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반가성(夜半歌声)’, 우리말로는 ‘한밤의 노랫소리’ 정도로 번역되며, 영문 제목은 ‘팬텀 러버(Phantom lover)’인 이 영화는 한국에서 '장국영'으로 알려진 장궈룽(이하 장국영으로 표기)이 주연한 1995년작이다. 가수 출신인 장국영이 천재적인 노래 실력을 가진 배우 ‘송단평’ 역을 맡아 음악적 재능을 과시했다. 장국영의 노래뿐 아니라 비극적인 사랑의 주인공으로 보여준 감성연기 덕에, 송단평은 지금까지도 그가 연기한 주요 캐릭터 중 하나로 꼽힌다. 영화는 1930년대 한 젊은 배우가 지금은 폐허가 되다시피 한 오페라 극장에서 10년 전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연한 과거의 명배우 송단평과 지주의 딸 두운언의 로맨스를 들려주는 액자 형식으로 진행된다. 송단평이 영화 속 공연 ‘로미오와 줄리엣’에..
중국생활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 중국어 과외 선생을 구했다. 산둥성 지난 출신으로 한국의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이다. 한국에서는 행정학 공부를 하고 있는데, 알고 보니 중국에서는 미술대학을 나왔다. 내가 궁금해 하자 자신의 작품이 실린 도록을 보여주는데, 서양화와 중국화, 추상화와 구상화를 넘나들고, 중국 고대벽화를 모사한 작품이 있는가 하면, 마치 만화 같은 일러스트도 있다. 초상화도 그리고, 포스터도 그리고, 도자기 공예에 조소, 설치미술 작품도 있다. 과외 선생은 대학에서 회화뿐 아니라 조소, 공예와 디자인까지, 다양한 분야를 섭렵했다. 도대체 무슨 전공이냐고 물으니 ‘벽화과(壁画系)’라고 한다. ‘벽화과’라니, 생소한 학과다. 한국에도 벽화를 그리는 화가들이 있지만, 미술대학..
광장무(广场舞), 즉 광장에서 여럿이 함께 춤추는 것은 중국 특유의 문화다. 광장이라고 해서 꼭 넓디넓은 장소일 필요는 없고, 건물과 건물 사이, 공터, 놀이터, 다리 아래 등등 약간의 공간만 있으면 충분하다. 이른 아침이나 저녁 무렵이 광장무 팀의 주 활동시간이다. 스피커로 음악을 틀어놓고 리더의 동작을 따라 함께 춤춘다. 내가 살았던 칭다오의 집 앞 광장에도 광장무 팀이 네 팀이나 있었다. 중장년층 여성이 주류였지만 광장무를 추는 아저씨들도 종종 볼 수 있었다. 광장무는 중국에서 공산당 집권 이후 집단 문화활동의 하나로 장려하면서 시작됐고, 특히 1990년대 중국 각 도시에 문화광장이 많이 설치되면서 널리 보급되었다. 하지만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요즘 젊은이들에게 광장무는 나이 많은 사람들이나 추는 ..
칭다오가 맥주의 도시라는 건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칭다오가 독일 조차지였던 시절에 지어진 독일 맥주공장이 그 유명한 ‘칭다오 맥주’의 전신이다. 독일에 ‘옥토버페스트’가 있다면, 칭다오에서는 매년 여름 칭다오 맥주축제가 열린다. 28회째를 맞는 올해 축제는 7월 20일부터 8월 26일까지로, ‘사상 최장 기간’, ‘세계 최대 규모’를 내세웠다. 전세계 200여 맥주회사의 1300종 맥주를 선보여 ‘맥주 세계일주’가 가능하다. 올해 맥주축제 기간에는 서커스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도 열리는데, 이 중 맥주축제 주 개최지인 칭다오 서해안신구 ‘맥주성’ 구역에서 열리는 ‘봉황지성’ 국제음악제가 눈길을 끈다. 서해안신구는 칭다오 시내에서 차로 40-50분 거리인 황다오(黄岛) 지역으로, 모래가 금빛으로 반짝..
