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최근 공연을 위해 한국을 다녀갔다. 요즘처럼 ‘공연한다’는 게 각별하게 다가오는 시기가 언제 있었나 싶다.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소중한 코로나19 시국이니까. 리처드 용재 오닐은 한국에서 공연하기 위해 입국 후 홀로 2주 격리 기간까지 거쳤다. 리처드 용재 오닐이 2주간의 격리가 끝나고 제일 먼저 찾은 곳은 병원이었다. 코로나19 진료 거점병원인 고양시 명지병원을 찾아 의료진을 위한 감사 연주를 했다. 5월 19일, 명지 병원 로비에서 열린 작은 음악회의 관객은 의료진과 환자, 환자 가족들이었다. 나도 취재를 위해 찾아갔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중 한 곡을 비올라로 연주한 리처드 용재 오닐은 피아니스트 이소영과 함께 바흐의 G 선상의 아리아, 슈베르트의 가..
1993년 SBS에 입사한 이후, 약 10년 정도를 문화부에서 보냈다. 다른 부서를 돌다가도 문화부로 돌아가는 일을 반복해왔으니, 문화부는 언젠가는 돌아갈 ‘고향’ 같은 곳이 되었다. 지난해 말 ‘문화 전문기자’를 지망하며 6년 만에 취재현장으로 복귀했다. ‘문화부 4차 시기’다. 기자 생활 6년 차에 처음 문화부에 갔다. 부장 1명, 부원 4명인 ‘문화부’였다가, 1년 만에 ‘문화과학부’로 바뀌면서 문화 취재기자가 약간 더 늘었다. 나는 클래식 음악과 국악, 대중음악, 연극, 무용, 뮤지컬 등을 맡았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는 표어가 유행할 때였다. 남북 문화교류나 문화산업, 뮤지컬 대중화 등 이슈가 많았다. 당시엔 신문 문화면의 영향력이 컸다. 신문사 문화부는 분야가 세분화되어 한 마디로 ‘공..
SPO 매거진 6월호 기고. '코로나19 시대 온라인 공연 현황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고 쓴 글이다. 그러고 보니 지난 몇 달간 온라인 공연 관련 글을 정말 많이 썼다. 온라인 공연 큐레이션 기사인 취재파일 '방콕에 지친 당신을 위해' 시리즈가 50회 돌파를 앞두고 있고, 이런저런 매체 원고 청탁을 받아 외부 기고도 많이 했다. 코로나19 상황이 또 안 좋아지니 당분간은 온라인 공연 관련 기사를 더 많이 쓰게 될 것 같다. 씁쓸하고 답답하다. -------------------------------------------- 공연계는 코로나19로 타격이 심한 분야 중 하나다. 감염 우려로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됐고, 지금도 여파가 이어지는 중이다. 그렇지만 공연장이 문을 닫았을 때에도 공연은 멈추지 않..
코로나 19로 공연장이 문을 닫고, 공연 취소와 연기 사태가 잇따르자, 공연 담당기자인 나에게 ’요즘 할 일 없겠다’고 하는 이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였다.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바빴다. 온라인 공연 스트리밍 기사를 매일 썼기 때문이다. 쏟아지는 공연 스트리밍 정보를 큐레이션하는 기사는 ‘집콕’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생활 정보이고, 공연 스트리밍 유행은 코로나19로 촉발된 ‘문화 현상’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이렇게 오래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코로나19 상황은 지금도 끝나지 않았고, 연재 기사는 5월말부터 1주 1회로 주기는 길어졌지만, 40회 돌파를 눈앞에 두고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공연 기사를 쓰면서 나 자신도 수많은 온라인 공연을 봤다. 거의 매일 한 편 이상씩 봤으니 편수로..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의 간판 음악 프로그램이다. 프로듀서 밥 보일렌이 2008년 워싱턴 NPR 사무실에서 열기 시작한 '작은 음악회'다. 테일러 스위프트, 콜드플레이, 존 레전드, 요요마, 랑랑 등 다양한 장르에서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출연했다. 한국 뮤지션으로는 지난 2017년 밴드 '씽씽'이 처음 출연했고 [▶영상 보기], 최근 밴드 '고래야'가 이 무대의 주인공이 되었다. 코로나19로 서울의 고래야 사무실에서 촬영된 공연 영상은 6월 30일 NPR 채널을 통해 공개되어 전 세계 음악 팬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영상 보기]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는 미국 라디오 방송국이 만드는 프로그램이지만, 전 세계 팬들이 즐기는 공연 영상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NPR 홈페이지도 올라..
