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미투’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자고 나면 터져 나오는 새로운 폭로. 새로 ‘리스트’에 올라가는 유명 인사들. 많은 이들이 은밀하게 저질러온, 입에 담기도 싫은 성폭력 실상이 드러나는 걸 보고 있자니정말 참담하다. 내가 일 때문에 직접 만나기도 했던 사람들이 포함돼 있어서 더욱 그렇다. ‘발성연습’을 핑계로 온갖 추잡한 짓을 저질렀다는 이윤택. 나는 오래 전 이윤택이 연출한 공연 연습을 보러 갔다가 그가 직접 ‘발성연습’을 거론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리허설을 진행되던 중이었는데, 그가 주연 여배우를 가리키며 ‘쟤는 내가 발성부터 싹 뜯어고쳤다’며 자랑했다. ‘쟤 엄청 힘들었을 거야, 나랑 작업하면 처음부터 싹 뜯어고치니까’ 하는데, 물론 그 때는 그의 ‘발성연습’이 그런 의미인 줄 몰랐다...
방송기자들은 주로 '리포트'와 '단신'으로 기사를 구분한다. '리포트'는 기자가 직접 내레이션을 하며 보도하는 긴 기사를, 단신은 앵커가 읽는 비교적 짧은 기사를 말한다. 나는 요즘은 편집부에 있지만, 취재부서에 있을 때 수없이 많은 기사를 썼다. 내가 썼던 리포트는 세월이 흘러도 대부분 내용을 기억하지만, 단신은 사실 워낙 많아서 시일이 조금 흐르면 뭘 썼는지 일일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며칠 전 신문에 실린 초등학교 선생님의 칼럼을 보면서 오래 전에 썼던 단신 기사 하나를 다시 떠올렸다. 2001년, 한 여중생이 당시 여성부 남녀차별개선위원회에 ‘학교에서 남학생의 출석 번호를 1번부터, 여학생의 출석번호를 21번부터 하는 것은 남녀 차별’이라며 시정해달라고 신청했다. 당시 남녀차별개선위원회는 `..
‘환락송’은 나에게 중국 사회를 이해하게 하는 거울 같은 중국 드라마이다. 이전에 쓴 글에서도 여러 번 언급한 바 있지만, 이 드라마는 ‘환락송’이라는 이름의 아파트 같은 동 22층에 사는 여성들의 일과 사랑 이야기이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다섯 명의 여성들은 각각 우여곡절 끝에 자신들의 사랑을 찾아가게 되는데, 이 중에서도 가장 내 관심을 끌었던 사람은 이른바 ‘푸얼다이’(富二代. ‘재벌 2세’와 유사한 느낌의 표현)로 나오는 취샤오샤오라는 인물이었다. 취샤오샤오는 엄청난 부를 일군 부모 밑에서 큰 귀한 딸이다. 공부에 소질은 없어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미국 유학 길에 올랐고, 아버지는 ‘마약만 하지 말라’는 조건 하에 유학 가는 딸에게 거액의 용돈을 안겨줬다. 걱정 없이 돈을 펑펑 쓰고 미국에서 놀..
중국에서 얼후를 몇 달 배우다 돌아왔다. 얼후를 배운 것은 한국에 있을 때 해금을 배운 경험이 있어서였다. 중국에서 해금 선생님을 구하기는 불가능했고, 그래서 떠올린 게 얼후였다. 얼후는 해금과 비슷하게 생긴 두 줄 악기이고, 주법도 공통점이 있다. 얼후는 해금보다는 좀 더 가볍고 매끄러운 소리가 나는데, 서양 악기로 치자면 바이올린과 비슷하다고 할까. 해금은 비올라나 첼로 같은 느낌이고. 중국에 왔으니 중국 선생님한테 중국 악기를 배워보자 생각했다. 얼후로 '모리화'나 '월량대표아적심' 같은 중국 곡들을 멋들어지게 연주해 보고 싶었다. 생각만 하고 지내다가 지난해 하반기에 악기를 샀고, 얼후 선생님도 소개 받아서 배우기 시작했다. 해금과 주법이 비슷한 부분이 있고, 내가 악보를 잘 보는 편이라 진도는 ..
