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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0일 저녁 7시반. 상하이 메르세데스 벤츠 문화센터에서, 지난 9달 동안 준비해온 ‘톈마오 쌍11절 카니발의 밤(天猫双十一狂欢夜)’의 막이 올랐다. 중국에서 춘절 전야 축하공연이 흔히 ‘춘완(春晚)‘으로 불리듯, 이 공연은 ‘마오완(猫晚)’으로 불린다. 전자 상거래 거대기업인 중국 알리바바 그룹의 쇼핑몰 톈마오(天猫)의 ‘마오(고양이)’에서 따왔다.
쌍11절, 즉 11월 11일은 중국 전역이 쇼핑 열기로 달아오르는 ‘광군제(光棍节. 숫자 1이 사람이 혼자 서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 하여 ‘독신의 날’이 되었다)이다. 알리바바 창립자인 마윈의 아이디어로 2009년 시작된 ‘광군제 쇼핑축제는 매년 거래액 기록을 갈아치우며 열기를 더하고 있다. 올해 알리바바의 광군제 세일 행사 매출은 2천 684억 위안, 우리 돈 44조 62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5퍼센트 증가했다. ‘마오완’은 광군제 전야인 11월 10일 저녁에 시작되는 갈라 공연으로, ‘쇼핑 명절’을 앞둔 축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다.
올해 마오완은 중국과 해외 스타들이 총출동해 성대하게 진행되었다. 동영상 사이트인 유쿠에서뿐만 아니라 저장위성, 동방위성을 통해 생방송되었고, 유쿠를 통해 해외 동영상 사이트로도 수출돼, 100여개국에서 시청이 가능했다. 해외 출연진 중에서는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테일러 스위프트가 제일 먼저 눈에 띈다. 또 러시아 월드컵 개막식에서 공연한 미녀 오페라 스타 아이다 가리풀리나가 ‘축배의 노래’ 등을 불렀다. 일본의 배우 겸 가수 하나자와 카나도 등장했다.
중국에서 아이돌 스타급 인기를 누리는 피아니스트 랑랑은 얼마 전 결혼한 한국계 독일인 부인 지나 아이리스와 함께 ‘모리화’를 연주했다. 또 중국판 ‘팬텀싱어’에 출연해 전국적 스타가 된 뮤지컬 배우 아윈가, 정윈룽도 출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의 아이돌 그룹과 스타 배우, 가수들이 대거 출연했고, 공연 장르도 클래식과 뮤지컬, 팝, 주짓수, 마술, 무용 등으로 다양했다.
‘마오완’만 열린 게 아니다. ‘스완(狮晚)‘도 있다. ‘스완’은 알리바바처럼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운영하는 쑤닝(苏宁)그룹이 개최하는 공연으로 ‘마오완’의 경쟁 상대다. 역시 11월 10일 저녁 7시 반에 개막해 네 시간 동안 열렸다. 가전제품 양판점으로 출발한 쑤닝은 온,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중국의 유통 강자로, 중국 민영기업 중 서열 2위인 거대 기업이다. 쑤닝의 로고가 사자 얼굴 모양이라 쑤닝이 쌍11절 전야에 진행하는 공연을 ‘스완’이라는 약칭으로 부른다.
‘스완’ 공연 실황은 후난위성을 통해 중계되어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스완이 방송된 4시간 동안 쇼핑몰 매출과 신규 회원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올해 ‘스완’은 ‘마오완’ 못지 않게 인기를 끌었는데, 해외 스타들도 많아 국제적인 면모를 강조했던 ‘마오완’에 비하면, 보다 ‘중국색’을 강조한 느낌이다. 우이판(吴亦凡엑소의 전 멤버 크리스), ‘먼 훗날 우리’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등의 영화로 한국에서도 인기 높은 배우 저우동위(周冬雨), 드라마 ‘진정령(陈情令)으로 성가를 높인 배우이자 가수 왕이보(王一博) 등의 스타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올해 스완은 쑤닝그룹 창업주 장진둥의 아들 장캉양((张康阳)의 출연으로도 화제가 되었다. 1991년생인 장캉양은 중국의 대표적인 ‘재벌 2세’다. 미국유학 후 금융계에서 실력을 쌓았고, 현재 쑤닝 홀딩스 부사장으로 그룹의 국제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데, 특히 축구 클럽인 인터밀란을 인수해 일약 국제 스포츠계 유력인사로 떠올랐다. 장캉양은 중국 여자배구팀과 함께 출연해 ‘메이드 인 차이나’ 이벤트를 진행했다. 쑤닝은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대대적인 판촉과 선물 증정 이벤트를 펼쳤는데, 자오웨이, 황샤오밍 같은 유명 배우들이 특별점장으로 나섰다.
웨이보에서는 마오완과 스완 출연진을 합치면 그대로 중국 연예계가 된다는 말이 나왔다. 또 마오완과 스완 양쪽 다 특색 있는 공연으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 네티즌들은 마오완과 스완이 경쟁 구도이긴 하지만, 고양이의 밤(마오완), 사자의 밤(스완)이 마치 커플 같은 느낌이라며 재미있어 했다. 역시 대형 쇼핑몰인 징둥닷컴은 경쟁기업의 마오완과 스완이 장안의 화제가 되는 걸 보며 입맛이 썼을 거라는 관측도 나왔다.
춘절 같은 공식적인 명절은 아니지만, 11월 11일은 사실상 중국인의 ‘쇼핑 명절’로 자리잡았다. 춘절의 축제 분위기를 더하는 ‘춘완(春晚)‘처럼, ‘쌍11완(双十一晚)’도 중국인이 매년 관심을 갖고 기다리는 공연 프로그램이 되었다. 고양이와 사자가 나란히 경쟁하는 쌍11완. 공연이 더 화려해질수록, 광군제의 쇼핑 열기도 더 뜨거워질 것 같다.
*네이버 중국판 엔터트렌드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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