치아문단순적소미호(致我们单纯的小美好)는 요즘 한국에서도 ‘아름다웠던 우리에게’라는 제목으로방영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 드라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남학생 장천(江辰)과 여학생 천샤오시(陈小希)를 중심으로 학창시절부터 이어지는 풋풋한 사랑과 우정 이야기를 그려낸다. 때로는 한국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연상하게 하는데, 주인공 커플이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도 달달하지만, 우리와 같은 듯 다른 중국의 학교 생활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드라마의 배경은 저장성 항저우다. 학교 1등을 도맡아 하는 우등생 장천은 베이징의 명문대학인 칭화대 수학과 합격 통지를 받는다. 하지만 장천은 칭화대 수학과 대신, 그 지역 명문인 저장대 의학과를 지원한다. 장천의 어머니가 절대 안 된다고 반대하지만, 장천은 고집을..
자금성은 베이징 한복판에 자리잡은 중국의 상징이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명, 청대 황실의 궁궐인 자금성은 궁궐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지금은 고궁 박물원으로 일반에 공개되고 있지만, 원래 자금성은 forbidden City, 즉 아무나 갈 수 없는 황제의 공간이었다. 이 자금성에서 올 가을 전세계 클래식 음악계가 주목하는 대형 이벤트가 열린다. 도이치 그라모폰이 창립 120주년 기념 콘서트를 자금성에서 연다고 최근 발표한 것이다. 노란색 로고로 친숙한 도이치 그라모폰은 1898년 독일 하노버에서 창립된 역사 깊은 클래식 음반사다. 카라얀과 베를린 필하모닉의 수많은 녹음을 비롯해 빛나는 명반들을 보유하고 있어, 클래식 음악의 명가로 꼽힌다. 도이치 그라모폰이 창립 120주년을 맞아 마련한 ‘..
요즘 중국에서 가장 깨끗하고 공기 좋은 도시는? 칭다오! 최소한 ‘상합봉회’가 열렸던 9일부터 11일을 전후한 기간만큼은! 상합봉회는 ‘上海合作组织峰会(상하이합작조직봉회)'의 준말이다. 더 짧게 '봉회'(중국어 발음은 '펑휘')라고도 불린다. ‘상하이합작조직’은 한국에서 ‘상하이협력기구’로 번역된다.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담이 칭다오에서 열린 것이다. 상하이협력기구는 1996년 4월 상하이에서 중국과 러시아주도로 군사영역 협력을 논의했던 회의가 시초가 되었다. 2001년에 중국과 러시아 외에 카자흐스탄, 키르기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의 국가 원수들이 상하이에서 회의를 열고 정식 출범했다. 지난해에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추가로 가입해 회원국이 8개국으로 늘었다. 올해 칭다오 회의는 사상 최대 규모였다...
지난해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이른바 ‘문화 예능 프로그램 열풍’을 선도했던 CCTV의 프로그램 ‘낭독자(朗读者)’가 시즌 2로 다시 돌아왔다. 매회 다른 주제 아래 ‘낭독자’로 초청된 인사들이 진행자인 유명 방송인 동칭(董卿)과 인터뷰를 한 뒤, 자신이 고른 책의 한 대목을 낭독하는 프로그램이다. 독서와 낭독의 즐거움을 새롭게 알려준 이 프로그램 덕분에 중국 곳곳에 ‘낭독정’이 생겼다. 낭독정은 일반인들이 자신이 고른 책이나 문장을 낭독하게 한 미니 스튜디오다.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낭독정 풍경을 보면, 때로는 수줍게, 때로는 열정적으로 낭독하는 일반인들의 모습이 유명 출연자 못지 않게 인상적이다. 자신을 유학생이라고 소개한 한국인 남성이 아내를 위해 낭독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기도 했는데, 그만큼 ..
위나라의 책사 사마의를 조명한 중국 드라마가 한국에서도 인기다. 제작비 760억원, 제작기간 5년의 대작으로, 1부인 ‘미완의 책사 사마의(원제 대군사사마의지군사연맹大军师司马懿之军师联盟)’가 지난해 먼저 방영되었다. 현재 2부 ‘최후의 승자 사마의(원제 대군사사마의지호소용음大军师司马懿之虎啸龙吟)’도 국내에서 방영 중이다. 삼국지를 토대로 한 드라마에서 사마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건 사실상 처음이다. 위나라와 사마의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니 유비 관우는 거의 비중이 없다시피 하다. 1부에서는 전투 장면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 심지어 그 유명한 ‘적벽대전’조차 내레이션으로 간단히 처리해 버린다. 작가 창장(常江)은 80년대 출생한 젊은 여성 작가다. ‘영웅호걸이 천하를 두고 다투는’ 이전의 드라마와는 접..
