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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의에 빠진 뮤지컬 배우들, 무대에 다시 설 날을 기다리고 있다(矢意的音乐剧演员, 正在等待重返舞台)’라는 제목의 글이 중국의 음악매체 ‘음악재경’에 실렸다. 최근 몇 년 사이 급속히 성장하던 뮤지컬 산업이 코로나19로 얼마나 심대한 타격을 입었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글이었다.
중국의 뮤지컬시장이 크게 확대된 2018년 통계를 보면, 2460회의 뮤지컬 공연이 진행됐고, 관중은 29만 명, 티켓 매출은 93퍼센트가 늘었다. 2019년에는 해외 뮤지컬 공연팀의 방중공연이나 유명 해외 뮤지컬의 중국어 라이선스 공연 이외에도 중국어 창작 뮤지컬이 크게 증가했고, 젊은 배우들이 뮤지컬 업계로 많이 유입되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닥치면서 이제 막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뮤지컬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뮤지컬 업계는 중국에서는 비교적 신생 장르로 아직 소비자층이 두텁지 않다. 극소수의 스타급 배우들을 제외하면 공연 출연료가 그다지 높지 않아, 공연 1회당 500~600위안(한화 10만원 안팎)에 불과하다. 이런 와중에 닥친 코로나19는 모든 뮤지컬 배우들을 실업 상태로 만들었다. 한 배우는 ‘연수입 10만 위안(한화 약 1천727만원)이었던 배우는 연수입 1만 위안(약 172만원)이 됐고, 연수입 1만 위안이었던 배우는 제로가 됐다’고 표현했다.
‘음악재경’은 5개월 가까이 공연 없이 실업 상태가 지속되자 로손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면접을 봤거나, 타오바오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며 물건을 판매(直播带货)하거나, 판매직에 취직하거나, 외식배달업체 메이투안(美团)에서 배달원으로 일하기 위해 교육을 받고 있다는 배우들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중국 뮤지컬 배우 중에 가장 잘 알려진 전국구 스타로는 중국판 팬텀싱어 ‘성입인심(声入人心)‘에 출연해 유명해진 정윈롱(郑云龙)과 아윈가(阿云嘎)를 꼽는다. 중국어 라이선스 뮤지컬 ‘렌트’(2011)에서 동성 커플인 콜린과 앤젤역을 연기한 이후, 쌍운(双云)커플로 불리며 TV 예능까지 진출해 인기를 끌었던 이들이다. 그런데 이 ‘쌍운’ 커플까지 라이브 방송으로 물건을 파는 데 등장했다. 양대 뮤지컬 스타가 함께 립스틱을 파는 모습을 보고 중국 뮤지컬 업계 관계자는 ‘정말 어렵다(真不容易)’고 한탄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중국문화여유부는 지난 5월 11일 코로나19 이후 공연장의 운영과 관련한 ‘지침’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공연장 관객은 전체 객석 수의 30퍼센트를 넘을 수 없고 PC방이나 오락실은 정해진 수용 인원의 절반만 받을 수 있게 했다. 또 추가 통지가 있을 때까지 중대형 공연은 열 수 없고, 콘서트홀과 다목적공연장, 오페라극장 등 여러 공연장이 함께 있는 복합문화공간의 경우, 두 편 이상의 공연을 같은 시간에 열 수 없게 했다. 관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걸 막기 위한 것이다.
중국 뮤지컬 업계는 객석의 30퍼센트 이상 관객을 받지 못한다는 정부 지침이 나오자,더욱 실의에 빠진 모습이다. 객석의 30퍼센트만 운용할 수 있다면, 공연장 문을 다시 연다 해도 수지 타산이 전혀 맞지 않는다. 아직 많은 공연장들이 다시 공연을 올리지 못하고 과거 공연 실황을 온라인 스트리밍하거나, 소규모의 무관객 공연을 중계하는 데 그치고 있다. 다른 공연 장르도 힘들지만,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많이 드는 뮤지컬은 더더욱 어렵다. 뮤지컬 배우들뿐 아니라 민간제작사나 극장이 겪는 어려움도 심각하다는 애기다. 이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없다면 이제 막 발전하기 시작한 중국 뮤지컬 업계는 금세 고사 상태가 될 거라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뮤지컬 전용극장인 상하이 문화광장은 5월 29일, 코로나19로 문을 닫 은 지 몇 달 만에 공연을 재개했다. 하지만 뮤지컬 전막 공연이 아니라 뮤지컬 몇 편의 주요 넘버들을 추려 들려주는 콘서트 형식이다. 객석의 30퍼센트만 개방하고, 티켓은 80위안으로 아주 저렴하게 책정한 공익성 콘서트이다. 수입은 기대할 수 없지만 오랫동안 중단됐던 공연을 다시 한다는 데에 의의를 둔 것이다.
올해 중국에서는 뮤지컬 라이언 킹의 해외공연팀이 전국 순회 공연을 열 예정이었다. 원래대로라면 5월 6일 개막해 베이징에서 4개월, 그리고 우한에서도 2개월을 공연하게 되는 사상 최대규모의 공연 투어였다. 취소된 이 방중 공연은 언제 다시 이뤄질 수 있을지 미정이다. 중국에서는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진다 하더라도 해외에서는 여전히 심각하니, 예측도 쉽지 않다. 국제교류가 잦은 뮤지컬 업계는 전세계가 얽혀 있으니, ‘운명 공동체’가 되었다는 표현이 실감난다.
한국도 코로나19로 공연 취소가 이어지며 관련 인력들의 실업과 생활고, 뮤지컬 제작사와 공연장의 재정난이 뉴스가 되고 있다. 국공립 공연장의 띄어 앉기 좌석제 지침으로 객석의 50퍼센트 이하만 운용할 수 있어 민간 공연제작사들은 예정됐던 공연을 취소해도 손해, 그대로 진행해도 손해라며 시름에 빠져 있다. 그런데 뮤지컬 산업 성장 초기 단계인 중국은 타격을 견뎌내는 게 더 힘겨워 보인다.
중국에서 취소된 뮤지컬 공연 중에는 한국 창작뮤지컬의 중국어 라이선스 공연들이 많다. 중국의 뮤지컬 침체는 한국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다른 나라에 비하면 코로나19 확진자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공연계 타격은 중국도 한국도 모두 진행형이다. 배우들이 그래도 ‘다시 무대로 돌아갈 것’이라며 어려운 시절을 버텨내고 있다는 점에서도, 중국과 한국이 다르지 않아 보인다.
*2020년 5월 네이버중국판 차이나랩 기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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