요즘 중국어 배우는 사람들 많지만, 저희 회사 보도국에도 중국어에 관심 있는 기자들이 많은데요, 저는 중국 연수 경험이 있고, 저희 부서 기자 한 명은 대학 전공이 중문학이고, 또 한 명은 몇 년 전 중국 장기출장 때 중국어를 접한 경험이 있고, 또 한 명은 중국에 가 본 적도 중국어 공부를 해 본 적도 없지만 아는 중국어 단어 몇 개를 즐겨 사용합니다. 이 몇 사람이 모이면 장난 삼아 중국어로 대화를 하곤 합니다. 중국 장기출장 경험이 있는 기자는 자신의 중국어가 ‘술집 중국어’라고 농담을 하는데요, ‘중국의 술집에서, 술을 마시면서, 몸으로 익힌 중국어’라는 거죠. 실제로 이 기자는 중국어를 체계적으로 배워본 경험은 없지만, 꽤 정확한 중국어 문장을 구사해서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할 때가 있습니다. ..
(칭다오 올림픽 요트경기장 근처 풍경. 중국 우리 집에서 가까워 자주 산책 가던 곳이다) 남편과 큰 아이는 중국에, 나와 작은 아이는 한국에. 절반으로 갈라진 이산가족 생활이 이제 두 달 넘어간다. 지난 토요일, 휴일 당직근무 중인데 중국에서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중국의 집에 와서 청소와 빨래, 설거지를 도와주는 가사 도우미 중국인 아줌마로부터 온 것이었다. “물이 안 나오는데 어떻게 하죠?” ‘중국 집에 물이 안 나오면 중국에 있는 남편이나 딸이 알아서 할 일이지 왜 서울에 있는 나한테 연락을 해?’ 하고 고개를 갸우뚱했는데, 곧바로 메시지가 이어졌다. “남편 분하고 연락이 안돼요. 물 안 나오면 일 못하는데 어쩌죠?” 그러고 보니 토요일인데 남편은 일이 많아서 출근한다 했고, 아이도 학교에서 행사가 ..
국제부에서 새벽근무와 저녁근무를 번갈아 하다보니 저녁 식사 약속을 못하고 공연도 못 보고 있다. 새벽근무할 때는 일찍 퇴근하긴 하지만 담 날 새벽에 일어날 일이 걱정스러워서, 저녁근무할 때는 퇴근이 늦어서 못 간다. 요즘 계속 집에서 중국드라마를 보게 되는 원인이기도 하다. 어쩌다 보니 좋아하는 배우를 따라서 영화나 드라마를 보게 되었는데 요즘 나의 관심 배우는 종한량이라는 홍콩출신의 배우다. 하이생소묵(何以笙箫默)와 래불급설아애니(来不及说我爱你) 두 편을 잇따라 재밌게 봐서 종한량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 보고 있는데 일단 너무 편수가 많은 건 부담스러워서 패스하고 영화나 2,30회 안팎으로 끝나는 것들만 골라보려 하고 있다. 종한량이 74년생이고 데뷔한지 꽤 됐기 때문에 출연작은 많은 편인데, 문제는 예..
어제 오후 제가 중국인들, 중국 거주 한국인들과 함께 사용하는 메신저 앱의 채팅방에 이런 내용의 글이 떴습니다. “通知:明天早上3点至晚上7点,中国网络开始清理整顿,所有群里都不要发图片和链接,一但群被清理,群里所有手机号都将被控,很麻烦。十九大召开之前网络监控都很严格。请知晓!!! 통지: 내일 오전 3시부터 저녁 7시까지, 중국 인터넷이 ‘정리정돈’ 작업에 들어갑니다. 모두 채팅그룹에 사진이나 링크를 올리지 마세요. 만약 채팅그룹이 정리대상이 되면 그룹 내 모든 사람의 전화가 감시를 받게 됩니다. 제19차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열리기 전에 인터넷 감시가 매우 엄격해질 수 있으니 숙지 바랍니다.!!!” 이후 다른 채팅방에도 비슷한 내용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습니다. 약간씩 문구는 다르지만, 모두 제 19차 공산당 대회를..
