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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과 무대가 따로 없는 콘서트.
연주자의 숨소리와 땀방울까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콘서트. 마룻바닥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음악의 진동을 온몸으로 느끼는 콘서트.종종 연주자와
관객이 함께 어울리는 즉석 뒤풀이로 이어지는 콘서트. 바로 ‘하우스콘서트’ 얘기다.
하우스콘서트는 지난 2002년 7월 12일,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박창수 씨가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시작한 ‘작은 음악회’다. 박창수 씨는 연주자와 관객이 진정 소통할 수 있는 공연, 일상 속의
예술을 꿈꿨다. 하우스콘서트의 매력에 빠진 관객들이 늘어나면서 비슷한 형식의 공연이 유행이 되었지만, ‘원조’ 하우스콘서트(‘하콘’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는 도곡동 율하우스로 옮겨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하콘’은 작은 음악회지만, 작다고 얕보면 오산이다. 클래식뿐 아니라 국악, 재즈, 대중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실력파 음악가들이 하콘에서 연주했다. 피아니스트 김선욱, 김태형, 조성진,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 이경선, 가수 강산에, 하림, 아마도이자람밴드 등이 그들이다.
이전에도 소문은 많이 들었지만, 내가 본격적으로 하콘을 만난 것은 하콘 10주년이었던 지난 2012년이었다. 2012년은 하콘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 해였다. 이름하여 하우스콘서트 대한민국 공연장 습격작전! 하콘이 지방문예회관으로
찾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연주자와 관객이 한 공간에서 호흡하는 하콘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관객들도 무대
위로 올라가 자리 잡도록 했다.
이 ‘작전’은 전국에 400개 이상의 공연장이 있지만 대부분의 공연들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이마저도 단발성 대형 공연에 편중돼 있는 현실을 변화시키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1주일간 100번의 공연을 여는 페스티벌도 열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았던 프로젝트였다. 율하우스에서 하콘을
경험하고, 하콘의 ‘습격작전’을 취재하면서 나는 하콘의 팬이 돼버렸다.
하콘 11주년을 맞은 지난해 작전은 더욱 활발하게 수행되었다. 2013년 7월 12일(하콘의 생일이다) 저녁 7시 반,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하우스콘서트가 열렸다. ‘원데이 페스티벌’의 시작이었다. 전국 38개 시군 문예회관이나 학교, 군 부대, 가정집, 종교시설 등 65곳에서 클래식, 재즈, 국악, 실험예술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 290여 명이 동시에 공연을 펼쳤고, 관객 1만 명이 찾아왔다.
하콘 12주년을 맞은 올해는 ‘원데이 페스티벌’이 해외로 확대되었다. 지난 7월 12일 저녁 7시,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세 나라 음악가들이 고루 참여한 원데이 페스티벌이 열렸다. 한국에선 전국 29개 시군 47곳에서
열렸고, 그 중 율하우스에서는 박창수 씨와 중국의 구젱 연주자 쉬 펑시아, 일본의 타이쇼 연주자 타케다 켄이치가 함께 공연했다. 일본에선 12개 도시 29곳, 중국에선
베이징 상하이 등 15개 도시 18곳에서 다양한 공연이 동시다발로
펼쳐졌다.
박창수 씨는 중국과 일본 모두 급속한 경제발전에 비해 문화적으로는
세련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국과 처지가 비슷해 보였다고 한다. 하콘의 시작이 한국의 문화 저변을 넓히자는
것이었으니, 세 나라 예술가들이 연대해 문화 기반을 다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였다. 세 나라 사이에는 현실적으로 많은 갈등이 존재하지만, 소통의 음악회
하콘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국경을 뛰어넘어 잠시라도 한 마음이 되었으니 이 역시 성과일 터이다.
나는 지난해 하콘 원데이 페스티벌을 취재하고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문화부에서 공연 취재를 하면 할수록, 화려한 외형을 자랑하는 대형 공연들도 좋지만, 하우스콘서트 같은 작지만 뜻 깊은 공연들에 점점 더 마음이 간다. 예술가와 관객이 친근하게 소통하며 만들어가는 생활 속 예술, 기초 문화, 풀뿌리 문화로서 하우스콘서트의 존재는 소중하다.”
하콘은 재정적 어려움, 관계자들의 몰이해 등 난관을 겪으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길을 개척해왔다. 나는 지난해 말 문화부를 떠나왔으니 더 이상 하콘을 취재하진 못하지만 이제 순수한 관객으로 하콘을 다시 찾아가보려 한다. 작은 공연 큰 감동 하콘의 매력을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했으면 좋겠다.
(도곡동 율하우스 하우스콘서트를 보려면? 공연 일정을 홈페이지www.freepiano.net에서 확인하고 찾아가 현장에서 표를 사면 된다. 일반 2만원, 고등학생까지는 만원. 지방공연장 ‘습격작전’도 계속 수행 중이다. 작전 홈페이지는 http://thc-project.com/)
*방송기자클럽 회보 7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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