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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인기를 끌었던 한국 드라마 대장금은 조선시대 의녀 장금의 이야기이다. ‘장금은 조선왕조실록 중종실록에 의술이 뛰어나 왕의 인정을 받았다고 기록된 의녀의 이름이다. ‘장금은 실제인물이지만, 드라마 내용은 작가가 사서의 단편적인 기록을 바탕으로 드라마틱하게 창조해 낸 허구다.

 중국에도 여자 명의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가 있다. 2016년 제작돼 중국판 대장금으로 불리기도 했으며, 한국에서는 여의 담윤현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여의 명비전(·明妃)’이다. 중국 유명 배우인 류시시, 훠젠화, 황쉬안이 주역을 맡았다. 궁중 로맨스를 첨가해 실제 역사를 왜곡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이 드라마는 실존 인물이었던 여자 명의 담윤현(1461~1556)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담윤현(谈允贤)은 명나라 때 지금의 장쑤성 우시 지방, 대대로 의학에 정통했던 집안에서 태어났다. 명의였던 조부와 약에 정통했던 조모의 영향을 받아 10대 때부터 두루 의학서적을 섭렵했다. 하지만 여성은 의술을 배우더라도 정식 의원으로 대접받을 수 없었다. ‘남자는 바깥일을, 여자는 집안일을 한다는 관념이 지배했던 시대, ‘직업을 가진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매우 낮았다.

 
삼고육파(三姑六婆)’ 명의 아주머니와 여섯 명의 노파 해석되는 단어에 이런 사회상이 담겨있다. 원나라 말기인 1366<철경록(辍耕录)>이라는 책에 처음 나온 단어인데, 이 책에서 삼고육파 비루한 족속이라고 비하한 이래 주로 멸시적인 호칭으로 쓰였다.‘삼고 니고(尼姑:비구니), 도고(道姑:여도사) 괘고(卦姑:점쟁이)이며, ‘육파 온파(稳婆:조산원), 약파(药婆:여성 의료인), 사파(师婆:무당), 아파(牙婆:방물장수), 매파(媒婆:중매인), 건파(虔婆:뚜쟁이) 말한다. 드라마 여의 명비전에도 여성을 정식 의원으로 대접하지 않고 약파 부르며 비아냥거리는 장면이 나온다.

 
이렇게 여성 의료인이 천대 받는 시대였지만 담윤현은 빼어난 의술로 세간의 인정을 받았다. 특히 남자 의사를 접하기 힘들거나 꺼렸던 여성환자들을 많이 치료해, 풍부한 임상 경험을 쌓았다. 담윤현은 50살이던 1511, 조부모로부터 전수받은 의학 지식에 자신의 임상경험을 더해 <여의잡언(女医杂言)>이라는 의학서를 썼다. 담윤현이 직접 치료한 환자 31명의 케이스를 담은 부인과 전문 의학서이다. 유산과 산후질병, 우울증으로 인한 기혈 막힘 증상과 치료법을 생생하게 서술했다.   

 

그러나 책은 처음에 담윤현이라는 저자를 명확히 드러내지 못했다. 여성이 대중 앞에 공개적으로 자신을 드러내기 힘든 시대였기 때문이다. <여의잡언> 1511 담윤현의 아들인 양렴(杨濂) 발간했다. 담윤현은 96세까지 살았지만 이후에는 책을 쓰지 못했다. 아들이 일찍 죽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여의잡언> 담윤현의 사후인 1585, 조카손주인 담수(淡修) 의해 중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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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잡언> 현대에 들어서 저명한 중의학 문헌학자인 판싱준(范行准) 소장하고 있다가 중국중의연구도서관에 기증했다. <여의잡언> 현대의 의학 종사자들도 참고할 만한 의학서로 계속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현대 중국어로 읽기 쉽게 고치고 주석을 첨가한 <여의잡언> 지금도 중국의 서점에서 팔리고 있다. (위 사진이 중국 서점에서 팔리고 있는 '여의잡언'. 담윤현이 드라마로 뜬 이후라 '중국판 대장금' '여의 명비전' 주인공의 유일한 작품'이라는 문구가 쓰였다. 워낙 '대장금'이 중국에서 유명하다 보니 중국인들까지도 담윤현을 '중국판 대장금'으로 표현한 게 흥미롭다. )

 

요즘 보고 있는 중국 드라마 랑야방지풍기장림(琊榜之风起长林)’에도 여의사가 등장한다. 바로 드라마의 주인공 소평정(萧平旌) 사랑하는 여인 임해(林奚)다(위 사진). 임해는 의술이 뛰어날 아니라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역병 환자를 진료할 정도로 사명감이 투철한 의사이다. 임해는 신화 명의 신농씨처럼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중국 지역을 다니며 약초를 채집해 연구하고 효능을 집대성한 의학서 <백초신집(百草新集)> 쓴다.

 
그런데 임해는 필생의 저작인 <백초신집> 저자가 자신이라는 드러내지 않고, 명망 높은 랑야각의 이름으로 책을 발간하려 한다. 여성에 대한 편견 때문에 책이 후세에 전해지지 않을 것을 걱정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연인인 소평정조차 처음 임해를 봤을 때는 젊은 여자의 의술을 믿지 못하겠다며 편견을 드러내기도 했으니, 임해의 결정을 이해할 있다. 물론 드라마 허구이며 시대적 배경도 위진남북조 시대로 다르지만, 담윤현의 <여의잡언> 아들에 의해 발간됐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다.  

 
담윤현은 서한의 의작(义妁), 진나라의 포고(鲍姑), 송나라의 장소낭자(张小娘) 함께 중국 고대의 4 여자 명의로 꼽힌다. 여의사를 인정하지 않던 풍토에서도 이렇게 역사에 이름을 남긴 보면 이들은 정말로 뛰어난 의술을 자랑했음에 틀림없다. 그리고 이들 외에도 무수히 많은 이름 없는 약파들이 존재했을 것이다. 이들은 세상 사람들의 인정을 받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일에 충실했을 것이다. ‘풍기장림 임해가 수많은 여의사들을 형상화한 인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이버 중국 엔터트렌드 코너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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