피아니스트 조성진. 클래식음악에 별 관심 없더라도, 그 유명한 쇼팽 콩쿠르의 첫 한국인 우승자 조성진의 이름은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조성진은 공연 표가 1분만에 동나고, 130만원짜리 암표가 등장하는 등 가히 ‘신드롬’이라 할 만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런 인기는 국내에만 한정되지 않는데, 중국에서도 조성진의 인기를 실감하게 해 주는 해프닝이 있었다. 중국의 유명 음악출판사인 ‘인민음악출판사’에서 발행하는 잡지 4월호에 조성진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은 중국 유일의 피아노음악 전문 월간지다. 제목은 “안녕하세요, 피아니스트 조성진입니다(大家好, 我是钢琴家赵成珍)”. 중국 매체에 최초로 실린 조성진의 장문 인터뷰 기사였다. 4월호에 실린 기사는 ‘상편’으로, 5월호..
‘일촉즉발’은 1930년대 상하이를 배경으로 기구한 운명의 쌍둥이 형제 이야기를 펼쳐내는 중국드라마다. 이 드라마 7회에는 우연한 만남을 거듭하며 티격태격하던 남녀 주인공이, 비 오는 날 또다시 우연히 마주치는 장면이 나온다. 남자가 여자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이전에 다소 서먹했던 사이가 풀리기 시작한다. 비가 오니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며 남자는 여자와 함께 걷기 시작한다. 여자가 남자에게, 나 만나기 전에 어디 가던 길이었느냐 묻는다. “원래 란신 대극원에 음악회 보러 가려 했는데, 극장 수리 때문에 취소됐다지 뭐예요” “아! 당신도 란신 대극원에 갔어요? 나도 갔는데! 취소됐다 해서 한바탕 싸우고 왔어요….” “어떤 곡을 좋아해요?” “모차르트! 당신은요?” (모차르트의 중국식 표기는 莫扎特. 발음은..
드라마는 허구다. 그러나 시대적 배경이 있는 경우, 실제 역사와 실존 인물들 사이에 허구를 더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드라마가 역사를 왜곡한다는 불만도 나오지만, 드라마 덕분에 몰랐던 역사와 인물을 새로 알게 되기도 한다. 중국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위장자’(위 사진)는 1930년대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항일 첩보전에 뛰어든 젊은이들의 이야기다. 2차 국공 합작으로 국민당과 공산당이 서로 견제하면서도 항일을 위해 협력하던 시기, 상하이 명문가인 밍(明)씨 집안 4남매는 각각 가족까지 속이며 이중 삼중으로 신분을 위장해 첩보전을 벌인다. 이 중 막내아들 밍타이는 홍콩 유학 가는 길 비행기에서 만난 국민당 군 간부에게 납치돼 국민당 군사학교에서 첩보원 훈련을 받는다. 드라마에는 국민당의 첩보전을 총괄..
종한량(钟汉良)은 홍콩 출신으로 1995년 가수로 데뷔했고, 타이완을 거쳐 중국 대륙에 진출해 ‘남신’으로 불리며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중국 배우다. 1974년생으로 데뷔를 일찍 한 데다 부지런히 활동하는 편이라 출연작이 굉장히 많다. 나는 종한량을 2015년도 중국 드라마 ‘하이생소묵(何以笙萧默)’에서 처음 보고 팬이 되었다. ‘하이생소묵’에서 종한량이 맡은 역은 대학시절 첫사랑이 아무 기별 없이 훌쩍 떠나버린 후, 그녀를 7년간 일편단심 기다리는 순정남이다. 7년만에 돌아온 옛 연인에 대한 원망이 사무쳐 찬 바람 쌩쌩 부는 냉정한 면모를 보이기도 하지만, 일단 마음을 정한 뒤에는 어떤 장애물도 돌파하며 사랑을 지켜내는 직진남이기도 하다. 잘 생기고 돈 잘 버는 변호사인데, 다른 여자에게는 눈길 한 번..
