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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구자범 씨가 취임 후 첫 공식연주회를 5월 13일, 고양 아람누리에서 연다. '철학도 출신 지휘자'로 알려진 그는 독일에서 활동하다가 귀국해, 광주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2년간 활동하며 많은 화제를 낳았고, 올해 3월에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새 임기를 시작했다. 첫 공식 연주회에서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을 비롯해 바그너와 슈트라우스의 곡들을 들려줄 예정이다.  
 
공연 보도자료를 받고는 예전 블로그에서 그가 2006년 국립오페라단 '투란도트' 지휘를 맡았을 때 인터뷰하고 썼던 글을 찾아봤다. 그를 인터뷰하면서 짧은 방송 인터뷰의 어려움을 새삼 느꼈었다. '철학도 출신 지휘자'로 관심을 끌었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들어보려 했던 거였는데, 끊임없이 같은 질문을 받아온 당사자로서는 별로 흥미로운 주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인터뷰 내용을 지금 다시 봐도 내가 진땀 빼고 있는 모습이 선하군^^.
 
어쨌든 꽤 인상적인 인터뷰였다. 블로그 이사로 어차피 예전 자료들을 하나씩 옮겨오고 있던 참이라, 당시 인터뷰 내용을 다시 올려본다. 2006년이라는 시점을 감안하시고 읽어주시길. 그러고 보면, 엊그제 같은데 이게 벌써 5년 전에 한 인터뷰라니, 세월이 참 빠르긴 빠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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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독일의 명문 오페라극장인 하노버 국립오페라극장 수석 상임지휘자로 선임돼 화제가 된 지휘자 구자범씨를 만났다. 구자범씨는 22일 개막하는 오페라 '투란도트'에서 지휘를 맡았다. 27일 서울시향의 정기공연도 지휘한다. 이전에도 국내에서 열린 음악회에서 몇 차례 지휘를 했었지만, 오페라는 처음이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독일로 음악 유학을 떠나 지휘자가 된 이력으로도 관심을 모았다.

#2006년 2월 13일, 예술의 전당 리허설룸. '투란도트'의 오케스트라 리허설이 진행되는 도중, 점심 시간에 인터뷰 약속을 잡았다. 나는 구자범 씨를 '투란도트' 기자간담회와, 국립 오페라단 동호회 모임에서 이미 본 적이 있다. 동호회 모임은 '지휘자 구자범 만나기'라는 주제로 열렸는데, 이 때 구자범 씨의 이야기 중에서는 '음악은 놀이'라는 것, 그리고 우리 전통 음악에 대한 각성을 요구한 내용이 인상 깊었던 터이다. 생각을 많이 하고, 그 생각을 표현하는 데에도 능숙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었다.                


 이전에도 몇 차례 한국에서 지휘하셨지만, 오페라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죠. 지금 한창 리허설 중인데, 소감이 어떠세요?


 독일에서 10년 가량 있으면서 오페라 연주했습니다. 독일의 오페라 극장에서는 서로 '친칭'을 씁니다. 민주적이고, 자연스럽고 권위 의식 없고, 위 아래 이런 것이 없기 때문에 편하게 작업했죠. 그런데 한국에서는 어렵지 않을까 걱정도 했었어요. 제가 나이도 아직 어리고, 한국에서는 처음 오페라 하는 거고, 선생님도, 선배님도 계시고 하니까. 하지만 와서 해보니, 분위기도 너무 좋고, 말이 관계를 좌우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가질 정도로, 극존칭을 써가면서 진심으로 존경하면서 작업하는데, 인간적이면서 음악적인 교류를 할 수 있다는 게 다행스러울 뿐 아니라 정말 기쁩니다.

 이런 작업을 할 수 있을 줄 몰랐습니다. 선후배, 학생 있고, 서로 배워 가는 것들도 있고, 자기들 생각을 얘기하고 받아들여가는 작업이 아주 자연스럽고, 저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색깔을 맞춰 나가는 작업을 하는 게 기쁩니다.


 리허설을 한국말로 할 수 있다는 게 좋다고 하셨죠?


 정말 한국말로 리허설 한다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이야기가 있고, 이야기가 다른 뉘앙스를 갖고 있는 경우에는, 그 뉘앙스를 한국말로 설명할 수 있으니까요. 외국에서 있을 때는 한국인이니까, 외국말로 하는 것에 한계도 있고,또 한계가 없다 하더라도, 정서적으로 차이가 있습니다. (잠시 멈칫하며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아니, 사실 그래도 음악에 큰 문제는 없어요. 음악은 만국 공통이니까. 사실 손짓만으로도 통해요.

