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시브 시어터(Immersive Theater)’ 즉 몰입형/체험형 공연은 객석과 무대의 구분이 없고 관객이 극 속으로 들어가 즐기는 공연을 말한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말 '위대한 개츠비’ 라이선스 공연으로 ‘이머시브 공연’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영국 극단 ‘펀치드렁크’가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를 모티브로 만든 ‘슬립 노 모어(Sleep No More)’가 대표적인 이머시브 공연으로 꼽힌다. ‘이머시브 공연’은 최근 공연계 새로운 대세로 떠올랐지만, 코로나19로 모든 게 바뀌었다. 무대와 객석이 분리되지 않고, 관객과 배우가 가까운 거리에서 상호작용을 하는 특성 때문에 일반 공연들보다 더욱 큰 타격을 입은 것이다. ‘슬립 노 모어(Sleep No More)’ 뉴욕 공연장은 일찌감치 문..
한국인들은 다음이나 네이버 같은 포털 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포털 사이트의 ‘뉴스’를 선택해 들어가면 분야별로 뉴스를 찾아볼 수 있도록 메뉴가 구성되어 있다. ‘네이버 뉴스’는 뉴스 홈이 분야별 주요 뉴스를 편집한 종합 면이고 정치, 경제, 사회, IT, 생활/문화 세계의 순으로 되어 있다. TV 연예와 스포츠도 뉴스 메뉴에 포함되기는 하지만, 뉴스 홈에 반영되지는 않는다. ‘다음 뉴스’도 홈은 종합 면이고 사회, 정치, 경제, 국제, 문화, IT의 순으로 나온다. TV 연예, 스포츠는 별도의 홈이 있다. 나는 문화부 기자로 일하면서, 다른 언론사에서 어떤 기사를 썼는지 모니터하기 위해 포털의 ‘생활/문화’나 ‘문화’ 뉴스 메뉴를 자주 찾아보곤 했다. 물론 개별 언론사별로 볼 ..
코로나19로 위기를 겪고 있는 분야가 많지만, 특히 대면성과 현장성을 생명으로 하는 공연의 위기는 심각합니다. 오프라인 공연의 흥행을 위주로 돌아가던 공연 산업의 예전 사업 모델은 작동하지 않고, 어쩔 수 없이 온라인 공연을 늘리고 있지만, BTS 같은 극소수 사례를 제외하면 경제적으로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 위기에는 나라가 따로 없습니다. 거대 공연기업 태양의서커스가 파산 신청을 하고, 카라얀 등이 소속됐던 글로벌 매니지먼트사인 '콜럼비아 아티스트 매니지먼트'가 폐업하고, '미스 사이공' '레미제라블' 등 수많은 히트작을 낸 전설적인 뮤지컬 프로듀서 카메론 매킨토시도 직원들을 정리해고했습니다. '오페라의 유령'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인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요즘 '평생 쌓은 것들이 눈 앞에서..
*네이버중국판 운영하는 차이나랩에 기고한 글. 중국에 있을 때부터 '삼체'라는 SF가 유명하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마음에 안 차는 부분도 있었지만, 거대한 상상력 스케일은 정말 끝내준다. 어떻게 영상화할지 궁금해 죽겠다. 중국 과학소설의 ‘제왕’으로 불리는 작가 류츠신(刘慈欣)의 대표작 ‘삼체(三体)’를 읽고 있는 중이다. ‘삼체’는 물리학의 ‘삼체 문제(Three Body Problem)’에서 영감을 얻어 쓰인 소실이다. 삼체 문제란 우주에 질량을 가진 질점들이 단 세 개밖에 없고, 그것들이 각자의 만유인력으로 당기며 운동할 때 현재 인류가 가진 물리학과 수학으로는 그 운동을 묘사할 수도, 예측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류츠신은 소설 ‘삼체’의 출발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인류의 ..
