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드라마가 한국에서 방영될 때 제목은 도통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되기 일쑤다. 중국어를 한국 한자 발음으로 그대로 적어놓기 때문이다. '완미선생화차부다소저'도 그랬다. 중국어로 어떻게 쓰나 봤더니 完美先生和差不多小姐. '화(和)'는 '~와(and);의 뜻이니, '완미선생과 차부다소저'가 되시겠다. 드라마 오프닝 타이틀에 한국어 부제가 '완벽남과 허당녀'라고 되어있다. '완미선생'은 어렵지 않은데, '차부다소저'는 뭘까. '차부다'는 차부둬(差不多), 즉 차이가 크지 않다, 대략 비슷하다는 뜻이다. '소저'는 샤오지에, 아가씨라는 뜻이니 '차부둬 아가씨'다. 중국에서 공부할 떄 독해 시간에 '차부둬 선생전'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중국 근대 지식인 후스가 1924년, 중국인들이 대..
https://www.youtube.com/watch?v=ljgWpS9HH9Y 드라마 '산하령'에는 한시가 끊임없이 나온다. 원작소설은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이 드라마 대본 작가가 특히 온객행의 대사는 온갖 유명한 시를 총동원해서 썼다고 한 얘기를 들었다. 2회. 주자서와 온객행이 처음으로 '탐색전'을 펼친다. 무공인지 춤인지 아크로바틱인지 모를, 근사한 대결 한 판이 펼쳐지고 나서, 온객행이 '그대의 보법이 신선처럼 아름다워 따라왔다'고 얘기하는데, 말하는 내용이 딱 시다. 仿佛兮若轻云之蔽月, 飘飘兮若流风之回雪 마치 엷은 구름에 싸인 달 같고 흐르는 바람에 눈이 날리듯 가볍구나. 궁금해서 출처를 찾아보니 조조의 아들이며 위대한 시인이었던 조식의 '낙신부洛神賦' 중 한 구절로, 낙수의 신녀 복비의 아..
드라마 '산하령'에서 온객행이 아상을 따라다니는 조위녕을 처음 만났을 때, 마음에 안 든다는 티를 팍팍 내면서 이렇게 말하고, 조위녕은 이 말을 듣자마자 급히 자리를 뜬다. 圆润地走远点! 圆润은 Round and Smooth, mellow의 뜻이다. 직역하면 '둥글고 매끄럽게 혹은 부드럽게, 멀리 가주세요'의 뜻이다. 아상도 조위녕이 떠난 후 궁금했는지 온객행에게 그게 무슨 뜻이었냐고 물어본다. 온객행은 '꺼지라'는 말을 점잖게 한 것('滚'的文雅说法)이라고 설명해 준다. 온객행이 하도 문자 쓰기를 좋아하는 캐릭터라 이것도 무슨 출처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찾아보니 이건 고전이 출처가 아니라, 2009년 상하이의 한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가 한 말에서 나온 것이었다. 당시 진행자는 상하이 사투리로 이야기를 ..
네이버중국판을 운영하는 차이나랩에 기고한 글. 이 글 쓰고 나서 결국 '평범적영요' 41편까지 다 봤다. 재미있다. 현대 중국 직장인들이 쓰는 말이 많이 나와서 중국어 공부에도 도움 될 듯하다. 윤태호 작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인기 드라마 ‘미생’의 중국 리메이크 버전 ‘평범적영요(平凡的荣耀: 평범한 영광)’가 ‘드디어’ 중국에서 방영되었다. ‘미생’은 사드 이전이었던 2014년 ‘유쿠’를 통해 중국에 정식 방영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중국 평점사이트인 ‘도우반’에서 10점만점에 9.3점이라는 높은 평점을 기록하며 작품성 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드디어’ 방영을 시작했다고 쓴 것은 이 드라마의 방영 일정이 계속 미뤄져 왔기 때문이다. ‘미생’의 중국어판 리메이크 판권은 2016년에 팔렸고, ..
불현듯 내가 지금까지 본 중국 드라마를 정리하고 싶어졌다. 내가 처음 중드에 입문한 건 2016년 여름부터다. 2015년 중국어 까막눈으로 중국 생활을 시작해, 1년쯤 지난 후부터 중국어 공부를 위해 중국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나의 첫 중드는 웹드라마 여죄. 현대극으로 시작했다. '가유아녀'의 꼬마 배우로 유명했던 장이샨이 주연을 맡은 범죄수사물이었다. 여성 캐릭터를 그리는 방식이 심히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럭저럭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드라마이긴 했다. 두 번째가 나의 인생 중드 '보보경심'이다. 다 알아듣지도 못하고, 중국어 자막도 제대로 해독하지 못했지만, 며칠만에 다 보고 몇 번이나 복습을 했는지 모른다. 내 중국 생활은 보보경심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큰 영향을 줬다. 중국에도 좋..
중국 드라마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종종 한국 드라마의 몇 배에 달하는 회수에 놀란다. 50회, 60회가 넘어가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삼생삼세십리도화(三生三世十里桃花) 58회, 견환전(甄嬛传) 76회, 랑야방(琅琊榜) 54회, 고방부자상(孤芳不自赏) 62회 등 한국에도 수입돼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몇 편만 봐도 알 수 있다. 중국 드라마가 처음부터 이렇게 길었던 것은 아니다. 1986년 드라마인 ‘서유기(西游记)’’는 25회로 끝났고, 속편은 16회였다. 1987년 ‘홍루몽(红楼梦)은 36회로 끝났다. 중국 국가광전총국 통계를 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4년간 발행허가를 받은 드라마의 평균 회차는 38회를 넘지 않았다. 그런데 2015년 이후 40회를 넘어섰고, 2018년에는 42회가 되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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