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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7, 어제는 중국의 가오카오(高考), 즉 대입시험일이었다. 중국의 대학 입시 경쟁은 한국 못지 않게 치열하다. 어제 시험을 앞두고 인터넷에서 유행한 글이라며, 중국인 친구가 아래와 같은 글을 보내줬다. 수험생들에게 주는 충고 형식으로 쓰인 글인데, 대학 나와봤자 별 소용 없어, 다른 게 훨씬 중요해, 이런 얘기다. 다소 냉소적인 농담 같지만 현 중국의 세태를 보여준다. 한국도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다.

중국어 원문: “马上就要高考了,提前祝高考的考生们考试顺利。。。四年后你们会明白,你们今天的所有的努力,并没有什么用!改变你们命运的不是知识文化,主要是酒量,关系,胆量,爹妈,颜值,还有你们村是不是要拆迁…高考只是决定你在哪个城市打王者荣耀,不过还是要好好考,大城市网速快。”


한국어 번역: “곧 대입 시험이다. 먼저 수험생들이 시험을 순조롭게 치르기를 기원한다…… 4년 후에 너희들은 분명히 알게 될 것이다. 오늘의 모든 노력이 아무 소용 없음을! 너희들의 운명을 바꾸는 건 지식 문화가 아니다. 중요한 건 주량, 꽌시, 배짱, 부모, 외모, 그리고 고향마을의 개발 여부다. 대입 시험은 네가 어느 도시에서 ‘제왕의 영광’ 게임을 하게 될지를 결정할 뿐이다. 그래도 시험은 잘 보는 게 좋다. 대도시의 인터넷 속도가 빠르니까.

*‘꽌시(关系)’ 한자를 한국식으로 읽으면 ‘관계’. 연줄, 인맥 등을 뜻한다. 많이 알려져 있지만 중국사회에서 ‘꽌시’의 중요성은 상상 이상이다.

*‘외모’로 번역한 단어는 얜즈(颜值),직역하면 ‘얼굴의 가치’가 된다. ‘얜즈가 높다’는 건 외모가 훌륭하다는 뜻.

*차이치앤(拆迁)은 ‘철거하고 이주하다’라는 뜻이다. 대규모 개발 사업이 진행되면서 철거 대상지역 주민들이 보상금을 받고 이주한다는 의미이다. 중국 여기저기서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로 지역 주민들이 큰 부자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칭다오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요트 경기를 개최했는데, 당시 요트 경기장과 선수촌 아파트 건립 등 대규모 개발 사업으로 어촌 주민들이 벼락 부자가 되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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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의 영광(王者荣耀)’ 은 중국 기업 텅쉰(텐센트)이 출시한 인기 모바일 게임 이름이다대입시험을 잘 치르면 대도시의 좋은 대학에 들어가 빠른 속도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 좋은 대학 가면 그저 게임 편하게 할 수 있다는 거 하나 좋을 뿐이라니 이렇게 허무할 데가. 이 글을 중국 수험생에게 주는 형식으로 쓰였지만, 정작 진짜 수험생들이 이 글을 접하면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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