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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가대극원(출처 홈페이지)

중국이 아시아 클래식 음악시장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와 음악가들이 베이징과 상하이 같은 중국 대도시로 몰려든다.  특히 2007년 베이징에 개관한 세계 최대 공연장, 국가대극원은 중국을 대표하는 공연장으로서 국제적 위상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1126일부터 사흘간 열린 2019 베이징 교향악 포럼은 이를 확인시켜 주는 행사였다.   
 
융합과 발전을 주제로 국가대극원이 주최한 이 포럼에는 전세계에서 30개 오케스트라와 예술단체가 참가했다. 참석자 명단에는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비엔나 심포니,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유명 오케스트라 주요 인사들이 포함되었다. 한국에서는 서울시립교향악단 강은경 대표가 참가했다. 중국 주요 도시의 오케스트라와 공연장, 음악학교, 공연제작사, 음반사, 디지털 플랫폼 관계자, 중국 작곡가들도 참석했다.

이 포럼에서는 클래식 음악의 미래, 클래식 음악과 기술, 관객 계발과 음악교육, 오케스트라와 도시 등 클래식 음악계가 직면한 다양한 이슈들이 다뤄졌다. 국가대극원은 세계 톱 오케스트라와 교향악의 걸작을 중국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한편, 베이징을 국제 예술교류의 중심지로 만들고 중국 음악가들과 작품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국가대극원장 왕닝은 국가대극원의 관객들 중 대다수가 젊은 세대라고 밝히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국가대극원의 멤버십 회원 34만여명 중 69%45세 이하다. 국가대극원은 클래식 음악뿐 아니라 여러 장르가 공연되는 공연장인데,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이 회원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왕닝은 또 국가대극원의 공연 라이브 스트리밍 시청자가 지난 5년간 283만명에서 2,300만명으로, 8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올해 온라인 시청자가 가장 많았던 공연은 지난 5월 야닉 네제 세갱이 지휘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공연으로, 120만명이 시청했다 한다. 왕닝은  온라인 스트리밍 콘텐츠와 레코딩을 교환하는 플랫폼을 창설하자며 교향악 연맹제안도 내놨다.   

 
포럼에 참석한 많은 해외 인사들은 젊고 열정적인 중국 관객에 대해 언급했다. 2007년 개관 기념 콘서트를 시작으로 국가대극원에서 자주 공연했던 러시아 명문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예술감독 발레리 게르기예프도 그랬다. 그는 포럼 개막일 연설에서 클래식 음악은 새로운 세대, 전진하는 세계, 특히 중국의 젊은이들을 위한 음악’(Chinadaily 12 2일자 기사에서 인용)이라고 강조했다.

발레리 게르기예프는 포럼에 참가했을 뿐 아니라 마린스키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중국 투어도 진행했다. 그는 1124일 난징에 이어 122일 베이징에서 오페라 파르지팔의 콘서트 버전을 연주했다. 바그너의 마지막 오페라인 파르지팔18927월 바이로이트 축제극장에서 초연됐고, 중국 초연은 2013년 베이징 음악제에서 이뤄졌다. (한국에서는 2013년 국립오페라단이 초연한 바 있다.) 마린스키 오케스트라는 공연 시간이 5시간 반에 이르고 다소 난해하게 느껴지는 파르지팔을 중국 공연 투어 프로그램으로 정하고 처음에는 다소 걱정했다 한다. 하지만 중국 관객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워싱턴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게리 긴슬링 대표는 클래식 음악이 콘서트홀에만 머무르지 않고 병원 환자들이나 퇴역 군인, 군부대 등을 찾아가야 한다며, 커뮤니티 안에서 오케스트라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워싱턴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내년 5월과 6, 음악감독인 지아난드레아 노세다 지휘로 중국 투어에 나선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한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회를 중국에서 진행하는 것이다.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가 중국 투어를 늘리고, 중국에서 열리는 포럼에 쟁쟁한 클래식 음악계 인사들이 몰려드는 건 역시 중국의 시장때문이다. 중국은 웬만한 대도시마다 국제 행사를 유치하며 문화시설을 건립해 클래식 음악회 수요가 크게 늘었다. 게다가 중국의 신생 공연장들은 정부 지원이 풍족해 공연 개런티도 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이나 미국 유명 오케스트라들의 아시아 투어라면, 예전에는 일본의 여러 도시에 서울, 타이완 등을 함께 넣는 식으로 짜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오케스트라 입장에서는 여러 국가를 비행기로 이동하며 공연하는 것보다는 한 나라에서 여러 번 공연하는 게 낫다. 중국은 대륙 안에서만 6-7회 공연을 소화할 수 있고 도시간 고속철도망도 발달되어 있다. 유명 오케스트라의 중국 투어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번 포럼에서도 강조되었지만, 중국은 수많은 해외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유치하고 교류를 강화하면서, 중국 작곡가들의 곡이 전세계에서 더 많이 연주되고 중국인 음악가들이 더 많이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인다. 상하이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클래식 음악 명가인 도이치 그라모폰과 5년간 음반 발매 계약을 맺으면서, 음반마다 중국 작곡가의 곡이 들어가야 한다는 조건을 달기도 했다.

 
국가대극원은 지난 여름에는 베이징 공연예술 포럼을 열어 전세계 공연예술계 주요 인사들을 중국에 불러들인 바 있다. 출발은 늦었지만, 중국은 예술계에서도 막강한 시장의 힘과 차이나 머니를 바탕으로, 국제적 영향력을 계속 강화하고 있는 인상이다. 예전에는 음악이나 공연 마니아들이 한국에 안 오는 음악가, 한국에서 볼 수 없는 공연 보러 일본에 간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앞으로는 중국으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2019.12. 네이버 중국판 차이나랩 기고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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