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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내가 지금까지 본 중국 드라마를 정리하고 싶어졌다. 내가 처음 중드에 입문한 건 2016년 여름부터다. 2015년 중국어 까막눈으로 중국 생활을 시작해, 1년쯤 지난 후부터 중국어 공부를 위해 중국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나의 첫 중드는 웹드라마 여죄. 현대극으로 시작했다. '가유아녀'의 꼬마 배우로 유명했던 장이샨이 주연을 맡은 범죄수사물이었다. 여성 캐릭터를 그리는 방식이 심히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럭저럭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드라마이긴 했다.
두 번째가 나의 인생 중드 '보보경심'이다. 다 알아듣지도 못하고, 중국어 자막도 제대로 해독하지 못했지만, 며칠만에 다 보고 몇 번이나 복습을 했는지 모른다. 내 중국 생활은 보보경심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큰 영향을 줬다. 중국에도 좋은 게 있다는 걸 느끼게 해 준 드라마라고 할까. 드라마를 보고 나서 소설책도 보고 싶어졌고, 2권짜리 원작 소설을 '뚝심으로' 몇 달에 거쳐 완독했다. 내 중국생활에 '버팀목'이 되어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다른 좋은 드라마들도 많이 만났지만, '보보경심'처럼 내 삶을 변화시킨 건 없어서 '인생 중드'가 되었다.
이후 그 유명하다는 '랑야방'을 접했다. 역시 명불허전. 이후 '랑야방' 에 나오는 배우들이 나오는 드라마들을 찾아 보기 시작했다. '위장자'와 '환락송' '환락송2' '달팽이가 사랑할 때' '아적전반생'이 다 그렇게 보게 된 드라마다. 중국 현대극은 사극에 비해 유치하고 허술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기는 하지만, 중국 사회를 보여주는 거울과도 같아 흥미롭다. 왕카이 때문에 최근에 본 '대강대하'도 공산주의 이념 선전의 목적이 있는 '주선율 드라마'이긴 하지만, 현대 중국을 이해하게 하는 좋은 드라마였다.
'삼생삼세십리도화'는, 처음에는 뭐 이런 게 다 있어 하다가 훅 빠져들게 되었다. 중국 특유의 '선협물'이면서 본질은 '로맨스'다. 신선들이 연애하는 황당무개한 드라마를 보면서 같이 울고 웃고 할 줄은 꿈에도 상상 못했다.
'하이생소묵' 역시 중요한 중드 인생에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 준 드라마다. 2017년 여름, 2년간의 중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 처음 본 드라마다. 여기서 배우 종한량을 알게 되었다. '하이생소묵'의 순정 직진남 캐릭터에 반해서 종한량이 나오는 드라마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종한량은 다작이라 다 보려면 끝이 없다. '래불급설아애니'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목이 종종 나오지만 종한량의 매력이 폭발하는 드라마다. 이밖에 '일촉즉발' '일로번화상송'을 다 봤고, '최미적시광' '고방부자상' '화선추흉' '시월위성'은 진도가 안 나가서 보다가 그만둔 채로 있다.
'사마의' 역시 '랑야방'에 필적하게 잘 만든 드라마라, 한동안 빠져 지냈다. 삼국연의에서는 조연에 그쳤던 사마의를 중심으로 내세웠다. 정치물이면서 가정 드라마이다. 서사에 깊이도 있고 재미도 있다. 배우들도 빠지는 사람들이 없다. 조조, 사마의, 조비, 다 연기가 장난 아니다.
중국 현대극 중에는 학원로맨스를 그리는 드라마가 많다. 내가 본 중에서는 '최호적아문'이 가장 좋았다. 주역들이 성인이 된 후의 전개가 아쉽기는 하지만, 달달하기만 한 로맨스에 비해 굉장히 현실적이고, 생각할 거리도 많이 던져준다. '최호적아문'에서 류하오란이란 배우를 좋아하게 되어, 그가 주연한 '랑야방2'를 중도 포기했다가 완주했고, '구주표묘록'까지 달렸다. '구주표묘록'은 '왕좌의 게임'이나 '반지의 제왕' 을 떠올리게 하는 중국식 환타지로, 스케일이나 영상미가 훌륭하다.
최근에 본 드라마 중에서는 '장야'가 가장 좋았다. 그냥 사극인 줄 알았더니 중국식 환타지 무협이었다. 처음에는 등장인물도 많고 세계관도 생소해서 몰입하기 힘들었는데, 어느 새 훅 빠져들게 되었다. 액션이 아주 실감나고, 중국의 절경은 다 돌아다닌 듯한 영상미도 좋다. 이 드라마에서는 '패왕별희' 천카이거 감독의 아들인 신인배우 천페이위를 새로 발견했다. 다소 연기가 뻣뻣하다는 느낌도 있는데, 캐릭터와는 잘 어울려서 매력적이다. 천페이위가 시즌 2에는 안 나온다니 아쉽다. 이 드라마에는 피자헛 PPL이 등장해서 눈을 의심하게 하기도 했는데, 간접광고도 이 정도면 창의적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생각 나는 대로 써보니, 중드 29편을 '완주'했다. 중도에 그만둔 채로 있는 드라마까지 치면 훨씬 많을 것이다. 며칠 전 '의천도룡기2019'를 끝내고 나서, 다음 드라마는 뭘 볼까 이것저것 입질만 하고 있는 중이다. 내 주변에는 중드 보는 사람이 적어서, 감상 후기 나눌 상대가 별로 없는 게 아쉽기는 하다. 그래서 이렇게 블로그질을 하고 있는지도. 맨 처음 중드를 보게 된 목적은 중국어 학습이었지만, 중국 문화와 사회를 이해하는 데 이 만한 교재는 없을 것 같다. 물론 재미도 있다!
여죄
보보경심
랑야방
위장자
환락송
환락송2
달팽이가 사랑할 때
아적전반생
삼생삼세십리도화
미미일소흔경성
하이생소묵
래불급설아애니
일촉즉발
치아문단순적소미호
후궁견환전
중국식관계
사마의1
최호적아문
사마의2
랑야방2
일로번화상송
대강대하
도정호
전장사
치아문난난적시광
구주표묘록
천성장가
아지희환니
장야
의천도룡기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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