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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피아니스트와 이종열 조율명장 

tvN의 '유퀴즈'에서 이종열 조율 명장을 소개한 것 자체는 좋았다. 그의 이야기는 더 많은 사람들이 알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내 입맛이 썼던 이유는, 이 프로그램이 남이 취재했던 내용과 영상을 거의 그대로 가져다 썼으면서 출처를 밝히는 데 아주 인색했기 때문이다.  

조율 명장 이종열 선생이 지난해 '조율의 시간'이라는 책을 냈을 때 취재해서 SBS8뉴스에 냈다. 이종열 선생만 인터뷰하고, 혼자 피아노 조율하는 모습만 촬영했으면 간단했겠지만, 나는 그가 실제 공연을 앞두고 어떻게 일하는지, 현역 피아니스트에게 이종열 선생의 조율은 어떤 의미인지 꼭 보여주고 싶었다. 피아니스트까지 함께 담기 위해서 섭외에 정말 공을 들였다. 그래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이종열 선생을 취재한 뉴스 리포트에 '조연'으로 담을 수 있었다.  

조성진이 최종 무대 리허설을 하고, 이종열 선생에게 막판 조율을 요청하고, 이종열 선생이 이 요청에 따라 공연 직전까지 조율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모두 실제 상황 그대로였다. 조성진을 인터뷰해서 조율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도 들었다. '이종열 선생님이 조율해 주시면 피아노 음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아요'라는 코멘트도 여기서 나왔다. 조성진이 자신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데도 취재와 인터뷰에 응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종열 선생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방증이기도 했다.  

 유퀴즈 제작진은 내가 그렇게 공들여 만든 뉴스 영상을 회사 영상콘텐츠 판매 부서를 통해 사갔다. 프로그램 제작할 때 필요한 영상을 구매하는 일은 가끔 있는 일이긴 하다. 회사에서는 유퀴즈 제작진이 조성진 측에도 연락해서 사용 허락을 받았다고 해서, 별 문제 없다고 보고 판매했다고 한다. 나는 영상 출처를 명확히 밝혀달라고 했고, 판매 부서에서도 당연히 그런 조건으로 판매했다고 했다. 그런데 프로그램 나가고 나서 여러 사람한테서 연락을 받았다. 내가 이종열 선생 취재했던 뉴스를 봤던 사람들이, 왜 그 화면이 고스란히 유퀴즈에 나갔냐며, 도용당한 것 아니냐며, 빨리 알아보라고 했다. 
 
찾아보니 유퀴즈에서는 화면에서 SBS뉴스 로고를 모두 다 지우고 조성진의 공연 직전 리허설, 피아노 음색에 관한 두 사람의 대화, 막판 조율, 그리고 조성진의 인터뷰와 내용 자막까지, 뉴스 화면을 거의 그대로 가져다 썼다. 길진 않았지만 조율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핵심적인 영상이었다. 중간에 잠깐 나오는 다른 자료 화면에는 제공 자막이 길게 나왔는데, SBS 뉴스 제공 자막은 보이지 않았다.

회사 판매부서를 통해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 확인했더니, SBS 제공이라는 자막이 있기는 있었다고 한다. 다만 아무도 못 보게 하려고 작정한 것처럼, 구석에 아주 짧게 쓱 들어갔다 빠졌다. 나도, 이 프로그램을 시청한 내 주변 사람들 중 그 누구도, 이 자막을 인지하지 못했다. 법을 어기거나 한 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입맛이 썼다.  

'유퀴즈' 이종열 선생 출연분은 엄청난 화제가 되었다. 지금 보니 유튜브 영상의 조회수가 185만. 이에 비해 '오리지널'인, 지난해 내가 취재해 보도한 SBS8뉴스 영상youtu.be/zCQ8ty_O7iE은 2천3백회. 조금 길게 편집해 올린 현장영상www.youtube.com/watch?v=d0WJp6yMHNs&t=51s은 2만 2천회. 물론 예능 프로그램이고 방송 분량도 긴 '유퀴즈'와 뉴스를 단순 비교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입맛이 쓴 건 어쩔 수 없다. 조금 늦었지만 기록으로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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