지난주, 레드 벨벳의 인기곡 '빨간 맛'의 오케스트라 버전 음원과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다. 오케스트라 버전은 최근 아카데미 회원이 된 영화음악 감독 박인영 씨의 편곡으로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연주한 것이다. 서울시향은 지난달 SM엔터테인먼트와 장르 간 협업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는데, 그 이후 첫 번째 협업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서울시향이 K팝을 연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외에서는 유명 오케스트라들이 대중음악을 연주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베를린 필하모닉이 록그룹 스콜피언즈와 함께 '윈드 오브 체인지'를 연주한 게 유명한 사례다. 영국 로열 필하모닉은 클래식뿐 아니라 팝의 명곡을 즐겨 연주하는데, 영국 대표 록그룹 퀸의 노래를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연주한 음반을 내놓기도 했다. 전 세계적인 K팝의 인..
과거의 기억을 소환하는 음악이 있습니다. 이 음악만 들으면 잊고 지냈던 과거의 장면이 다시 생생하게 살아 돌아옵니다. 저에게는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가 그런 음악입니다. 이 곡만 들으면 몇 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게 됩니다. 2013년 봄, 저는 암 투병 중인 아버지를 위해 병상에서 음악을 틀어드리곤 했습니다. 돌아가시기 며칠 전에도 저는 아버지가 평소 좋아하시던 노래들을 틀어드리고 있었습니다. 이탈리아 칸초네, 오페라 아리아, 팝송, 가요…… 장르를 가리지 않았죠. 그런데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를 틀었을 때, 아버지가 갑자기 힘겹게 말문을 여셨습니다. "구노냐?" 처음에는 뭐라고 말씀하신 건지 제대로 못 들었어요. 다시 여쭤보니, 아버지는 "구노냐고?" 하셨습니다. 아아. 그러고 보니…..
전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와 협연해온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지난 11월 1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아마추어 청소년 연합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세종 꿈나무 오케스트라, 서울 서대문 노원 강서 강남 서초구 아동 청소년 오케스트라, 평창 꿈의 오케스트라, 그리고 함께 걷는 아이들 올키즈스트라 관악단이 함께 한 오케스트라 페스티벌 공연에서였다. 나는 이 공연의 주축 멤버였던 세종 꿈나무 오케스트라를 취재하면서 백건우 선생과 아이들의 협연 리허설을 볼 기회가 있었다. 세종 꿈나무 오케스트라는 2010년 세종문화회관이 사회공헌사업으로 창단한 어린이 청소년 오케스트라다. 베네수엘라의 청소년 음악교육 시스템인 '엘 시스테마'가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면서 국내에서도 비슷한 취지로 오케스트라가 여럿 창단됐는데, 이..
지난해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컸던 영화와 드라마는? 제 20회 상하이 국제영화제 부대 행사로 발간된 ‘2020중국영화 블루북(보고서)’와 ‘2020중국드라마 블루북’을 보면 알 수 있다. 중국영화와 드라마 블루북은 베이징대영상연극연구센터와 저장대국제영상발전연구원이 공동으로 올해로 3년째 발표하고 있다. 쌍십강(双十强), 즉 영향력이 큰 영화 10편과 드라마 10편을 선정하고 콘텐츠 창작과 전파 메커니즘을 분석해 그 해 영상산업의 주요 흐름을 담아내는데, 학계와 업계에서도 영향력을 갖는 보고서로 인정받는다. 보고서 집필진은 2019년 중국 영화산업은 2019년 흥행수입 642억위안으로 전년 대비 5.4퍼센트 증가를 기록해 증가세가 둔화되기는 했으나 젊은 감독들의 부상, 새로운 소재 영화의 발굴 등으로 성과..