지난 2007년 타계한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하이 C의 제왕’이라고 불렸다. 하이 C(높은 도) 음을 힘들이지 않고 멋지게 불러내는 능력 덕분에 얻은 별명이었다. 하이 C는 보통 사람은 감히 불러볼 엄두도 낼 수 없는 높은 음이다. 인간 한계를 넘은 듯한 하이 C 음을 테너가 시원하게 토해낼 때 관객들은 열광한다. 그런데 이렇게 어려운 하이 C가 무려 아홉 차례나 나오는 곡이 있다. 바로 도니제티의 오페라 ‘연대의 딸’에 등장하는 ‘오늘은 기쁜 날’이라는 아리아다. 주인공 토니오가 사랑하는 연인 마리와 결혼할 수 있게 되자 환희에 차서 부르는 노래다. 이 곡 마지막 부문에서 무려 아홉 차례의 하이 C가 등장한다. 마지막 하이 C는 특히 오랫동안 지속돼 짜릿한 쾌감을 안겨준다. 파바로티는 이 아리아를..
‘환락송’은 나에게 중국 사회를 이해하게 하는 거울 같은 중국 드라마이다. 이전에 쓴 글에서도 여러 번 언급한 바 있지만, 이 드라마는 ‘환락송’이라는 이름의 아파트 같은 동 22층에 사는 여성들의 일과 사랑 이야기이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다섯 명의 여성들은 각각 우여곡절 끝에 자신들의 사랑을 찾아가게 되는데, 이 중에서도 가장 내 관심을 끌었던 사람은 이른바 ‘푸얼다이’(富二代. ‘재벌 2세’와 유사한 느낌의 표현)로 나오는 취샤오샤오라는 인물이었다. 취샤오샤오는 엄청난 부를 일군 부모 밑에서 큰 귀한 딸이다. 공부에 소질은 없어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미국 유학 길에 올랐고, 아버지는 ‘마약만 하지 말라’는 조건 하에 유학 가는 딸에게 거액의 용돈을 안겨줬다. 걱정 없이 돈을 펑펑 쓰고 미국에서 놀..
(칭다오 올림픽 요트경기장 근처 풍경. 중국 우리 집에서 가까워 자주 산책 가던 곳이다) 남편과 큰 아이는 중국에, 나와 작은 아이는 한국에. 절반으로 갈라진 이산가족 생활이 이제 두 달 넘어간다. 지난 토요일, 휴일 당직근무 중인데 중국에서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중국의 집에 와서 청소와 빨래, 설거지를 도와주는 가사 도우미 중국인 아줌마로부터 온 것이었다. “물이 안 나오는데 어떻게 하죠?” ‘중국 집에 물이 안 나오면 중국에 있는 남편이나 딸이 알아서 할 일이지 왜 서울에 있는 나한테 연락을 해?’ 하고 고개를 갸우뚱했는데, 곧바로 메시지가 이어졌다. “남편 분하고 연락이 안돼요. 물 안 나오면 일 못하는데 어쩌죠?” 그러고 보니 토요일인데 남편은 일이 많아서 출근한다 했고, 아이도 학교에서 행사가 ..
국제부에서 새벽근무와 저녁근무를 번갈아 하다보니 저녁 식사 약속을 못하고 공연도 못 보고 있다. 새벽근무할 때는 일찍 퇴근하긴 하지만 담 날 새벽에 일어날 일이 걱정스러워서, 저녁근무할 때는 퇴근이 늦어서 못 간다. 요즘 계속 집에서 중국드라마를 보게 되는 원인이기도 하다. 어쩌다 보니 좋아하는 배우를 따라서 영화나 드라마를 보게 되었는데 요즘 나의 관심 배우는 종한량이라는 홍콩출신의 배우다. 하이생소묵(何以笙箫默)와 래불급설아애니(来不及说我爱你) 두 편을 잇따라 재밌게 봐서 종한량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 보고 있는데 일단 너무 편수가 많은 건 부담스러워서 패스하고 영화나 2,30회 안팎으로 끝나는 것들만 골라보려 하고 있다. 종한량이 74년생이고 데뷔한지 꽤 됐기 때문에 출연작은 많은 편인데, 문제는 예..
