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감기가 잦은 편이었는데 지난해 가을과 겨울을 감기 없이 지냈다. 지난해 가을 독감 백신을 생전 처음 접종한 덕분이었나? 그랬는데 지금 한 달 가까이 감기를 달고 지낸다. 아버지가 입원하고 한창 힘들어하실 때 무렵에 시작한 감기가 떠나질 않는다. 

동네 병원에 몇 번인가 가서 약을 지어왔는데, 조금 나아질 만 하면 또다시 새로운 증상이 시작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심신이 피로하니 감기가 떨어지지 않는 게다. 감기가 오래 가니까 동네 병원 의사는 단순한 감기가 아닐 수도 있다며 큰 병원에 가 보라고 했다. 

안 그래도 예약해 놓은 내과 진료가 있어 어제 큰 병원에 갈 일이 있었다. 아버지의 간암 발병을 알게 된 이후 가족들도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으라는 권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날밤 병원에서 진료실이 바뀌었다는 안내 문자를 받았다. 당시엔 자세히 안 봤는데 병원 가는 길에 확인했더니 진료실이 '소화기 암 센터'로 바뀌었단다. '암'이라는 문자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혈액검사 했던 결과가 안 좋은 건가? 혹시 나도 암이라는 거 아닌가? 병원 가는 한 시간여 동안 별 생각을 다 했다. 일찍 세상을 떠난 동기 생각도 났고, 내가 일찍 죽으면 가족들은 어쩌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리고,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도, 당연히, 많이 했다. 가장 많이 생각 난 건 우리 딸들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손주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좀 더 보지 못하고 가는 게 가장 아쉽다'고 하셨는데, 나도 일찍 죽으면 우리 딸들의 성장을 지켜보지 못하는 게 가장 아쉬울 것 같았다.  

병원에 도착해서야 근심이 좀 풀렸다. 소화기내과 전체가 신관 '소화기 암 센터'로 이전한 것이었다. 그런데 왜 명칭을 그렇게 했을까. 일반적인 내과 진료를 받으려 해도 '소화기 암 센터'로 가야 하도록 만들어놓았으니. 다행히 혈액 검사 결과는 크게 이상은 없었다.
  

그러나 동네 병원에서 큰 병원에서 가 보라고 한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호흡기내과 당일 진료 예약자가 너무 많아 한정없이 기다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며칠 후로 진료 예약을 미루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별 일은 아니겠지. 안 그래도 병원은 즐거운 곳이 아니지만, 몇 달 사이 시아버지와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해 계시다 돌아가시는 걸 봤으니 병원 가는 발길이 무거울 수밖에.
 


그나저나 이놈의 감기는 언제 떨어지려나.

'살며 생각하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살던 옛 집이 헐린 것처럼  (2) 2013.05.09
Go man go, is man is!  (2) 2013.05.08
아버지 병상 옆에서 DJ하기  (3) 2013.04.17
'완당' 사러 부산 다녀오다  (0) 2013.04.05
블로그 생각  (4) 2013.03.05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