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보구 십년불만(君子报仇十年不晚). 군자가 원수를 갚는 데 십 년이 걸려도 늦지 않다. 중국 드라마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복수는 중국 드라마의 주된 테마다. 물론 한국 드라마 중에서도 복수가 주된 테마로 등장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중국같지는 않다. 중국 무협 드라마에는 직접적으로 나에게 해를 입힌 사람이 아니더라도 내 스승이나 벗의 원수라면 나의 원수나 같다면서, 목숨까지 걸고 복수에 가담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지독하게 복수에 집착하는 중국인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성어가 바로 ‘와신상담(卧薪尝胆)’이다. 춘추 전국시대 오나라와 월나라가 대립할 때, 오왕 합려가 월왕 구천에게 패해 죽은 것을 합려의 아들 부차가 원통해 했다. 그는 날마다 가시 많은 장작 위에 누워 잠을 청하며(..
코로나19로 신음하는 우한의 참상을 60편의 일기로 외부에 알렸던 중국 작가 팡팡. 우한의 봉쇄는 이제 풀렸고 중국에서 코로나19는 진정되는 분위기가 확연하다. 그런데 팡팡의 ‘우한일기’를 둘러싼 논란은 날로 거세지고 있다. 팡팡이 우한일기를 통해 당국을 거침없이 비판한 데다, 중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보인다. 일기가 연재되는 동안에도 팡팡은 갖가지 비난에 시달렸다. 최근에는 ‘근원을 알기 어려운 부동산 6채를 소유하고 있다’며 팡팡을 국가감찰위원회에 공개적으로 고발한 사람이 나왔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런데 ‘우한일기’가 해외에서 출판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더 많은 사람들이 공격에 가세하는 형국이다. 팡팡의 우한일기는 미국 하퍼 콜린스 출판사..
중국의 문호 옌렌커는 지난 2일 한국의 계간지 '대산문화'에 '국가적 기억상실을 거부한다'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그는 코로나 19로 인한 참상을 반드시 기억해야 하며, 그래야만 사스나 문화대혁명의 비극이 재연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한의 팡팡 작가가 자신의 기억을 문자로 써내지 않았다면 무엇을 들을 수 있었을까?'라고 질문했다. '팡팡(方方·65)은 중국 후베이성 작가협회 주석으로 2010년 루쉰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다. 난징 출생이지만 1978년 우한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고, 우한을 기반으로 활동해왔다. 코로나 19 바이러스 감염증이 처음 돌기 시작한 바로 그 곳이다. 그는 코로나 19 확산으로 봉쇄된 우한의 거주자로서, 매일 일기를 써서 웨이보에 올려왔다. 이 일기는 고립된 우..
*2020년 2월 네이버 중국판 차이나랩에 기고한 글이다. 이 글 쓰고 얼마 안돼 상황이 완전히 바뀌어, 이번엔 유럽과 미국에서 코로나19가 무섭게 확산되었다. '중국 힘내라'며 응원했던 해외 예술가들도 모두 '락다운' 에 들어가, 거꾸로 '응원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지금은 한국과 중국이 상대적으로 코로나19에 잘 대응한 편으로 평가 받지만, 아직 코로나19는 진행 중이다. 무서운 감염력 앞에, 앞날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 ----------------------------------------- 공연계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세에 가장 타격을 많은 분야 중 하나다. 특정시간 실내 공간에 밀집된 청중이 함께 관람하는 공연은 바이러스 감염 우려로 대부분 취소되었고, 공연장과 예술단체는..
