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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팡의 우한일기가 한국에서도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려고 봤더니 아직 시중 서점에는 없다. 인터넷 주문을 해야 할까 보다. 지난 3, 4월에 팡팡의 웨이보와 블로그를 들락날락했었다. 당시 우한일기 마지막 편을 보고 썼던 글. 

우한일기 작가 팡팡(출처 중신망)

325022. 중국 우한에 사는 작가 팡팡은 차이신()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324日。우한 봉쇄 제 62. 그리고 내 기록 제60. 이제 최종편이라 해도 되겠다.” 이렇게 시작한 324일자 일기 마지막 문장은 성경의 한 구절이다. 디모데후서에 나오는 바울의 말이다. 

那美好的仗我已;当跑的路我已经跑尽;所信的道我已守住了
-나는 훌륭하게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공동번역 성경)

 324일은 우한시가 48일 도시 봉쇄를 해제한다고 발표한 날이었다. 125일부터 시작된 팡팡의 우한 일기는 이렇게 끝을 맺었다. 팡팡의 우한 일기는 코로나 19가 창궐하며 봉쇄된 우한의 상황을 바깥 세상에 알리는 창구였다. 팡팡은 가족과 친구를 잃은 우한 시민들의 고통과 슬픔, 열악한 상황에서 바이러스와 싸우는 의료진의 희생정신, 비극 속에서도 피어나는 인간애와 희망을 기록했다. 팡팡은 또 바이러스의 위험을 일찌감치 알렸다가 고초를 겪은 리원량의 죽음을 슬퍼하며, 리원량의 경고를 외면했던 당국과 언론의 책임을 물었다. 중국의 고질적인 관료주의를 매섭게 비판했다.  

 
팡팡의 일기는 수백만의 독자에게 읽히며 호응을 얻었지만, 팡팡의 비판적 시각을 불편해 한 사람들도 많았다. 팡팡이 일기를 올리던 웨이보 계정이 결국 한동안 정지됐고, 팡팡은 다른 플랫폼을 찾아 글쓰기를 이어갔다. 팡팡의 우한 일기 마지막 글에는 그래서 자신을 공격한 사람들에 대한 반박과 함께, 자신의 글을 계속 실을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도 포함됐다.

 
팡팡의 웨이보 계정이 정지된 뒤에, 자사 블로그 플랫폼에 팡팡의 일기를 연재했던 차이신왕(
) 소속 기자가 우한 일기를 막 끝낸 팡팡을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325일에 작성된 인터뷰 기사는 살아있는 사람들이, 죽은 사람들이 왜 죽었는지 전부 무시하고 잊어버릴까 걱정(我很担心活着的人,把死者何而死全都忽略掉)’이라는 팡팡의 말을 제목으로 달았다.

 
팡팡은 이렇게 중국이 코로나19와 전쟁에서 이겼다며 승리의 팡파레를 울리려는 사람들에게 우한의 비극을 잊으면 안된다며 끊임없이 경종을 울리고 있다. 지난 3월에도, 코로나19에 성공적으로 대응했다며 시진핑 총서기와 공산당에 대한 감사 교육을 지시한 우한시 공산당 서기를 강력하게 질책한 바 있다. 결국 우한시 정부는 이 지시를 보도한 기사를 삭제하고,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차이신왕의 인터뷰 기사에서 팡팡은 당신은 관료 친구도 많을 텐데, 일기를 쓰는 동안 그들이 와서 불평하지 않더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그들이 기분 나쁘다 해도 그게 무슨 상관인가요? 나는 집에 그렇게 오래 갇혀 있었고, 9백만 우한 사람들이 문 밖에 나가지도 못했고, 5백만 우한 사람들이 집에 돌아오지 못했어요. 또 갖은 고난을 겪고 있는 백성들이 있잖아요. 담당 부서 관료라면 이들의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고려해야죠…… 어떤 관료도 저를 찾아온 적이 없고요.”

 
일기가 주목받으면서 좀 곤란한 일도 생겼을 텐데,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한다.   

 그 극좌분자들이 저를 비난하는 거 말이죠? 모든 극좌분자들이 다 나선 것 같아요. 그래 봤자 무슨 소용 있어요? 그 사람들 수준이 너무 낮아서, 거짓 모함을 한다거나 그런 심각한 위법이 아닌 한, 근본적으로 상대해 줄 필요도 없어요. 그냥 자기들끼리 즐거워하게 놔두세요.”

과연 중국 인터넷에서는 팡팡에 대한 비난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팡팡이 유언비어로 사회를 혼란하게 했다는 주장도 있고, LA타임스가 팡팡의 우한 일기를 소개하는 기사를 싣자, 팡팡은 미국을 좋아하니 미국으로 보내서 일기를 쓰게 하라는 사람이 나타났다. 팡팡의 일기를 파묻어 버리자며 과격하게 팡팡을 비난하는 작가도 있다. 팡팡 뒤에는 모종의 세력이 있다며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하고, 팡팡의 독자들은 50대 이상 구세대밖에 없다며 애써 가치 절하하기도 한다.

 
반면 팡팡의 목소리는 25일 차이신왕의 인터뷰 기사 이후에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자기들끼리 즐거워하게 놔두세요라고 한 자신의 말대로, 팡팡은 이들을 상대하지 않고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걸까. 팡팡은 인터뷰에서 당분간 휴식을 취한 뒤 이전에 하던 집필 작업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팡팡이 1950년대 중국의 토지개혁을 그려낸 소설
(Soft Burial)’2016년 권위있는 문학상을 받았지만, 중국 정부는 그 다음해 이 책을 금서로 지정했다. 우한 일기에서 팡팡은 스스로 훌륭하게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다고 했다. 작가 팡팡은 새로운 싸움을 시작하고, 새로운 길을 달리게 될 것이다. 팡팡의 목소리를 곧 다시 듣고 싶다.

*네이버중국판 차이나랩에 2020년 4월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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