네이버중국판을 운영하는 차이나랩에 기고한 글. 이 글 쓰고 나서 결국 '평범적영요' 41편까지 다 봤다. 재미있다. 현대 중국 직장인들이 쓰는 말이 많이 나와서 중국어 공부에도 도움 될 듯하다. 윤태호 작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인기 드라마 ‘미생’의 중국 리메이크 버전 ‘평범적영요(平凡的荣耀: 평범한 영광)’가 ‘드디어’ 중국에서 방영되었다. ‘미생’은 사드 이전이었던 2014년 ‘유쿠’를 통해 중국에 정식 방영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중국 평점사이트인 ‘도우반’에서 10점만점에 9.3점이라는 높은 평점을 기록하며 작품성 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드디어’ 방영을 시작했다고 쓴 것은 이 드라마의 방영 일정이 계속 미뤄져 왔기 때문이다. ‘미생’의 중국어판 리메이크 판권은 2016년에 팔렸고, ..
요즘 많은 공연 단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온라인 공연 유료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뮤지컬 ‘광염소나타’가 지난주부터 대학로에서 진행되는 공연을 전세계에 실시간 중계하고 있고, 국립극단의 연극 ‘불꽃놀이’ 서울예술단의 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1895’,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마농’, 뮤지컬 ‘모차르트! 등이 차례로 유료 온라인 공연에 나섭니다. 뮤지컬 장르가 가장 앞서가고, 재정 지원을 받는 국공립 단체들도 ‘시장 형성’을 위해 나서는 분위기입니다. 이렇게 공연 영상 시장이 새롭게 형성되는 상황에서, 불법 공연영상 문제를 조기에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뮤지컬이나 연극 등은 ‘밀캠’ ‘밀녹’으로 불리는 공연 무단 촬영 문제가 심각합니다. 몰래 촬영한 영상이나 음원 목록을 블로그에..
*SBS뉴스 취재파일로 쓴 글(2020. 9. 22) 방탄소년단의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 공연 실황이 공개되었다. '다이너마이트'와 'Save ME' '봄날' 이렇게 세 곡을 불렀다. 전 세계의 팬들과 함께 봄날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마련한 무대였다. 이 무대는 방탄소년단의 평소 공연과는 조금 달랐다. 잘 짜인 안무로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없었지만, 노래에 집중한 무대로 또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방탄소년단은 주로 앉아서 노래했는데, 자연스럽고 편안하면서도 흥겨운 무대였다. 이 공연을 위해 방탄소년단의 기존 곡들을 라이브 밴드 반주에 잘 어울리도록 편곡했다고 한다. RM의 말대로, '작지만 그리 작지만은 않은 콘서트(Tiny, but not so tiny concert)'였다. ▶방탄소년단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
*SBS 취재파일로 출고한 글입니다. "최근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한국 드라마를 봤는데. 그 드라마 아세요?" 피아니스트 랑랑과 인터뷰를 하다가 잠시 귀를 의심했다. 지금 랑랑이 나한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드라마를 아느냐고 묻고 있는 거 맞나? '클래식 슈퍼스타' 랑랑은 최근 도이치그라모폰에서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녹음한 새 음반을 내고 '버추얼 투어'를 하고 있는 중이다. 평소 같으면 전세계를 돌며 기자회견을 하고 공연을 했겠지만, 코로나19로 불가능해졌으니, 온라인으로 인터뷰하고 쇼케이스도 한다. 그래서 나도 지난주 베이징에 있는 랑랑을 화상 회의 시스템을 활용해 인터뷰했다. 이 인터뷰에서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얘기를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랑랑이 젊은 세대에게 클래..
