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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1일 
아침에 콧물이 좀 났다. 원래 알레르기성 비염이 좀 있어서 비염이 심해졌나? 아님 날씨가 추워지니 감기 기운이 있나? 정도로 생각했다. 머리가 조금 무거운 증상이 있었지만, 이건 비염에도 흔히 따라오는 증상이라 의심하지 않았다. 그냥 컨디션이 좀 안 좋다 이 정도? 

12월 12일 
콧물이 좀 더 많아졌고, 재채기가 자꾸 난다. 두통도 계속이다. 근무가 있어서 출근은 했다. 점심 때 회사 근처 병원에 다녀왔다. 열은 없고, 두통과 콧물, 재채기 증상. 의사가 보더니 목도 조금 부어있다며 비염보다는 감기 같다고 했다. 예전에도 나는 감기가 코나 목으로 잘 와서 이비인후과를 다녔었다. 코로나 이후 2년간은 안 걸렸던 감기, 이번에 된통 걸렸구나 했다. 의사가 열이 나면 혹시 모르니 코로나 검사를 받아보라고 했다.

밤에 약간의 열이 있다. 37.5도 정도. 혹시? 불안이 밀려왔다. 검사 받아야겠다 마음먹고 잠들었다. 

12월 13일 
내가 사는 지역은 코로나 확진자가 엄청 많이 쏟아져서 검사소마다 만원이란다. 그래서 검사 결과가 빨리 나온다는 서울 홍익병원으로 일부러 찾아갔다. 오전에 받으면 오후에 나온단다. 9시부터 검사 시작이라서 그 때쯤 도착했는데, 뭐라고? 이미 오전 검사는 접수가 다 끝났다고? 오후 검사는 나중에 다시 와서 줄을 서야 한단다. 그래서 가까운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여기는 별로 사람이 많지 않다. 15분 정도 줄 섰더니 검사 완료. 그런데 결과 나오는 데 48시간 걸린다고 쓰인 걸 봤다. 48시간? 물어보니 요즘 검사하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결과가 늦게 나온단다. 그럼 안되는데... 

 결국 당일 결과가 나온다는 김포 우리병원 선별진료소로 다시 부랴부랴 달려갔다. 10시 반쯤 도착. 이미 줄이 새까맣게 서있다. 장소 자체가 넓지 않아서 줄 서면서 거리두기를 충분히 할 수 없는 상황. 두 시간 정도 줄을 서서 검사를 받았다. 접수번호를 찍어서 나눠주는데 663번이었다. 아마 오전에만 7백 명 이상을 검사하는 것 같다. 11시 좀 넘어가자 '오전 검사 끝났습니다!'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게 뭐라고 오전 검사에 '세이프!' 한 게 으쓱했다. 그나저나 너무 추웠다. 핫팩을 하나씩 나눠주지 않았다면 두 시간 줄 서기를 어떻게 견뎠을지 모르겠다.

 김포 우리병원은 오전에 검사하면 당일 검사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집에 돌아와서 대기했다. 저녁 6시쯤 문자가 왔다. 

 "김수현 님께서 시행한 코로나 검사는 재검사 중입니다. 외출을 자제하시고 자택에 대기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게 무슨 뜻이지? 재검사라고? 어쨌든 음성은 아니다. 양성일 확률이 높은 건가? 가족 단톡방에 얘기했더니 딸이 인터넷에서 찾았다며 재검사가 무슨 뜻인지 알려준다. 코로나 검사 결과를 빨리 내기 위해 여러 사람 것을 한꺼번에 보는데, 그 중 뭐가 나오면 한사람 한사람 것을 다시 확인한다는 거다. 그러니 재검사라고 해서 꼭 양성이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일단 양성일 확률이 높아진 것 같기는 하다. 

  밤이 되자 다시 열이 37.3도로 조금 올랐다. 목도 조금 더 붓고 침을 삼키기 어려워졌다. 회사 건강관리실에서, 그리고 둘째 학교에서 검사 결과 나왔느냐고 연락이 왔다. 늦더라도 결과 나오면 알려달라고 한다. 언제 연락 올지 몰라서 침대 옆에 핸드폰을 두었다. 결국 새벽 1시 다 되어 잠이 들었다.

12월 14일 

뒤척뒤척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새벽 4시쯤 깨서 혹시나 문자를 확인했는데 없다. 6시쯤 다시 확인했는데 역시 없다. 심란해서 코로나 증상, 코로나 재택치료 등등 검색해보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7시반쯤 놀라서 깼다. 역시 문자는 없다. 뒤척뒤척하다가 살풋 잠들었는데 정신 드니 8시. 이번에는 문자가 와 있다. 불길한 예감은 잘 들어맞는다. 코로나 양성. 올 것이 왔구나. 

오늘의 증상은 어제와 비슷하다. 아침에 열을 재보니 37도. 아주 약간의 미열이다. 콧물은 맑은 콧물에서 조금 점도가 있는 콧물로 바뀌었다. 재채기는 여전히 한다. 검사한 곳 관할인 김포 보건소에서 증상 확인할 때 '기침이 아니고 재채기예요?' 하고 두 번이나 물었다. 계속 재채기가 나온다. 아침에는 목이 많이 칼칼하고 가라앉았는데, 오후가 되면서 조금 나아졌다. 목이 부어서 침 삼킬 때마다 힘든 건 여전하다. 코감기 약 지어온 게 아직 남아서 먹고 있다. 이제 두 봉밖에 안 남았는데 그 전에 뭔가 약을 보내주려나.

김포 보건소에서는 오전 오후 두 번 연락 왔었고, 내 주소지 관할 보건소에 곧 이관한다고 했는데, 이후로는 연락이 없었다. 아마 자택치료하게 될 거라고 했다. 아직 주소지 관할 보건소에서는 연락이 없다. 확진자가 너무 많아서 일이 빨리 처리되지 않는다고 들었다. 낮 12시반쯤 양천구 보건소에서 양성이라고 또 한번 연락 왔다. 어제 두 군데서 검사 받아서 그렇다. 결과 나오는데 48시간 걸린다고 해서 4시간이면 나온다는 김포 우리병원을 가서 다시 검사 받은 건데, 결과적으로는 몇 시간 차이밖에 안 났다. 그래도 업무 시작 전 아침에 결과 알려줄 수 있었던 게 더 낫긴 하다. 

*지금까지의 소회

내가 걸린 건 델타 바이러스 계열인 것 같다. 지금까지 대표적인 코로나 증상은 발열 호흡기 증상 후각 미각 상실로 알고 있었는데, 나는 지금까지는 콧물 재채기 두통 인후통이고, 발열도 처음에는 없었다. 고양이가 둘째 침대에 오줌 싼 냄새가 고약하다고 느꼈을 정도로 후각은 멀쩡하고, 배달시킨 밀키트로 해먹은 순두부찌개가 맛있었으니 미각도 그대로다. 내 코로나 증상은 이전에 종종 걸렸던 코감기 목감기 증상과 똑같았다. 열이 안 나다가 나서 검사를 받아본 건데, 사실은 감기 걸려도 종종 열이 나지 않는가. 

그러니 이제 감기 기운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외출을 하지 않아야 한다. 지난 일이지만 내가 일요일에 출근하지 않고 집에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금도 생각한다. 물론 결과론적인 얘기일 수도 있다. 감기 기운 조금 있다고 출근 안 하는 건 어려운 게 현실이니까. 그래도 앞으론 바뀌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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