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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예후디 메뉴인

예후디 메뉴인(1916~1999)은 미국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지휘자이다. 7살 때 데뷔한 ‘신동’이었고, 평생 세계 각국에서 연주하며 명성을 얻었다. 그는 음악교육에도 힘을 기울였는데 1963년 영국에 자신의 이름을 딴 음악학교 ‘예후디 메뉴인 스쿨(이하 YMS)’을 설립했다. YMS는 8살부터 19살까지의 청소년들이 다니는 명문 음악학교로, 바이올린 전공이 특히 우수하다. 유명 연주자인 나이젤 케네디, 니콜라 베네디티 등이 이 학교 출신이다.

정원 100명 미만의 소수정예 교육으로 잘 알려진 YMS가 최근 중국에 첫 해외 분교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중국 칭다오 도시건설그룹과 합작으로 ‘칭다오 YMS’가 2022-2023년에 개교할 예정이다. 영국 본교의 스탭들이 중국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YMS 철학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교환 교수와 교환 학생 등 본교와 교류를 활발히 할 예정이다. 교장과 음악, 총무 책임자는 본교에서 임명한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 언론들은 ‘교장 등 인선은 공동으로 선택한다’는 표현을 썼다.)

YMS는 인구 천만의 도시 칭다오가 상하이와 베이징의 중간 지점에 있는 데다, 바다 건너 일본과 한국과도 무척 가까워 중국 학생뿐 아니라 주변 국가의 유학생들을 유치하는 데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YMS가 주요 음악시장으로 급속히 부상하고 있는 중국에 전략적 거점을 마련하는 셈이다. YMS의 부교장이며 예후디 메뉴인의 딸인 자미라 메뉴인 벤탈은 아버지가 생전에 중국을 여러 차례 방문해 연주했고, 중국 문화에 매료되어 중국에 애정과 존경심을 표시했다며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예후디 메뉴인 스쿨 칭다오 합작조인식(출처. 메뉴인스쿨 페이스북페이지)

 

중국 언론들도 5월 27일 칭다오 서해안신구 탕다오(唐岛)만 공원에서 열린 ‘협약식’을 일제히 보도하며, 칭다오 YMS(青岛耶胡迪·梅纽因学校)의 의미를 전했다. 독일의 조차지였던 칭다오는 중국에서 가장 빨리 서양 클래식음악교육을 시작한 도시 중 하나지만 명문 음악교육기관은 없었다며, 예후디 메뉴인 스쿨이 이 공백을 메워줄 것으로 기대했다.

일단 고등학교 과정을 먼저 개설해 2022년 9월에 중국 전역에서 첫 입학생을 모집하고, 이후 차차 교육 연령대를 확대할 예정이다. 중국 언론들은 칭다오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뤼스칭(吕思请)이 영국의 YMS를 졸업했다는 인연도 소개했다. 탕다오만 공원은 서해안에 내려앉은 바이올린 형상을 닮았는데, 칭다오 예후디 메뉴인 학교는 이 바이올린 형상의 정 중앙에 자리잡게 된다.

메뉴인은 1980년대 이후 중국을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 공연뿐 아니라 마스터클래스와 강연 등으로 중국 음악계에 많은 영향을 줬다. 메뉴인은 별세 2년 전인 1997년 에도 중국을 방문했는데, 중국 교향악단과 두 차례 협연을 하고 베이징 중앙음악학원에서 마스터 클래스를 열었다. 그는 ‘중국은 바이올린 왕국’이며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들이 중국에서 나올 것이라고 예언했다 한다.

칭다오는 요즘 ‘음악의 섬’ 계획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올해초 칭다오 시정부는 ‘칭다오를 개방적, 현대적이며 활력 있고 유행의 첨단을 걷는 국제 대도시로 만들겠다며 ‘音乐之岛, 时尚之城(음악의 섬, 유행의 도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음악의 섬’이라는 목표는 서해안신구에 집중되어 있는데, 축제와 공연장, 음악학교, 음악 관련산업 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칭다오 도심에 대형 공연장인 칭다오 대극원이 있지만 지난해 서해안신구에 ‘봉황지성 대극원’이 새롭게 문을 열었던 것도 ‘음악의 섬’ 계획의 일환이었다. 봉황지성 국제음악제도 함께 시작되었다. (지난해 이맘때 관련 글을 쓴 바 있다. 아래 링크 참고하시길)

이제는 맥주 아닌 음악의 도시? 칭다오의 새로운 랜드마크 봉황지성대극원

칭다오가 맥주의 도시라는 건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칭다오가 독일 조차지였던 시절에 지어진 독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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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예후디 메뉴인 학교 분교까지 유치했으니, 음악 축제와 음악 학교, 공연장이 한 지역에 자리잡게 된 셈이다.

미국의 명문 음악학교인 줄리아드 스쿨 역시 텐진에 첫 해외 캠퍼스를 열었다. 올해 처음으로 학생을 모집한 줄리아드 텐진 분교는 8살부터 18살까지 청소년들이 다니게 되고, 몇 년 안에 석사 과정까지 개설할 예정이라 한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중국 음악 전공 학생들의 조기 해외유학 수요를 중국 안에서 흡수하고, 주변 아시아 국가 학생들까지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줄리아드 스쿨에 이어 예후디 메뉴인 스쿨까지 유치한 중국이 아시아의 클래식 음악교육 중심지로 새롭게 떠오를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체된 서구와는 달리 계속 성장하는 음악시장을 겨냥한 클래식 음악계의 중국 진출 전략, 그리고 클래식 음악을 발전시켜 문화산업 중흥과 국가 위상 과시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중국 정부의 수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네이버 중국 차이나랩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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