어제 오후 제가 중국인들, 중국 거주 한국인들과 함께 사용하는 메신저 앱의 채팅방에 이런 내용의 글이 떴습니다. “通知:明天早上3点至晚上7点,中国网络开始清理整顿,所有群里都不要发图片和链接,一但群被清理,群里所有手机号都将被控,很麻烦。十九大召开之前网络监控都很严格。请知晓!!! 통지: 내일 오전 3시부터 저녁 7시까지, 중국 인터넷이 ‘정리정돈’ 작업에 들어갑니다. 모두 채팅그룹에 사진이나 링크를 올리지 마세요. 만약 채팅그룹이 정리대상이 되면 그룹 내 모든 사람의 전화가 감시를 받게 됩니다. 제19차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열리기 전에 인터넷 감시가 매우 엄격해질 수 있으니 숙지 바랍니다.!!!” 이후 다른 채팅방에도 비슷한 내용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습니다. 약간씩 문구는 다르지만, 모두 제 19차 공산당 대회를..
중국어 공부를 위해 드라마를 보기 시작한지 1년여, 처음엔 보보경심, 랑야방 같은 사극으로 재미를 붙였지만 요즘은 현대극을 주로 보고 있습니다. 사실 중국 사극은 아낌없이 쓰는 제작비 덕에 세트나 의상이 볼 만하고 소재가 될 만한 이야깃거리가 넘쳐서, 다소 유치하게 느껴졌던 중국 현대극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해왔어요. 하지만 사극에서 사용하는 말투가 문어체. 고어체로 현대인이 실생활에서 쓰는 중국어와는 약간 달라서 중국어 학습에 최적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좀 찾아보다 보니, 중국에서 제작되는 드라마가 워낙 많아서 개중 괜찮은 현대극도 종종 나온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현대극을 보면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중국어를 익히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현대 중국인들의 사고방식이나 생활양식을 간접적으로나마..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취재파일을 씁니다. 중국 연수 기간 동안 많은 글을 쓰리라 다짐했지만, 생각만큼 실천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다 예정했던 2년의 기간이 다 되어 한국에 돌아왔고, 보도국 국제부로 복귀했습니다. 중국에 있을 때 중국에 대한 글을 많이 쓰지 못한 건 엄두가 나지 않아서였습니다. 중국 생활 초기에는 제가 다녔던 중국 대학의 일부 교수와 직원의 이해할 수 없는 행태에 분통을 터뜨린 적이 많았습니다. 중국어를 하나도 못하는 상태에서 시작했기에 이방인이 낯선 곳에 정착할 때 겪게 되는 어려움을 곱절로 겪었고, 그래서 중국과 중국인들을 싸잡아 흉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언어를 배워나가고, 중국인들과 교류하고, 이들의 문화와 사고방식을 알게 될수록 중국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기 어렵겠다는 생각..
뮤지컬 '빨래'를 베이징에서 봤다. 중국어판으로, 중국 배우들이 연기했다. 언어는 다르지만 재미와 감동은 변하지 않았다. 일단 졸저 에 실었던, 뮤지컬 '빨래' 감상기를 찾아 다시 올려본다. 곧 중국어판 감상기도 올릴 예정이다. 둘둘 말린 스타킹 아홉 켤레 구겨진 바지 주름간 치마 담배 냄새 밴 티셔츠 떡볶이 국물 튄 하얀 블라우스 발꼬랑내 나는 운동화 밑창 머리냄새 묻은 베개 홑청 손때 묻은 손수건 난 빨래를 해요 오늘은 쉬는 날 가을 햇살은 눈부시고 바람이 잘 불어 밀렸던 빨래를 해요 빨래가 바람에 마르는 동안 이 생각 저 생각 끝에 엄마 생각 엄마랑 같이 옥상에 널었던 빨래 난 빨래를 하면서 얼룩 같은 어제를 지우고 먼지 같은 오늘은 털어내고 주름진 내일을 다려요 잘 다려진 내일을 걸치고 오늘을 살..
