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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네이버 중국판 차이나랩에 기고한 글이다. 이 글 쓰고 얼마 안돼 상황이 완전히 바뀌어, 이번엔 유럽과 미국에서 코로나19가 무섭게 확산되었다. '중국 힘내라'며 응원했던 해외 예술가들도 모두 '락다운' 에 들어가, 거꾸로 '응원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지금은 한국과 중국이 상대적으로 코로나19에 잘 대응한 편으로 평가 받지만, 아직 코로나19는 진행 중이다. 무서운 감염력 앞에, 앞날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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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세에 가장 타격을 많은 분야 중 하나다. 특정시간 실내 공간에 밀집된 청중이 함께 관람하는 공연은 바이러스 감염 우려로 대부분 취소되었고, 공연장과 예술단체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중국 문화계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공연장들은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공연을 중단하고, ‘예술로 질병에 맞선다’는 취지로, 예술작품을 통해 의료진을 찬양하거나 우한 지역민들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전파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의료진이 주인공인 회화나 붓글씨, 공예작품, 혹은 우한 사람들을 응원하는 시와 노래들을 공식 계정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매일 소개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베이징 국가대극원은 공식계정에 해외 예술가들의 위로와 응원 메시지 영상을 올렸다. 이름도 쟁쟁한 이 예술가들의 응원 메시지를 보면 국가대극원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베이징 중심가에 자리잡은 국가대극원은 규모나 시설, 또 공연의 수준 면에서도 중국을 대표하는 ‘순수예술의 요람’으로 여겨진다.
먼저 음악가로는 베를린 슈타츠오퍼를 이끄는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의 영상 메시지가 제일 처음 소개되었다. 다니엘 바렌보임은 중국에서 했던 연주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며 가까운 미래에 아름다운 음악으로 중국 관객을 다시 만나고 싶다고 전했다. 함께 등장한 오케스트라의 중국인 바이올린 주자가 자신의 말을 다 통역하자, 바렌보임은 웃으며 중국어로 ‘쎄쎄(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다.
바로 뒤에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캐서린 맥도웰 대표의 영상이 이어진다. 런던 심포니는 지난해 음악감독 사이먼 래틀이 런던 심포니를 이끌고 중국 우한에서 공연했다 한다. 런던 심포니는 2004년 이래 중국을 자주 찾아 연주해왔다. 그는 중국인들이 이 어려운 시기를 용기를 가지고 잘 이겨내기 바란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바이올리니스트 핑커스 주커만은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마음에 위로와 힘을 얻기 바란다’고 말했고, 역시 바이올리니스트인 르노 카푸숑은 중국인들과 ‘마음으로 함께 한다’며 빠른 시일 내에 바이러스를 극복하기를 기원했다.
다음은 무용가들의 메시지가 이어진다. 러시아 국립시베리아 무용단은 중국어로 “우한 힘내라 중국 힘내라”를 외치는 영상을 보내왔다. 3월에 국가대극원에서 공연할 예정이었다가 연기된 리투아니아 국립발레단도 응원 영상을 보냈다. 리투아니아 국립발레단은 단원들의 연습을 배경으로 주역 무용수가 전면에 등장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중국인들에게 응원과 지지를 보낸다, 빨리 바이러스를 극복하고 만나기 바란다”고 인사한다.
다음 차례는 영국의 저명한 연극 연출가 팀 서플(Tim Supple)이다. 영국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 영국 국립극단과 함께 일하는 연출가인 그는 중국 국가대극원에서 제작한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연출한 경험이 있다. 그는 중국의 상황에 대해 외국에서도 함께 걱정하고 있다며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라고 했다. 곧 다시 중국에서 공연하게 되길 기대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어지는 메시지들은 영상은 없지만 각국의 유명 공연장이나 기관에서 온 것들이다. 영국 로열 오페라하우스, 미국 뉴욕 카네기홀, 미국 시카고 심포니, 일본 신국립극장, 미국 링컨센터 실내악협회,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이탈리아 라스칼라 오페라극장, 그리고 한국의 예술의전당도 국가대극원에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자발적으로 응원 메시지를 보내온 경우도 있겠지만, 이렇게 다양한 분야 여러 예술가들과 기관의 메시지를 한꺼번에 취합하는 데에는 국가대극원의 해외 네트워크가 동원되었을 것이다. 중국 문화계가 요즘 하나같이 ‘우한 힘내라 후베이 힘내라 중국 힘내라’ 만 반복하는 모습인데, 해외 예술가들의 영상이 등장하니 좀 새로워 보이기는 한다. 결과적으로는 비슷한 얘기이긴 하지만. 그나저나 중국 공연장들이 얼마나 더 본업인 공연 대신 응원 메시지 전달에 매달리게 될지,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사태는 언제나 수그러들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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