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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ljgWpS9HH9Y

드라마 '산하령'에는 한시가 끊임없이 나온다. 원작소설은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이 드라마 대본 작가가 특히 온객행의 대사는 온갖 유명한 시를 총동원해서 썼다고 한 얘기를 들었다. 

2회. 주자서와 온객행이 처음으로 '탐색전'을 펼친다. 무공인지 춤인지 아크로바틱인지 모를, 근사한 대결 한 판이 펼쳐지고 나서, 온객행이 '그대의 보법이 신선처럼 아름다워 따라왔다'고 얘기하는데, 말하는 내용이 딱 시다. 

仿佛兮若轻云之蔽月, 
飘飘兮若流风之回雪

마치 엷은 구름에 싸인 달 같고 
흐르는 바람에 눈이 날리듯 가볍구나. 

궁금해서 출처를 찾아보니 조조의 아들이며 위대한 시인이었던 조식의 '낙신부洛神賦' 중 한 구절로, 낙수의 신녀 복비의 아름다움을 묘사한 부분이다. 온객행은 '낙신부' 중 미녀의 아름다움을 묘사한 구절로 주자서의 보법 '유운구궁보流云九宫步' 을 찬양한 셈이다. 뒤에 조위녕이 아상을 처음 만났을 때도 '낙신부'의 이 구절을 읊는데, 온객행은 조위녕이 굴원의 '구가'와 조식의 '낙신부'를 마구 섞어서 썼다며, 아상에게 무식한 놈과 어울리지 말라고 한다. 

*낙신부의 또다른 구절 '능파미보(陵波微步.물결을 밟아 사뿐히 걷는다)'는 무협의 대가 김용의 소설 '천룡팔부'에서 절세무공 보법으로 등장했다고 한다. 

온객행은 곧이어 나오는 대사에서는 주자서에게 술 한 잔 같이 하자고 권하는데, 이번엔 이백의 시 '월하독작(月下独酌 달 아래 홀로 술을 마시다)'이 등장한다.  

花间一壶酒, 独酌无相亲。 
꽃들 가운데 술 한 동이 두고, 벗 없이 홀로 마신다

온객행은 주자서에게 어찌 이 시처럼 홀로 마시겠느냐며 함께 술 한 잔 하자고 꼬드기지만, 주자서는 넘어가지 않는다. 

중국 드라마 보면서 고장극에 자주  등장하는 성어나 한시를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다. '산하령'도 마찬가지인데, 특히나 온객행이 문자 쓰기 좋아하는 캐릭터라 끊임없이 한시의 인용구가 등장하는 것 같다. 중국 고전문학을 공부한 사람이 보면 훨씬 더 재미있지 않을까. 

그런데 궁금한 게 생겼다. 온객행은 스승이 없었는데 귀곡에서 어떻게 글 공부를 했을까. 무공은 나중에 자기가 죽인 곡주한테 배웠다 쳐도. 

*네이버 블로그에도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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