“정말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저는 미국에서 일본을 경유해 중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어제 거의 텅 빈 베이징 공항에 도착했어요.” ‘중국의 카라얀’으로 불리는 중국 대표 지휘자 위룽이 해외에 있다가 귀국하며 남긴 메시지는 이렇게 시작했다. 이 메시지는 클래식 음악계 ‘소식통’인 영국 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의 블로그 ‘Slipped Disc’에 실렸다. 노먼 레브레히트가 이 글에 붙인 제목은 ‘China’s top Maestro returns home to sound of silence-중국 최고 지휘자가 침묵에 싸인 집으로 돌아가다.’https://slippedisc.com/2020/02/chinas-top-maestro-returns-to-empty-home/ 이어지는 위룽의 메시지에서는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중국 전역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번지는 가운데, 중국 문화예술계도 战‘疫’(질병과의 전쟁, 투쟁)에 나섰다. 중국 문화계 소식을 접하기 위해 중국내 문화 관련기관의 위챗 공식계정을 여럿 구독하고 있는데, 요즘 거의 모든 계정이 战‘疫’ 관련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는 중이다. 문화예술계가 질병과 벌이는 ‘전쟁’은 전방에서 직접 맞서 싸우는 것이라기보다는 이른바 ‘후방 선전전’에 해당한다. 중국 공산당이 항일투쟁을 할 때, 국민당과 내전을 치를 때, 예술가들이 맡았던 역할과 비슷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에서,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고 사기를 진작시키거나, 현장에서 환자 치료에 전념하는 의료진을 찬양하거나, 피해가 극심한 우한을 포함한 후베이 지역민들을 응원하거나, 혹은 ..
피아니스트 랑랑(郎朗)이 큰 관심 속에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결혼식을 올린 게 지난해 6월이다. 신부는 어머니가 한국인인 독일계 피아니스트 지나 앨리스(吉娜爱丽丝). 중국 언론들은 중국이 낳은 ‘월드스타’ 랑랑의 결혼식을 대서특필했고, 랑랑과 결혼한 ‘미모의 재원’ 지나 앨리스의 명성도 함께 높아졌다. 최근에는 랑랑과 지나 부부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신혼 생활을 공개하면서, 두 사람이 등장하는 기사들이 거의 매일 쏟아지고 있다. 두 사람은 텅쉰스핀의 리얼리티 관찰 예능 ‘행복삼중주’의 두 번째 시즌에 출연했다. ‘행복삼중주’는 세 부부의 일상을 촬영해 교차해서 보여주는 형식인데, 한국에도 있는 비슷한 프로그램들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해 10월 17일 시작된 두 번째 시즌에 랑랑 부부와 함께 한 출연진은..
상하이 동방예술센터(东方艺术中心)는 상하이 푸동 신구에 위치한 대형 복합문화공간이다. 이 예술센터의 공식 위챗 계정에 ‘빛이 나는 미모!’라는 제목에 류이페이의 사진을 썸네일로 한 글이 올라왔다. 뭔가 해서 클릭해 보니 ‘선녀 경고-미녀 사진 대방출’이라는 문장 밑으로 영화 ‘뮬란’의 예고편과 포스터, 뮬란 주역을 맡은 배우 류이페이(刘亦菲)의 ‘움짤’이 이어졌다. 다음에는 류이페이가 무용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여러 장 나온다. 류이페이는 단아한 자태로 중국에서 ‘신선 언니(神仙姐姐)’ 라고 불린다고 하는데, 어린 시절부터 발레를 배운 덕분이라는 설명이 이어진다. 수년간의 발레 강습으로 거동 하나하나가 우아한 기품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류이페이는 발레의 기초가 있었기 때문에 ‘뮬란’에 나오는 무술 ..
진싱(金星)은 중국에서 ‘진지에(金姐)’로 불리는 유명 방송인이자 무용가다. 거침없는 독설로 이름을 날리며 자신의 이름을 딴 토크쇼도 진행했다. 진싱은 한국에서는 2000년 방영된 KBS 다큐멘터리, 그리고 ‘신의 실수도 나의 꿈을 막지 못했다’는 제목의 자서전을 통해 알려졌다. 조선족 출신 무용수이며 성 전환 수술을 했다는 남다른 사연이 주목받았고,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등 한국 영화에 출연하며 배우로 활동하기도 했다. 1967년 랴오닝성 선양시에서 태어난 진싱은 어머니가 부산, 아버지는 평양 출신인 조선족이다. 어린 시절부터 춤에 소질을 보였던 그는 군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무용을 배우기 시작했다. 1984년 해방군예술학원 무용과를 졸업한 진싱은 이듬해부터 중국의 모든 무용 대회를 휩쓸며 중국 최고..
