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의만 선생의 별세 소식을 접하고, 2011년에 선생을 취재하고 썼던 글을 다시 올려본다. 취재의 여운이 길어서 글도 길었던 것 같다. 지난 6일(2011년 6월 6일) '푸른 눈의 국악원로' 해의만 선생을 취재해 SBS 8시뉴스에 보도했다. 나로선 꽤 오랫동안 공들여 취재하고 쓴 기사라 애착이 가는 리포트였다. 리포트는 해의만 선생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데 그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겠지만, 일단 글을 시작해 보기로 한다.해의만 선생 얘기를 처음 들은 것은 지난해 말이었던 것 같다. 문화부에 돌아왔다고 국립국악원에 근무하는 지인한테 안부 전화하던 와중에, 본래 미국인인데 한국에 오래 산 국악계 원로가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과거에 국악 취재도 몇 년..
방금 해의만 선생이 별세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미국인 알란 헤이먼에서 한국인 해의만으로, 국악을 사랑한 선생은 존경 받는 국악 원로였다. 해의만 선생 얘기를 국악계 지인으로부터 듣고 꼭 취재해 보고 싶었고, 우여곡절 끝에 2011년 6월 선생을 인터뷰해 SBS 8뉴스에 보도할 수 있었다. 나는 팔순 잔치 다음날 선생의 자택에 찾아가 인터뷰를 했고, 경복궁에서 열린 세종조 회례연 재현 공연에 선생을 모시고 다녀왔다. 거동이 힘든 선생을 부축해 경복궁 가는 길, 마치 내가 손녀딸이고 선생이 할아버지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날의 따가운 햇볕, 구부러진 선생의 등, 부축하는 내 팔에 느껴지던 무게가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8시뉴스 리포트를 내고도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 글을 썼었다. 그 글 마지막은 이랬다..
***얼마 전 푸른 눈의 국악원로 해의만 선생을 인터뷰하고, 역시 귀화 외국인으로 한국 예술계에 큰 발자취를 남긴 로이 토비아스, 한국명 이용재 선생을 떠올렸다. 그는 한국 발레의 큰 스승이었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쯤 했던 마지막 인터뷰는 공들여 했던 만큼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인터뷰다. 클럽발코니 매거진과 졸저 '나도 가끔은 커튼콜을 꿈꾼다'에 실었던 글을 다시 올려본다. 기자로 일하면서 참 많은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가 취재의 알파요 오메가라지만, 사실은 구색 맞추기 인터뷰, 의례적인 인터뷰를 위해 잠깐 스치듯 만난 사람들도 많다. 이런 경우는 인터뷰 대상이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라 해도 별다른 감흥이 없다. 그러나 공들여 인터뷰했던 사람들에 대해서는 세월이 지나도 기억이 생생하고, 개인적으로..
해의만 선생은 한국전 참전용사다. 1953년 그는 강원도 지역의 야전병원에서 위생병으로 근무했다 한다. 그 때 국악을 처음 만났다. ‘빨치산의 교란 작전’ 때문에. “병원 앞에 큰 산이 있었는데 새벽 2, 3시에 빨치산들이 북하고 태평소하고 징, 꽹과리를 아주 큰 소리로 연주했어요. 왜 그렇게 했냐면 그렇게 하면 우리는 잠을 못 잤으니까. 그런데 저는 특히 태평소 소리가 너무 재미있고 상쾌한 느낌이 드는 거예요. 다른 군인들은 그 소리 굉장히 듣기 싫어서 잠을 못 잤는데 말이죠.” 선생은 1954년 미국으로 돌아가서도 그 소리를 잊지 못했다. 당시 그는 뉴욕 컬럼비아 대학원에서 음악을 공부하고 있었는데, 마침 한국 유학생을 한 명 알게 되어, 한국에는 다양한 전통 악기가 있고, 다양한 장르의 국악이 있다..
지난 6일 '푸른 눈의 국악원로' 해의만 선생을 취재해 SBS 8시뉴스에 보도했다. 나로선 꽤 오랫동안 공들여 취재하고 쓴 기사라 애착이 가는 리포트였다. 리포트는 해의만 선생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데 그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겠지만, 일단 글을 시작해 보기로 한다. 해의만 선생 얘기를 처음 들은 것은 지난해 말이었던 것 같다. 문화부에 돌아왔다고 국립국악원에 근무하는 지인한테 안부 전화하던 와중에, 본래 미국인인데 한국에 오래 산 국악계 원로가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과거에 국악 취재도 몇 년 한 적이 있는데, 처음 듣는 얘기였다. 이 지인은 ‘해의만 선생님 아드님도 국악원에 근무하시는 걸요’라고 귀띔해줬다. 전화를 끊고 나서 해의만 선생에 대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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