중국어 공부를 위해 드라마를 보기 시작한지 1년여, 처음엔 보보경심, 랑야방 같은 사극으로 재미를 붙였지만 요즘은 현대극을 주로 보고 있습니다. 사실 중국 사극은 아낌없이 쓰는 제작비 덕에 세트나 의상이 볼 만하고 소재가 될 만한 이야깃거리가 넘쳐서, 다소 유치하게 느껴졌던 중국 현대극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해왔어요. 하지만 사극에서 사용하는 말투가 문어체. 고어체로 현대인이 실생활에서 쓰는 중국어와는 약간 달라서 중국어 학습에 최적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좀 찾아보다 보니, 중국에서 제작되는 드라마가 워낙 많아서 개중 괜찮은 현대극도 종종 나온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현대극을 보면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중국어를 익히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현대 중국인들의 사고방식이나 생활양식을 간접적으로나마..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취재파일을 씁니다. 중국 연수 기간 동안 많은 글을 쓰리라 다짐했지만, 생각만큼 실천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다 예정했던 2년의 기간이 다 되어 한국에 돌아왔고, 보도국 국제부로 복귀했습니다. 중국에 있을 때 중국에 대한 글을 많이 쓰지 못한 건 엄두가 나지 않아서였습니다. 중국 생활 초기에는 제가 다녔던 중국 대학의 일부 교수와 직원의 이해할 수 없는 행태에 분통을 터뜨린 적이 많았습니다. 중국어를 하나도 못하는 상태에서 시작했기에 이방인이 낯선 곳에 정착할 때 겪게 되는 어려움을 곱절로 겪었고, 그래서 중국과 중국인들을 싸잡아 흉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언어를 배워나가고, 중국인들과 교류하고, 이들의 문화와 사고방식을 알게 될수록 중국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기 어렵겠다는 생각..
뮤지컬 '빨래'를 베이징에서 봤다. 중국어판으로, 중국 배우들이 연기했다. 언어는 다르지만 재미와 감동은 변하지 않았다. 일단 졸저 에 실었던, 뮤지컬 '빨래' 감상기를 찾아 다시 올려본다. 곧 중국어판 감상기도 올릴 예정이다. 둘둘 말린 스타킹 아홉 켤레 구겨진 바지 주름간 치마 담배 냄새 밴 티셔츠 떡볶이 국물 튄 하얀 블라우스 발꼬랑내 나는 운동화 밑창 머리냄새 묻은 베개 홑청 손때 묻은 손수건 난 빨래를 해요 오늘은 쉬는 날 가을 햇살은 눈부시고 바람이 잘 불어 밀렸던 빨래를 해요 빨래가 바람에 마르는 동안 이 생각 저 생각 끝에 엄마 생각 엄마랑 같이 옥상에 널었던 빨래 난 빨래를 하면서 얼룩 같은 어제를 지우고 먼지 같은 오늘은 털어내고 주름진 내일을 다려요 잘 다려진 내일을 걸치고 오늘을 살..
6월 7일, 어제는 중국의 가오카오(高考), 즉 대입시험일이었다. 중국의 대학 입시 경쟁은 한국 못지 않게 치열하다. 어제 시험을 앞두고 인터넷에서 유행한 글이라며, 중국인 친구가 아래와 같은 글을 보내줬다. 수험생들에게 주는 충고 형식으로 쓰인 글인데, 대학 나와봤자 별 소용 없어, 다른 게 훨씬 중요해, 이런 얘기다. 다소 냉소적인 농담 같지만 현 중국의 세태를 보여준다. 한국도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다. 중국어 원문: “马上就要高考了,提前祝高考的考生们考试顺利。。。四年后你们会明白,你们今天的所有的努力,并没有什么用!改变你们命运的不是知识文化,主要是酒量,关系,胆量,爹妈,颜值,还有你们村是不是要拆迁…高考只是决定你在哪个城市打王者荣耀,不过还是要好好考,大城市网速快。” 한국어 번역: “곧 대입 시험이다. 먼저 수험생..