‘삼체(三体)’는 중국 과학소설의 ‘제왕’으로 불리는 류츠신(刘慈欣)의 대표작이자 세계 최고 권위의 SF 문학상인 휴고상 2015년 수상작이다. 발전소 컴퓨터 엔지니어였던 류츠신은 1999년 등단 이후 풍부한 과학 지식과 현대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가까운 미래 사회를 묘사하며 SF의 지평을 넓혀왔다. 지난해 개봉한 SF 블록버스터 영화 ‘유랑지구’도 그가 쓴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삼체’를 두고 노벨 문학상 수상자 모옌은 ‘평범한 인간의 삶에 과학적 지식과 상상력을 더해 특별한 울림을 만들어낸다’고 극찬했다. ‘삼체’의 이야기는 중국 문화대혁명에서부터 시작된다. 문화대혁명의 광기 속에 모든 것을 잃고 반동분자로 몰린 여성 천문학자 예원제(叶文洁). 그는 한 번 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
2019년 하반기 중국 드라마 중 최고 화제작이었다는 ‘경여년(庆余年)’을 뒤늦게 보고 있는 중이다. 사극인 줄 알고 보기 시작했는데, 드라마 1회 시작은 그게 아니다. 한 대학생이 현대적 관념으로 고대문학사를 분석한 논문을 썼지만 교수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 학생은 포기하지 않고 논문이 아니라 소설로 자신의 관점을 증명하겠다고 한다. SF 소설 공모에 응시하겠다는 그는 ‘새 삶이 주어진다면’을 주제로, 현대 사상과 고대 제도의 충돌을 다루는 소설을 쓴다. 그가 쓴 소설의 제목이 바로 ‘경여년’. 이 소설은 중증 근무력증을 앓고 있는 현대의 젊은이가 고대(가상의 왕조 시대)로 돌아가 갓난아기가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경여년’은 현대의 기억을 갖고 있는 주인공 ‘범한’이 가상의 나라 경..
*예술인복지재단 8월 웹진에 기고한 글. 코로나19로 공연장이 문을 닫고 온라인 공연이 급증했을 때, ‘방콕에 지친 당신을 위해’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공연 소개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3월에 시작한 기사인데 다섯 달 넘게 연재를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오래 쓰게 될 줄 몰랐다. 최근 코로나19의 기세가 다시 거세졌다. 공연 연기와 취소, 중단이 다시 잇따른다. 공연 취재 담당인 나도 우울하다. 이런 와중에 ‘예술가를 위한 제언’ 코너에 글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은 지 며칠이 지났다.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 그저 최근 몇 달간 공연계를 취재하면서 느낀 점들을 적어볼까 한다. 코로나19 시대, '소통'의 가능성 그 어느 때보다 예술가의 ‘소통’이 중요해졌다.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이제 자신의 관객이 누..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최근 공연을 위해 한국을 다녀갔다. 요즘처럼 ‘공연한다’는 게 각별하게 다가오는 시기가 언제 있었나 싶다.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소중한 코로나19 시국이니까. 리처드 용재 오닐은 한국에서 공연하기 위해 입국 후 홀로 2주 격리 기간까지 거쳤다. 리처드 용재 오닐이 2주간의 격리가 끝나고 제일 먼저 찾은 곳은 병원이었다. 코로나19 진료 거점병원인 고양시 명지병원을 찾아 의료진을 위한 감사 연주를 했다. 5월 19일, 명지 병원 로비에서 열린 작은 음악회의 관객은 의료진과 환자, 환자 가족들이었다. 나도 취재를 위해 찾아갔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중 한 곡을 비올라로 연주한 리처드 용재 오닐은 피아니스트 이소영과 함께 바흐의 G 선상의 아리아, 슈베르트의 가..
