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삼체(三体)’는 중국 과학소설의 ‘제왕’으로 불리는 류츠신(刘慈欣)의 대표작이자 세계 최고 권위의 SF 문학상인 휴고상 2015년 수상작이다. 발전소 컴퓨터 엔지니어였던 류츠신은 1999년 등단 이후 풍부한 과학 지식과 현대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가까운 미래 사회를 묘사하며 SF의 지평을 넓혀왔다. 지난해 개봉한 SF 블록버스터 영화 ‘유랑지구’도 그가 쓴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삼체’를 두고 노벨 문학상 수상자 모옌은 ‘평범한 인간의 삶에 과학적 지식과 상상력을 더해 특별한 울림을 만들어낸다’고 극찬했다. ‘삼체’의 이야기는 중국 문화대혁명에서부터 시작된다. 문화대혁명의 광기 속에 모든 것을 잃고 반동분자로 몰린 여성 천문학자 예원제(叶文洁). 그는 한 번 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다는 기밀 지역에서 일하게 되는데, 어느 날, 몇 년 전 자신이 우주로 보낸 메시지에 대한 답신을 받는다. 이 답신은 무시무시한 경고였다……
‘삼체’는 한국어를 포함해 많은 언어로 번역 출간됐을 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로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 2016년 중국에서 ‘삼체’가 원작인 무대극이 등장했고, 2019년에는 ‘삼체’를 각색한 애니메이션이 두 편 나왔다. 넷플릭스가 영문 드라마 제작 계획을 발표했고, 중국에서도 장로일(张鲁一)、왕쯔원(王子文) 등이 출연하는 드라마 촬영이 6월에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최근 눈길을 끄는 건 ‘삼체’ 오디오 드라마가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삼체’ 오디오 드라마는 중국 최대의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 ‘히말라야 FM’이 지난해 12월 1일 처음 선보인 ‘비장의 콘텐츠’다. 히말라야 FM은 2018년부터 극비리에 ‘삼체’ 오디오 드라마를 기획해 1천만 위안(약 17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중국 성우 장제(张杰)가 설립한 ‘729 스튜디오(729声工场)’가 제작에 참여했다. 중국 드라마는 성우가 목소리 연기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장제는 ‘최미적시광’, ‘래불급설아애니’, ‘천애명월도’ 등에서 종한량의 목소리를 연기한 유명 성우다. 729 스튜디오 소속 성우들은 드라마뿐 아니라 젊은층이 선호하는 게임과 애니메이션 등에서 인지도가 높다.
‘삼체’ 오디오 드라마는 누적 청취량 2, 400만회를 돌파했고, 평점 사이트 도우반에서 9.4점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으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 중국방송잡지(中国广播杂志)는 ‘삼체’ 오디오 드라마를 조명하는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삼체’ 오디오 드라마 시즌 1에 더빙한 장제(张杰)、류종(刘琮)、양톈샹(杨天翔) 등이 ‘아이돌’급 성우라며, 이들을 오디오 드라마에 기용한 게 젊은 층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고 썼다.
일반적인 ‘오디오 북’이라면 성우 한 명이 소설을 쭉 읽어 나가지만, ‘삼체’는 TV 드라마 제작할 때처럼 소설을 회차 별로 재구성하고, 수많은 성우를 기용했으며, 다채로운 음향 효과로 원작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주제가는 인기가수 마오부이(毛不易)가 불렀다. TV 드라마가 번성하면서 없어진 라디오 드라마와 비슷하다. 중국방송잡지는 청각이 시각보다 더 큰 상상의 공간을 제공한다는 인지과학의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영상이 넘쳐나는 ‘비디오 시대’에도 오디오의 매력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나는 어린 시절 우리 집에 있던 ‘라디오 삼국지’ LP를 즐겨 들었다. 나이 들고 나서 ‘삼국지’ 영화와 드라마를 여러 판본으로 봤는데도, 어릴 때 들었던 라디오 드라마의 인상은 지워지지 않았다. 특히 조조가 한순간 오해 때문에 아버지의 의형제였던 여백사와 그 집안을 몰살하는 장면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렇게 청각적 자극만으로도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 게 오디오 드라마다. 오히려 화면이 없는 것이 더욱 상상력을 자극할 수도 있다.
‘삼체’ 작가인 류츠신 자신도 오디오 드라마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류츠신은 이 오디오 드라마 홍보 동영상에 출연해 “최고의 SF는 사실적인 디테일로 인간을 상상력의 경계로 데려간다. 그런 의미에서 소리는 아마도 SF의 가장 좋은 전달 매체 중 하나일 것이다 디테일을 갖추고 상상의 공간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체’ 오디오 드라마는 여섯 개 시즌 80회로 제작되는데, 매주 수요일 새 에피소드가 업로드된다. 현재 세 번째 시즌 연재 중이다. 월회비 18위안(첫번째 달은 6위안)인 히말라야 FM VIP 회원은 무료로 들을 수 있고, VIP 회원이 아니면 전체 시즌을 듣는 데 198위안(3만4천원)을 내야 한다. 예고편과 주제가를 들어봤는데 흥미롭다. 중국어만 아니라면 당장 결제할 뻔했다. 앞으로 만들어진다는 ‘삼체’ TV 드라마도 궁금하지만, 오디오 드라마도 궁금하다.
*네이버중국판 차이나랩에 기고한 글
'중국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SF걸작 '삼체', 예술삽화집까지 (0) | 2020.10.15 |
---|---|
중국판 '미생', '평범적영요' 성공적 방영 (0) | 2020.10.15 |
타임슬립 아닌 척하는 타임슬립 드라마 '경여년' (0) | 2020.09.02 |
2019 중국 10대 드라마와 영화는? (0) | 2020.08.16 |
류타오 데뷔한 중국 최장수드라마, 20년째 방영중 (0) | 2020.08.16 |
- Total
- Today
- Yesterday
- facebook.page-SBS 김수현 기자의 커튼콜
- 김수현 옛 블로그
- 단 한번 아름답게 변화하는 꿈
- 여강여호의 책이 있는 풍경
- machination
- 산딸기 오믈렛 :: 네이버 블로그
- 포르테피아노토피아
- 내 기억 속의 공화국
- 바람의 영토
- 기억의 비늘 by 새알밭
- 파아란 영혼
- 산하 블로그
- 꽃내음님 블로그
- 바테스의 파편들
- 문학수 선배 블로그
- 남상석의 호연지기(浩然之氣)
- ringcycle(강일중선배)님의블로그
- 존재하지 않는 책들의 서문과 후기들(람혼)
- 작곡토끼의 전위적 일상
- 김홍기의 패션의 제국
- THE House Concert
- VentureSquare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날마다 적는 블로그(심영구 기자 블로그)
- 싫어 또는 실어(노순택)
- indizio
- Comments for 최유준의 웹미디어
- 하늘아래뫼
- 이정환닷컴!
- 글 목록 :: KKwak's Blog
- 더키앙(정덕현)
- 구자범
- 문화정책 리뷰
- 조수미
- 문화부 기자
- 방탄소년단
- 랑야방
- 푸른 눈의 국악원로
- 반클라이번콩쿠르
- 중국드라마
- 랑랑
- 온라인공연
- 코로나재택치료
- 환락송
- 보보경심
- 리처드 용재 오닐
- 중드
- 사천가
- 억척가
- 이자람
- SBS취재파일
- 해의만
- 국립발레단
- 임윤찬
- 국립극단
- 서울시향
- 종한량
- 정명훈
- 김수현기자
- BTS
- 구자범
- 국립오페라단
- 코로나증상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