중국 드라마는 대부분의 한국 드라마에 비해 방영회차가 많고 길다. 30회 정도면 짧은 드라마에 속하고, 50회, 60회가 넘는 드라마가 수두룩하다. ‘연희공략延禧攻略’은 70회, ‘랑야방 琅琊榜’ 54회, 후궁견환전后宫 甄嬛传 76회, 삼생삼세십리도화三生三世十里桃花 58회, 한국에서도 인기 높은 화제작들만 봐도 대부분 50회를 훌쩍 넘는다. 더 긴 드라마도 많다. ‘중국판 프렌즈’로 불리는 청춘 시트콤 ‘애정공우爱情公寓’는 2009년 방영을 시작해 다섯 시즌 동안 총 124회 방영되었다. 중국 최고의 가족 시트콤으로 아역배우 출신 스타 배우 양쯔楊紫, 장이산張一山을 낳은 드라마 ‘가유아녀家有儿女’는 2004년부터 네 시즌 동안 무려 367회가 방영되었다. 이 정도는 약과다. 2000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
고선웅 연출 국립극단 제작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나에게 여러 모로 특별한 연극이다. 사드 갈등이 고조됐을 때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 관객들과 함께 공연을 봤고, 중국인들의 찬사를 들었다. 2020년, 국립극단 70주년 기념공연이 코로나19 때문에 취소된 상황에서, 마치 공연처럼 진행된 프레스 리허설을 보면서 울컥했다. 이형훈 배우로부터 초연 당시 임홍식 배우가 끝까지 무대를 지키다 세상을 떠난 사연을 듣고 또다시 울컥했다. 무대의 무게, 삶의 무게를 깨닫게 해준 이 연극. The Show Must Go On! 다음은 2020년 6월 네이버 중국판 차이나랩에 기고했던 글이다. ---------------------------------------- ‘조씨고아(赵氏孤儿)’는 중국 원나라 때 작가 기군..
한국 국립극단이 지난해 관객들을 대상으로 ‘다시 보고 싶은 연극’을 묻는 설문 조사를 했다. 압도적인 차이로 1위를 차지한 작품이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었다. 국립극단은 이 연극을 창립 70주년인 올해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선정했다. 6월 25일부터 7월 26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기로 하고 공들여 준비해왔다. 공연 티켓은 예매 시작한 당일 모두 팔려나갔다. 이 연극은 중국 고전 희곡 ‘조씨고아’가 원작이다. 과연 어떤 작품이길래? ‘조씨고아’는 원나라 때 작가 기군상이 중국 진나라를 배경으로 쓴 ‘복수극’이다. 중국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제목 그대로 조씨 집안의 고아 이야기다. ‘조씨고아’는 ‘동양의 햄릿’으로 불리며 18세기에 이미 유럽에 소개되었다. 로열 세익스피어 컴퍼니 같은 해외..
2018년에 나온 중국 드라마 중 최고의 화제작이었다는 ‘연희공략’을 뒤늦게 보고 있는 중이다. 황제 1인과 그의 수많은 여인들이 등장하는 궁중 암투는 사극 드라마의 주된 소재이다. 서로 물고 물리는 음모와 질투, 간계가 등장하는데, ‘연희공략’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주인공 위영락이 전형적인 궁중 여인상이 아니라 현대적인 ‘센 언니’ 캐릭터라서 색다른 재미가 있다. ‘연희공략’은 청나라 건륭제(1711~1799)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청나라 강희제부터 옹정제 건륭제로 이어지는 시대는 중국의 국력이 최고조에 이르렀고 문화가 융성했으며 국제적 교류도 활발했다. 그래서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는 이를 짐작하게 하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연희공략’ 20화에서도 이런 장면을 보게 되었다. 20..
‘실의에 빠진 뮤지컬 배우들, 무대에 다시 설 날을 기다리고 있다(矢意的音乐剧演员, 正在等待重返舞台)’라는 제목의 글이 중국의 음악매체 ‘음악재경’에 실렸다. 최근 몇 년 사이 급속히 성장하던 뮤지컬 산업이 코로나19로 얼마나 심대한 타격을 입었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글이었다. 중국의 뮤지컬시장이 크게 확대된 2018년 통계를 보면, 2460회의 뮤지컬 공연이 진행됐고, 관중은 29만 명, 티켓 매출은 93퍼센트가 늘었다. 2019년에는 해외 뮤지컬 공연팀의 방중공연이나 유명 해외 뮤지컬의 중국어 라이선스 공연 이외에도 중국어 창작 뮤지컬이 크게 증가했고, 젊은 배우들이 뮤지컬 업계로 많이 유입되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닥치면서 이제 막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뮤지컬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뮤지컬 업계..
군자보구 십년불만(君子报仇十年不晚). 군자가 원수를 갚는 데 십 년이 걸려도 늦지 않다. 중국 드라마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복수는 중국 드라마의 주된 테마다. 물론 한국 드라마 중에서도 복수가 주된 테마로 등장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중국같지는 않다. 중국 무협 드라마에는 직접적으로 나에게 해를 입힌 사람이 아니더라도 내 스승이나 벗의 원수라면 나의 원수나 같다면서, 목숨까지 걸고 복수에 가담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지독하게 복수에 집착하는 중국인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성어가 바로 ‘와신상담(卧薪尝胆)’이다. 춘추 전국시대 오나라와 월나라가 대립할 때, 오왕 합려가 월왕 구천에게 패해 죽은 것을 합려의 아들 부차가 원통해 했다. 그는 날마다 가시 많은 장작 위에 누워 잠을 청하며(..