 그렇지만 이렇게 한국말로 리허설 하니까, 미세한 부분, 세세한 부분을 서로 감정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은 훌륭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나서 음악 공부를 했다는 이력이 관심을 끄는데요?


 저는 여러 차례 말씀드렸지만, 철학 '공부를 한' 것이 아니고, 음악 '공부를 한' 것이 아닙니다. 철학을 '한' 것이고, 음악을 '한' 것이죠. 독일어에도 음악 하다, 철학 하다, 라는 뜻의 단어가 있어요. 철학과를 가지 않더라도, 사람은 다 철학할 수 있고, 열심히 철학하려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음악과를 가지 않더라도 음악을 하려는 사람이 있는 겁니다. 교육의 문제에 있어서, 정규 교육이라는 것이 가져다주는 여러 장점이 있지만, 그게 없다고 해서, 철학함에 있어, 음악함에 있어, 문제가 될까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물론 저는 음대 대학원을 독일에서 나왔습니다만, 많은 철학가들이 철학과 출신이 아니고, 많은 음악가들이 음악과 출신이 아닙니다. 베토벤, 모차르트, 슈베르트, 이런 사람들이 음대 나온 것은 아니잖아요?

 어릴 때부터 안 했다는 얘기를 하는데, 고갱을 모델로 한 '달과 6펜스'에서는 마흔이 넘었을 때 미술을 시작하는데, 왜 지금 하느냐, 했을 때, 지금이 늦은 게 아니라 가장 적당한 때라고 했다는 그런 말에도 공감하고..... 저는 철학을 하다가 음악으로 바꾼 게 아니라, 음악을 정규 교육을 받았다면 철학으로 독일에 유학 갔을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철학을 하면서 음악을 안한 것도 아니고, 음악을 한다고 해서 철학을 안한 것도 아닙니다. '철학 함'이 '음악 함'에 도움이 되고, '음악 함'이 '철학 함'에 도움이 되고, 그런 연장선상으로 봐야지, 음악을 포기하고 철학은 한다, 철학을 포기하고 음악을 한다, 그런 게 아닙니다. 많은 음악가들이 철학적인 바탕을 갖고 연주하는 분들이 대부분일 거고, 그런 점에서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자꾸만 저에게 한국에서 음대를 안 갔다, 얘기하는데, 그거는 제가 그 때 한 거보다 지금 하는 게 더 즐겁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철학과 음악이 어떻게 연관되는 건데요?


음악을 하는 동안에 철학을 할 수 없고, 철학을 하는 동안에 음악을 할 수 없고, 이런 게 아니라는 겁니다. 우리가 악보를 볼 때에도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이고,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여자 친구를 보는 순간에도 음악이 들릴 수 있는 것이고, 그런 것들이 그렇게 구분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 '생각'을 '철학'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것이냐 없느냐에 대해서는 전문 철학자들은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겠지만, 그것을 분류할 수는 없고......


  철학을 전공한 것이 음악 할 때도 도움이 됐을 것 같은데요?


 제 학부 졸업 논문이 존재론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렇다면 음악에 대해서 철학적으로 접근했었던 것이고, 음악학, 예술 철학, 미학, 이런 것이 철학과 안에 들어 있습니다. 그것이 도움이 안 될 수가 없죠.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구자범 씨는 자꾸 사람들이 철학과 출신 지휘자라는 점에 주목하는 것은 '비본질적인' 관심이라고 생각했나 보다. 그의 답변은 시종일관 '철학과 음악이 다르지 않은데 왜 자꾸 다르다고 보고 이런 질문을 하냐'는 뉘앙스였다. 

