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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해양대학교에 영어로 가르치는 중국학 석사 과정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이거다 했었다. 중국어도 배우면서 중국에 대해 좀 더 심도있는 공부를 할 수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영어로 가르치는 중국학 석사 과정은 북경대, 인민대, 청화대 같은 다른 중국 대학 몇 곳에 개설돼 있지만, 나는 남편의 직장 때문에 칭다오로 연수 지역을 먼저 정한 상태였기 때문에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여기 와서야 중국해양대학교에서는 이 과정이 올해 처음 개설됐다는 걸 알게 되었다. (위 사진은 중국해양대학교 라오샨 캠퍼스의 남문)

학생이 모두 6명이다. 아일랜드, 태국, 이탈리아, 방글라데시에서 각각 한 명씩, 그리고 한국인이 나까지 둘이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친구는 방글라데시 다카의 대학에서 강사로 일했다 한다. 남편이 방글라데시 해군 소속으로 중국에서 2년 과정으로 연수를 받게 되어 함께 왔으니, 나와 좀 비슷한 처지다. 아일랜드 학생은 학부 전공은 고고학이고 이미 중국 생활 경험이 있다. 이탈리아 학생은 베니스 대학 학부에서 이미 중국학을 공부했고 베이징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 태국 학생은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공부했고, 중국어를 학부에서 전공했다. 영어도 물론 유창하다. 나 말고 다른 한국 학생 역시 학부에서 중국사와 중국어를 공부했고 상하이에서 연수경험도 있다.

코스 모집 요강에는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고, 중국어 수업도 제공되니 입학 전에 중국어를 못해도 상관 없다는 내용이 있었다. 하지만 중국어를 못하면 생활이 굉장히 답답하고 불편하다. 한국에서 인터넷 강좌 들으며 얼마간 독학을 했고 여기 와서 한 달 동안 학원을 다녔지만, 아직 나는 생초보 수준이다. 방글라데시 학생을 제외한 다른 학생들은 모두 중국어를 능숙하게 해서, 수강 신청이나 여러 가지 행정적 일을 처리할 때 다른 친구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또 학교에서 '랭귀지 파트너'라는 이름으로 중국인 대학원생을 한 명씩 붙여줘서 이 친구의 도움도 많이 받고 있다. 

학교에서는 개강을 앞두고 '개강 기념식'까지 열었다. 이 행사 때 받은 느낌은 교수들이 이 코스가 개설된 것에 대해 굉장히 자랑스러워하고 흥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입학생은 6명밖에 안됐는데 교수 등 학교 관련인사는 50명이나 참석했을 정도였다. 몇 년 동안 이 과를 개설하기 위한 준비 과정을 거쳤다는데, 아마 영어로 중국학을 가르치는 과정이 있다는 게 그 대학의 국제화 수준과 교수진의 우수함을 보여주는 척도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이 코스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의 지원도 두둑해서, 나는 너무 늦게 지원하는 바람에 신청도 못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장학금 헤택을 받는다.

위 사진은 개강 기념식의 '문화행사' 중 하나였던 서예 시연 장면이다. 중국학과에 입학한 외국 학생들에게 중국을 알리는 기회라고 여긴 모양이다. 서예 말고도 얼후 연주, 그리고 티벳 전통무용, 소수민족 전통복식 소개(아래 사진)가 있었다. 중국이 소수민족 문화를 잘 보존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였을까. 약간 생뚱맞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다.


  

중국학 석사 과정에서 가르치는 교수들은 대부분 文学与新闻传播学院 (College of liberal arts, journalism and communication. 우리로 치면 인문대 쪽 전공과 저널리즘 관련 전공이 소속돼 있다) 소속이다. 해외유학이나 방문교수 경험이 있는 교수들이 많지만, 모두가 영어를 잘 하는 건 아니다. 특히 중국문학과 철학 쪽 전공 교수들은 영어 사용을 어색해 하고 두려워하는 경우가 있다. 외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로 중국의 역사와 문학과 철학을 가르치겠다고 만든 코스인데, 잘 안되는 영어로 하려다 보니 가르치는 내용이 기초적인 데 머무르고, 심화된 내용을 가르칠 수도, 토론을 이끌어갈 수도 없다. 그래서 몇몇 과목은 솔직히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중국학과에서 공부하는 내용 자체는 재미있다. 나는 따로 중국역사와 문학, 철학을 공부한 적은 없지만,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돌이켜보니 한국사와 중국사는 밀접하게 얽혀있어 국사를 배우면서 중국사도 같이 배웠고, 중고등학교 한문 시간에 중국 문학도 약간은 접했던 셈이다. 또 나는 최근 중국 관련 책들을 읽으면서 중국의 현대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이런 내용들을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어서 좋다. 중국에 대한 중국인 자신의 시각을 알 수 있다는 것 역시 흥미롭다. 한국인으로서, 중국 중심적인 시각이 불편하게 느껴질 때도 가끔 있는데, 다른 나라 친구들과 얘기해 보면 역시 각각 그들의 관점에서 강의 내용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었다. 수업도 수업이지만, 외국 친구들과 이런저런 관점을 나누는 것 자체가 공부가 되는 것 같다.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많이 바빠져서 이 글도 쓰다 말고 열흘 넘게 미완성 상태로 묵혀뒀었다. 중국의 대학교에 다니며 느끼는 것들이 많아 기록을 남기고 싶은데, 일단 이 글은 끝마치고 다음 기회에 이어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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