중국이 아시아 클래식 음악시장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와 음악가들이 베이징과 상하이 같은 중국 대도시로 몰려든다. 특히 2007년 베이징에 개관한 세계 최대 공연장, 국가대극원은 중국을 대표하는 공연장으로서 국제적 위상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11월 26일부터 사흘간 열린 2019 베이징 교향악 포럼은 이를 확인시켜 주는 행사였다. ‘융합과 발전’을 주제로 국가대극원이 주최한 이 포럼에는 전세계에서 30개 오케스트라와 예술단체가 참가했다. 참석자 명단에는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비엔나 심포니,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유명 오케스트라 주요 인사들이 포함되었다. 한국에서는 서울시립교향악단 강은경 대표가 참가했다. 중국 주요 도시의..
블로그에 업데이트 안 한 지가 반 년 이상 되었다. 올 들어 단 한 편의 새 글도 안 올렸네. 오랜만에 들어오려 했더니 비밀번호도 생각 안 나고, 겨우 찾아서 로그인 했더니 '휴면계정'이란다. '휴면 상태'를 해제하고 나서 첫 글을 쓴다. 지난해였나 지지난해였나, 네이버에도 중국 이야기를 주로 쓰려고 블로그를 개설했지만 마찬가지로 손이 안 간다. 광고/홍보성 글의 바다 속에서 허우적허우적 그렇지 않은 글을 쓰고 있는 게 무슨 소용이 있나 싶기도 하고. 티스토리에도 물론 광고/홍보성 글들이 있겠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써오던 곳이라 좀 더 정이 간다. 블로그는 휴면 상태였지만, 나는 그 어느 때보다 글을 많이 쓰고 있다. TV뉴스 기사, 인터넷 기사, 외부 기고 칼럼, 인터뷰 기사, 특강이나 포럼 발표 자료..
불현듯 내가 지금까지 본 중국 드라마를 정리하고 싶어졌다. 내가 처음 중드에 입문한 건 2016년 여름부터다. 2015년 중국어 까막눈으로 중국 생활을 시작해, 1년쯤 지난 후부터 중국어 공부를 위해 중국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나의 첫 중드는 웹드라마 여죄. 현대극으로 시작했다. '가유아녀'의 꼬마 배우로 유명했던 장이샨이 주연을 맡은 범죄수사물이었다. 여성 캐릭터를 그리는 방식이 심히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럭저럭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드라마이긴 했다. 두 번째가 나의 인생 중드 '보보경심'이다. 다 알아듣지도 못하고, 중국어 자막도 제대로 해독하지 못했지만, 며칠만에 다 보고 몇 번이나 복습을 했는지 모른다. 내 중국 생활은 보보경심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큰 영향을 줬다. 중국에도 좋..
시작은 SBS의 ‘영재발굴단’ 프로그램이었다. 피아니스트 김두민 얘기다. 청주의 평범한 가정 출신인 ‘피아노 영재’ 김두민은 지난 2016년 13살의 나이에 프랑스 유명 음악학교 에꼴 노르말에 최연소 입학 허가를 받았다. 음악교육신문에 작게 기사가 났고, 이를 본 영재발굴단 작가가 출국을 사흘 앞두고 있던 김두민에게 연락해 프로그램 출연을 요청했다. 처음엔 선뜻 내키지 않았지만, 좋은 추억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출국 일자를 며칠 미루고 촬영에 응했다. 영재발굴단 김두민 편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에게는 선천성 백내장으로 왼쪽 시력을 잃어 생긴 ‘시야 장애’ 가 있었다. 피아노 연주에 핸디캡이지만, 남다른 재능과 노력까지 갖춘 김두민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잃는 게 있으면 얻는..