1993년 SBS에 입사한 이후, 약 10년 정도를 문화부에서 보냈다. 다른 부서를 돌다가도 문화부로 돌아가는 일을 반복해왔으니, 문화부는 언젠가는 돌아갈 ‘고향’ 같은 곳이 되었다. 지난해 말 ‘문화 전문기자’를 지망하며 6년 만에 취재현장으로 복귀했다. ‘문화부 4차 시기’다. 기자 생활 6년 차에 처음 문화부에 갔다. 부장 1명, 부원 4명인 ‘문화부’였다가, 1년 만에 ‘문화과학부’로 바뀌면서 문화 취재기자가 약간 더 늘었다. 나는 클래식 음악과 국악, 대중음악, 연극, 무용, 뮤지컬 등을 맡았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는 표어가 유행할 때였다. 남북 문화교류나 문화산업, 뮤지컬 대중화 등 이슈가 많았다. 당시엔 신문 문화면의 영향력이 컸다. 신문사 문화부는 분야가 세분화되어 한 마디로 ‘공..
SPO 매거진 6월호 기고. '코로나19 시대 온라인 공연 현황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고 쓴 글이다. 그러고 보니 지난 몇 달간 온라인 공연 관련 글을 정말 많이 썼다. 온라인 공연 큐레이션 기사인 취재파일 '방콕에 지친 당신을 위해' 시리즈가 50회 돌파를 앞두고 있고, 이런저런 매체 원고 청탁을 받아 외부 기고도 많이 했다. 코로나19 상황이 또 안 좋아지니 당분간은 온라인 공연 관련 기사를 더 많이 쓰게 될 것 같다. 씁쓸하고 답답하다. -------------------------------------------- 공연계는 코로나19로 타격이 심한 분야 중 하나다. 감염 우려로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됐고, 지금도 여파가 이어지는 중이다. 그렇지만 공연장이 문을 닫았을 때에도 공연은 멈추지 않..
코로나 19로 공연장이 문을 닫고, 공연 취소와 연기 사태가 잇따르자, 공연 담당기자인 나에게 ’요즘 할 일 없겠다’고 하는 이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였다.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바빴다. 온라인 공연 스트리밍 기사를 매일 썼기 때문이다. 쏟아지는 공연 스트리밍 정보를 큐레이션하는 기사는 ‘집콕’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생활 정보이고, 공연 스트리밍 유행은 코로나19로 촉발된 ‘문화 현상’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이렇게 오래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코로나19 상황은 지금도 끝나지 않았고, 연재 기사는 5월말부터 1주 1회로 주기는 길어졌지만, 40회 돌파를 눈앞에 두고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공연 기사를 쓰면서 나 자신도 수많은 온라인 공연을 봤다. 거의 매일 한 편 이상씩 봤으니 편수로..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의 간판 음악 프로그램이다. 프로듀서 밥 보일렌이 2008년 워싱턴 NPR 사무실에서 열기 시작한 '작은 음악회'다. 테일러 스위프트, 콜드플레이, 존 레전드, 요요마, 랑랑 등 다양한 장르에서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출연했다. 한국 뮤지션으로는 지난 2017년 밴드 '씽씽'이 처음 출연했고 [▶영상 보기], 최근 밴드 '고래야'가 이 무대의 주인공이 되었다. 코로나19로 서울의 고래야 사무실에서 촬영된 공연 영상은 6월 30일 NPR 채널을 통해 공개되어 전 세계 음악 팬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영상 보기]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는 미국 라디오 방송국이 만드는 프로그램이지만, 전 세계 팬들이 즐기는 공연 영상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NPR 홈페이지도 올라..
지난주, 레드 벨벳의 인기곡 '빨간 맛'의 오케스트라 버전 음원과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다. 오케스트라 버전은 최근 아카데미 회원이 된 영화음악 감독 박인영 씨의 편곡으로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연주한 것이다. 서울시향은 지난달 SM엔터테인먼트와 장르 간 협업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는데, 그 이후 첫 번째 협업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서울시향이 K팝을 연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외에서는 유명 오케스트라들이 대중음악을 연주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베를린 필하모닉이 록그룹 스콜피언즈와 함께 '윈드 오브 체인지'를 연주한 게 유명한 사례다. 영국 로열 필하모닉은 클래식뿐 아니라 팝의 명곡을 즐겨 연주하는데, 영국 대표 록그룹 퀸의 노래를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연주한 음반을 내놓기도 했다. 전 세계적인 K팝의 인..
