 속의 공화국
- 바람의 영토
- 기억의 비늘 by 새알밭
- 파아란 영혼
- 산하 블로그
- 꽃내음님 블로그
- 바테스의 파편들
- 문학수 선배 블로그
- 남상석의 호연지기(浩然之氣)
- ringcycle(강일중선배)님의블로그
- 존재하지 않는 책들의 서문과 후기들(람혼)
- 작곡토끼의 전위적 일상
- 김홍기의 패션의 제국
- THE House Concert
- VentureSquare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날마다 적는 블로그(심영구 기자 블로그)
- 싫어 또는 실어(노순택)
- indizio
- Comments for 최유준의 웹미디어
- 하늘아래뫼
- 이정환닷컴!
- 글 목록 :: KKwak's Blog
- 더키앙(정덕현)
- 구자범
- 온라인공연
- 구자범
- 억척가
- 중드
- 코로나증상
- 푸른 눈의 국악원로
- 국립발레단
- 이자람
- 임윤찬
- 문화부 기자
- 정명훈
- 랑야방
- 조수미
- 종한량
- 방탄소년단
- 서울시향
- 해의만
- 리처드 용재 오닐
- 국립오페라단
- 국립극단
- 사천가
- 반클라이번콩쿠르
- 랑랑
- 김수현기자
- BTS
- 환락송
- SBS취재파일
- 보보경심
- 중국드라마
- 코로나재택치료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