‘중국인 피아니스트’라 하면, 보통 랑랑, 윤디, 유자 왕 같은 이름들을 떠올린다. 모두 ‘바링허우(80년대생)’로, 중국의 개혁개방과 함께 본격화된 클래식 음악교육의 혜택을 받은 세대다. 그런데 이들보다 훨씬 위 세대로 일찍부터 활동했던 중국인 피아니스트들도 있다. 바흐 연주의 대가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중국인 여성 피아니스트 주샤오메이(朱晓玫)가 대표적이다. 1949년 상하이에서 태어난 주샤오메이는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피아노를 배웠고 8살 때 라디오와 TV에 출연해 연주한 ‘음악신동’이었다. 그는 10살에 베이징 중앙 음악학원에 입학했으나, 문화대혁명이 중국을 휩쓸면서 학업을 중단했다. 클래식 음악은 배척해야 할 서양 부르주아 문화로, 주샤오메이의 집안은 반동으로 낙인 찍혔다. 클래식 음악..
11월 10일 저녁 7시반. 상하이 메르세데스 벤츠 문화센터에서, 지난 9달 동안 준비해온 ‘톈마오 쌍11절 카니발의 밤(天猫双十一狂欢夜)’의 막이 올랐다. 중국에서 춘절 전야 축하공연이 흔히 ‘춘완(春晚)‘으로 불리듯, 이 공연은 ‘마오완(猫晚)’으로 불린다. 전자 상거래 거대기업인 중국 알리바바 그룹의 쇼핑몰 톈마오(天猫)의 ‘마오(고양이)’에서 따왔다. 쌍11절, 즉 11월 11일은 중국 전역이 쇼핑 열기로 달아오르는 ‘광군제(光棍节. 숫자 1이 사람이 혼자 서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 하여 ‘독신의 날’이 되었다)이다. 알리바바 창립자인 마윈의 아이디어로 2009년 시작된 ‘광군제 쇼핑축제는 매년 거래액 기록을 갈아치우며 열기를 더하고 있다. 올해 알리바바의 광군제 세일 행사 매출은 2천 684억..
흔히 ‘PPL(Product Placement)’로 불리는 간접광고는 요즘 드라마 제작에 필수가 되었다. PPL은 현대극에 주로 나오지만, 요즘은 현대가 배경이 아닌 드라마에도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구한말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등장한 파리 바게트의 간접광고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드라마에는 파리 바게트 브랜드를 ‘불란서 제빵소’로 살짝 바꾼 빵집과 꽃빙수, 무지개빵 같은 상품이 등장한다. 중국에서는 간접광고를 중간에 끼워 넣었다는 의미로 ‘식입광고(植入广告)’라고 부른다. 중국 드라마에 간접광고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지는 얼마 안 되었지만, 한국 드라마보다 간접광고가 훨씬 많고 규제가 느슨한 것 같다. 그리고 현대극과 고장극(古装剧)을 가리지 않는다. 고장극은 현대극보다 간접광고..
중국 드라마 중 시대극이 아닌 현대극으로는 학창시절을 그려내는 드라마들이 인기가 좋은 편이다. 특히 대학입시 준비에 여념이 없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풋풋한 첫사랑과 우정을 그려내는 드라마들이 많다. ‘치아문단순적소미호(致我们单纯的小美好. 아름다웠던 우리에게), ‘최호적아문(最好的我们. 가장 좋았던 우리)’, ‘아지희환니(我只喜欢你. 너만 좋아해)’ 등은 한국에서도 방영돼 인기를 얻었다. ‘치아문단순적소미호’를 맨 처음 보면서 나는 자꾸 한국 드라마 ‘응답하라(중국명은 请回答) 시리즈를 떠올렸다. 공부 잘하고 무뚝뚝한 남학생 장천, 성적은 안 좋지만 구김살 없이 밝은 성격의 여학생 천샤오시가 주인공이다. 그리고 ‘서브 남주)’가 등장해 삼각 관계를 형성한다. 세 사람 다 친한 사이다. ‘치아문’의 남주인..
