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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중국판 운영하는 차이나랩에 기고한 글. 중국에 있을 때부터 '삼체'라는 SF가 유명하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마음에 안 차는 부분도 있었지만, 거대한 상상력 스케일은 정말 끝내준다. 어떻게 영상화할지 궁금해 죽겠다.
중국 과학소설의 ‘제왕’으로 불리는 작가 류츠신(刘慈欣)의 대표작 ‘삼체(三体)’를 읽고 있는 중이다. ‘삼체’는 물리학의 ‘삼체 문제(Three Body Problem)’에서 영감을 얻어 쓰인 소실이다. 삼체 문제란 우주에 질량을 가진 질점들이 단 세 개밖에 없고, 그것들이 각자의 만유인력으로 당기며 운동할 때 현재 인류가 가진 물리학과 수학으로는 그 운동을 묘사할 수도, 예측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류츠신은 소설 ‘삼체’의 출발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인류의 과학이 간단한 세계조차 묘사하고 예측할 수 없다면, 이 광대하고 복잡한 진짜 우주와 대자연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그리고 만약 그 질점들이 세 개의 항성으로서 완벽하게 불규칙적인 운동을 한다면, 그런 성계에 존재하는 문명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2020. 8.12. 매일경제 SF 거장 류츠신 인터뷰 기사에서 인용)
‘삼체’ 소설 속에서는 우주에 세 개의 태양이 뜨는 삼체 역학 항성계가 있고, 지구보다 훨씬 발전한 삼체 문명이 존재한다. 중국의 문화대혁명으로 가족도 잃고 친구에게도 배신당한 여성 천문학자 예원제가 인류 중에 최초로 이 삼체 문명과 교신한다. 삼체 문명은 지구보다 훨씬 발전한 과학기술을 갖고 있지만, 세 개의 태양이 전부 뜰 때마다 멸망과 진화를 반복해 왔다. 태양계와 지구의 존재를 알게 된 삼체인들은 지구를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삼기 위해 함대를 발진시킨다. 현대기술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인류는 인간 몇몇을 동면시키고, 삼체 문명과의 결전을 준비한다…..
발전소 컴퓨터 엔지니어였던 류츠신은 1999년 등단 이후 풍부한 과학 지식과 현대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가까운 미래 사회를 묘사하며 SF의 지평을 넓혀왔다. 3부작으로 구성된 ‘삼체’는 중국의 문화대혁명에서부터 시작해 미래 사회로, 우주로 뻗어가는 방대한 스케일의 걸작이다. 2부 ‘암흑의 숲’까지 다 읽은 지금, 예상을 뛰어넘는 스케일과 상상력에 매료되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은 ‘작품 스케일이 워낙 커서 백악관 일상이 사소하게 느껴졌다’는 평을 했을 정도다.
출간 14년을 맞은 이 소설은 16개 언어로 번역되었고, 세계 최고 권위의 SF 문학상인 휴고상을 비롯해 9개의 상을 받았다. SF 팬을 넘어 일반 독자들도 열광시킨 베스트셀러가 된 ‘삼체’는 소설을 모체로 삼은 파생 콘텐츠를 끊임없이 탄생시키고 있다. 2016년 중국에서 ‘삼체’가 원작인 연극이, 2019년에는 ‘삼체’를 각색한 애니메이션이 두 편 나왔다. 2013년 영화 제작이 발표됐으나, 개봉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 가운데, 드라마 제작 계획이 발표되었다. 중국어 드라마는 이미 촬영 중이고, 넷플릭스는 영어 드라마를 제작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에서는 ‘삼체’ 오디오 드라마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가 아직 나오지 않았으니, 류츠신이 창조한 소설 속 세계를 어떻게 시각화 할지 벌써부터 관심이 높다. 문화대혁명은 어떻게 그려낼 것이며, 삼체 문명이 인류를 감시하고 물리학 발전을 억제하기 위해 보낸 ‘지자’, 가공할 위력을 지닌 삼체 문명의 무기이지만 ‘성모마리아의 눈물’로 불릴 정도로 미학적인 형체의 ‘물방울’, 거대한 우주 함대의 대폭발, 인류가 지하에 건설한 미래 도시, 거대한 우주 기지, 세 개의 태양이 뜨는 삼체 세계와 삼체인들은 어떻게 표현해낼까.
그래서 ‘삼체’ 예술삽화집도 나와 있다는 소식에 관심이 갔다. 류츠신이 공식 인정한 첫 ‘삼체’ 예술삽화집이라고 한다. 이 책 발간에는 중국과 해외의 저명한 미술가 96명이 참여했다. 이 책은 ‘삼체’ 세계를 처음으로 시각화 했다는 홍보 문구를 내세웠는데, 과연 다양한 스타일의 삽화 111점은 ‘삼체’ 소설 속의 장면을 생생하게 눈앞에 구현한다. 독자들은 책을 보면서 머릿속으로만 그렸던 장면들을 드디어 실제로 볼 수 있게 되었다며 환영하고 있다.
184페이지, 2,7센티미터 두께의 묵직한 삽화집뿐 아니라 그림 엽서와 포스터 등 다양한 품목으로 구성된 패키지가 정가 333위안(한화 5만 7천원)에 팔리고 있다. 처음 발간된 것은 2019년이지만, 지금도 중국 인터넷에서는 삼체 예술삽화집을 구매한 후 포장을 푸는 ‘언박싱’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삼체’에 나오는 미래의 도시, ‘지하 베이징’ 삽화로 디자인한 가방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그러고 보니 ‘삼체’는 중국이 낳은 가장 성공적인 IP(지적 재산)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은 중국을 넘어 전세계에서 명성을 얻었고, 원작을 모체로 끊임없이 다양한 파생 콘텐츠와 관련 상품이 만들어지고 있지 않은가. ‘삼체’ 예술삽화집에 가방까지 나왔으니, 드라마나 영화가 성공하면 삼체 장난감, 삼체 문구 상품이 나올지도 모른다. 2018년 상하이에서 ‘삼체우주 문화발전유한공사’라는 회사가 설립되어 ‘삼체’ 지적재산권을 관리하고 파생 상품을 개발하는 중이다.
성공한 IP에는 팬이 많다. ‘삼체’의 열광적인 팬들이 류츠신의 삼체 세계관을 바탕으로 새로운 소설을 써내고 있을 정도다. 이제 삼체 3부작의 최종편인 ‘사신의 영생’를 읽기 시작하려는 나도 점점 ‘삼체’ 세계에 빠져들고 있는 중이다. ‘삼체’ 예술삽화집과 디자인 가방을 갖고 싶어지고, 넷플릭스가 만든다는 ‘삼체’ 드라마를 벌써부터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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