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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새해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덕담을 나누는 시기다. 지난해를 되돌아보니 문자 그대로 '다사다난'이었던 것 같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난 지난해 굉장히 답답하고 짜증스러울 때가 많았다. 개인적인 일도 그랬고, 우리 사회 돌아가는 걸 봐도 그랬다. 


해가 바뀌었다고 해도, 그저 사람이 편의상 나눠놓은 구분일 뿐이고, 달력을 새 걸로 단다고 해서 뭐가 엄청나게 달라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새해는 좀 더 좋은 해가 될 거야'라고 다짐하는 것만으로도 의의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새해 다짐을 하면서, 지난해 3월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을 보고 나서 적었던 감상을 다시 올려본다. 


마지막 줄의 '어제가 어떤 날이었든, 나도, 내일은 좋은 날이 될 거라는 꿈을 꿔 보련다'를 '지난해가 어떤 해였든, 나도, 올해는 좋은 해가 될 거라는 꿈을 꿔 보련다'로 바꿔 읽으며.


딸이 인사하는 모습. 이 사진으로 새해 인사 합니다^^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을 드디어 봤다.

본 사람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던 그 연극.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용길이네 곱창집 주인, 재일교포 김용길은

연극의 마지막 장면에서,

딸들을 모두 떠나보내고,

수십년간 삶의 터전이었던 곱창집을 떠나면서 이렇게 말한다. 


 "참 좋은 봄날이다.

이런 날이면 난 어제가 어떤 날이었든, 내일은 좋은 날이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김용길에게 '어제'는 어떤 날이었나.


일제의 강제로 나간 전쟁에서 한쪽 팔을 잃었고,

고향인 제주도에선 친족들이 몰살당해 돌아갈 수도 없고,

일본에서 '조센징'으로 천대받으면서도

우여곡절 끝에 곱창집을 열어 수십년간 운영해 왔지만

국가의 개발사업 때문에 헐려 삶의 터전을 잃었다.


 자식들은 모두 떠났다.

큰 딸은 차별과 소외 때문에 못 살겠다는 사위와 함께 '북한'으로 떠나고,

둘째 딸은 한국 남자와 결혼해 '남한'으로 떠나고,

유부남과 사귀어 풍파를 일으켰던 세째 딸도 전처와 이혼한 남자와 결혼해 떠나고,

막내아들은 애지중지 키워 어려운 살림에 사립학교에까지 보냈건만,

일본 아이들의 따돌림과 괴롭힘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런 '어제'를 겪고서도 내일은 좋은 날이 될 것만 같다니.


 얼마 안되는 세간살이를 리어카에 싣고

새로운 삶을 찾아 길을 떠나는 김용길과 그의 처.

벚꽃이 이들 위로 눈처럼 흩날리면서 막이 내린다. 


 아, 참 좋은 봄날. 


 눈물이 왈칵 솟더니, 막이 내리고도 한동안 그치지 않았다.


 요즘 국내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서 나는 점점 '비관론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세상은 점점 살기 나쁜 곳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참 좋은 봄날,

어제가 어떤 날이었든, 나도, 내일은 좋은 날이 될 것이라는 꿈을 꿔 보련다. 

(2011년 3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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