코로나19로 신음하는 우한의 참상을 60편의 일기로 외부에 알렸던 중국 작가 팡팡. 우한의 봉쇄는 이제 풀렸고 중국에서 코로나19는 진정되는 분위기가 확연하다. 그런데 팡팡의 ‘우한일기’를 둘러싼 논란은 날로 거세지고 있다. 팡팡이 우한일기를 통해 당국을 거침없이 비판한 데다, 중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보인다. 일기가 연재되는 동안에도 팡팡은 갖가지 비난에 시달렸다. 최근에는 ‘근원을 알기 어려운 부동산 6채를 소유하고 있다’며 팡팡을 국가감찰위원회에 공개적으로 고발한 사람이 나왔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런데 ‘우한일기’가 해외에서 출판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더 많은 사람들이 공격에 가세하는 형국이다. 팡팡의 우한일기는 미국 하퍼 콜린스 출판사..
중국의 문호 옌렌커는 지난 2일 한국의 계간지 '대산문화'에 '국가적 기억상실을 거부한다'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그는 코로나 19로 인한 참상을 반드시 기억해야 하며, 그래야만 사스나 문화대혁명의 비극이 재연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한의 팡팡 작가가 자신의 기억을 문자로 써내지 않았다면 무엇을 들을 수 있었을까?'라고 질문했다. '팡팡(方方·65)은 중국 후베이성 작가협회 주석으로 2010년 루쉰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다. 난징 출생이지만 1978년 우한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고, 우한을 기반으로 활동해왔다. 코로나 19 바이러스 감염증이 처음 돌기 시작한 바로 그 곳이다. 그는 코로나 19 확산으로 봉쇄된 우한의 거주자로서, 매일 일기를 써서 웨이보에 올려왔다. 이 일기는 고립된 우..
*2020년 2월 네이버 중국판 차이나랩에 기고한 글이다. 이 글 쓰고 얼마 안돼 상황이 완전히 바뀌어, 이번엔 유럽과 미국에서 코로나19가 무섭게 확산되었다. '중국 힘내라'며 응원했던 해외 예술가들도 모두 '락다운' 에 들어가, 거꾸로 '응원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지금은 한국과 중국이 상대적으로 코로나19에 잘 대응한 편으로 평가 받지만, 아직 코로나19는 진행 중이다. 무서운 감염력 앞에, 앞날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 ----------------------------------------- 공연계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세에 가장 타격을 많은 분야 중 하나다. 특정시간 실내 공간에 밀집된 청중이 함께 관람하는 공연은 바이러스 감염 우려로 대부분 취소되었고, 공연장과 예술단체는..
“정말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저는 미국에서 일본을 경유해 중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어제 거의 텅 빈 베이징 공항에 도착했어요.” ‘중국의 카라얀’으로 불리는 중국 대표 지휘자 위룽이 해외에 있다가 귀국하며 남긴 메시지는 이렇게 시작했다. 이 메시지는 클래식 음악계 ‘소식통’인 영국 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의 블로그 ‘Slipped Disc’에 실렸다. 노먼 레브레히트가 이 글에 붙인 제목은 ‘China’s top Maestro returns home to sound of silence-중국 최고 지휘자가 침묵에 싸인 집으로 돌아가다.’https://slippedisc.com/2020/02/chinas-top-maestro-returns-to-empty-home/ 이어지는 위룽의 메시지에서는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중국 전역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번지는 가운데, 중국 문화예술계도 战‘疫’(질병과의 전쟁, 투쟁)에 나섰다. 중국 문화계 소식을 접하기 위해 중국내 문화 관련기관의 위챗 공식계정을 여럿 구독하고 있는데, 요즘 거의 모든 계정이 战‘疫’ 관련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는 중이다. 문화예술계가 질병과 벌이는 ‘전쟁’은 전방에서 직접 맞서 싸우는 것이라기보다는 이른바 ‘후방 선전전’에 해당한다. 중국 공산당이 항일투쟁을 할 때, 국민당과 내전을 치를 때, 예술가들이 맡았던 역할과 비슷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에서,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고 사기를 진작시키거나, 현장에서 환자 치료에 전념하는 의료진을 찬양하거나, 피해가 극심한 우한을 포함한 후베이 지역민들을 응원하거나, 혹은 ..