81세 피아노 조율사 이종열 선생. 예술의전당 음악당과 롯데 콘서트홀 공연에 오르는 피아노를 전담해 조율한다. 그가 최근 '조율의 시간'이라는 책을 냈다. 이 책이 흥미로워 당장 인터뷰 요청을 했고, 승낙을 받았다. 그런데 실제로 기사가 나갈 때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피아니스트 조성진까지 같이 취재하느라 그랬다. ▶ "조율은 예술이다" 피아노 음을 빛내는 81세 '명장' (2019년 11월 17일, SBS 8뉴스) 이종열 선생의 책에는 64년 조율 인생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그는 교회의 풍금 소리가 좋았던 어린 시절, 고장 난 풍금을 뜯어보고 고치면서 조율의 세계에 처음 입문했다. 피아노를 접한 뒤에는 일본어 조율 교재를 혼자 공부하며 기술을 익혔다. 1958년, 몇 달을 기다려 일본에서 출..
미국 오케스트라가 중국 압박에 한국인 단원을 빼놓고 중국 공연을 하려다가 결국 연기했다는 뉴스가 최근 여러 매체에 실렸다. 유명 음악학교인 이스트만 음대의 오케스트라인 이스트만 필하모니아 얘기다. 음대 학생들로 구성된 이스트만 필하모니아는 80여 명의 단원을 이끌고 12월에 12일간 중국 8개 도시를 돌며 공연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스트만 음대는 지난 9월 말, 중국의 투어 파트너로부터 오케스트라 단원 중 세 명의 한국인에 대해서는 비자를 발급받지 못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스트만 음대 자말 로시 학장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이는 '외교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2016년 미국이 한국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시스템)를 배치한 이후 일어난 한중 외교 갈등으로, 한국 아티스트의 중국 내 공연이 금..
푸른 눈의 몽룡. 유니버설 발레단의 '발레 춘향'을 다룬 많은 기사들이 이 제목으로 나갔습니다. '발레 춘향'에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 블라디미르 쉬클리야로프가 객원 주역으로 출연했기 때문입니다. 쉬클리야로프는 뛰어난 테크닉뿐 아니라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이름난 무용수입니다. 그는 몽룡 역을 맡아, 춘향 역을 춤춘 유니버설 발레단 수석무용수 강미선과 호흡을 맞췄습니다. 발레 춘향은 유니버설 발레단이 2007년에 초연한 창작발레입니다. 유니버설 발레단 유병헌 예술감독 안무에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썼습니다. 전 국립무용단장 배정혜 안무에 케빈 픽카드가 작곡한 음악으로 초연됐지만, 몇 차례 개작을 거쳐 지금의 버전으로 완성됐습니다. 유병헌 감독은 차이코프스키의 만프레드 교향곡 등 상대적으로 덜 알려..
조기 축구회에 메시가 나타났다! 피아노 전공하는 대학생이 피아니스트 임동민 앞에서 쇼팽 연습곡을 연주한다. 전공하는 학생의 연주이니 일반인들 보기에는 잘 치는 거지만, 임동민에게는 성이 안 찬다. 연주를 중단시킨 임동민은 ‘일단 음악이라는 거는 포인트가 있어야 돼요. 포인트!’를 외친다. 그리고 ‘포인트가 있는 연주’가 뭔지 직접 시범을 보인다. 임동민의 ‘잠깐 레슨’을 받고 나니 학생들의 연주가 확 좋아진다.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차이를 확실히 알 수 있을 정도이다. '조기 축구에 나타난 메시' 등 유머 있는 자막이 재미를 더한다. 유튜브 채널 ‘또모’의 스페셜 영상 편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sZfrGI7_Xu0 ‘또모’는 음대생들이 만드는 유튜브 채널..
