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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다오가 맥주의 도시라는 건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칭다오가
독일 조차지였던 시절에 지어진 독일 맥주공장이 그 유명한 ‘칭다오 맥주’의 전신이다. 독일에 ‘옥토버페스트’가 있다면, 칭다오에서는 매년 여름 칭다오 맥주축제가 열린다. 28회째를 맞는 올해 축제는 7월
20일부터 8월 26일까지로, ‘사상 최장 기간’, ‘세계 최대 규모’를 내세웠다. 전세계 200여
맥주회사의 1300종 맥주를 선보여 ‘맥주 세계일주’가 가능하다.
올해 맥주축제 기간에는 서커스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도 열리는데, 이 중 맥주축제 주 개최지인 칭다오 서해안신구 ‘맥주성’ 구역에서 열리는 ‘봉황지성’ 국제음악제가 눈길을 끈다. 서해안신구는 칭다오 시내에서 차로 40-50분 거리인 황다오(黄岛) 지역으로, 모래가 금빛으로 반짝인다 하여 ‘진샤탄(金砂滩)’으로 불리는 해변이 있다. 지난 6월 15일, 이 곳에 봉황지성(凤凰之声)대극원이라는 최첨단 공연장이, 이름 그대로 마치 바다를 향해 봉황이 비상하는 듯한 모습으로 들어섰다.
7월 22일 봉황지성 대극원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하는 봉황지성 국제음악제는 이 공연장이 공식적으로 첫 관객을 맞이하는 자리다. 베이징 올림픽, 광저우 아시안 게임 등 중국에서 열리는 세계적 이벤트에는 빠짐없이 참여해온 스타 피아니스트 랑랑이 이번 음악제의 개막 공연을 맡았다. 랑랑은 또 개막 전야에 100명의 어린이 피아노 음악도들과 함께 ‘다음 세대의 랑랑’을 찾는 대규모 합동 연주회도 열 예정이다. 국제음악제의 다른 프로그램들 역시 세계 무대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중국인 음악가들, 특히 많은 칭다오 출신 음악가들의 무대로 구성되었다.
7월 20일에 개막하는 MUVI 일렉트로닉 뮤직 페스티벌도 관심을 끈다. 봉황지성 대극원 내 연예청(演艺厅)에서, 맥주축제 기간과 동일하게 8월 26일까지 열린다. 마리아나 보(MARIANA BO), 비나이(VINAI) 등 유명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DJ들과 댄스 그룹이 참가한다. 중국 최초로 대형 공연장에서 열리는 일렉트로닉 뮤직 페스티벌이다. 이 밖에도 민요와 로큰롤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 공연이 맥주축제 기간 내내 열린다. 칭다오는 이제 맥주의 도시일 뿐 아니라 음악의 도시라고 선언하고 나섰다.
잠깐, 그럼 이전에는 칭다오에 공연장이 없었단 말인가? 아니다. 칭다오 도심에는 이미 오페라 극장과 콘서트홀로 번듯하게 구성된 칭다오 대극원을 비롯해, 이보다 규모가 작은 공연장들이 여럿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인구도 많지 않은 서해안신구에 이렇게 큰 공연장을 또 지어서 뭐하나 싶었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봉황지성 대극원이 겨냥하는 관객은 칭다오 대극원 관객과는 좀 다른 것 같다.
봉황지성 대극원이 들어선 지역은 칭다오 시가 최근 관광과 문화의 중심지로 역점 개발하고 있는 곳이다. 지난달만 해도 상하이 협력기구 정상회담 관련 국제회의와 국제영화제가 잇따라 이 지역에서 열렸다. 봉황지성 대극원 주변에는 랄루 호텔, 힐튼 호텔 등 특급호텔들이 포진해 있다. 관광객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다. 즉 공연장 고유의 목적인 예술 공연보다는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관광지 ‘랜드마크’로서의 기능이 더 중시되는 인상이다.
봉황지성 대극원은 두 개의 극장 외에 전망대, 상가 등으로 구성돼 있다. 다목적 공연장으로 건축돼 음악회뿐 아니라 국제회의, 영화제 등 다양한 이벤트를 열 수 있도록 했고, 음식점과 카페, 편의점 등 다양한 식음료 시설이 들어섰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전망대의 기능을 강조했다는 것인데, 특히 전망대 동측에는 지상 46미터에 달하는 번지점프대를 설치했다. 공연장에 번지점프대라니! 문화의 성찬과 함께 대자연의 아름다움, 그리고 자신을 극복하는 도전의 즐거움을 함께 누릴 수 있다며, 관광과 기업 연수에도 적합하다고 홍보하는 문구를 보면, 이 공연장의 성격을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봉황지성 대극원은 ‘칭다오인의 공연장(青岛人自己的大剧院)’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다.예술 애호가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왠지 멀게만 느껴지는 공연장이 아니라, 언제든 친근하게 찾아갈 수 있는 공연장이라는 인상을 주고 싶었을 것이다. 만약 맥주축제 기간에 칭다오를 방문한다면 봉황지성 대극원에서 음악도 함께 즐겨보시길. 맥주축제가 끝난 후에는? 솔직히 봉황지성 대극원에서 연중 꾸준히 공연이 열릴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칭다오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공연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꼭 봉황지성 대극원에 가볼 것 같다. 공연장 자체가 궁금하니까.
*네이버 중국판 엔터트렌드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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