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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언니. 피아노 선생님인 이모의 수제자. 나 어릴 때 이모가 우리 집에서 레슨을 했기 때문에 나는 수경 언니의 피아노 연주를 몇년간 지속적으로 들었다. 이모한테 혼날 때도, 칭찬 받을 때도 있었지만, 나에겐 언제나 피아노 잘 치는 멋진 언니였다.
쇼팽 스케르초 2번, 베토벤 소나타 23번 열정, 모두 어릴 때 언니의 연주로 수없이 들어서 무슨 곡인지도 모르면서 멜로디만 달달 외워버린 곡들이었다. 좀더 나이가 들어서야 무슨 곡인지 알게 되었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 다시 피아노를 배울 때 내 주제도 모르고 이 곡들을 쳐보겠다며 집어든 데에는 분명히 언니의 영향이 있었을 거다.
공부도 빼어나게 잘했던 언니는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피아노를 놓지 않았고, 엄청난 고민 끝에 음악이 아닌 다른 진로를 선택해 의사가 되었다. 이모는 언니가 음악을 계속하지 않은 것을 오랫동안 아쉬워했다.
언니는 내가 소개해 준 사람과 결혼했다. 중학교 이후 오랫동안 언니를 만나지 못하다가 회사 입사 이후 이모를 통해 언니와 다시 연락이 되었고, 별 생각 없이 내 주변 사람을 소개시켜 줬는데 결혼으로 이어진 것이다. 나의 유일한 중매 성공 케이스다.
지금은 의대 교수로 일하고 있는 언니가 학교 오케스트라와 협연 무대에 오른다고 한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연주한다. 역시 오래 전 이모에게 레슨을 받은 곡이란다. 멋진 아마추어다.
오랫동안 못 만났지만 언니 소식 들으니 반가워 포스팅한다. 지금에서야 깨달은 건데 나란 사람이 이렇게 커서 이렇게 살고 있는 데에는, 언니의 영향도 약간은 있지 않았을까 싶다. 내 어린 시절의 백그라운드 뮤직처럼 느껴지는 언니의 피아노 연주. 직접 가보지 못하지만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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