중국 드라마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종종 한국 드라마의 몇 배에 달하는 회수에 놀란다. 50회, 60회가 넘어가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삼생삼세십리도화(三生三世十里桃花) 58회, 견환전(甄嬛传) 76회, 랑야방(琅琊榜) 54회, 고방부자상(孤芳不自赏) 62회 등 한국에도 수입돼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몇 편만 봐도 알 수 있다. 중국 드라마가 처음부터 이렇게 길었던 것은 아니다. 1986년 드라마인 ‘서유기(西游记)’’는 25회로 끝났고, 속편은 16회였다. 1987년 ‘홍루몽(红楼梦)은 36회로 끝났다. 중국 국가광전총국 통계를 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4년간 발행허가를 받은 드라마의 평균 회차는 38회를 넘지 않았다. 그런데 2015년 이후 40회를 넘어섰고, 2018년에는 42회가 되었다. 2..
첼리스트 요요마를 처음 만났다. 그는 파리에서 태어난 중국계 미국인으로, 그래미상 18회 수상, 누적음반 판매량 천만 장 기록을 보유한 세계적인 첼리스트다. 요요마는 지난해부터 전세계 6개 대륙 36개 도시에서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을 연주하는 ‘바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나는 이 프로젝트의 20번째 기착지로 한국에 온 요요마를 인터뷰하게 되었다. 9월 6일로 인터뷰 일정이 정해지고 나서, 요요마 공연 기획사측에서 내 이력서를 달라고 했다. ”왜요?” “모르겠어요. 요요마 매니지먼트 쪽에서 알고 싶다고 하네요. 참고하려는 거겠죠 뭐.” 간단하게 정리한 이력서를 보내줬다. 그리고 며칠 후 다시 담당자한테 연락이 왔다. “예전에 요요마를 만난 적이 있으세요?” “요요마 공연을 두 번 본 적은 ..
예후디 메뉴인(1916~1999)은 미국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지휘자이다. 7살 때 데뷔한 ‘신동’이었고, 평생 세계 각국에서 연주하며 명성을 얻었다. 그는 음악교육에도 힘을 기울였는데 1963년 영국에 자신의 이름을 딴 음악학교 ‘예후디 메뉴인 스쿨(이하 YMS)’을 설립했다. YMS는 8살부터 19살까지의 청소년들이 다니는 명문 음악학교로, 바이올린 전공이 특히 우수하다. 유명 연주자인 나이젤 케네디, 니콜라 베네디티 등이 이 학교 출신이다. 정원 100명 미만의 소수정예 교육으로 잘 알려진 YMS가 최근 중국에 첫 해외 분교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중국 칭다오 도시건설그룹과 합작으로 ‘칭다오 YMS’가 2022-2023년에 개교할 예정이다. 영국 본교의 스탭들이 중국..
나의 중국 드라마 편력은 대체로 배우를 따라왔는데, 왕카이, 종한량에 이어 요즘은 류하오란 나온 드라마를 보고 있다. '랑야방2:풍기장림'을 먼저 보고 '최호적아문'을 끝냈고, 요즘 '구주표묘록'을 보고 있는 중이다. 류하오란이 주연한 영화 '당인가탐안'은 1편은 그럭저럭 재미있었는데, 미국으로 간 2편부터는 몰입이 안돼서 보다 말았다. 류하오란이 풋풋한 고교생으로 나온 드라마 '최호적아문'은 내가 2년간 살았던 칭다오가 배경이라 더욱 친숙하고 재미있었다. 이 '최호적아문'이 영화로 다시 나왔다. 감정을 세밀하게 쌓아올린 드라마가 더 좋지만, 그래도 궁금해서 영화도 봤다. 위화이는 역시 류하오란이 최고다. 아래 링크는 차이나랩에 기고한 글. http://blog.naver.com/china_lab/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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