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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드라마는 대부분의 한국 드라마에 비해 방영회차가 많고 길다. 30회 정도면 짧은 드라마에 속하고, 50, 60회가 넘는 드라마가 수두룩하다. ‘연희공략延禧攻略70, ‘랑야방 ’ 54, 후궁견환전后 甄嬛 76, 삼생삼세십리도화三生三世十里桃花 58, 한국에서도 인기 높은 화제작들만 봐도 대부분 50회를 훌쩍 넘는다. 

 
더 긴 드라마도 많다. ‘중국판 프렌즈로 불리는 청춘 시트콤  애정공우
情公寓2009년 방영을 시작해 다섯 시즌 동안 총 124회 방영되었다. 중국 최고의 가족 시트콤으로 아역배우 출신 스타 배우 양쯔楊紫, 장이산張一山을 낳은 드라마 가유아녀家有2004년부터 네 시즌 동안 무려 367회가 방영되었다.

이 정도는 약과다. 2000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도 있다. 바로 광둥TV의 드라마 외래식부본지랑外本地이다. 제목은 외지에서 온 신부와 토박이 신랑이란 뜻이다. 드라마는 개혁개방 이후 수많은 외지인들이 몰려든 광저우 시관(西)의 캉()씨 집안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캉씨 집안에는 자식이 4명 있는데, 이들은 모두 다른 지역 출신과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는다. 드라마는 캉씨 집안의 여러 인물들이 빚어내는 일상을 유쾌하게 그려내는데, 광둥어와 베이징 보통어가 공존해 광둥 지방의 향토색이 진하다.

 
이 드라마는 2000418일에 촬영을 시작했고, 같은 해 118일에 첫 회가 방영된 이후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지난 5 18일에 이 드라마가 3,898회를 기록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랑야방’ ‘환락송’ ‘사마의등에 출연한 중드의 여왕류타오
刘涛가 이 드라마에서 광둥어 연기로 데뷔했다. 류타오는 시즌 1에서 캉씨 집안 셋째 며느리로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외래식부본지랑'으로 데뷔한 류타오(왼쪽 끝) 


 
드라마에는 개혁개방 이후 중국 사회의 변화상이 그대로 담겼다. 드라마 속 캉씨 집안 며느리 중에는 외국인도 있다. 출연 배우들은 드라마와 함께 나이를 먹었다. 시청자들은 3대째 이어지는 캉씨 집안 사람들 이야기를 지켜보며, 이들이 마치 진짜 이웃이나 친구인 것처럼 친근하게 여긴다. 캉씨 집안 둘째 아들로 출연했던 광저우 출신 배우 궈창郭昶이 2006년 세상을 떠났을 때, 시청자들의 슬픔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외래식부본지랑' 출연 배우 궈창


 
한국에서는 1980년부터 2002년까지
MBC에서 방영된 전원일기가 최장수 드라마로 꼽힌다. 농촌을 배경으로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진솔하게 그려내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총 1,088회 방영되었다. 그러고 보니 한국이나 중국이나, 최장수 드라마는 모두 극적인 전개와 놀라운 사건들로 가득한 내용이 아니라, 평범한 가족을 중심으로 보통 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그려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외래식부본지랑' 코로나 바이러스 에피소드(화면 캡쳐)


 
2000
년에 시작해 그 시점에서 과거를 그려내던 외래식부본지랑은 이제는 바로 지금 중국인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37일자 에피소드에서는 등장인물들이 우한에서 병이 창궐하니 우한에 가면 안되겠다는 얘기를 하고, 돈이 있어도 마스크가 없어서 살 수 없는 상황이라며 플라스틱 통을 뒤집어쓰고 외출하기도 한다. 이 드라마는 방영 20주년을 맞은 올해, 4천회를 돌파하게 된다. 중국에서 가장 오랜 기간, 가장 많은 회차 방영 기록을 갖고 있는 이 드라마는 지금도 계속 기록을 갱신하는 중이다. 기록 행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2020년 7월 네이버 중국판 차이나랩에 기고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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