 구자범 씨의 이야기는, 사실 이미 이전에 기자간담회에서도, 국립 오페라단의 클럽 오페라 모임에서도 들었기 때문에, 나는,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됐다. 그런데도 자꾸 질문을 한 것은, 텔레비전 뉴스를 볼 시청자의 궁금증이,  그의 답변으로 완전히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의 답변은 사실, 그에 대해 지금까지 나온 기사들에 대한 '반론'  같이 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더 이상 끌고 가면 인터뷰의 페이스가 완전히 흐트러질 것 같아 다른 주제로 바꿨다. 처음에 국립오페라단 홍보 담당자와 약속했던 인터뷰 시간인 20분은 벌써 훌쩍 지나버렸다. 점심 시간이라 배도 고팠다^^)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 중에도 이른바 '현대 음악' '동시대 음악'에는 거부감을 느끼고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휘자로서 '이 시대의 음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도 마찬가집니다. 이제는 감이 좀 잡히기 시작하는 게, 현대 음악이, 아 이것은 진짜인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있고, 이것은 좀 짜맞춘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있다. 그걸 구분하는 능력은 이제 갖춰가는 것 같습니다.

 일단 뭐가 현대인지 몰라요. 유럽에서도, 한국에서도, '현대 음악'이라고 부르는 것이 실제로는 100년 전 것들입니다. 100년 전처럼 마차 타고 다니는 사람도, 100년 전처럼 옷 입고 다니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뭘 현대 음악으로 불러야 할지. 지금 현대음악으로 부르는 것들이 정말 박물관으로 들어갈지도 모르는 것이고.

 저는 예술 지상주의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인간들에게, 이 시대 이 땅에 숨쉬는 사람들에게, 음악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어떤 의미를 전해야 하느냐를 생각하면, 음악 속에 세계를 어떻게 투영하고 반영해 내야 하는가를 작곡가가 고민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음악을 만들어도, 의미가 없는 것이고,

 그렇다고 해서 백남준 선생님 작업 같은 것들이 의미 없는 것이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피아노 위에 고양이 올려놓고 막 뛰게 하고, 넥타이 자르고 샴푸 질 한 다음에 전화 받고, '음악회 끝났습니다.'고 얘기하면서, '이것이 예술'이라고 할 순 있어도, 아무도 그 다음날 '고양이의 연주 중 b플랫 음이 약했다', 이런 식으로 음악으로는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지난번 클럽 오페라 모임에서, 우리 음악 공연장이 지어져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잖아요?


 네, 한국에 새로 오페라 하우스가 지어진다면 너무 기쁜 일이지만, 정말 제대로 지어져야 하고, 거기에 사람들이 오길 바란다면, 그 전에 우리가 갖고 있는 우리 음악에 대한 것도, 똑같이, 더 우선적으로, 투자를 하고, 거기 제대로 교육을 하고, 사람들이 우리 것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줘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우리 음악에 대한 공부를 하고 계세요?


지금 국악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어려워요. 그 쪽 세계를 경험할 기회가 없었어요. 어릴 때부터 피아노는 쳤어도 학교에서 가야금을 해 보란 얘기를 들어본 적 없고, 기껏해야 사물놀이 해 본 정도인데, 사물놀이도 우리 음악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가 이름만 들어서 알고 있는 정악, 아악, 판소리, 이런 다양한 부분에 대해 너무 무지하고, 제가 국악을 처음부터 해서 국악을 전공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제가 국악에도 재능이 있었을까, 하는 점이 의심스럽습니다. 왜냐면 너무 모르니까.

 제가 제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이제라도 깨달았으니까 공부 시작하는 것인데, 많은 사람들이 깨닫지도 못하고, 평생을 아라비아 음악 어떤 것으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안되죠. 억울하죠.

 우리나라 음악에 대해서는 저부터도 깨야 하고, 공부를 해야 하고, 국가적 차원에서도 지원해야 합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오페라나 클래식 분야도 약하고, 그래서 지원이 돼야 하지만. 돈 문제도 있겠지만, 교육이 가장 중요합니다. 자연스럽게 생활이 되도록.

 대학로 가면 언제나 연극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독일에 가서 오늘 '라보엠'이 보고 싶다, 하면 어느 곳에서든 볼 수 있는 것처럼, '아, '심청가'가 듣고 싶어라' 하는 생각이 들면 언제든 가서 볼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부를 어떻게 하고 계신데요?


 그냥 혼자 책을 보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럼 우리 전통 음악을 앞으로의 음악 작업에 접목시키려는 생각도 있으신가요?


 (단호한 어조로) 저는 뭘 하면서 '이걸 위해서 뭘 투자하자' 한 적은 없어요. 음악을 하기 위해 철학을 한 적도 없고, 철학을 하기 위해 음악을 한 적도 없습니다. 국악을 한 것이 제 오케스트라 도움이 되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고, 제가 모르는 것이 한심스럽고, 그러니까 하는 것입니다.