요즘 중국 드라마 ‘환락송’ 시즌 2를 매일 보고 있다. ‘환락송’은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 중 나오는 ‘환희의 송가’를 뜻하며, 극중 상하이의 한 아파트 이름이기도 하다. 드라마는 이 아파트 같은 동에 사는 다섯 명의 여성들 얘기다. 이 아파트 22층에는 세 집이 있는데, 양끝의 두 집에는 각각 월 스트리트에서 중국 대기업으로 스카우트된 커리어 우먼 앤디, 부자 아빠를 둔 덕분에 회사를 경영하는 금수저 ‘푸얼다이(富二代. 부모의 부를 세습한 2세를 가리키는 말)’ 취샤오샤오가 살고 있다. 가운데 집에는 상하이의 비싼 방세를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직장여성 세 명이 함께 사는데, 판셩메이, 관지얼, 치우잉잉이 이들이다. ‘환락송’ 시즌 1을 본 것은 순전히 ‘랑야방’과 ‘위장자’ 때문이었다. 중국의 가상 왕..
중국의 사드 보복이 본격화된 후, 내가 사는 칭다오에서도 갖가지 흉흉한 소문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한국 학생이 중국 학생들한테 맞았다,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에서 술 마시고 귀가하던 한국인이 뒤에서 내리치는 맥주병에 맞아서 중태에 빠졌다, 한국인들이 많은 업소에 중국 공안이 들이닥쳐 신분증 검사를 하고 여권을 소지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벌금을 100위안씩 매겼다, 등등, 듣기만 해도 걱정스러운 일들이었다. 그러나 대부분 '카더라' 통신이고 실제로 그랬는지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칭다오는 롯데마트나 롯데백화점이 없어서 갈등이 세게 표출되지 않았고, 반한 감정이 심한 편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여기서도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중국 소방, 환경 당국의 점검이 전례없이 까다로워졌고, 예전에 없던 트집을 잡고 ..
허리가 아프기 시작한 지 3주쯤 됐다. 초기엔 새벽에 극심한 요통에 놀라 깨는 일이 다반사였다. 요통이 극심할 때는 정말 당장이라도 한국에 가서 검사하고 치료해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급한 대로 동네 한국인이 하는 의원에서 침 맞고 가벼운 운동 하고 요양하니 그럭저럭 살 만해졌다. 그런데 허리가 좀 나을 만하니 속이 답답하고 소화가 안 된다. 뭘 먹어도 딱 막혀서 안 내려가는 기분이다. 겁나서 많이 먹지도 못하겠고, 조심조심 조금씩만 먹는데도 계속 답답한 그대로다. 소화제를 먹어도 소용이 없다. 결국 또 병원에 갔다. 생각해 보니 지난 일요일 점심 컵라면 먹은 게 딱 얹히는 느낌이었는데 그 이후로 계속 소화가 안 됐던 것 같다. 지난 일요일에 먹은 게 괜찮지 않을 이유가 있기는 있었다. 그 날 아침, 아침..
既来之则安之。 드라마 '보보경심'에서 4황자가 루오씨에게 해준 말. 21세기 아가씨가 웬일인지 청나라로 타임 슬립한다. 루오씨는 청나라에서 살기 어려우니 어떻게 해서든 현대로 돌아가려고 자꾸 남들 눈에는 '자살 기도'로 비치는 행동을 한다. 그 때마다 무슨 인연인지 4황자와 마주치고. 4황자는 '도대체 젊은 사람이 무엇 때문에 죽으려고 하느냐'고 추궁하는데, 루오씨는 '죽으려는 게 아니'라고 해명하며 이렇게 묻는다. "꿈속에 있는데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 4황자의 대답. “'六个字. 既来之则安之!(한자 6글자-기왕 왔으니 적응해서 잘 지내라는 뜻)" 루오씨에게 해주는 4황자의 충고가 나한테 해주는 말처럼 들렸다. 중국에 온지 딱 1년이 됐을 때였다. 이왕 중국에 왔으니 적..