6월 7일, 어제는 중국의 가오카오(高考), 즉 대입시험일이었다. 중국의 대학 입시 경쟁은 한국 못지 않게 치열하다. 어제 시험을 앞두고 인터넷에서 유행한 글이라며, 중국인 친구가 아래와 같은 글을 보내줬다. 수험생들에게 주는 충고 형식으로 쓰인 글인데, 대학 나와봤자 별 소용 없어, 다른 게 훨씬 중요해, 이런 얘기다. 다소 냉소적인 농담 같지만 현 중국의 세태를 보여준다. 한국도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다. 중국어 원문: “马上就要高考了,提前祝高考的考生们考试顺利。。。四年后你们会明白,你们今天的所有的努力,并没有什么用!改变你们命运的不是知识文化,主要是酒量,关系,胆量,爹妈,颜值,还有你们村是不是要拆迁…高考只是决定你在哪个城市打王者荣耀,不过还是要好好考,大城市网速快。” 한국어 번역: “곧 대입 시험이다. 먼저 수험생..
요즘 중국 드라마 ‘환락송’ 시즌 2를 매일 보고 있다. ‘환락송’은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 중 나오는 ‘환희의 송가’를 뜻하며, 극중 상하이의 한 아파트 이름이기도 하다. 드라마는 이 아파트 같은 동에 사는 다섯 명의 여성들 얘기다. 이 아파트 22층에는 세 집이 있는데, 양끝의 두 집에는 각각 월 스트리트에서 중국 대기업으로 스카우트된 커리어 우먼 앤디, 부자 아빠를 둔 덕분에 회사를 경영하는 금수저 ‘푸얼다이(富二代. 부모의 부를 세습한 2세를 가리키는 말)’ 취샤오샤오가 살고 있다. 가운데 집에는 상하이의 비싼 방세를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직장여성 세 명이 함께 사는데, 판셩메이, 관지얼, 치우잉잉이 이들이다. ‘환락송’ 시즌 1을 본 것은 순전히 ‘랑야방’과 ‘위장자’ 때문이었다. 중국의 가상 왕..
중국의 사드 보복이 본격화된 후, 내가 사는 칭다오에서도 갖가지 흉흉한 소문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한국 학생이 중국 학생들한테 맞았다,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에서 술 마시고 귀가하던 한국인이 뒤에서 내리치는 맥주병에 맞아서 중태에 빠졌다, 한국인들이 많은 업소에 중국 공안이 들이닥쳐 신분증 검사를 하고 여권을 소지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벌금을 100위안씩 매겼다, 등등, 듣기만 해도 걱정스러운 일들이었다. 그러나 대부분 '카더라' 통신이고 실제로 그랬는지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칭다오는 롯데마트나 롯데백화점이 없어서 갈등이 세게 표출되지 않았고, 반한 감정이 심한 편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여기서도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중국 소방, 환경 당국의 점검이 전례없이 까다로워졌고, 예전에 없던 트집을 잡고 ..
허리가 아프기 시작한 지 3주쯤 됐다. 초기엔 새벽에 극심한 요통에 놀라 깨는 일이 다반사였다. 요통이 극심할 때는 정말 당장이라도 한국에 가서 검사하고 치료해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급한 대로 동네 한국인이 하는 의원에서 침 맞고 가벼운 운동 하고 요양하니 그럭저럭 살 만해졌다. 그런데 허리가 좀 나을 만하니 속이 답답하고 소화가 안 된다. 뭘 먹어도 딱 막혀서 안 내려가는 기분이다. 겁나서 많이 먹지도 못하겠고, 조심조심 조금씩만 먹는데도 계속 답답한 그대로다. 소화제를 먹어도 소용이 없다. 결국 또 병원에 갔다. 생각해 보니 지난 일요일 점심 컵라면 먹은 게 딱 얹히는 느낌이었는데 그 이후로 계속 소화가 안 됐던 것 같다. 지난 일요일에 먹은 게 괜찮지 않을 이유가 있기는 있었다. 그 날 아침,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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