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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컸던 영화와 드라마는? 제 20회 상하이 국제영화제 부대 행사로 발간된 ‘2020중국영화 블루북(보고서)’와 ‘2020중국드라마 블루북’을 보면 알 수 있다. 중국영화와 드라마 블루북은 베이징대영상연극연구센터와 저장대국제영상발전연구원이 공동으로 올해로 3년째 발표하고 있다. 쌍십강(双十强), 즉 영향력이 큰 영화 10편과 드라마 10편을 선정하고 콘텐츠 창작과 전파 메커니즘을 분석해 그 해 영상산업의 주요 흐름을 담아내는데, 학계와 업계에서도 영향력을 갖는 보고서로 인정받는다.
보고서 집필진은 2019년 중국 영화산업은 2019년 흥행수입 642억위안으로 전년 대비 5.4퍼센트 증가를 기록해 증가세가 둔화되기는 했으나 젊은 감독들의 부상, 새로운 소재 영화의 발굴 등으로 성과가 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흥행 20위권 영화 중에 절반이 수입 영화로, 시장의 수입 영화 의존도가 크다는 점도 지적했다.
드라마에서는 건국 70주년 관련 드라마가 풍성했고, 웹 드라마 화제작도 많았으나, 배우들의 탈세 스캔들과 시청률 조작 파문의 여파가 이어지며 다소 침체된 분위기도 혼재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중국 영상산업계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며, 시청자의 심리적 욕구를 적절히 반영하고 중소형 영상물 생산을 늘리며, 인터넷 영화와 웹드라마를 발전시켜 내수를 확충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사전 후보작 40편을 먼저 추려내고, 3라운드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2019년을 대표하는 영화 10편과 드라마 10편을 선정했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동영상 플랫폼인 페이무(飞幕)와 협력해 네티즌들의 의견을 더 많이 반영했으며 작품 추천과 투표 과정을 공개했다. 이렇게 네티즌과 대학생들의 표심을 중시하면서도 중국 영상산업 전문가와 학자 50여 명이 참여해 전문성을 더했다. 이렇게 해서 선정된, 가장 영향력 큰 드라마 10편과 영화 10편은 다음과 같다.
드라마
1 도정호《都挺好》
2 장안십이시진《长安十二时辰》
3 재원방《在远方》
4 소환희《小欢喜》
5 경여년《庆余年》
6 외교풍운《外交风云》
7 파빙행동《破冰行动》
8 진정령《陈情令》
9 노주관《老酒馆》
10 분등년대《奔腾年代》
영화
1 나타지마동강세《哪吒之魔童降世》
2 유랑지구《流浪地球》
3 소년적니《少年的你》
4 아화아적조국《我和我的祖国》
5 지구천장《地久天长》
6 중국기장《中国机长》
7 남방차점적취회《南方车站的聚会》
8 당사료일지양《撞死了一只羊》
9 오살《误杀》
10 반등자《攀登者》
선정된 영화들을 보면 ‘유랑지구’나 ‘아화아적조국’ 등 애국주의로 가득한 대작 영화들이 많다. 1위를 차지한 ‘나타지마동강세’는 그런 흐름에서 벗어나 있는데, 지난해 중국영화 흥행 1위이자 역대흥행 2위를 기록한 애니메이션이다. 영화제목은 ‘악동 나타, 세상에 내려오다’ 정도로 해석해 볼 수 있는데, ‘나타’는 중국인에게 친숙한 신화와 전설 속 인물이며, 불교의 호법신이기도 하다. 중국 고유 문화를 바탕으로 하되, 주인공의 정체성 갈등과 고난, 성장, 권선징악과 화해 등 흥행 공식에 충실한 애니메이션이다.
‘소년적니’는 최근 한국에서도 개봉됐는데, 저우둥위와 이양첸시 주연으로 지난해 10월 중국 개봉 당시 엄청난 열풍을 일으킨 영화다. 청춘영화이지만 달콤하지 않고 학교폭력과 가정교육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며 중국 사회의 현실을 직시한다. ‘지구천장’은 제 69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최우수 남우주연상 은곰상(왕징춘)과 최우수 여우주연상 은곰상(용메이)을 휩쓴 영화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는데, 가족의 삶을 통해 중국 현대사를 이야기하는 수작이다.
드라마에서는 고장극보다는 사실주의 소재 드라마가 많은 것이 눈에 띈다. 1위를 차지한 ‘도정호’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평온한 삶이 깨진 가족들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다. ‘모두 좋다’는 뜻의 드라마 제목과는 달리, 우여곡절 가득한 세 남매와 아버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중국의 노인문제나 남녀차별 등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사회 문제도 건드리며, 공감을 이끌어내는 가족 드라마다. 소환희 역시 현대 중국가정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이다. 마약범을 잡는 경찰의 활약을 다룬 수사극 ‘파빙행동’이나 중국 외교사를 다룬 ‘외교풍운’ 등은 이른바 주선율 드라마의 성격이 강하다.
한국에서도 인기리에 방영됐던 고장극 ‘장안십이시진’이나 ‘진정령’ ‘경여년’도 포함되었다. ‘도정호’와 ‘재원방’ ‘파빙행동’도 한국에서 방영됐으니, 10편 중에 절반 이상이 이미 한국에서 방영된 셈이다. 중국 영화에 비해 중국 드라마의 수입이 활발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케이블 TV나 동영상 플랫폼의 중국 드라마 수입 편수가 그만큼 늘어났거니와, 신작이 소개되는 속도도 빨라진 것이다. 지금도 중국 드라마 신작들이 꾸준히 소개되고 있는데, 내년에는 어떤 작품들이 선정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2020년 8월 네이버 중국판 차이나랩에 기고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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