중국에 온지 얼마 안 됐을 때 몇년 전 중국내 반일감정이 한창 고조되면서 우리 동네 일본계 쇼핑센터 유리창이 다 깨지고 일본산 승용차 창이 깨지거나 타이어에 펑크 나는 일이 다반사였다는 얘기를 듣고 으스스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중국 거주 일본인들은 몸조심하느라 외출도 삼갔다 한다. 그 일본계 쇼핑센터는 지금은 잘 운영되고 있지만 일본을 연상하게 하는 이름은 다른 걸로 바뀌었다.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가 연일 강경해지고 중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반감도 커지는 것 같다. 몇년 전 일본인들이 겪었던 일을 우리도 겪을지 모르겠다. 요즘 중국내 보도를 보면 연일 사드 관련기사가 헤드라인이다. 잠깐만 훑어봐도 객관적이고 냉정한 분석이 아니라 상당히 자극적이다. 평소에 중국인들과 얘기하다가 지나치게 국가주의적인 성향이..
중국의 유명 관광지에 단체 여행을 가는 경우, 대개 그 곳에서 열리는 공연도 보게 된다. 나 역시 몇 년 전 첫 중국여행에서 항저우(杭州)에 들러 ‘송성가무쇼’라는 공연을 보았다. 라스베가스의 오쇼(O show), 파리의 물랑루즈쇼와 함께 세계 3대 쇼로 불린다는 선전문구는 출처를 알 수 없었지만, 공연은 볼거리가 많았다. 항저우의 역사와 전설을 소재로, 무대에서 폭포가 쏟아지는 등 화려한 무대장치와 특수효과에, 출연진이 400명에 이르는 대규모 공연이었다. 3천명 이상을 수용한다는 극장에 빈 자리가 거의 없었다. 중국에서 음악회나 연극, 무용 등 일반적 개념의 극장 공연산업은 사실 그리 성숙했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중국에 살다 보니 웬만한 관광지마다 ‘여유연출(‘旅游演出)’, 즉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수경 언니. 피아노 선생님인 이모의 수제자. 나 어릴 때 이모가 우리 집에서 레슨을 했기 때문에 나는 수경 언니의 피아노 연주를 몇년간 지속적으로 들었다. 이모한테 혼날 때도, 칭찬 받을 때도 있었지만, 나에겐 언제나 피아노 잘 치는 멋진 언니였다. 쇼팽 스케르초 2번, 베토벤 소나타 23번 열정, 모두 어릴 때 언니의 연주로 수없이 들어서 무슨 곡인지도 모르면서 멜로디만 달달 외워버린 곡들이었다. 좀더 나이가 들어서야 무슨 곡인지 알게 되었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 다시 피아노를 배울 때 내 주제도 모르고 이 곡들을 쳐보겠다며 집어든 데에는 분명히 언니의 영향이 있었을 거다. 공부도 빼어나게 잘했던 언니는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피아노를 놓지 않았고, 엄청난 고민 끝에 음악이 아닌 다른 진로를 선택해 의..
*지난해 중국 공연장에서 본 관람문화에 대해 블로그에 글을 쓴 적이 있다. 국립극장에서 발행하는 월간지에 중국 공연 관람문화에 대해 써달라는 요청을 받고 다시 고쳐썼다. 월간 '미르' 1월호에 실렸다. 중국의 주요 도시에는 ‘대극원’이라 불리는 공연장이 있다. 대개 콘서트홀과 오페라 극장, 다목적 극장을 갖췄으니 마치 한국의 ‘예술의전당’과 같은, 번듯한 복합 문화공간이다. 최근에 문을 연 경우는 외관부터 감탄을 자아내는 최첨단 공연장들이 많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칭다오에도 칭다오 대극원이 있다. 나는 칭다오 대극원 콘서트홀에서 열린 칭다오 심포니의 음악회를 보러 가서 중국의 공연관람 문화를 처음으로 접할 수 있었다. 칭다오 심포니의 연주는 아무래도 썩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날 공연의 가..
지난해 초, 영국언론 '가디언'의 전 편집장 러스브리저의 책 'Play it again'에 한 동안 빠져있었다. 러스브리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언론인이다. 그의 재임 기간 가디언은 '디지털 퍼스트' 혁신을 선도했고, 세계적인 특종을 여럿 일궈냈다. 그런데 그 가디언 편집장이 피아노를 친다고? 그 바쁜 와중에 쇼팽 발라드 1번에 도전했다고? 사실 쇼팽 발라드 1번은 나도 정말 치고 싶어서 건드려놓기만 하고 몇 년째 지지부진한 상태로 있었던 곡이다. 언론계 대선배이기도 한 러스브리저는 이렇게 도전했고, 해냈다는 거다. 피아노 얘기와 함께 나오는 세계적인 특종의 뒷얘기도 정말 흥미진진해서 며칠 잠도 안 자고 읽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고백하자면, 책 정말 잘 읽었다고, 나도 발라드 1번 치려 하는데 용기를 얻었..