과거의 기억을 소환하는 음악이 있습니다. 이 음악만 들으면 잊고 지냈던 과거의 장면이 다시 생생하게 살아 돌아옵니다. 저에게는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가 그런 음악입니다. 이 곡만 들으면 몇 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게 됩니다. 2013년 봄, 저는 암 투병 중인 아버지를 위해 병상에서 음악을 틀어드리곤 했습니다. 돌아가시기 며칠 전에도 저는 아버지가 평소 좋아하시던 노래들을 틀어드리고 있었습니다. 이탈리아 칸초네, 오페라 아리아, 팝송, 가요…… 장르를 가리지 않았죠. 그런데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를 틀었을 때, 아버지가 갑자기 힘겹게 말문을 여셨습니다. "구노냐?" 처음에는 뭐라고 말씀하신 건지 제대로 못 들었어요. 다시 여쭤보니, 아버지는 "구노냐고?" 하셨습니다. 아아. 그러고 보니…..
전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와 협연해온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지난 11월 1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아마추어 청소년 연합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세종 꿈나무 오케스트라, 서울 서대문 노원 강서 강남 서초구 아동 청소년 오케스트라, 평창 꿈의 오케스트라, 그리고 함께 걷는 아이들 올키즈스트라 관악단이 함께 한 오케스트라 페스티벌 공연에서였다. 나는 이 공연의 주축 멤버였던 세종 꿈나무 오케스트라를 취재하면서 백건우 선생과 아이들의 협연 리허설을 볼 기회가 있었다. 세종 꿈나무 오케스트라는 2010년 세종문화회관이 사회공헌사업으로 창단한 어린이 청소년 오케스트라다. 베네수엘라의 청소년 음악교육 시스템인 '엘 시스테마'가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면서 국내에서도 비슷한 취지로 오케스트라가 여럿 창단됐는데, 이..
지난해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컸던 영화와 드라마는? 제 20회 상하이 국제영화제 부대 행사로 발간된 ‘2020중국영화 블루북(보고서)’와 ‘2020중국드라마 블루북’을 보면 알 수 있다. 중국영화와 드라마 블루북은 베이징대영상연극연구센터와 저장대국제영상발전연구원이 공동으로 올해로 3년째 발표하고 있다. 쌍십강(双十强), 즉 영향력이 큰 영화 10편과 드라마 10편을 선정하고 콘텐츠 창작과 전파 메커니즘을 분석해 그 해 영상산업의 주요 흐름을 담아내는데, 학계와 업계에서도 영향력을 갖는 보고서로 인정받는다. 보고서 집필진은 2019년 중국 영화산업은 2019년 흥행수입 642억위안으로 전년 대비 5.4퍼센트 증가를 기록해 증가세가 둔화되기는 했으나 젊은 감독들의 부상, 새로운 소재 영화의 발굴 등으로 성과..