피아니스트 랑랑(郎朗)이 큰 관심 속에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결혼식을 올린 게 지난해 6월이다. 신부는 어머니가 한국인인 독일계 피아니스트 지나 앨리스(吉娜爱丽丝). 중국 언론들은 중국이 낳은 ‘월드스타’ 랑랑의 결혼식을 대서특필했고, 랑랑과 결혼한 ‘미모의 재원’ 지나 앨리스의 명성도 함께 높아졌다. 최근에는 랑랑과 지나 부부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신혼 생활을 공개하면서, 두 사람이 등장하는 기사들이 거의 매일 쏟아지고 있다. 두 사람은 텅쉰스핀의 리얼리티 관찰 예능 ‘행복삼중주’의 두 번째 시즌에 출연했다. ‘행복삼중주’는 세 부부의 일상을 촬영해 교차해서 보여주는 형식인데, 한국에도 있는 비슷한 프로그램들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해 10월 17일 시작된 두 번째 시즌에 랑랑 부부와 함께 한 출연진은..
상하이 동방예술센터(东方艺术中心)는 상하이 푸동 신구에 위치한 대형 복합문화공간이다. 이 예술센터의 공식 위챗 계정에 ‘빛이 나는 미모!’라는 제목에 류이페이의 사진을 썸네일로 한 글이 올라왔다. 뭔가 해서 클릭해 보니 ‘선녀 경고-미녀 사진 대방출’이라는 문장 밑으로 영화 ‘뮬란’의 예고편과 포스터, 뮬란 주역을 맡은 배우 류이페이(刘亦菲)의 ‘움짤’이 이어졌다. 다음에는 류이페이가 무용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여러 장 나온다. 류이페이는 단아한 자태로 중국에서 ‘신선 언니(神仙姐姐)’ 라고 불린다고 하는데, 어린 시절부터 발레를 배운 덕분이라는 설명이 이어진다. 수년간의 발레 강습으로 거동 하나하나가 우아한 기품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류이페이는 발레의 기초가 있었기 때문에 ‘뮬란’에 나오는 무술 ..
진싱(金星)은 중국에서 ‘진지에(金姐)’로 불리는 유명 방송인이자 무용가다. 거침없는 독설로 이름을 날리며 자신의 이름을 딴 토크쇼도 진행했다. 진싱은 한국에서는 2000년 방영된 KBS 다큐멘터리, 그리고 ‘신의 실수도 나의 꿈을 막지 못했다’는 제목의 자서전을 통해 알려졌다. 조선족 출신 무용수이며 성 전환 수술을 했다는 남다른 사연이 주목받았고,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등 한국 영화에 출연하며 배우로 활동하기도 했다. 1967년 랴오닝성 선양시에서 태어난 진싱은 어머니가 부산, 아버지는 평양 출신인 조선족이다. 어린 시절부터 춤에 소질을 보였던 그는 군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무용을 배우기 시작했다. 1984년 해방군예술학원 무용과를 졸업한 진싱은 이듬해부터 중국의 모든 무용 대회를 휩쓸며 중국 최고..
중국이 아시아 클래식 음악시장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와 음악가들이 베이징과 상하이 같은 중국 대도시로 몰려든다. 특히 2007년 베이징에 개관한 세계 최대 공연장, 국가대극원은 중국을 대표하는 공연장으로서 국제적 위상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11월 26일부터 사흘간 열린 2019 베이징 교향악 포럼은 이를 확인시켜 주는 행사였다. ‘융합과 발전’을 주제로 국가대극원이 주최한 이 포럼에는 전세계에서 30개 오케스트라와 예술단체가 참가했다. 참석자 명단에는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비엔나 심포니,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유명 오케스트라 주요 인사들이 포함되었다. 한국에서는 서울시립교향악단 강은경 대표가 참가했다. 중국 주요 도시의..
블로그에 업데이트 안 한 지가 반 년 이상 되었다. 올 들어 단 한 편의 새 글도 안 올렸네. 오랜만에 들어오려 했더니 비밀번호도 생각 안 나고, 겨우 찾아서 로그인 했더니 '휴면계정'이란다. '휴면 상태'를 해제하고 나서 첫 글을 쓴다. 지난해였나 지지난해였나, 네이버에도 중국 이야기를 주로 쓰려고 블로그를 개설했지만 마찬가지로 손이 안 간다. 광고/홍보성 글의 바다 속에서 허우적허우적 그렇지 않은 글을 쓰고 있는 게 무슨 소용이 있나 싶기도 하고. 티스토리에도 물론 광고/홍보성 글들이 있겠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써오던 곳이라 좀 더 정이 간다. 블로그는 휴면 상태였지만, 나는 그 어느 때보다 글을 많이 쓰고 있다. TV뉴스 기사, 인터넷 기사, 외부 기고 칼럼, 인터뷰 기사, 특강이나 포럼 발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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