중국은 음식점이나 카페에서 회원 등록하고 충전카드를 만들라고 권유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내키지 않아 그때그때 돈을 지불했는데, 이 곳 생활에 좀 익숙해지면서 충전카드가 한 장 한 장 늘어나고 있다. 단골 빵집은 500위안 충전하면 80위안과 음료권을 추가로 제공하는데 벌써 세 번째 충전해서 쓰고 있다. 어제는 커피가 이 근처에서 제일 맛있어서 종종 가는 카페에서 회원카드를 만들었다. 1000위안을 충전하면 288위안을 더 준단다. 회원등록할 때 이름과 전화번호를 달라 해서 내 이름을 한자로 써주면서 '진쇼우씨앤'이라고 얘기했다. 金受贤이라고. 그런데 카페 직원이 이 이름을 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한다. 직원이 글자를 잘 못 알아보나 싶어서 다시 크게 써 줄까 하고 있는데 이 직원, 내가 쓴 受 자 위에..
해외여행이나 출장 갔다가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 써보신 분들 있으시죠? 저는 중국에 살면서 우버를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아는 중국인 친구들도 우버가 택시보다 훨씬 편하고 싸다고 했습니다. 우버는 중국의 택시 예약 앱인 ‘디디추싱’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습니다. 중국 토종 서비스인 ‘디디추싱’은 택시 예약 앱이면서 우버처럼 택시 아닌 일반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디디추싱이 중국 차량 예약 서비스 시장의 80퍼센트 이상을 차지했고, 2위인 우버는 10퍼센트 미만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었는데, 두 회사의 경쟁은 굉장히 치열했습니다. 양사 모두 출혈경쟁으로 1년 적자폭이 1조원을 훌쩍 넘었다 하니까요. 처음 디디추싱과 우버 양쪽을 사용해 보니, 우버가 좀 더 낫더라고요. 디디추싱보다..
(사진 중국 국가화극원 제공) 외국에서 한국 예술가들의 공연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영국 연수 시절,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공연을 보기 위해 기차 타고 런던으로 ‘상경’했던 추억이 있다. 한국에서 공연 볼 때보다 훨씬 반갑고 좋았다. 중국에 와서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말 중국 국가화극원 극장에서 열렸던 한국 국립극단의 연극 ‘조씨 고아, 복수의 씨앗(중국 공연명은 赵氏孤儿)’을 보러 베이징으로 ‘상경’했다. ‘조씨 고아’는 제목 그대로 조씨 성을 가진 고아의 이야기다. 원나라 때의 작가 기군상이 쓴 희곡이 원작으로, 중국 진나라를 배경으로 삼은 복수극이다.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다 안다고 할 만한 고전이라 중국 영화로, 드라마로, 연극으로, 여러 차례 만들어졌다. 유럽에서 가장 먼저 공연된 중국..
‘상하이 문화광장(상하이 컬쳐스퀘어)’는 상하이의 대표적인 뮤지컬 극장이다. 지난 겨울 상하이 방문 때 중국 국립극단-영국 극립극단 합작 연극 ‘워 호스(War Horse)’를 보러 갔다가 이 극장을 처음 알게 되었다. ('워 호스’ 중국 버전 감상기도 이 블로그에 올렸다 http://curtaincall.tistory.com/264) 극장 외관이 인상적이었을 뿐 아니라 내부 시설도 훌륭했다. 10월 13일 상하이에서 열린 한국 창작 뮤지컬 쇼케이스를 보러 갔다가 상하이 문화광장의 부총경리로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있는 리차드 페이(중국 이름 페이위앤홍 费元洪)를 소개받았다. 안 그래도 이 극장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았던 터라 인터뷰를 요청했다. 며칠 후 상하이 문화광장으로 갔다. ‘블루맨 그룹’이 공연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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