중국 드라마는 대부분의 한국 드라마에 비해 방영회차가 많고 길다. 30회 정도면 짧은 드라마에 속하고, 50회, 60회가 넘는 드라마가 수두룩하다. ‘연희공략延禧攻略’은 70회, ‘랑야방 琅琊榜’ 54회, 후궁견환전后宫 甄嬛传 76회, 삼생삼세십리도화三生三世十里桃花 58회, 한국에서도 인기 높은 화제작들만 봐도 대부분 50회를 훌쩍 넘는다. 더 긴 드라마도 많다. ‘중국판 프렌즈’로 불리는 청춘 시트콤 ‘애정공우爱情公寓’는 2009년 방영을 시작해 다섯 시즌 동안 총 124회 방영되었다. 중국 최고의 가족 시트콤으로 아역배우 출신 스타 배우 양쯔楊紫, 장이산張一山을 낳은 드라마 ‘가유아녀家有儿女’는 2004년부터 네 시즌 동안 무려 367회가 방영되었다. 이 정도는 약과다. 2000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
고선웅 연출 국립극단 제작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나에게 여러 모로 특별한 연극이다. 사드 갈등이 고조됐을 때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 관객들과 함께 공연을 봤고, 중국인들의 찬사를 들었다. 2020년, 국립극단 70주년 기념공연이 코로나19 때문에 취소된 상황에서, 마치 공연처럼 진행된 프레스 리허설을 보면서 울컥했다. 이형훈 배우로부터 초연 당시 임홍식 배우가 끝까지 무대를 지키다 세상을 떠난 사연을 듣고 또다시 울컥했다. 무대의 무게, 삶의 무게를 깨닫게 해준 이 연극. The Show Must Go On! 다음은 2020년 6월 네이버 중국판 차이나랩에 기고했던 글이다. ---------------------------------------- ‘조씨고아(赵氏孤儿)’는 중국 원나라 때 작가 기군..
한국 국립극단이 지난해 관객들을 대상으로 ‘다시 보고 싶은 연극’을 묻는 설문 조사를 했다. 압도적인 차이로 1위를 차지한 작품이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었다. 국립극단은 이 연극을 창립 70주년인 올해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선정했다. 6월 25일부터 7월 26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기로 하고 공들여 준비해왔다. 공연 티켓은 예매 시작한 당일 모두 팔려나갔다. 이 연극은 중국 고전 희곡 ‘조씨고아’가 원작이다. 과연 어떤 작품이길래? ‘조씨고아’는 원나라 때 작가 기군상이 중국 진나라를 배경으로 쓴 ‘복수극’이다. 중국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제목 그대로 조씨 집안의 고아 이야기다. ‘조씨고아’는 ‘동양의 햄릿’으로 불리며 18세기에 이미 유럽에 소개되었다. 로열 세익스피어 컴퍼니 같은 해외..
2018년에 나온 중국 드라마 중 최고의 화제작이었다는 ‘연희공략’을 뒤늦게 보고 있는 중이다. 황제 1인과 그의 수많은 여인들이 등장하는 궁중 암투는 사극 드라마의 주된 소재이다. 서로 물고 물리는 음모와 질투, 간계가 등장하는데, ‘연희공략’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주인공 위영락이 전형적인 궁중 여인상이 아니라 현대적인 ‘센 언니’ 캐릭터라서 색다른 재미가 있다. ‘연희공략’은 청나라 건륭제(1711~1799)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청나라 강희제부터 옹정제 건륭제로 이어지는 시대는 중국의 국력이 최고조에 이르렀고 문화가 융성했으며 국제적 교류도 활발했다. 그래서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는 이를 짐작하게 하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연희공략’ 20화에서도 이런 장면을 보게 되었다. 20..
‘실의에 빠진 뮤지컬 배우들, 무대에 다시 설 날을 기다리고 있다(矢意的音乐剧演员, 正在等待重返舞台)’라는 제목의 글이 중국의 음악매체 ‘음악재경’에 실렸다. 최근 몇 년 사이 급속히 성장하던 뮤지컬 산업이 코로나19로 얼마나 심대한 타격을 입었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글이었다. 중국의 뮤지컬시장이 크게 확대된 2018년 통계를 보면, 2460회의 뮤지컬 공연이 진행됐고, 관중은 29만 명, 티켓 매출은 93퍼센트가 늘었다. 2019년에는 해외 뮤지컬 공연팀의 방중공연이나 유명 해외 뮤지컬의 중국어 라이선스 공연 이외에도 중국어 창작 뮤지컬이 크게 증가했고, 젊은 배우들이 뮤지컬 업계로 많이 유입되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닥치면서 이제 막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뮤지컬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뮤지컬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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