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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전역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번지는 가운데, 중국 문화예술계도 战‘疫’(질병과의 전쟁, 투쟁) 나섰다. 중국 문화계 소식을 접하기 위해 중국내 문화 관련기관의 위챗 공식계정을 여럿 구독하고 있는데, 요즘 거의 모든 계정이 战‘疫’ 관련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는 중이다.  

 
문화예술계가 질병과 벌이는 전쟁 전방에서 직접 맞서 싸우는 것이라기보다는 이른바 후방 선전전 해당한다. 중국 공산당이 항일투쟁을 , 국민당과 내전을 치를 , 예술가들이 맡았던 역할과 비슷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전쟁 벌이고 있는 중국에서,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고 사기를 진작시키거나, 현장에서 환자 치료에 전념하는 의료진을 찬양하거나, 피해가 극심한 우한을 포함한 후베이 지역민들을 응원하거나, 혹은 질병 감염 예방 수칙을 홍보하는 내용들을 작품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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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문화보> 요즘 매일 众志成城克时艰이라는 주제 아래 예술계의 투쟁(艺术战’) 소개한다. 众志成城 많은 사람들이 합심하면 성을 이룰 있다 뜻으로, 요즘 중국 인터넷에서 많이 있는 성어다. 克时艰 현재의 난관을 극복한다는 뜻이니, 모두 힘을 합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역경을 이겨내자는 구호. 질병과 싸우고 있는 의료진에게 바치는 어린이의 낭송, 의료진의 영웅적인 모습을 그린 그림과 서예, 전각 작품, 질병 예방법을 알아보기 쉽게 디자인한 포스터 다양한 작품이 실린다.   

중국 9대 미술대학 교수들의 작품들(출처 텅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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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문예평론>에서는 ‘不服周的武汉人(굴복하지 않는 우한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후베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음악가 쉬닝이 창작한 大鼓(중국의 전통음악 양식 하나) 작품을 소개한다. 그는 함께 기고한 글에서 작품의 창작 배경을 설명하며 우한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고난을 이겨온 위대한 도시라고 강조하고, 포기하지 않고 질병과 싸워 이겨낼 것이라고 다짐한다.

다른 호에서는 저장대 부교수인 린웨이가 기고한 风险社会里的文艺创作(위험사회의 문예창작)이라는 평론을 소개한다. 글에서 그는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의 저서 <위험사회> 소개하고, 현대 위험사회에서 문예창작은 어떤 작용을 해야 하는지를 논하는데, 특히 전시에는 사기 진작, 전후에는 반성 필요하다고 적었다.

한국의 국립극단 격인 중국국가화극원은 유명 배우들의 응원 인터뷰 영상을 올리는가 하면, ‘나는 후베이 사람이다라는 제목의 낭송, ‘질병을 저지하고 중국은 반드시 이긴다 글귀를 서예작품, ‘共克时艰(함께 현재의 난관을 극복하자), 生命重于泰山(생명은 태산보다 중하다) 새긴 전각 작품 등을 공식 계정에 실었다.   

 
 
중국 대표 공연장으로 꼽히는 국가대극원 계정에는 <我们在一起:우리는 함께다>라는 제목의 가곡동영상이 올라왔다. 가대극원에서 활동하는 오페라 가수들이 같이 부른 노래다. 동영상에는 가수들이 노래하는 모습뿐 아니라 우한의 의료 구호활동을 보여주는 화면이 함께 편집되었다. ‘우한은 외롭지 않다. 우리는 함께다!’ ‘우한 힘내라! 후베이 힘내라! 중국 힘내라!’ 구호가 선명하다. 

 
요즘 예술가들과 예술 관련 단체에서 쏟아내는 작품들, 그리고 구호들은 지금 중국은 그대로 나라가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전방위로 사투 벌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국가적 비상 상황이긴 하지만, 이렇게 일제히 비슷비슷한 내용의 작품과 메시지가 대량 생산되는 것은 지극히 중국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역시 중국은 철저히 공산당 중심으로 조직된 사회이며 문화예술계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2020년 2월 네이버 중국판 차이나랩에 기고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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