 어느 기사에 보니까 오페라 극장에서 '걸레질'부터 시작했다고 돼 있던데......아무래도 지금까지 지내오시면서 힘든 일도 많으셨겠어요? 


 그건 표현의 문제예요. '극장에서 걸레질부터 시작했습니다', 이러니까,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왔다, 이런 것인데, 지휘봉을 처음부터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지휘봉을 잡게끔 기간이 필요하고, 견습 기간도 필요하고, 성악가와 작업하고, 피아노 치고, 악보 정리하고, 악보 그려넣고 꾸미는 것, 조명 팀에 가서, 조명팀에 음악을 모르는 사람이 있으니까 어느 부분에 조명이 바뀌어야 한다고 가르쳐 주기도 하고...... 이렇게 잡다한 일을 하면서 오페라 극장이라는 전반적인 것을 알게 되는 거죠. 그래서 카라얀은 연출을 하고 싶어했다고 해요. 그럴 법도 해요. 오페라 하우스 시스템을 정확히 알게 되고, 어릴 때부터 쭉 하게 되면, 그런 생각이 생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그런 생각은 없지만.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왔다'는 얘기를, 힘들었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은데, 아닙니다. 밑바닥에서 올라왔다는 것은, 힘든 게 아니라 즐거운 것이죠. 다 새로운 것들이니까.


 지난번 동호회 모임 때 하신 '음악은 놀이'라는 말이 생각나는데요?

 

 음악이라는 것은 정말 노는 것이랑 너무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놀이를 위해 준비하는 것도 놀이이고, 음악을 한다는 것은, 저한테 정말 노는 것이예요. 발생론적으로, 음식과 춤과 음악은 항상 같이 있어 왔고, 저도 사람들과 같이, 술 한 잔 마시면서, 음악 하는 것이 즐겁고, 물론 안 풀리는 부분 있을 수 있지만, 음악을 같이, 화음을 맞춰서 한다는 것은, 함께 한다는 것은, 사랑의 감정, 화합의 감정일 수도 있습니다. 고차원적인 즐거움을 주는 것이죠.

 저는 그렇게 노는 게 좋았고, 남들이 그걸 참 잘 논다, 했고, 아, 그럼 계속 놀겠습니다, 해서 온 거죠. 저는 계속 열심히, 더 잘 놀고 싶습니다. 


 그럼 공연도 놀이이겠네요?

 

 그렇죠. 


 관객들과 같이 노는?

 

 바로 그렇죠. 국악에서는 바로 마당 놀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사실 외국에서는 객석과 무대가 완전히 분리돼 있기 때문에 한 어울림이 어렵습니다. 저는 한국의 마당성을 좋아합니다. 함께 어우러지는 것을 더 좋아하죠.

 다행히도 오페라는 무대와 객석 사이에 제가 껴 있어요. 물론 조금 들어가 있긴 하지만. 제가 조절하는 입장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또 다른 즐거움의 놀이인 것 같습니다. 가능하면 오페라도 우리 나라의 마당 놀이 같은 게 됐으면 좋겠고, 제가 그 다리를 놓았으면 하죠.  

 ##옆에서 국립 오페라단 홍보 담당인 오승희 씨가 초조하게 왔다갔다 하는 모습이 보인다. 내 인터뷰 뒤에 바로 음악 잡지의 인터뷰 약속을 잡아놓았는데, 너무 시간이 많이 지났다. 점심 시간 후에는 바로 리허설 일정이 잡혀 있었다. 그래서 더 물어볼 말이 많았지만 이 정도에서 인터뷰를 마쳤다. 나중에 들으니 결국 그는 점심을 먹지 못하고 바로 오후 리허설에 들어갔다고 한다. 여기 정리하지 않은 이야기도 꽤 있지만, 너무 길어져서, 다음 기회로 미룬다.

 

 나는 '잘 놀았다'는 그의 표현에, 요즘 말로 하면 '꽂혔다.' 그의 말의 요체는 '재미있게 놀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는 것 아닌가. '놀았다'는 것은 노력을 안 했다는 얘기가 아니다. 다른 말로 하면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열성적으로 했다는 얘기다. 그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는 얘기다. 그가 부러웠다. 나는 어떻게 살아 왔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06-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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